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장 (17/30)

7장

“아함…….”

“거기~ 뒤에 줄 잘 서 주세요~ 모두들 다 드실 수 있으니깐 천천히 오세요.”

“어이쿠! 오늘도 감사합니다!”

입김이 허옇게 나오는 것이 두 눈에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추운 겨울 아침이었지만 노숙자들을 위해 무료급식차를 운용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그들에 대비되어서 꾀죄죄한 노숙자들의 몰골이 더욱더 초라해 보였지만, 그들은 당장 자신의 눈앞에 들어오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듯한 국과 밥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어으 추워라. 자네는 춥지도 않나?”

화장실을 갔다 온다며 잠시 줄에서 벗어났던 김 씨가 두 팔을 비비면서 엄살을 떨며 강패 앞으로 끼어들었다.

“그나저나 어제는 어디를 그렇게 다녀 온 거야?”

“…….”

김 씨는 그저 웃기만 하는 강패에게 은근슬쩍 물었지만, 강패는 그런 김 씨를 물끄러미 내려다볼 뿐이었다.

김 씨는 짐짓 아무 일도 없는 척하며 능청을 떨었다.

“아니. 맨날 해 떨어지면 갈 데도 없이 밥만 먹고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저녁 늦게 오니까 궁금해서 그러지. 혹시 그새…… 이거라도 생긴 건가?”

김 씨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새끼손가락을 까딱거리자, 강패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강패도 김 씨를 따라서는 새끼손가락을 펼치며 까닥거렸다.

김 씨가 음충맞게 웃었지만 강패는 영문을 몰랐다.

“이게 뭐요?”

“……뭐야. 자네 설마 이것도 모르는가?”

한껏 음흉한 표정을 지었던 김 씨는 강패의 말에 맥이 탁 풀리는 표정을 지으면서 허탈하게 말했다.

강패는 새끼손가락을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건 그냥 새끼손가락인데, 이게 뭔데 그럽니까?”

“아닐세…… 됐네…….”

맥이 풀린 표정으로 강패에게 새끼손가락의 의미가 뭔지 설명할 의욕을 잃은 표정을 지은 김 씨는 강패를 등지고 돌아섰다.

순간 김 씨의 표정이 잠깐 찡그려 졌다가 순식간에 펴졌다.

“정말 사람이 많군…….”

줄을 선 지 시간이 꽤 된 것 같았는데, 아침이라 그런지 추운 겨울바람에 맞서 긴 밤을 지샜던 노숙자들이 따듯한 국 한사발을 먹기 위해 꽤 많이 몰려들어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도저히 줄이 줄어드는 것 같지 않자 강패가 중얼거렸다.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온 것 같군.”

아침에 일어나서는 안 가려는 강패를 김 씨가 어기적거리며 끌고 와서 오게 된 강패는 김 씨 뒤에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노숙자들에게 웃으면서 밥을 나눠 주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강패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들의 얼굴이 겹쳐지는 것을 느꼈다.

한때는 강패도 힘이 없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고, 정말 먹을 것 하나가 너무나도 귀해서 도둑질을 일삼거나, 쓰레기통을 뒤져 가면서 먹을 것을 찾아 연명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항상 그렇게 해서 먹을 것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개중에 몇몇 아이들은 아무거나 집어 먹다가 복어알 같은 것을 먹고 죽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하 먹을 것이 들어 있던 쓰레기통은 모두 일본인 집이었고, 그 일본인들은 떠돌이인 조선 아이들이 자신들의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조차 싫어했다.

때문에 아무런 힘도 없고 능력도 없는 아이들이 수도 없이 굶어 죽거나 얼어 죽었고, 강패도 그중 한 명이 될 뻔했다.

그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그 살기 힘든 시절에도 다른 사람을 위한 사람들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라 그들에 의해 강패는 간신히 살아날 수 있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강패는 일찍이 길에서 얼어 죽거나 굶어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나마 그들도 없는 형편에 나눠 준 차가운 밥 한 덩어리였지만, 강패에게는 그 어떤 진미나 진수성찬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큭…….”

