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172화 (172/217)

제47장 메디칼베드 (3)

미국 텍사스의 명문 가문인 퓨리 가의 가주 퓨리는 수년 전부터 파킨슨병에 걸려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 친분이 있는 유니온 가문의 아이젠이 찾아왔다.

차를 마시다가 은밀히 헤븐 리조트에 관하여 알려주었다.

“뭐? 그런 곳이 있다고?”

“그렇다니까. 아시아의 대한민국이라는 곳인데 헤븐 리조트에 가면 메디칼베드라는 것이 있다고 하더군. 세상의 모든 병을 다 고쳐준다고 하더라고.”

“그게 말이 되나?”

“나도 처음에는 믿지 못했어. 그런데 말이야. 샌프란시스코의 허버트 가문 알지?”

“그럼 알지. 그런데?”

“허버트 가문의 후계자 심슨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반신불수가 되어서 5년 넘게 침대에 누워 지내고 있기에 큰 고통을 받고 있어.”

“나도 그 소문은 들었어. 두 번이나 자살시도를 하였다가 미수에 그쳤다면서?”

“그래 맞아. 그랬었던 심슨이 어느 날 무슨 소문을 들었는지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하여 아시아의 대한민국으로 날아갔어. 수도 서울의 헤븐 리조트라는 곳으로 찾아갔는데 며칠 후에 돌아왔는데 글쎄 반신불수였던 심슨이 생생해진 모습으로 태연하게 걸어 다닌다고 하더라고.”

“뭐? 반신불수였던 사람이 그게 말이 돼?”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심슨이 걸어 다니는 건강한 모습을 목격했어. 그 일로 인하여 샌프란시스코의 상류층 인사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하더라고.”

“흐음, 그래서 그게 헤븐 리조트에 가서 완치되어 돌아왔다는 거야?”

“그렇다니까. 황당하지만 나도 조사를 해보니 사실이었어.”

“으음, 아이젠 자네가 이런 일로 나에게 농담이나 할 사람은 아니지.”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자네도 이렇게 고통받으면서 살 게 아니라 당장 알아보고 준비하여 헤븐 리조트에 다녀오게.”

“정말 나도 파킨슨병을 완치할 수 있을까?”

“물론이네. 병원에 가봐야 특효약도 없어. 완치는 더욱 불가능하고 말이야.”

“그건 그래.”

“속는 셈치고 한번 알아보고 다녀오는 것이 좋겠네. 언제까지 파킨슨병으로 고통받고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으음, 충고 고맙네. 한번 알아보겠네.”

“그래. 건강해진 몸으로 우리 식사나 하세.”

“만약 자네의 말이 모두 사실이고 내가 파킨슨병을 완치한다면 절대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퓨리의 말에 아이젠이 머리를 끄떡였다.

아이젠이 돌아가고 나서 퓨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혼자만의 사색에 빠졌다.

퓨리가 앓고 있는 파킨슨병은 뇌간의 중앙에 존재하는 뇌흑질의 도파민계 신경이 파괴됨으로써 움직임에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도파민은 뇌의 기저핵에 작용하여 우리가 원하는 대로 몸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신경전달계 물질이다.

증상이 악화되면서 마비와 치매로 이어져 결국 사망하게 된다.

약물 치료와 운동 치료를 하면 늦출 수는 있지만 완치는 어렵다.

그런데 완치할 수도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이젠이 찾아와서 해준 말인데 농담이나 거짓은 아닌 거 같았다.

정확한 것은 알아봐야 알 수 있었다.

“흐음, 조사를 해본다고 손해날 것은 없겠지.”

하산 집사를 불러서 아시아의 대한민국 서울에 위치한 헤븐 리조트에 관하여 조사를 지시했다.

불과 반나절 만에 입수한 정보를 가지고 와서 보고했다.

“어찌 되었나?”

“알아보니 겉으로는 리조트였지만 실상은 은밀히 회원제로 운영되는 병원 같은 곳이었습니다.”

“겉은 리조트인데 실상은 회원제 병원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얼마 전부터 입소문이 나면서 상류층에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메디칼베드라는 곳에 누워서 정밀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아 완치한다고 합니다.”

“호오, 사기가 아니라 진짜라고?”

“예, 회원 가입은 크게 1천만 달러를 주면 정회원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1억 달러를 지불하면 프리미엄회원이 되고, 마지막으로 최상급의 모든 병을 치료받을 수 있는 10억 달러짜리 슈퍼 프리미엄회원이 있다고 합니다.”

“으음, 정회원이 1천만 달러라고?”

