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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디오(The Omniscience) (2) (3/201)

2화. 디오(The Omniscience) (2)

“으윽!”

계속된 통증으로 인해 정신이 들었다.

뒷목이 너무나 쓰라렸다.

눈을 떠보니 나는 어두침침한 방에 갇혀있었다.

전등 하나만이 이 어두운 곳을 밝혀줄 뿐이었다.

“젠장.”

나는 의자에 꽁꽁 묶여 있었다.

몸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꿈쩍하지 않았다.

“깨어났네?”

날 덮쳤던 경비였다.

그는 내게 비루한 조소를 보냈다.

“뭐야? 여긴 대체 어디야?!!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나는 신경질적으로 그에게 따졌다.

“주제 파악 못 하고 까불기는. 하긴 그러니까 이 꼴이 됐지.”

짝!!!!!

경비는 와서 내 뺨을 갈겼다.

“크윽!”

“이제 정신이 듭니까? 디씨소프트 기획팀 이라일 씨?”

얼마나 힘이 강한지 뺨 한 대로 하마터면 또 기절할 뻔했다.

입안에서는 비릿한 피 맛이 나기 시작했다.

띠리리리~!

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경비는 전화를 받았다.

“네. 전무님.”

그가 ‘전무’라고 한 순간 직감적으로 그게 우리 회사 전무라는 느낌이 왔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는 공손하고 깍듯하게 상대를 대했다.

“네.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푹 쉬십시오.”

경비는 통화를 마치고 내게 다가왔다.

“전무님께서 너가 굉장히 마음에 안 들었나 봐. 직장에서는 상사한테 잘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 몰라?”

역시 우리 회사 전무가 맞았다.

“대체 내가 뭘 어쨌다고?!!”

“너가 USB도 가지고 있었고 그 여자와의 일도 봐버렸으니까 말이야.”

“USB? 나 그거 안 봤다니까! 오늘 바빠서 열어보지도 못했다고!!!”

“하! 시끄럽네. 아주 죽여달라고 용을 쓰는구나. 발악하지 마. 너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곧 죽여줄 테니까.”

“뭐?!!”

죽인다니······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잘 알아들었으면서 뭘 또 물어봐? 죽여준다고.”

경비는 굉장히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마치 살인을 여러 번 해본 것처럼 말이다.

“장기는 아직 쓸만한 것 같으니까 빼서 팔아야겠고······어떻게 죽여야 한다?”

“사, 살려줘! 난 아무것도 몰라. 모른단 말이야!!!! 제발 이대로 나를 보내 줘!!!!!”

나는 울부짖으며 그에게 애원했다.

“안 돼. 이미 전무님께서 부탁했어. 그분을 설득하는 것보다 너를 그냥 없애는 게 더 쉬운데 내가 굳이 어려운 것을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네 장기 팔면 추가 이익도 생기고.”

“제, 제발!!!! 부탁이야!!!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그냥 체념해.”

그는 모퉁이에 있는 책상으로 가서 회를 썰 때나 쓰는 칼을 꺼내 들었다.

“이게 좋겠네.”

그는 그 칼을 들고 점점 내게 다가왔다.

“다른 곳을 찌르면 장기가 손상되니까 목을 찔러서 죽여야겠다.”

“씨발! 꺼져!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는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온갖 힘을 다 쏟았지만 꿈쩍할 수가 없었다.

“잘못해서 죽는 인간이 얼마나 되겠어? 그냥 대부분 필요에 따라 죽는 거지.”

“개소리 집어쳐!!!”

나는 미친 듯이 발악하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제 그만 뒈져라. 시끄러워서 정신 사납다.”

경비는 칼로 내 목을 찌르려 했다.

“안 돼!!!!”

이대로 죽는가보다 싶었다.

[보안 시스템 가동]

그때 나에게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기이하게 흘러갔다.

“아니?!!!”

경비의 칼은 그대로 내 목을 지나쳐 허공을 휘둘렸다.

꽈당!

경비는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져 버렸다.

“뭐, 뭐야?!!!!”