지잉…….

그때를 반추하며 자신에게 차가운 밥 덩어리를 나눠 주던 기억을 더듬던 도중, 기억이 어느 지점에 다다르자 순간적으로 머리에 강한 통증이 왔다.

강패가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손으로 짚으면서 휘청거렸다.

“어! 괘, 괜찮으세요?”

“괘…… 괜찮…… 아…….”

한 자원봉사자가 걱정하는 기색으로 다가섰지만, 강패는 탄식을 흘렸다.

가물가물한 누군가.

너무나도 그 광경이 흐릿했기 때문에 거의 실루엣밖에 떠오르진 않았지만, 긴 머리를 하고 있는 것이 여자 같아 보였다.

강패는 그 흐릿하기만 한 여자가 별로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휘청!

“이보세요!”

강패가 다시 한 번 휘청거렸다.

“아이고! 어제 이 날씨에 저렇게 입고 자더니 결국 탈이 났나 보네!”

강패의 모습을 본 김 씨가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안타깝다는 듯이 소리쳤다.

강패를 부축하기 위해 다가왔던 여학생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자신이 입은 옷을 허겁지겁 벗기 시작했다.

“이 날씨에 이분이 그냥 이러고 계셨다구요? 이 추운 날씨에?”

“후……. 후……. 괜찮아.”

여학생이 자신이 입고 있던 두툼한 파카를 벗어 강패에게 둘러 주려고 하자 강패가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그 손을 밀어냈다.

“안 돼요! 저체온증이 얼마나 무서운 건데! 전 괜찮으니깐 잠깐이라도 걸치고 계세요!”

“…….”

강패의 가슴팍 정도밖에 오지 않았지만, 목소리에 담긴 단호함이 꽤 엄정했기 때문에 강패가 처음으로 시선을 돌려 고통에 찡그려진 얼굴로 여학생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제 갓 20살이 되었을까.

아직 젖살이 다 빠지지 않은 것 같은 통통한 볼살을 가진 하얀 피부의 여학생은 두 눈 가득 걱정스러움과 단호함이 섞인 눈으로 강패를 쳐다보고 있었다.

일자로 앙 다문 입술은 강패가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의 뜻대로 따르라고 말하고 있었다.

“후우…… 고맙군.”

순수한 호의와 걱정만이 느껴졌기 때문에 강패는 한숨을 푹 내쉬며 여학생의 파카를 받았다.

여학생이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그럼 밥 맛있게 드세요!”

환하게 웃으면서 다시 배식 받는 곳으로 달려가는 여학생은 주위의 딱딱한 표정의 노숙자들이 희미하게나마 웃음을 띠게 할 정도로 명랑하고 발랄했다.

“역시 아무리 젊어도 그렇게 입고 다니니 탈이 나지. 괜찮은가? 그 얇은 옷 따윌랑 어서 버리고 두툼한 옷으로 하나 구해서 입어! 돈도 많이 벌었구만.”

김 씨는 강패를 보면서 연신 쳐다봤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영락없이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강패 역시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런 강패를 쳐다보는 김 씨의 눈에 순간적으로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게 벌써 몇 번째지?”

분명히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었다.

불규칙적으로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순간적인 통증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위험했다.

“내가 감기 따위에 걸릴 리가 없잖아. 젠장.”

여학생의 순수한 호의와 걱정이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에 건네 준 옷을 받아 들기는 했지만, 강패는 자신이 보인 증상이 절대 육체적으로 이상이 왔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란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65년 전에도 강패는 그 추운 중국의 만주벌판과 조선의 태백산맥 속을 얇은 옷가지 하나 걸치고 열흘 넘게 임무를 수행한 적도 있었고, 그때도 추위가 몸을 침범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새삼스레 지하보도에서 하룻밤을 지냈다고 해서, 더 강인해진 육체가 영향을 받을 리가 없었다.

“여자. 여자. 그리고 빛.”

강패는 곰곰이 생각했지만 통증의 원인이 갑자기 떠오를 리 없었다.