“예, 가주님. 상상 이상으로 비싼 회원 가입비였습니다. 세부적인 것은 직접 찾아가서 들어봐야 하지만 회원 등급마다 차등 적용을 받는다고 합니다.”

“흐음, 그런 곳이 있다니 놀랍군?”

일단 사기나 거짓은 아니었다.

퓨리는 파킨슨병에 걸려도 비싼 약물을 주입받고 있어서 병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었다.

중산층만 되었다고 하더라도 비싼 약물을 감당하지 못했을 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퓨리는 몸이 많이 나빠졌다.

지금의 몸 상태로는 올해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다.

절망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명문 가문에 천문학적인 달러를 보유하고 있어도 소용없었다.

그랬는데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보게 되었다.

“하산 집사,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만 상류층 인사들 중에 몇 명이 치료를 받고 완치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것을 보면 가주님의 파킨슨병도 어쩌면 완치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으음, 정말 나의 파킨슨병도 완치가 가능할까? 의사의 말로는 아직은 치료약이 없다고 하는데 말이야.”

“예,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헤븐 리조트에 가보면 어쩌면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하산 집사는 아주 신중한 성격이기에 허튼 소리나 농담조차 하지 않는다.

그랬기에 퓨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기에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하더라도 장거리 비행이기에 부담이 되었다.

그만큼 몸 상태가 좋지 못하였다.

“흐음, 어쩌면 나에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겠군.”

“가주님,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시도를 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대로 죽는 날만 기다리는 것은 아닌 거 같습니다.”

“으음, 역시 하산 집사야. 나도 사실 그래.”

“현명하게 잘 결정하셨습니다. 그럼 당장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네.”

이렇게 하여 몇 시간 후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

헤븐 리조트에 연락하여 미팅 약속을 하고는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대한민국으로 날아갔다.

빠앙! 빵빵!

아들 황룡이가 200만 원짜리 흰색의 벤틀리 어린이 전동 자동차를 타고 거실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현수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내 이지연은 딸 루비에게 모유를 먹이고 있었다.

‘이런 게 바로 행복이지. 행복이 별 거 있나?’

사랑하는 아내 이지연이 곁에 있고 딸 루비는 모유를 먹고 있다.

아들 황룡이는 전동 자동차를 타고 거실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그게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이런 호사는 현수조차 누리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아들과 딸에게는 모든 것들을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현수의 마음도 그런 부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태어날 때부터 다이아몬드 수저를 가지고 태어났기에 버릇이 없고 이기적이며 자신밖에 모른다면 그건 곤란하다.

그것을 막기 위하여 내년부터는 예의범절과 기본적인 교육은 가르칠 생각이다.

어려서부터 가치관이 확립할 때까지는 착하고 제대로 자라야 했다.

만약 삐뚤어지거나 한다면 훗날 재앙이 될 수도 있었다.

‘나의 아들과 딸은 절대 그렇게 만들지 않을 거야.’

많은 것들을 가지고 태어난 만큼 의무도 부여할 생각이다.

왕관의 무게만큼 견디면서 생활을 해야 했다.

만약 현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절대 많은 재산을 상속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상류층 인사보다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하게 될 것이지만 말이다.

신나게 타던 전동 자동차에서 내린 아들 황룡이가 생수를 마시고 나서 다가왔다.

현수가 그런 아들 황룡이를 안아주었다.

“잘 놀았어?”

“예, 재미있었어요.”

“아빠가 보기에도 그랬어.”

모유를 배불리 먹은 딸 루비는 트림을 하고 나서 잠들었기에 가사 도우미가 요람에 눕혔다.

아내 이지연이 뒤처리를 한 후에 남편 현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아들 황룡이는 엄마의 품에 안겼다.

“뭐 먹고 싶습니까?”

“비빔국수와 떡볶이, 그리고 순대와 김밥으로 먹고 싶어요.”

“이런 것들은 직접 만들어 먹는 것보다는 잘하는 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것이 더 맛있습니다.”

“그건 그래요.”

거주지 인근에는 아내 이지연이 말한 것들을 파는 분식집들이 몇 곳이나 되었다.

그랬기에 얼마든지 구입해 먹을 수가 있었다.

현수가 가사 도우미에게 지시하여 비빔국수와 떡볶이, 그리고 순대와 김밥을 주문하도록 했다.

오토바이 배달을 시키지 않고 가사 도우미가 직접 가서 포장하여 구입해왔다.

아들 황룡이는 아직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없었기에 대신 이유식을 먹였다.

그런 다음에 차려진 것들을 보고 활짝 미소 지었다.

“정말 먹음직스러워요.”

“내가 보기에도 그렇군요.”

비빔국수부터 먹어보고는 머리를 끄떡였다.

젓가락으로 집어서 내밀었다.

