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장 헤븐 리조트 (2)
대한민국 국정원.
똑똑!
문에 노크를 하고 나서 비서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제야 안보국장이 국정원장실로 들어갔다.
집무책상의 의자에 앉아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던 국정원장이 고개를 들어 안보국장인 김 국장을 쳐다보았다.
“원장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보고? 갑자기 무슨 보고?”
머리를 갸웃거린 국정원장이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소파로 다가와 자리를 권하면서 소파에 앉았다.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찻잔을 내려놓고 나갔다.
“김 국장, 갑자기 무슨 보고를 한다는 거지?”
“원장님께서도 헤븐 리조트를 아시지요.”
“헤븐 리조트라면 김현수 회장이 운영하는 곳이 아닌가.”
“예, 그렇습니다.”
“그게 왜?”
“김현수 회장이 개인자금 1천억 원을 투자하여 몇 개월 전에 헤븐 리조트 주식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송파구 잠실동에 10층짜리 럭키 빌딩을 사용하고 있지요.”
“나도 저번에 보고를 받아서 알고 있네. 그래서?”
“분명 리조트라고 하지만 리조트 같지 않습니다.”
“나도 처음에는 그게 좀 이상했는데 호텔처럼 운영할 수도 있잖아.”
“예, 그건 그렇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영국, 중동의 상류층 인물들이 찾아와 며칠 머물다가 돌아간다고 합니다. 특별히 휴양시설도 없는데 말입니다.”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게 어쨌다고?”
“해외의 상류층 인물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이 정말 수상합니다. 중병이 걸린 환자들도 있고 말입니다.”
“조용히 며칠 쉬었다가 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너무 수상한 점들이 많습니다. 불법 시술을 한다는 제보도 있습니다.”
“뭐, 불법 시술? 그래서 수색이라도 해보겠다는 건가?”
“허락만 해주시면 한번 수색을 해보고 싶습니다.”
국정원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김 국장을 쳐다보았다.
“김 국장, 자네 농담이지?”
“예? 농담 아닙니다.”
“그럼 진짜라고?”
“예, 그렇습니다.”
“허허, 이 친구 진짜 겁이 없는 것인가. 김현수 회장이 누구인지 몰라?”
“카오스 그룹의 회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수색을 해보겠다고.”
“예, 그렇습니다.”
“이거, 의욕이 너무 앞서다 보니 사리분별을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제정신이 아닌 건가?”
“저의 정신은 멀쩡합니다.”
돌려서 말을 하였지만 김 국장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서 답답했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으음, 내가 보기에는 자네 그동안 너무 일을 열심히 해서 피곤해서 헛소리를 하는 모양이니 며칠 휴가를 다녀오도록 해.”
“원장님, 갑자기 휴가라니요?”
“으음, 김 국장. 김현수 회장은 돈이 많고 재벌 회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 대통령까지도 눈치를 보는 인물이야.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거야. 그 영향력이 대한민국 곳곳에 미치고 있어. 그런 사람의 코털을 건드려서 어쩌겠다는 건가?”
“······”
“저번에 안 부국장이 김현수 회장의 뒷조사를 하다가 걸려서 옷 벗은 거 알고 있나.”
“으음, 알고 있습니다.”
“그걸 아는 사람이 이런 헛소리를 하는 거야?”
“······”
“카오스 그룹의 김현수 회장의 개인재산이 천문학적이며 대한민국과 세계 부자 순위 1위인 것은 알고 있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럼 김현수 회장의 부모와 동생들이 세계 부자 순위 2위부터 5위까지 올라 있는 것도 알겠군.”
“예, 알고 있습니다.”
김 국장이 꼬박꼬박 대답을 하는 것이 거슬렸다.
김현수 회장과 가족들의 개인재산이 천문학적이고 영향력도 어마어마했다.
상대가 만만해야 건드려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너무 무모했다.
거대한 바위에 날계란을 던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부딪쳐봐야 박살나는 것은 날계란이었다.
지금 김 국장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하려는 것인지 국정원장은 다 보였다.
“그런 엄청난 인물이 고작 1천억 원을 투자하여 헤븐 리조트 주식회사를 설립했어. 보통 사람에게는 1천억 원이 엄청난 돈이지만 김현수 회장의 개인재산으로 보면 1천억 원이 과연 큰돈일까? 내가 보기에는 껌 값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자네의 생각은 어때?”