아주 간단한, 아주 기본적인 연상법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는 단편적인 사실을 제외하고서는, 전혀 그 원인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내게 없는 기억이 돌아올 때마다 통증이 찾아온다.”

강패가 눈을 떴던 미국의 연구소에서 환한 빛을 보고서는 그것이 히로시마에서 본 빛이란 것을 기억해 냈다.

소영의 경우에는 아직 뭐라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노숙자들에게 밥을 나눠 주는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기억 속에 스치고 지나간 어떤 여성의 실루엣은 분명 과거의 기억일 터였다.

머리를 터뜨릴 것처럼 징그럽게 들러붙던 통증이 기가 막히게도 몇 분 지나지 않아 깨끗이 사라져 버렸고, 강패는 목과 어깨를 주무르다가 자신의 어깨에 걸쳐진 파카를 쳐다보았다.

“쳇. 이런 옷이라니…….”

강패는 자신의 어깨에 걸쳐진 분홍색의 파카 색깔을 보고서는 투덜거렸다.

이 무슨 창피란 말인가.

자신보다 한참 어리고, 약한 여아의 옷을, 건강이 염려되는 환자의 꼴이 되어 빌려 입게 됐다니.

피식.

“뭐, 따듯하긴 하군.”

애초에 한겨울의 추위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강패는 이 파카가 따듯했다.

“응?”

그때였다.

골목 귀퉁이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코쟁이들이네.”

흔히 하얀 피부에 노란 머리를 하고, 파란색 눈을 가진 서양인들이 단체로 등장했다.

한국에선 단연 돋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호오?”

서양인은 비록 다섯 명뿐이었지만 동양인보다 훨씬 발달된 체형이, 보는 이로서 위축될 정도였다.

강패는 재미있다는 듯 씨익 웃으면서 그들을 주시했다.

“보폭도 일정하고, 근육도 잘 발달되어 있는데다가…….”

긴 다리를 자랑하며 뚜벅뚜벅 걸어오는 이들은 늘씬한 팔다리를 가진 강패의 기럭지에 절대 밀리지 않았다.

“나인건가?”

강패는 그들이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그 너머의 눈동자가 자신을 직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피식 웃었다.

심상치 않은 기세를 풍기며 그들이 다가오자 노숙자들이 위축되어 분분히 물러섰다.

흡사 사람들 사이로 길이 난 듯 빈 공간이 드러났고, 그 사이로 고작 다섯 명의 서양인들이 강패를 향해 걸어왔다.

“이크!”

강패의 옆에 붙어 있던 김 씨가 서양인들의 시선이 강패를 향해 있다는 것을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서는 단말마의 당황성과 함께 다른 노숙자들 틈으로 파고들었다.

“…….”

강패는 미소를 씩 지어 보였다.

“귀신처럼 따라붙었군. 미국에서 여기까지 말이야. 코쟁이들.”

강패는 언젠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자신을 찾아내고는 이렇게 접근해 왔다는 것에 감탄했다.

65년 전에도 미국은, 일본영토는 물론이거니와 조선반도를 넘어 만주까지 장악한 거대한 제국이었던 일제와 팽팽하게 맞서 싸우던 초강대국이었다.

현대의 미국은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상을 내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갔다.

확실히, 이 세상은 조선이 있던 세상과는 모든 면에 있어서 완벽하게 ‘다른’ 세상이었다.

“뭐, 귀찮게 굴면…….”

노숙자들 사이를 걸어오는 서양인들이 강패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들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기세가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투기마저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강패는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부숴 버리면 그만이겠지. 여긴 조선도 아니니까, 눈치 볼 사람도 없고.”

뚜둑!

국가정보원의 차장, 그러니까 한 정부 조직을 주관하는 곳의 이인자가 자신의 동생이었고, 자신의 열렬한 신봉자라는 점에 있어서 강패는 딱히 뒷정리를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이지는 않았지만 강패의 기감에는 민준이 말한 상주 요원들이 항상 잡혔기 때문에 뒤처리는 그네들에게 맡기면 된다는, 무책임한 생각으로 씨익 웃었다.