넘어진 경비는 곧바로 일어나 다시 나를 공격했다.

하지만······

칼은 내 몸을 그대로 통과할 뿐이었다.

마치 나는 유령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너, 너 대체 뭐야?!!!!”

그는 경악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쳐다봤다.

“나도 몰라 새끼야!!!!”

그와 마찬가지로 나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다시 그 의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보안 시스템 가동으로 당신은 ‘절대 방어’ 상태가 됐습니다.]

[당신은 모든 물리법칙에서 벗어납니다.]

“넌 대체 누구야?!!”

나는 의문의 목소리를 향해 물었다.

[저는 The Omniscience라고 합니다. 줄여서 ‘디오’라고 부르십시오.]

“그러니까 그게 뭔데?!!”

[자세한 것은 여길 빠져나가고 이야기하죠. 우선 도망치십시오.]

의문의 목소리는 내게 말도 안 되는 것을 요구했다.

“지금 이렇게 잡혀있는데 어떻게 도망쳐?!!!”

“혼자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경비는 짜증났는지 내게 소리쳤다.

“넌 이 소리가 안 들리냐?”

“뭔 소리?!!!!”

경비는 나를 미친 사람인 마냥 쳐다봤다.

그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제 목소리는 당신에게만 들립니다.]

“뭐?”

[나중에 다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그냥 일어나서 걸어 나가십시오. 당신은 지금 모든 물리법칙에서 벗어나 있어서 그 어떤 것도 당신이 지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반신반의하며 일어났는데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의자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내 몸은 묶여 있는 밧줄을 가볍게 통과했다.

[어서 나가십시오.]

“······어.”

나는 그대로 밖을 향해 걸어갔다.

뭔가 몸이 굉장히 가벼워진 상태였고 더 이상 통증도 안 느껴졌다.

“어딜 그냥 가?!!”

경비는 달려와서 나를 막아섰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 그를 통과해버렸다.

“아니?!!!!!”

그는 놀라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상태가 됐고 일단은 여기서 벗어나는 게 먼저라는 거다.

아까 모든 물리법칙에서 벗어나 있다고 했지?

나는 의문의 목소리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그대로 문을 향해 돌진했다.

그랬더니 아무런 충격 없이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뒤를 보니 문은 멀쩡했다.

“하하. 이거 최곤데?”

이 상태라면 여기를 쉽게 벗어날 수 있다.

“너 뭐야?!!!!”

방을 나왔더니 복도에 다른 사람들도 많았다.

다들 떡대였다.

······

그냥 이곳을 탈출하려고 했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거다.

“이놈 잡아!!!!”

어느새 문을 열고 나온 경비가 외쳤다.

경비의 명령에 떡대들은 성낭 황소 마냥 일제히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으악!”

“끄악!”

그들은 돌진해서 나를 덮쳤지만 그대로 내 몸을 통과해 엎어지고 말았다.

한 명이 엎어지기 시작하자 그 뒤로 자기들끼리 깔아뭉개고 난리가 났다.

“병신들아. 잘 있어라!”

난 그대로 그들을 뚫고 지나갔다.

“젠장!!! 빨리 잡어!!!”

“좀 비켜!!!!”

떡대들이 우왕좌앙할 동안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전력질주했다.

벽뿐만 아니라 내 몸은 어디든 통과할 수 있었기에 쉽게 녀석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나는 건물을 빠져나와 무작정 뛰었다.

그렇게 한동안 달리다가 다 따돌린 것 같아서 멈춰섰다.

“허억······허억······”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봤다.

나는 어떤 거리로 나와 있었다.

“여기는 어디야?”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찾았지만 없었다.

“젠장. 어떡하지?”

지갑도 없었고 그냥 맨몸이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습니까?]

그때 또 의문의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경찰서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만두었다.

그놈들 한패임이 틀림없다.

게다가 지금 좀 많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일단 나는 안정을 취하고 싶었다.

“집으로 가고 싶은데.”

[길 안내를 시작하죠.]