그것을 현수가 먹어보고는 머리를 끄떡였다.

“어때요?”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그렇죠?”

아내 이지연이 아주 맛있게 비빔국수를 먹더니 떡볶이와 순대, 김밥도 번갈아 가며 잘 먹었다.

현수도 곁에서 별미로 함께 먹었다.

어떻게 보면 아주 사소한 일상의 모습이지만 이게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에는 참치 해체 쇼도 보면서 참다랑어를 해체하여 부위별로 먹었었다.

그건 그거대로 맛있지만 이렇게 분식을 먹는 것도 나름 좋았다.

아내 이지연이 아주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을 보니 현수의 기분까지 좋아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헤븐 리조트에 검은색 벤츠 S클래스 3대가 멈추었다.

비서가 재빨리 내려서 차 문을 열어주자 미국 텍사스의 명문 가문인 퓨리 가의 가주 퓨리가 내렸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서 몸 전체가 좋지 않았다.

비서가 재빨리 부축을 해주었다.

10층짜리 럭키 빌딩 즉, 헤븐 리조트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 평범한 빌딩형 호텔 같은 느낌이었다.

잠실한강공원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기에 조망은 좋을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퓨리는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흐음, 이곳이 과연 나의 병을 고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아주 절박하기에 미국에서 아주 먼 아시아의 대한민국까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온 거였다.

차들은 지하 주차장으로 안내를 받아 이동을 했다.

퓨리와 일행들은 안내인의 인사를 받으면서 헤븐 리조트로 들어갔다.

1층 로비는 럭셔리하면서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와 미녀 여직원들이 로비에서 퓨리와 일행들을 맞이하더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내렸다.

“9층에는 4개의 스위트룸이 있고 휴게실이 있습니다. 전망이 좋은 902호실로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부탁해요.”

902호실의 출입문에 설치되어 있는 카드키를 가져다 대자 출입문의 잠금장치가 풀렸다.

그렇게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특급 호텔의 스위트룸처럼 아주 럭셔리하게 꾸며져 있었다.

“어떻습니까?”

“아주 깔끔하고 좋군요.”

“시설이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잠시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시다가 한 시간 정도 후에 본격적으로 상담을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바로 상담을 시작할까요?”

“바로 상담을 시작합시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상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가 손짓을 하자 미녀 여직원이 나서서 유창한 영어로 설명을 시작했다.

헤븐 리조트에 관한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퓨리와 비서가 머리를 끄떡였다.

설명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쉽게 이해가 되었다.

그제야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가 말했다.

“원래는 이곳이 회원제로 운영이 되기에 회원 가입이 되지 않으면 검사조차 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홍보 기간이기에 정밀 검사까지는 서비스 차원에서 해드립니다. 치료나 시술은 회원 가입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알겠소. 바로 정밀 검사를 시작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입고 계시는 옷과 속옷까지 전부 벗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으시면 휴게실로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은 잠시 밖에 나가 있을 테니 준비가 되시면 알려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소.”

이렇게 하여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와 미녀 여직원이 밖으로 나갔다.

퓨리의 비서가 나서서 옷과 속옷까지 다 벗겨 주었다.

환자복이 비닐 포장이 되어 있어서 새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준비되어 있는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퓨리의 비서가 스위트룸을 나왔더니 복도에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와 미녀 여직원이 대기해 있었다.

“퓨리님의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그래요.”

“좋습니다. 그럼 휴게실로 이동을 하시죠.”

이렇게 하여 모두들 휴게실이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휴게실로 들어갔더니 벽과 천장이 흰색이고 가운데에 캡슐형 침대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다.

너무나 간단해서 황당하기까지 했다.

“여기에서 정밀 검사와 시술이 이루어지는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저 기계가 바로 메디칼베드입니다. 우선 저기에 누우시면 됩니다.”

비서의 부축을 받으면서 퓨리가 메디칼베드에 누웠다.

모두들 지켜보는 가운데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가 말했다.

“정밀 검사는 10분 이내에 끝이 나니까 크게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편안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누워 계시기만 하면 됩니다. 전혀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고통이 있거나 하지도 않고 말입니다. 아시겠지요?”

“으음, 알겠소.”

“그리고 투명한 덮개가 내려와 닫히겠지만 비서나 경호원들이 전부 지켜보고 있으니 안심을 하셔도 됩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럼 본격적으로 정밀 검사를 실시하겠습니다.”

꾸욱!

상담실장인 로버트 최가 버튼을 누르자 투명한 덮개가 스르르 내려와 닫혔다.

모두들 지켜보는 가운데 기이한 빛이 생겨나더니 누워 있는 퓨리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2번을 왕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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