“으음, 저의 생각에도 그런 거 같습니다.”
“헤븐 리조트 주식회사를 설립한지 겨우 몇 개월 되지 않았어. 천문학적인 수익이라도 올린 건가?”
“그건 아닙니다.”
“그럼 뭘 조사하겠다는 건가? 내가 보기에는 김현수 회장이 조용히 자신의 친분을 이용하여 영업을 하려고 만든 거라는 말이야. 시설이 아주 좋은 회원제 호텔이라고 보면 되는 거야. 서로 친목 도모 말일세. 그걸 건드려서 어쩌자는 건가? 수색을 하여 뭔가 위법적인 것이 나온다고 해보자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거 같나. 자네 그 뒷감당을 할 수 있겠어?”
“······”
“대통령도 눈치를 보고 10대 대기업 회장들과 재벌가에서도 눈치를 보네. 그런데 김 국장과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일까?”
“으음, 제가 너무 의욕이 앞선 거 같습니다.”
김 국장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현실을 직시했다.
생각을 해보니 정말 무모한 짓이라고 판단되었다.
설사 불법적인 의료 시술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거였다.
헤븐 리조트 관계자 몇 명이 구속되었다고 하더라도 김현수 회장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국정원장의 말대로 그 뒤에는 김현수 회장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였다.
그럼 뒷감당이 되지 않을 거 같았다.
사람을 살해한 것도 아니고 겨우 불법 의료 시술을 하였다고 해봐야 죄가 크지도 않았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봐도 자신이 너무 의욕이 앞섰다는 것을 느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 국장 자네가 나의 학교 후배라서 감싸주고 그런 것이 많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나갔어.”
“예, 저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라도 조사에 필요한 준비를 하였다면 당장 그만두고 깔끔하게 흔적을 남기지 말고 정리하도록 해. 자칫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소문이 나면 끝장이야. 국정원에 보이지 않는 눈과 귀가 많다는 건 자네도 알 거야.”
“으음,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두 번 다시는 헤븐 리조트에 관한 것을 꺼내지 말게. 자칫 자네의 목이 문제가 아니라 나까지 끝장 날 수 있어.”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만 나가봐.”
“예, 그럼.”
김 국장이 소파에서 일어나 국정원장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제야 국정원장이 찻잔을 들어 마시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자칫 나의 목까지 날아갈 뻔했어.”
대한민국에서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
그중에 한명이 바로 카오스 그룹의 김현수 회장이었다.
구급차 한 대와 검은색 벤츠 3대, 그리고 검은색 스타 밴 2대가 줄지어 헤븐 리조트의 지하 주차장 앞으로 다가와 멈추었다.
경비대원이 바로 확인을 하고 통과시켜 주었다.
차들이 줄지어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대기해 있는 유니폼을 입은 남자 직원들의 안내를 받고 빈자리에 주차를 했다.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와 흰색의 여성정장 유니폼을 입은 미녀 여직원이 서 있었는데 손에는 카오스패드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소피아와 여비서, 그리고 건장한 경호원 4명이 내렸다.
다른 경호원들은 조심스럽게 구급차의 뒷문을 열고 이동 침대를 내렸다.
이동 침대에는 소피아의 아들인 금발의 백인 허드슨이 누워 있었다.
“소피아님, 어서 오십시오.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입니다.”
“아,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이쪽은 실무를 담당하는 여직원입니다. 인사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미나 송입니다.”
서로 간단히 통성명을 나누었다.
그런 후에 송미나의 안내를 받으면서 엘리베이터로 다가갔다.
4대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모두 탔다.
이동침대를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엘리베이터가 넓었다.
특별히 이렇게 설치한 것으로 보였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더니 8층에서 멈추더니 문이 열렸다.
모두들 내려서 여직원인 송미나를 따라 802호로 다가갔다.
카드키를 가져다 대자 장금장치가 풀리면서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특급 호텔 스위트룸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럭셔리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70평형으로 절대 비좁지 않았다.
고급 소파와 테이블도 있고 욕실은 아주 넓고 럭셔리해서 마음에 들었다.
소피아와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 그리고 송미나가 소파에 앉았다.
여비서와 건장한 경호원들은 등 뒤에 서 있었다.
소피아가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에게 말했다.