강패가 목을 꺾자 뚜뚝 하는 소리가 살벌하게 울려 퍼졌다.

저벅.

180센티미터가 훌쩍 넘는 키의 강패였지만, 서양인은 강패보다 눈이 위에 있을 정도로 컸다.

서양인은 내려다보고, 강패는 올려다보는 자세가 되었다.

서양인은 강패를 스윽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고는 품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그 핸드폰과 강패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불쑥.

“저기…… 누구세요?”

그 순간이었다.

강패에게 파카를 건네주었던 여학생이 불쑥 강패와 서양인 사이로 끼어들었다.

여학생이 끼어듦과 동시에 서양인들과 강패 사이에 팽팽해지던 긴장의 끈이 순간 흐트러졌다.

서양인들은 그 자리에서 몸을 움찔거렸고, 강패는 그런 그들을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학생! 거기 위험해! 이리 와! 어서!”

딱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서양인들 사이에 간 크게 낀 여학생을 보면서 노숙자들 틈바구니에서 있던 김 씨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여학생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여기는 무료 급식을 하는 곳이에요. 외국인에게도 무료 급식을 하는 곳이니 밥 먹으러 오셨으면 뒤에 가서 줄을 서 주세요.”

생긋 웃는 여학생의 표정은 다른 때 같았으면 더할 나위 없이 상큼하고 귀여웠겠지만, 지금은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방 같은 짓이었다.

“…….”

“한국말을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엄연히 딱 보기에도 ‘서양인’임을 온몸으로 보여 주는 외국인에게 당차게 한국말로, 너무나도 친절하게 말하는 여학생에게 당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양인들은 순간 여학생의 얼굴을 수초 동안 가만히 쳐다보았다.

“아. 외국인이시면 한국말을 못 하시려나? 음…… 에…… 이프…… 유 아 헝그리…… 에…… 고…… 데어!”

여학생이 떠듬떠듬 안 되는 영어로 말했다.

“우린 밥을 먹으러 온 게 아니라 이 사람에게 용건이 있어서 온 겁니다.”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서양인 중 하나가 유창한 한국말로 말했다.

“호오? 코쟁이가 제법 우리나라 말을 하잖아?”

“한국말을 잘하시네요! 그래도 일단 이곳은 다른 분들께서도 식사를 하시는 장소이니깐 식사가 전부 끝나면 그때 하세요. 아셨죠?”

강패가 놀랍다는 듯이 말했고, 여학생도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하면서 말했다.

하나 그 말의 내용은 여학생의 표정처럼 상큼하지 않았다.

“아이고, 저걸 어쩐다.”

“큰일 나는 거 아녀?”

“웬 외국인들이 여길 왔댜……?”

서양인들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멀찌감치 피한 노숙자들이 여학생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중 단 한 명도 용기 있게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쓰게 웃은 강패가 여학생에게 툭 내던지듯 말했다.

“이 옷 가져가고, 나머지 사람들 밥이나 먹여.”

자신의 어깨에 걸쳐진, 아니 걸쳐졌다고 하기에도 민망한 조막만 한 파카를 손으로 집어 건네주면서 여학생을 자신의 뒤쪽으로 끌어당겼다.

“아저씨. 미쳤어요? 이 사람들 척 보기에도 보통이 아닌데…… 큰일 나요!”

“……뭐야. 알고 있는데도 나선 거야?”

여학생이 다급하게 속삭이는 소리에 강패가 새삼 새로운 눈으로 여학생을 쳐다보았다.

철이 없으니 영락없이 앞뒤 모르고 그냥 앞으로 나선 것 같았는데, 이들이 결코 좋은 목적으로 오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을 줄이야.

물론 외국인들이 심상치 않은 기세를 뿌리며 왔지만 노숙자들을 건드리지 않았고, 여학생에게도 나름 예의를 갖추며 존대를 쓴 것을 보면 한낱 길거리 건달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앞으로 나서는 것은 대단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특히나 여자에게는.

