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176화 (176/217)

제48장 헤븐 리조트 (3)

이동 침대에 누워 있는 허드슨이 입고 있는 환자복을 벗겼다.

나체가 되었는데 앙상한 몸이 그동안 중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동 침대를 메디칼베드 옆에 붙이더니 조심스럽게 허드슨을 옮겨 내려놓았다.

“그럼 정밀 검사부터 하겠습니다.”

“그래요.”

꾸욱!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가 버튼을 눌렀다.

기이잉

투명한 덮개가 내려와 닫혔다.

기이한 빛이 생겨나더니 누워 있는 허드슨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2번 왕복을 하고서야 사라졌다.

금방 정밀 검사 결과가 나왔다.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가 카오스패드를 내밀어 소피아에게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폐암 말기에 각종 장기에 전이가 되었군요. 여기 보시면 암세포를 붉은 색으로 표시를 해놓았기에 쉽게 구분이 되시지요?”

“정말 그러네요.”

“이런 상태로는 한 달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알아요. 치료가 가능한가요?”

“물론입니다. 3시간 정도면 모든 암세포를 제거하고 완치시킬 수 있습니다.”

“어머, 3시간이면 완치가 가능하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다만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기에 회복하려면 반드시 회복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회복 치료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고요?”

“그렇습니다. 하루에 두 시간씩 3일을 받으면 생생한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아, 그럼 3일이면 완치가 되고 생생한 모습으로 된단 말이지요.”

“예, 저희를 믿으시면 됩니다. 정밀 검사 결과가 나왔으니 바로 치료를 하시겠습니까?”

“그래요. 바로 치료를 해주세요.”

“예, 그럼 바로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꾸욱!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가 버튼을 누르자 치료를 시작하였다.

“3시간 정도 기다리셔야 하니까 소파에 앉아서 식사나 간식, 아니면 디저트와 차라도 드시면서 기다리시지요.”

“지금은 먹고 싶지 않아요.”

“그러시다면 직원이 대기하고 있을 테니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말씀을 해주십시오.”

“알겠어요.”

이렇게 하여 미녀 여직원 송미나와 간호사 4명, 그리고 건장한 남자 직원 5명이 휴게실에 대기했다.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는 다른 손님들을 맞이해야 하기에 휴게실을 나갔다.

치료시간이 3시간이라고 하였기에 모두들 소파에 앉아서 지켜보았다.

20분 정도 지나자 소피아가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 있는 송미나에게 말했다.

“여기에 회원들이 많은가요?”

“헤븐 리조트 주식회사가 설립된 지는 불과 3개월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거나 상류층 인사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회원가입을 많이 하셨어요. 그분들의 명단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오늘 오전까지 2494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어요. 아마 지금쯤은 회원이 2500명이 넘었을 거예요.”

“호오, 생각보다 많군요.”

“그럼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중병에 걸리면 실력 있는 의사라고 하더라도 치료하지 못해요. 하지만 메디칼베드라면 목숨만 붙어 있다면 살릴 수 있죠.”

“저 기계가 그렇게 대단한가요?”

“물론이에요. 허드슨님이 폐암 말기에 각종 장기에 전이가 되어서 병원 의사들도 수술조차 해주지 않으려고 했을 거예요.”

“그건 그래요.”

“세상 그 어떤 의사라도 3시간 만에 치료하고 완치를 하지는 못해요.”

“······”

미녀 여직원 송미나의 말에 소피아와 여비서가 머리를 끄떡였다.

조용히 서 있는 건장한 경호원들도 속마음으로는 동의를 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그렇지만 제가 목격한 환자들 중에는 몇 년 전에 사고로 두 눈을 실명하여 맹인으로 사셨던 분이 계시는데 불과 3시간 만에 새로운 두 눈을 재생하여 멀쩡해 지셨어요.”

“뭐라고요?”

“그게 가능하다고요?”

“물론이에요. 한쪽 팔이나 다리가 없는 분도 계셨는데 재생력으로 팔과 다리가 새로 생겨났어요.”

“거짓말 하지 말아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단순히 접합수술로 붙인 것이 아니에요. 아예 팔과 다리가 없었는데 재생력으로 생겨났다니까요.”

송미나의 말에 소피아와 여비서가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누구라도 이런 말을 들으면 같은 모습일 거였다.

“진짜 놀라운 것들을 많이 목격했어요. 반신불수인 분도 계셨는데 멀쩡하게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셨지요.”

“······”

“······”

“제가 아무리 이런 말씀을 드려도 믿기 힘드실 거예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두 사실이라는 거예요. 그렇기에 아주 비싼 회원 가입비를 내고 회원으로 등록하는 거죠. 곧 허드슨님이 치료되어 완치가 되면 저의 말이 믿어지실 거예요.”

