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엘리베이터에 비서와 함께 올라탄 흑룡은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부드럽게 내려가자 흑룡이 나직이 심호흡을 했다.
“아이들은 다 모였나?”
“네. 회장님. 지금 1층에 전부 모여 있습니다.”
흑룡의 질문에 대답하며 비서가 깍듯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갈수록 흑룡은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중량감을 위안으로 삼았다.
‘대체 왜 이렇게 불안하지?’
아무리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 해도 이상하리만치 불안한 마음이 드는 흑룡이었다.
조금 실력이 뛰어날 뿐인 놈이다.
기린파도 아닌 놈이 꿍꿍이를 가지고 찾아올 따름이다.
자신은 부하들을 이용해 녀석을 짓밟아 버리고 장부를 빼앗기만 하면 간단하게 끝나는 일이다.
한데 대체 왜 이렇게 불안한 것인지 흑룡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정말 늙었군.’
흑룡은 이것을 단순히 자신이 늙었기 때문이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때로 날과 날이 선 암흑가에서 이성보다는 본능에 의지해 살아온 지난 수십 년간의 감각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몰랐다.
띠링!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함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자 흑룡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대한민국 3대 조직 중에 하나인 흑룡파를 다스리는 수장으로서의 위엄을 되찾으며 한 발자국 내딛으려고 했다.
“넌 누…….”
빠악!
적어도 엘리베이터 문 앞에 강패가 서 있지만 않았다면, 흑룡은 수장의 위엄을 부하들에게 다시금 각인시키며 느긋하게 1층에서 강패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이런……!”
뻑!
강패가 내뻗은 주먹에 인중을 얻어맞은 비서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스르르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흑룡이 정신을 차리고 부하들을 부르기도 전에 강패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섬과 동시에 문이 스르르 닫혔다.
“흐음…….”
꾸욱.
자신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흑룡의 시선에는 아랑곳없이 태연하게 등을 보인 강패는 엘리베이터 층계 버튼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제일 높은 층을 손가락으로 꾸욱 눌렀다.
우우웅…….
엘리베이터가 다시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패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흑룡을 돌아보았다.
“네놈이 바로 그 장부를 가져간 놈이군!”
흑룡이 어느새 놀란 기색을 지우고 강패를 향해 말했다.
“그러는 네놈이 까만 지렁이냐?”
“까, 까만 지렁이?”
강패가 껄렁하게 묻자 흑룡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거창하게 검은 용이라는 말을 쓴다마는, 네놈들이 하는 꼬락서니를 보자니 폭력배라고 하기보다는 삼류 같아서 말이야. 삼류들한테 흑룡이란 이름은 너무 거창하잖아?”
“……무슨 소리냐?”
착 깔린 흑룡의 목소리에 강패가 비릿하게 답했다.
“별것 아니야. 어디 삼류 새끼들이 와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 돈을 떼먹으려고 하길래. 뭐, 그나마도 그 삼류들이 누구 밑의 개라고 하던데. 너도 그 개 중에 한 마리인가?”
“이…… 이이…….”
강패의 빈정거림에 흑룡이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나 그는 금세 흥분을 가라앉혔다.
‘노회한 놈이군.’
감정을 저렇게 빠르게 컨트롤 할 수 있다면 단순히 삼류들 두목 수준을 떠나서 산전수전을 겪은 인물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웬만한 상황에서는 머리를 차갑게 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상대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잘 아는 강패는 인상을 찌푸렸다.
“날 찾아온 목적이 뭔가?”
확실히 모자나 다른 조폭들과는 다른 것이, 한 번 감정을 제어하기 시작하자 흑룡은 강패를 원수가 아닌 거래 대상으로 대했다.
“원하는 것이 있으니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그 장부를 팔 생각인가? 그렇다면 내 값을 후하게 쳐주지.”
흑룡이 생각하기에 강패가 기린파가 아니라면 그 장부를 가지고 여기까지 올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그가 단체의 힘을 빌지 않고 혈혈단신으로 온 것은 아마도 그 이익을 독식할 속셈.