“이런 일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종종 이렇게 사채업자들이나 조폭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헤헤.”

“지금 웃음이 나와?”

“그럼 울까요?”

“……한 마디도 안 지려 드는군…….”

노숙자들도 태어날 때부터 노숙자는 아니었다.

당연히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고, 개중에는 사장님 소리를 들으며 떵떵거렸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노숙자로 길거리에 나앉은 건 바로 ‘돈’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돈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있었고, 여학생은 지금 이 상황도 그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 듯싶었다.

“간이 커서 배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닌 다음에야……쯧…….”

강패가 혀를 차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여학생이 표독스럽게 눈을 뜨고는 강패를 올려다보았다.

“도와주려는 사람한테…….”

여학생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핸드폰 액정에 뜬 사진과 강패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던 서양인이 앞으로 걸어 나오며 유창한 한국말로 말했다.

“환생자. 맞나?”

“강패란 번듯한 이름 놔두고 환생자는 무슨 빌어먹을 환생자야? 내가 언제 뒈졌어?”

서양인의 말에 강패는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하긴. 그때 좀 화끈하게 놀아 주긴 했지.”

강패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서양인은 선글라스를 껴서인지 표정의 변화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지만, 강패는 선글라스 너머 서양인의 눈이 미미하게 떨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맞군.”

“맞지. 너네가 연구소 폭발에 관련된 사람을 찾는 거라면.”

번뜩!

강패의 말에 서양인의 눈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서는 강패를 겨누었다.

뒤의 서양인들도 순식간에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 들었다.

“히익!”

“초, 총이다!”

“도망쳐!”

노숙자들은 대경실색을 하여 사방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세인아. 어서 이리 와! 어서!”

후다닥!

“아…… 아저씨! 아저씨!”

김 씨가 불쑥 세인이라 불린 여학생도 끌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흐음…….”

강패는 총구를 바로 코앞에 둔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태연자약했다.

눈을 돌려 재빨리 세인을 데리고 사라지는 김 씨의 모습을 지켜볼 정도였다.

분주하게 일어나는 소란 속에서 정적으로 서 있는 강패의 모습은 아이러니컬해 보이기까지 했다.

“순순히 우리를 따라와라.”

총구를 겨누고 있는 이상, 칼자루는 자신들이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서양인이 말했다.

강패는 그 서양인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김 씨와 세인의 모습만을 시선으로 좇았다.

“미국 국가안보법 위반으로 당신을 체포하겠다. 순순히 따라오는 게 좋을 거다.”

강패의 모습에 어느 정도 위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서양인의 목소리가 낮게 깔고 눈에 살의를 품었다.

강패는 살갗을 뾰족하게 찌르는 듯한 살기에 그제야 김 씨와 세인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고 서양인을 쳐다보았다.

“지랄하네, 병신들.”

“와, 왓?”

얼굴을 돌려 서양인을 쳐다보는 강패의 입가에는 조소가 떠올라 있었다.

강패의 말을 알아들은 서양인은 물론이거니와 강패의 얼굴에 확연하게 자리하고 있는 비웃음을 본 서양인들이 어이없다는 듯 제각기 한 마디씩 내뱉었다.

“지랄한다고 이 새끼들아.”

서양인은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멍하니 강패를 쳐다보다가 표정을 사납게 바꾸며 으르렁거렸다.

“지금 네 앞에 있는 이게 안 보이는가? 죽을 수도 있다.”

“하. 그러니깐 지금 미국 코쟁이 놈들이, 이 땅의 한복판에서 사람을 쏴 죽일 수도 있다? 뭐 그런 이야긴가?”

어이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강패를 쳐다보던 서양인의 입가에 비릿한 비웃음이 걸렸다.

“어려울 것도 없지. 사람 하나 죽이는 것쯤이야.”

“호오. 그러셔? 혹시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제대로 된 뿌리도, 역사도 없는 미국이란 나라의 식민지인가?”