송미나의 말에 소피아와 여비서가 머리를 끄떡였다.

존스홉킨스 병원에서조차 포기한 환자가 바로 허드슨이었다.

그랬기에 죽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가 한 줄기 희망을 붙잡고 이곳까지 찾아온 거였다.

사실 10억 달러가 좀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지불할 수 있었다.

만약 약속대로 치료가 되지 않는다면 소피아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거였다.

아직 2시간 이상 남아 있었지만 기다려보면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소피아가 지켜보면서 생수를 마시고 밀크티도 한잔 마셨다.

그렇게 어느새 3시간이 휙 지나갔다.

삐삐삐삐!

메디칼베드에서 알람소리가 났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송미나가 소피아에게 말했다.

“이제 치료가 끝났어요.”

“아, 그래요?”

“예, 치료결과를 보여드릴게요.”

송미나가 소피아에게 카오스패드를 보여주었다.

각종 암세포가 표시되어 있던 것이 지금은 전부 사라지고 없었다.

카오스패드만 본다면 완치된 것이 분명했다.

“그럼 덮개를 올려서 만나게 해드릴게요.”

꾸욱!

송미나가 메디칼베드의 버튼을 눌렀다.

투명한 덮개가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메디칼베드에 허드슨이 나체로 누워 있었다.

얼굴 표정은 밝아 보였는데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잠들어 계시니 소피아님께서 나직하게 불러보세요.”

“알겠어요. 허드슨!”

잠들어 있던 허드슨이 눈을 떴다.

“어머니?”

“그래. 정신이 드니?”

“예, 기운이 좀 없기는 하지만 전혀 고통도 없고 편안해서 좋아요.”

“그게 정말이니?”

“예, 정말이에요.”

“일단은 환자복을 입혀드리고 상체를 일으켜 드릴게요.”

송미나가 지시를 하자 대기하고 있는 4명의 간호사들이 나서서 환자복을 입혀 주었다.

그런 다음에 상체를 일으켜 주었다.

“아들, 정말 괜찮니?”

“예, 괜찮아요. 다만 기운이 없어요.”

“그럴 거다. 하지만 곧 괜찮아 질 거야.”

이동 침대로 조심스럽게 옮겨서 휴게실을 나와 스위트룸으로 들어갔다.

치이이이!

넓은 직사각형의 프라이팬에 생 삼겹살과 목살, 그리고 항정살을 올려서 굽고 있었다.

한쪽에는 배추김치도 올려서 집게로 뒤집어 가면서 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현수가 고기를 굽는 것을 아내 이지연이 보면서 흐뭇한 표정이었다.

“맛있겠어요.”

“질 좋은 생 삼겹살과 목살이니 기대를 해도 좋습니다.”

규격 돈에 사료를 신경 써서 먹여 기른 돼지였기에 그만큼 고기의 맛도 더 좋다고 알고 있었다.

다른 돼지고기보다 비싸지만 질 좋은 것을 선호하는 현수였기에 무려 손질한 통돼지 규격 돈으로 100마리를 주문한 것의 일부였다.

머리와 다리, 그리고 내장을 제거한 몸통만 있는 돼지였다.

보통은 통돼지 한 마리만으로도 너무 많아서 다 먹지도 못한다.

하지만 현수는 아공간에 구입한 통돼지 규격 돈으로 100마리를 구입하여 넣어 놓았는데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전혀 변하지 않아서 좋았다.

후드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연기와 냄새까지 빨아 들여서 강제로 밖으로 배출시켰다.

그랬기에 안심을 하고 고기를 마음껏 구워먹을 수가 있었다.

현수가 잘 익은 삼겹살과 목살, 그리고 항정살을 앞 접시에 담아주었다.

“먹어봐요.”

“알았어요.”

아내 이지연이 젓가락을 손에 쥐고는 삼겹살부터 쌈장에 살짝 찍어서 먹었다.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머리를 끄떡였다.

“우와, 부드럽고 맛있어요.”

“쫄깃하고 식감도 좋지요?”

“그래요.”

“많이 있으니까 실컷 먹어요.”

“고마워요.”

“천만에요.”

이번에는 목살과 항정살을 하나씩 먹어보고는 그 맛에 푹 빠졌다.

아내 이지연이 상추쌈을 싸더니 내밀었다.

현수가 미소를 보이면서 상추쌈을 먹었다.

“정말 맛있네요.”

“그렇죠? 진짜 기가 막히게 맛있어요.”

딸 루비는 모유를 배불리 먹고 요람에 잠들어 있었다.

아들 황룡이도 조금 전에 간식을 먹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랬기에 현수와 아내 이지연이 안심을 하고 둘만의 맛있는 식사를 하고 있는 거였다.

“현수씨가 맛있게 구워줘서 더 맛있는 거 같아요.”

“그렇습니까?”