‘그런 놈치고는 무서울 정도로 담이 큰 녀석이지만.’
감히 자신에게까지 홀로 찾아올 정도라면 확실히 보통 놈은 아니었다. 아니, 대단한 놈이었다.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는 놈이다.’
흑룡파의 전력을 기울이면 이 한 놈 처리하는 정도는 어려울 것 없을 터다.
하지만 이놈 때문에 괜히 전력을 낭비했다간, 기린파나 남도파 놈들의 움직임을 놓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조용히 해결할 생각이었다.
‘품을 수 있으면 품는 게 좋겠지.’
정예 조직원들까지 보냈는데 이렇듯 사지 멀쩡하게 이곳까지 찾아왔다.
게다가 부하들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앞까지 왔다는 것은 이 젊은 놈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아니 꽤 쓸 만하다는 사실을 뜻했다.
조직에서 실력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때문에 흑룡은 가능한 강패를 품는 것까지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할 강패가 아니었다.
“내가 찾아온 이유는 별것 아니야.”
“뭔가. 거래라면 내 최상의 조건으로 수락하겠네.”
강패는 자신을 쳐다보는 흑룡의 눈동자에서 욕망을 읽을 수 있었다.
피식.
그러자 문득 실소가 나왔다.
강패가 경박스러운 목소리로 껄렁거리며 말했다.
“뭐. 별다른 건 없어. 그쪽에서 내가 아는 사람들을 다치게 했으니 그 책임을 물으러 왔지.”
“무, 무슨? 겨우 그런 이유로……?”
흑룡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되물었다.
강패가 입을 열었다.
“그럼. 무슨 대단한 이유를 들고 오기를 바랐나? 내가 뭐같이 보여?”
“으음…….”
강패의 위아래를 훑어본 흑룡이 차마 직설적으로 답하지 못하고 침음성을 흘렸다.
겉모습만 보면 나올 말은 하나뿐이었다.
강패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래. 당연히 거지로 보이겠지. 내가 왜 이런 모습인 것 같나?”
자꾸 빙빙 돌리는 말에 흑룡은 짜증이 치밀었지만,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강패였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돈이 없어서? 그래. 돈이 없기는 하지. 근데 고작 돈 몇 푼 얻겠다고 이 귀찮은 일을 내가 사서 할까? 넌 어떻게 생각해?”
그 와중에도 엘리베이터는 조용한 진동과 함께 최상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층계수를 가리키는 디지털 표시판이 숫자를 계속해서 늘려 갔다.
강패의 심중이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점점 계기판에 찍힌 숫자가 높아질수록 흑룡은 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인다고 생각했다.
흑룡은 자신의 품 안에 묵직한 느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자신의 생각대로만 된다면 이 오만방자한 놈을 옴짝달싹못하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가진 것 없는 놈에게서 뜯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주위 사람들을 건드리는 거지. 그리고 네놈들은 아쉽게도 그 더러운 돈놀이를 하다가 내가 아는 사람을 쳐 버린 거고.”
꿍!
강패가 엘리베이터 벽을 치자 엘리베이터가 격하게 흔들거렸다.
그 느낌이 똑똑히 전해져 왔지만 흑룡은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고 묵묵히 강패를 노려보았다.
“아쉽게도 난 건드릴 가족이 없지만, 너희들이 건드린 그 사람들 중 하나가 나에게 도움을 참 많이 줬던 사람이라 말이야. 밥값은 제대로 못해도 이런 거라도 해야지. 안 그래?”
김 씨가 만약 자신의 능력에 벗어나는 짓을 하다가 다친 것이라면 강패는 이렇게 나서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 씨가 다친 것이 고의적으로 흑룡파에 의해 다친 것이었다.
그리고 흑룡파가 사람을 상하게 한 이유가 고작 돈 때문이란 것으로 모든 결론이 귀결되자 강패가 나선 것이고 말이다.
“그럼 지금 여기서 자네가 이러는 게 그 사람에게 또 다른 피해로 가게 될 것임을 모르는가?”