갑자기 내 머릿속에 내비게이션이 탑재된 것처럼 눈에 경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걸어서 20시간입니다.]

“······”

지금 장난해?

“현재 시각은?”

[새벽 2시입니다.]

절대 걸어서 못 간다.

[택시를 잡아드릴까요?]

“그래 주면 고마운데 내가 지금 지갑이 없는데······”

[제가 알아서 당신 계좌로 결제해 드리겠습니다.]

“······편리해서 좋네. 넌 대체 정체가 뭐야?”

[‘디오’라고 합니다. 당신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AI 비슷한 거라 할 수 있죠. 물론 전 그것보다 훨씬 상위에 있지만요.]

내 몸을 물리법칙에서 벗어나게 한 것도 그렇고 뭔가 엄청난 게 갑자기 나한테 와버렸다.

부웅!

갑자기 차 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니 택시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너 방금 택시 부르지 않았어?”

[필요하실 것 같아서 사실 미리 부르고 있었습니다.]

“아······그래. 고마워.”

일단 나는 그것을 타고 집으로 갔다.

***

다음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에 왔다.

“어제 일찍 퇴근해 놓고 왜 이리 죽을상이야?”

출근하자마자 자리에 와서 털썩 쓰러지는 나에게 일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한숨도 못 잤거든······”

어제 그런 일을 겪었는데 대체 누가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겠어?

“허허. 갈수록 가관이야. 빨리 보고서 작성해라. 못하겠으면 도와줄 테니까 말하고.”

일수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참 고마운 녀석이다.

본인도 피곤할 텐데 나까지 이렇게 신경 써주고.

옷차림이 어제랑 똑같은 걸로 봐서 퇴근도 안 하고 계속 여기 있었던 게 분명한데······

근데 이제 보고서 작성은 일도 아니게 됐다.

왜냐면 나에게는 이 녀석이 있거든.

“디오!”

[네. 라일 님.]

“보고서 작성 부탁해.”

[네. 끝났습니다.]

1초도 안 걸렸다.

이 자식은 정말 엄청난 놈이다.

“오케이. 고마워.”

[라일 님의 컴퓨터로 전송해 출력까지 마치겠습니다.]

“척하면 척이네~”

곧바로 프린터에서 인쇄가 시작됐다.

그렇게 보고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라, 라일 씨!”

부장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고 사색이 되며 불렀다.

“네. 부장님. 뭘 그렇게 놀라세요? 근데 어디 다치셨나 봐요?”

어제와 똑같이 부장 얼굴은 멍이 들어 있었다.

왼쪽 눈은 완전 탱탱 부었다.

보아하니 나한테 USB 잘못 줬다고 처맞은 듯하다.

“그게······내가 어제 부주의로 어디에 부딪혀서 말이지.”

부장은 창피한 듯 부은 부위를 가리며 말했다.

“근데 자네 어떻게 여기 있는 건가?”

“제가 여기 있으면 안 되나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부장은 말끝을 흐렸다.

“여기 보고서입니다. 다 작성했어요.”

나는 어느새 다 뽑힌 보고서를 가볍게 정리한 다음 부장에게 내밀었다.

“고맙네. 그럼 수고하라고!”

부장은 황급히 보고서를 받고 자기 자리로 갔다.

그런 다음 그는 어디론가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난 녀석이 어디에 전화를 거는지 안다.

왜냐하면······

[지금 정석한 전무에게 전화를 걸고 있습니다.]

디오가 다 알려주기 때문이다.

전화를 마친 부장은 다시 내게로 왔다.

“저기······라일 씨?”

“네. 부장님.”

“전무님이 자네를 부르시는데 지금 전무실로 올라가 보겠나?”

“네. 그러죠.”

나는 군말 없이 곧바로 제자리에서 일어나 전무실로 향했다.

내가 어제 그 지랄하고도 여기 출근한 이유가 바로 그 자식 얼굴 보기 위해서니까.

안 부르면 내가 직접 찾아가려고 했거든.

나는 전무실을 박차고 열었다.

들어가니 그 새끼가 아주 평온하게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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