“정말 아들의 병을 치료할 수 있나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선 메디칼베드에 누워서 정밀 검사를 받으면 10분이면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예? 정밀 검사 결과를 그렇게 빨리 알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어지간한 중병이라고 하더라도 두 시간에서 3시간 정도면 치료가 가능합니다.”
“그렇게 뛰어난 의사가 있었나요?”
“의사가 아닙니다. 메디칼베드입니다.”
“메디칼베드?”
“캡슐 형으로 생긴 의료기기입니다.”
“예? 그럼 의료기기로 검사하고 치료도 한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런 게 있었다니 놀랍군요.”
“그럼 우선 정밀 검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간단히 회원 가입에 대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 설명을 드리세요.”
“예, 실장님.”
송미나가 나서서 손에 들고 있는 카오스패드를 보며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소피아는 남편 브로드에게서 회원에 관하여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랬는데 송미나로부터 좀 더 자세한 조건 등의 설명을 들었다.
크게 어렵거나 복잡한 것은 아니라서 한번 들으니 대부분 이해가 되었다.
“소피아님, 이해가 되셨습니까?”
“그래요. 결국은 가장 비싼 슈퍼 프리미엄회원으로 가입을 하는 것이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거군요.”
“뭐,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설명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어쩌죠?”
“치료를 하지 못하거나 실패하는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요. 그때에는 어떻게 보상을 할 거죠?”
“간단합니다. 회원 가입비의 두 배로 배상을 해드립니다. 그리고 만약 환자가 사망하게 되거나 한다면 3배로 배상을 해드리니 충분히 보상은 될 겁니다.”
“호오, 3배로 배상한다면 슈퍼 프리미엄회원으로 가입하면 10억 달러이니 30억 달러로 배상한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아직 그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고 말입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요.”
“메디칼베드를 이용해보시면 저의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게 될 겁니다.”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의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니 믿음이 생겼다.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남편과 통화를 했었는데 10억 달러를 지불하더라도 슈퍼 프리미엄회원으로 가입을 하라고 했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가족과 친척들까지 혜택을 받을 수가 있다고 했다.
“좋아요. 그럼 10억 달러짜리 슈퍼 프리미엄회원으로 가입을 할게요.”
“현명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가 손짓을 하자 송미나가 계약서를 내밀었다.
소피아가 계약서를 집어 들고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독소 조항이나 불리한 조건은 없었다.
손해배상 부분도 정확하게 표시가 되어 있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회원 가입비의 2배로 배상하고, 만약 환자가 죽으면 3배로 배상하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소피아가 여비서에게 계약서를 읽어보도록 건네었다.
여비서가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어보더니 머리를 끄떡이면서 말했다.
“독소 조항이 없고 전혀 불리한 조건도 없습니다.”
“그래? 그럼 계약서에 사인을 해도 되겠군.”
“예, 그렇게 하세요.”
스윽! 슥슥!
소피아가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런 다음에 여비서가 노트북을 펼치자 소피아가 직접 스위스 바젤 은행의 계좌번호로 10억 달러를 입금시켰다.
“방금 10억 달러를 입금시켰으니 확인을 해보세요.”
“예, 그럼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스위스 바젤 은행의 계좌번호를 조회하여 입금을 확인해 보았다.
소피아의 말대로 10억 달러가 입금되었다.
“10억 달러 입금을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바로 정밀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저희 직원들이 환자복을 전달해 드릴 테니 속옷까지 다 벗기고 환자복으로 갈아입히시면 됩니다. 그럼 휴게실로 이동하여 정밀 검사에 들어갈 겁니다.”
“알겠어요.”
이렇게 하여 직원들이 비닐에 들어 있는 환자복을 전달하자 경호원들이 나서서 조심스럽게 허드슨이 입고 있는 옷과 속옷까지 전부 벗기고는 환자복으로 갈아입혔다.
그제야 이동 침대를 밀고 스위트룸을 나와 휴게실로 이동했다.
“이게 휴게실?”
“전혀 특별한 것이 없는데요?”
“정말 그러네?”
소피아와 여비서, 그리고 경호원들이 휴게실 내부를 살펴보고는 살짝 황당했다.
천장과 벽이 흰색으로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캡슐형 메디칼베드가 설치되어 있었고, 한쪽에는 고급 소파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는 간단한 구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