흑룡은 강패가 고작 자신의 아는 사람이 흑룡파 때문에 다쳐서 이곳까지 왔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만약 진짜 그런 이유 때문에 온 것이라면 흑룡은 이 남자에게 실망할지도 몰랐다.
“자네의 손은 하나지만, 흑룡파의 손은 수십 수백 개가 넘는다네.”
흑룡이 굳은 표정으로 협박하듯 말하자 강패가 피식 웃었다.
강패가 아무리 날뛰어도, 결국 흑룡파의 마수에서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
흑룡은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생각인지 강패는 고개를 끄덕였다.
흑룡은 강패가 너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자 순간 의아했다.
하지만 이내 이어지는 그의 눈빛을 보고 그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차갑게 가라앉은 강패의 눈에선 흡사 냉기가 뻗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 그렇지만 내가 가진 손이 과연 너희들과 같은 손일까?”
강패가 눈을 번뜩이자 맹수 앞에 놓인 초식동물마냥 흑룡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흑룡은 거대한 맹수가 자신의 목을 물어뜯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강패가 눈을 희번득이며 흑룡을 노려보았다.
“착각하지 마라.”
강패의 입으로부터 스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흑룡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바르르 떨었다.
‘이…… 흑룡파의 보스인 내가!’
흑룡은 이성적으로 움직이려 했지만, 몸은 그런 의지를 따라 주지 않았다.
서울을 삼분하는 암흑가의 큰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흑룡은 강패의 눈빛에 옴짝달싹못했다.
“내가 너희 지렁이 놈들을 찾아온 건 그 사람을 다시 건드리지 마라 따위의 경고를 위해 온 것이 아니다.”
“그, 그럼…….”
“건드리려면 또 건드려라. 아니, 없애려면 아예 없애 버려라. 대신…….”
강패의 눈에서 순백색의 살기가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너희들이 했는지 모르게 해라. 난 누굴 지키는 것 따위는 못하지만 복수는 기가 막히게 잘하니까.”
살기를 뿜는 강패는 흡사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흑룡은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명심해라.”
띵!
강패가 말을 마친 순간, 엘리베이터가 최상층에 도착했다.
순간 흑룡이 강패의 몸을 밀치고 엘리베이터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척!
“움직이지 마!”
노구를 무색케 하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돌아선 흑룡이 품에 있던 권총을 꺼내 강패를 겨누었다.
이어지는 행동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게 한두 번 해 본 폼이 아닌 듯했다.
“건설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내가 아는 사람들이다. 털끝 하나라도 다치면 넌…….”
흑룡의 손가락은 언제라도 방아쇠를 당길 수 있게끔 방아쇠에 닿아 있었다.
강패를 겨눈 총구 또한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대로 발사된다면 총알은 틀림없이 강패의 심장을 꿰뚫어 버릴 것이다.
하나 총구를 눈앞에 두고도 강패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내 손에 죽는다.”
“이, 이놈이……!”
총을 겨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패가 조금도 당황하지 않자, 흑룡의 흉성이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밀수입을 통해 은밀히 가져온 러시아제 권총을 쓰게 될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강패와의 거리는 열 발자국 남짓.
흑룡은 권총 사격 연습을 한두 번 해 본 게 아니었다.
그래서 백이면 백 강패의 머리를 맞출 자신이 있었다.
강패의 얼굴을 겨눈 흑룡이 중얼거렸다.
“네놈을 여기서 죽여 버리고 그 장부를 찾아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면 모든 게 해결돼.”
강패가 피식 웃었다.
“주먹질로 먹고산다는 새끼가 고작 한다는 짓이 총질이냐?
“닥쳐!”
빈정거리는 말에 흑룡이 거세게 소리쳤다.
강패가 짐짓 놀란 척을 하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아아, 그래. 뭐 너네는 지렁이들이니까. 삼류도 안 되는군.”
“이, 이 새끼가!!”
달칵!
흑룡이 안전장치를 풀고 득의양양하게 소리쳤다.