이젠 아예 주머니에 손까지 찔러 넣고 짝다리를 짚은 채 불량스럽게 물어보는 강패를 보면서 서양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씨익 웃었다.

“이곳이 미국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버티나 본데…… 이 나라의 법도 따위는 내 알 바 아니지. 난 내 나라, 미국의 법규만을 따를 뿐. 그리고 그 미국의 법규를 위반한 너는 반드시 우리를 따라오거나, 아니면 죽어야 한다.”

“흐음…… 그래? 미국이란 나라가 그렇게 대단한 나라인가 보지?”

“테러를 한 테러범을 놓칠 정도로 못난 나라는 아니지. 그리고 이 나라의 경찰들이 우리를 막을 수도 없고.”

강패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대단하다는 듯이 말하자 서양인이 뿌듯한 듯, 어깨를 펴면서도 눈을 강패에게서 떼어 놓지 않은 채 겨눈 총을 더욱 꽉 거머쥐었다.

“하아…… 개판이야. 나라가 정말 개판이야.”

강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구제불능이라는 듯 중얼거렸다.

“그런데 말이야…….”

우드득!

우웅……

강패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고, 동시에 그의 목소리도 저승 암부에서 울려 퍼지는 귀곡성마냥 스산해지기 시작했다.

“네놈들의 법규 따위도 내가 알 바가 아니지. 안 그래? 고작해야 덩치만 큰 돼지들의 나라는. 응?”

“지금 반항하겠다는 거냐!”

심상치 않은 강패의 기세에, 서양인들이 금방이라도 총의 방아쇠를 당길 것처럼 굳게 쥐었다.

강패는 그 모습을 똑똑히 보면서도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남의 나라에 기어들어 와서는 사람을 죽이고도 벌을 안 받을 자신이 있을 정도로…….”

저벅.

강패가 말을 하면서 한 발자국 내딛자 미국 요원들의 손에 들린 총구가 일제히 강패의 요소요소를 노리고 다시 겨누어졌다.

강패는 그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이 나라가 그렇게 호구처럼 보이더냐, 이 개자식들아.”

퉁!

발끝이 가볍게 지면을 박차는가 싶었는데 강패의 몸은 미국 요원들의 시야에서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뭐, 뭐야!”

“위다! 위!”

갑작스레 겨누고 있던 대상이 사라지자 미국 요원들이 술렁거렸다.

새처럼 날아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강패를 발견한 한 명이 악을 지르듯 소리치자 재빨리 하늘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확실히 단련된 요원들이긴 한 듯, 그 속도와 판단이 대단히 빠르고 침착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큰 사실을 간과했다.

강패는 단순히 ‘테러범’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흥!”

시커먼 총구들의 끝에서 뻗쳐 나오는 살기가 강패의 피부를 찌를 듯했지만, 강패는 코웃음 친 채 그대로 미국 요원들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그 속도가 워낙 빠른지라 제아무리 훈련을 받은 요원들이라고는 하지만 도저히 총을 쏠 만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당황한 그들 사이로 뛰어든 강패는 미국측 요원들이 제대로 자세를 취하기도 전에, 양손을 뻗어 두 명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윽!”

“끅!”

강패보다 더 큰 덩치의 남자들이었지만 강패는 흡사 수수깡을 휘두르듯, 너무나도 쉽게 두 명의 멱살을 잡고서는 들어 버렸다.

그러고는 이내 풍차처럼 그 자리에서 남자들의 멱살을 잡고 돌기 시작했다.

퍼벅! 퍼버벅!

“끅!”

“큭!”

우당탕탕!

커다란 덩치의 동료들이 무기가 되어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요원들이 동료의 몸뚱이에 맞아 나가떨어졌다.

“좀 더 먹어야겠다. 그치? 이렇게 가벼워서 어디 쓰겠어?”

손에 잡힌 그들을 자신의 얼굴 가까이 끌어당겨 나지막하게 읊조린 강패가 먼지를 털어내듯, 가볍게 두 명을 한쪽으로 던져 버렸다.

“후아. 개운하구만.”