“그럼요. 고기를 얼마나 잘 굽는가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거든요.”

“그건 그렇습니다.”

아내 이지연이 그냥 칭찬하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로 현수가 아주 맛있게 타지 않고 잘 구웠다.

그랬기에 더 맛있는 거였다.

그때, 가사 도우미가 계란찜과 김치찌개, 그리고 백미를 가져와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물러갔다.

현수와 아내 이지연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거였다.

아내 이지연이 김치찌개를 숟가락으로 국물부터 떠먹어보고는 머리를 끄떡였다.

“칼칼하면서 시원한 것이 아주 맛있어요.”

“김 주방장이 끓인 김치찌개이니 그럴 겁니다.”

“아, 모든 게 너무 맛있어요. 이러다 살찌겠어요.”

“오늘은 그런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먹어요.”

“알았어요.”

아내 이지연은 사랑하는 남편 현수와 함께 고기를 구워 먹으니 너무 좋고 행복했다.

그건 현수도 마찬가지였다.

되도록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삐삐삐삐!

메디칼베드에서 알람소리가 났다.

기이잉!

투명한 덮개가 위로 올라가면서 누워 있는 허드슨의 모습이 드러났다.

나체가 아니라 환자복을 입고 있었는데 잠들어 있었다.

소피아가 나직하게 말했다.

“허드슨, 그만 일어나.”

“벌써 회복 치료가 끝났습니까?”

“그래. 끝났어.”

간호사들이 부축을 하면서 상체를 일으켜 주었다.

허드슨의 얼굴은 혈색이 아주 좋았다.

첫날에 폐암과 전이된 암세포까지 전부 치료를 했었다.

그 이후 하루에 두 시간씩 회복 치료를 받았었다.

오늘이 마지막 3일째 회복 치료였다.

아직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첫날의 치료 전과 비교하면 겉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드슨, 몸의 컨디션은 어때?”

“아주 좋아요. 아프기 전보다 더 생생해진 거 같아요.”

“정말?”

“예, 정말입니다.”

“놀라워. 이렇게 다시 생생한 모습을 못 볼 줄 알았거든.”

“저도 그랬어요.”

“내일 오전에는 체크아웃을 하고 미국 맨해튼으로 돌아가자.”

“예, 저도 거주지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래. 그러자.”

소피아는 생생해진 아들 허드슨을 보니 그동안의 근심걱정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아들 허드슨이다.

이제 건강해졌기에 너무 기분이 좋고 행복했다.

처음에는 의심스러워했고 믿지 못했었다.

그랬는데 이제는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기에 믿었다.

다음날 오전에 소피아는 아들 허드슨의 손을 잡고 로비로 가서 체크아웃을 했다.

숙박비와 식비들은 별도로 계산해야 하지만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니었다.

“소피아님, 6개월에 한번 정도는 방문을 하셔서 정밀 검사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안 그래도 다음에는 남편도 함께 올 생각이에요.”

“현명하신 생각이십니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우선이니 말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번에 아들 허드슨이 중병에 걸려 고통 받는 것을 보고는 평소에 더욱 건강관리에 힘을 쓰기로 마음먹었었다.

“허드슨님도 다시 건강해진 모습을 보니 저의 기분도 좋습니다.”

“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예, 다음에 뵙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헤븐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검은색 벤츠를 나누어 타고 김포공항으로 이동했다.

모두들 신속하게 출국 수속을 마치고 대기해 있는 자가용 비행기 보잉 737기에 탑승했다.

항공사의 여객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륙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힘차게 활주로를 달려 나가더니 이륙했다.

계속 상승을 하다가 수평으로 자리를 잡고 비행을 하자 허드슨이 창밖을 내다보며 시원한 오렌지주스를 마셨다.

그런 허드슨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소피아가 바라보며 평소 좋아하는 콜라를 마셨다.

“어머니, 이렇게 건강해진 몸으로 거주지로 돌아간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사실 나도 그래.”

“헤븐 리조트의 메디칼베드라는 것이 엄청난 의료기기였습니다.”

“그래. 세상에 그런 엄청난 기능을 가진 의료기기가 존재하고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았어.”

“만약 돈이 없었다면 그런 치료 혜택을 받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래. 이럴 때에는 상류층이고 돈도 여유가 있어서 가능했던 거야.”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쨌든 거주지로 돌아가면 아빠가 아주 좋아하겠어.”

“예, 저도 아빠가 빨리 보고 싶습니다.”

“그래. 그동안 고생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어머니께서 더 마음고생이 심했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나는 아들이 건강해졌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뻐.”

“저도 그렇습니다.”

“아들, 오랜만에 한번 안아보자.”

“예, 어머니.”

허드슨이 좌석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어머니 소피아에게 안겼다.

그런 아들을 꼭 안아주었다.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