“이제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된다. 네놈이 아무리 날고 기는 놈이라지만 총 앞에서도 대단할까?”
“글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저벅.
강패가 닫히려는 엘리베이터의 문을 손으로 막고 한 발자국 걸어 나왔다.
흑룡은 태연하게 걸어오는 강패에게 소리쳤다.
“다가오면 쏜다!”
“마음대로.”
흑룡은 당황하긴 했지만, 강패를 향해 겨눈 총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강패가 뚜벅뚜벅 걸어오자 흑룡이 이를 악물었다.
결국 총구에서 불이 뿜어졌다.
탕!
강패가 순간적으로 비틀거렸다.
흑룡이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크하하하! 그러니깐 내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게도 자신감이 넘치더니 결국 네놈도 어쩔 수 없구나!”
흑룡이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한데 그 웃음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총알을 맞은 강패가 비틀거리기만 할 뿐, 피 한 방울 흘러나오지 않는 게 아닌가?!
스윽.
“노인네 앞에서 재롱 좀 떨어 봤는데. 어때?”
비틀거리던 강패가 스윽 몸을 일으켜 세웠다.
토옥.
그러자 그의 몸에서 총알이 떨어졌다.
“뭐…… 뭐……?”
“이런 위험한 장난감은 노인네가 가지고 놀기엔 너무 거칠지 않나.”
아무 말도 못하는 흑룡에게 걸어온 강패가 권총을 뺏어 들었다.
우득, 우드득.
강패의 손 안에서 쇠라는 재질이 무색하게 권총이 완전히 구겨져 버렸다.
“다시 한 번 말하지. 내가 했던 말, 명심해라.”
회장실에서 총성이 울린 탓인지, 강패의 기감에 우르르 몰려오는 기척들이 느껴졌다.
강패는 일이 더 크게 커지는 게 귀찮아 마지막으로 흑룡에게 경고를 하고서는, 굳어 버린 흑룡을 지나쳐 창문을 열었다.
벌컥.
“그럼 내일도 보게 되겠군.”
멀리서 동이 터오는 새벽녘을 물끄러미 바라본 강패가 그대로 뛰어내렸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무려 20층이나 되는 높이였건만, 창밖에서 강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강패가 사라지자마자 문이 벌컥 열리며 조폭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예? 여기서 총 소리 비슷한 게…….”
흑룡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겪은 일이 놀라웠지만, 부하들 앞에서 정신이 빠진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흑룡이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부하들에게 버럭 소리 질렀다.
“아무것도 아니라지 않았나! 그만 내려가! 해산들 해!”
“아니, 회장님…….”
“엘리베이터 안에 이 비서가 기절해 있다. 데려가 눕혀라.”
“네? 그럼 습격자가…….”
흑룡은 눈치가 없는 부하들을 보면서 답답하다는 듯 고함을 질렀다.
“닥치고 이만 가라고 하지 않았나! 가서 해산하고, 시키는 일이나 제대로 해!”
서슬 퍼런 고함 소리에 조폭들이 아무 말 못하고 분분히 흩어졌다.
흑룡은 심호흡을 하여 흥분을 가라앉힌 다음 말했다.
“건설현장에 있는 흑웅한테 똑똑히 전해라. 내 명령이 있기 전까지 건설현장 노동자들과는 그 어떤 충돌도 피하라고……. 반드시 말이다.”
“얘?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어제까지만 해도 조선 그룹에서의 압박으로 빨리 인부들을 밀어 버리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일을 마무리 지으라며 닦달하던 흑룡이었다.
한데 지금은 충돌을 피하라니?
흑룡의 명령에 부하들이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일단 허리를 숙였다.
‘다시 보자고? 개자식. 반드시. 다음번엔 반드시 네놈을 죽여 주마.’
말도 안 되는 신위를 두 눈으로 본 흑룡이었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분명 놈은 꼼수를 부려 총알을 막아 낸 것이리라.
어쩌면 그 몸뚱이 안에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흑룡은, 흑룡파가 진짜 실력을 발휘하면 강패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빠드득!
흑룡이 이 가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