순식간에 총을 든 장정 다섯 명을 눈 깜짝할 새에 전투불능으로 만든 것치고는 너무나도 태평했다.

정말 간단하게 조깅이라도 한 것 같은 강패의 표정이었다.

“끄으…….”

한국말을 할 줄 알았던 미국 요원 하나가 내지르는 나지막한 침음성이 강패의 귀에 들려왔다.

그곳을 돌아본 강패가 자신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

“자. 이제 나한테 해 줄 말이 있을 거야. 그렇지?”

씨익!

장난스러운 웃음이었지만 그 요원에겐 악마의 미소나 다름없었다.

안 그래도 하얀 피부가 더욱더 하얗게 질린 그가 강패를 쳐다보았다.

“뭐…… 뭘 대체…….”

이미 손에 들린 권총은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지 보이지도 않았고, 갈비뼈가 부러진 듯 욱신거렸다.

“흐음…… 일단…….”

강패는 허리를 숙이더니 자신의 발치에 떨어진 권총 하나를 주워 들었다.

강패의 행동을 보며 혹시라도 자신에게 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남자는 강패가 이어서 한 행동에 아예 얼굴이 밀가루처럼 하얘져 버렸다.

“이런 위험한 무기는 가지고 다니면 다치니까…….”

우득, 우드득.

강패가 씨익 웃으면서 힘을 주자 단단한 총신이 완전히 찌그러진 음료수 캔처럼 구겨져 버렸다.

“엿이나 바꿔 먹기로 하고…….”

“아,아니……!”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너무나도 가뿐하게 해낸 강패가 씨익 웃으면서 요원을 쳐다보았다.

요원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한 눈으로 강패의 손에 들린 권총을 쳐다보았다.

팅~ 텅텅텅…….

강패가 둥그렇게 만든 권총의 잔해를 던지자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권총이었던 물체가 데굴데굴 굴러 남자의 앞에까지 굴러왔다.

“다, 당신은 대체…….”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유일한 사람인 미국인 요원은 대단히 혼란스러운 눈으로 강패를 쳐다보았다.

“이런 괴물이란 소리는 없었는데 어떻게…….”

단순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간 크게도 미군 기지를 테러하고 간 테러범이란 것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는 단순한 테러범이 아니었다.

그는 대단히 혼란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에 말을 잇지 못했다.

“흐음…….”

강패는 턱에 손을 대고 곰곰이 생각했다.

“일단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는 게 좋겠군.”

서양인의 반응을 보니 자신이 예상하던 그런 반응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강패가 만난 사람이라고 해 봤자 극히 소수였는데, 미국에서 자신을 국가 보안법 위반으로 잡으러 올 정도라면 자신의 정체를 알아챘다는 소리여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 앞의 이 남자는 강패를 잘 모르는 눈치였다.

덥썩.

강패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던 미국인 요원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집어서는 어디론가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불쑥.

강패가 사라지고, 한 켠의 수풀이 들썩거리더니 그 속에서 노숙자 김 씨의 머리가 불쑥 솟아올랐다.

“간 건가?”

분명히 여학생과 함께 사라졌던 김 씨가 어느새 이곳까지 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김 씨의 눈은 재빠르게 여기저기를 훑으면서 강패가 아직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남루한 차림새에 꾀죄죄한 얼굴을 하고 있던 노숙자 김 씨의 몸 어딘가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김 씨는 화들짝 놀라 얼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네, 네. 방금 CIA와 만났습니다. 그런데……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남루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김 씨가 꺼내 든 것은 스마트폰이었다.

번쩍거리는 것이 장만한 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새 것 같았다.

어떻게 노숙자 김 씨가 갑자기 무료급식소에 나타난 괴한들이 CIA인지 아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김 씨는 살 떨린다는 표정으로 강패에 의해 쓰러진 서양인들을 한 차례씩 훑어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잘못 걸리면 뼈도 못 추리겠군, 후…….”

김 씨의 한숨은 더욱 커졌다.

*

*

*

“저 근처라 이거죠?”

“네, 맞아요. 어떤 외국인들이 와서는 총을 꺼내 들었어요.”

강패가 자신을 찾아온 외국인을 때려눕히고 그중 한 명을 데리고 사라졌을 무렵, 세인은 소영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그곳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몰랐어요. 큰일 나기 전에 빨리 가서 막아 주세요!”

세인은 다행이란 얼굴로 말하고 있었지만, 소영을 비롯한 소영의 차에 타고 있는 팀원들은 바짝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들의 정신적 지주인 국정원 차장에게 미리 언질이 주어져 있었고, 그들이 해야 하는 것은 사실 연락책이 아니라 강패에 대한 감시일 뿐이었다.

한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총기라니.

대한민국에서 총기가 나왔다는 것은 이번 사건이 결코 간단하게 넘어갈 만한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흔한 케이스가 아니다 보니, 다들 처음 접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소영과 소영의 팀은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어떤 남자한테 와서 말을 걸었다고 했죠? 한국말을 잘 하는 외국 사람이?”

“네. 이상한 옷을 입은 아저씨였는데…… 다른 노숙자분들과는 옷이 달라서 보고 있었어요. 몸도 좋지 않으시던데…… 큰일이 없어야 할 텐데…….”

최초로 경찰에 신고한 것은 김 씨에 의해 끌려간 세인이었다.

경찰에게서 그 짧은 시간 내에 정보를 받은 소영과 그녀의 조원들은 아예 세인을 태우고는 그녀에게 직접 진술을 들으면서 사건 현장으로 가고 있었다.

“금발머리에 외국인이고, 단체로 몰려와서는 총기를 꺼냈다면…… 마피아나 CIA밖에 없지.”

“그 새끼들, 미친 거 아니야? 한국에서 총을 가지고 돌아다녀?”

제아무리 초강대국인 미국이고, 한국이 미국에게 설설 기는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나라를 지켜야 하는 의무감으로 똘똘 뭉친 국정원 요원들 몇몇이 울분에 찬 목소리로 미국을 욕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선배.”

“응? 뭐가?”

“우리 국정원도 CIA의 움직임은 거의 모르잖아요. 근데 그 귀신같은 CIA 요원들이 총까지 꺼낼 상황이라면…… 뭔가 심상치 않은 냄새가 나는데요.”

“아! 학생. 그 외국인들이 찾아온 것이 노숙자라고 했어요? 그 노숙자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을까요?”

소영의 말에 남자가 세인에게 말했고, 세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흔쾌히 입을 열었다.

그런 남자 선배에게 소영이 눈짓을 주었지만, 남자 선배는 깔끔하게 소영의 눈짓을 무시했다.

소영은 도끼눈을 떴다.

사실 소영도 그 남자에 대해 궁금한 것이 굴뚝같았다.

그때 어떻게 자신을 구했냐부터 시작해서 대체 정체가 무엇인지까지, 할 수만 있다면 잡아다가 고문이라도 해서 알아내고 싶을 정도로 궁금했지만 그런 것은 그녀의 임무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와 그녀의 팀원들의 직속 상관이자 명령권자인 3처장과 국정원 차장이 그 어떤 정보도 알려 줄 수 없다고 했고, 그저 그 사람을 주시하고만 있으면 된다고 못을 박아 버렸기 때문에 그 어떠한 정보도 그들이 알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키가 엄청 컸구요……. 다른 노숙자들 분과는 다르게 행색이 비교적 깨끗했어요. 그리고…… 잘생긴 것 같기도 했고, 옷도 특이하게 와이셔츠랑 바지를 입으셨는데…….”

“음…….”

그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별로 알아낼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서는 침음성을 흘렸다.

소영이 다시 소리쳤다.

“선배, 제가 바로 본부에 연락할게요. CIA가 노리고 찾아올 정도면 보통 일이 아니에요.”

이미 강패와 CIA 요원 중 하나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지만, 그 상황을 모르는 소영과 그 팀원들은 국정원에 연락하랴, 무기를 점검하랴 긴장감 속에서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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