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장 달콤한 휴가 (3)
스윽! 슥슥!
현수가 100호짜리 캔버스에 유화로 꽃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본적이 없는 그런 독특한 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구에는 없는 꽃이었다.
다른 은하계의 외계 행성에서 자생하는 꽃으로 ‘둔드리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색깔과 모양이 아름답지만 사실 알고 보면 육식을 하는 꽃이었다.
고양이 정도 크기의 동물들이나 그것보다 작은 동물들을 마비시켜서 소화액으로 녹여서 빨아 먹는다.
그런 둔드리안 꽃밭을 떠올리고 그리고 있는 거였다.
-주인님, 독특한 꽃으로 보입니다.-
“그럴 거야. 지구에는 없는 둔드리안이라는 꽃이지.”
-둔드리안?-
“겉으로 보기에는 색깔과 모양이 예쁘지만 육식을 하는 꽃이야.”
-아, 그렇습니까?-
“그래.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지. 그렇지만 색깔과 모양이 아름다우니 그림으로는 좋게 보일 거야.”
-예, 아름답게 보이는 꽃입니다.-
“후후후, 그래서 하는 말이야. 불편한 현실이니 오히려 모르는 것이 더 좋을 거야.”
-예, 정말 그런 거 같습니다.-
살짝 경사가 진 언덕에 풍성한 잎을 자랑하는 나무 한 그루와 주변으로는 온통 둔드리안 꽃으로 뒤덮인 꽃동산이라 할 수 있었다.
약간 추상화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의 유화 작품이었다.
완성되면 제법 그림으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현수는 요즘 시간이 나면 이렇게 그림을 그린다.
작품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개인전을 열어볼 생각이기 때문이었다.
“둔드리안이 다른 은하계의 외계 행성에서 자생하는 꽃인 것을 모르고 단순히 추상화라고 생각하면 멋지지?”-예,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굳이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지는 않을 거야. 상상 속의 꽃으로 즉, 추상화로만 생각하도록 말이야.”
-그런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역시 나와 말이 통하는군.”
-저는 언제나 주인님과 마음이 잘 통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클론 1호의 말에 현수가 머리를 끄떡였다.
인터넷 검색으로 인하여 스스로 학습을 하기에 처음보다 수십 배나 더 각종 지식으로 채워졌다.
그런 만큼 현수와 대화가 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
보통 사람들은 현수와 수준이 비교가 되지 않았기에 깊은 이야기는 나누지 않는다.
그나마 이렇게 클론 1호는 대화 상대가 되기에 나름 약간 깊이가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현수의 붓칠은 워낙 거침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림이 아주 빠르게 진행이 되어 어느새 완성을 앞두고 있었다.
보통 프로 화가들이 한 작품을 구상하고 그리고 채색에 완성을 하려면 며칠에서 수개월이 걸린다.
어떤 경우에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현수는 뚝딱 겨우 2시간에서 3시간 만에 그림 한 점을 완성해 버린다.
누구도 이런 현수의 그림 실력을 알지 못하였다.
10호짜리 캔버스 유화 작품도 아니고 무려 100호짜리 캔버스 유화 작품이었다.
2시간에서 3시간 만에 완성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수는 가능했기에 다른 프로 화가가 이것을 보았다면 믿지 못하였을 거였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주인님, 취미로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는 것도 좋은 거 같습니다.-
“물론이지. 그림을 그리는 것도 매력이 있고, 음악의 작사와 작곡,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아.”
-곁에서 제가 지켜보기에도 그런 거 같습니다.-
“클론 1호도 그림을 그리고 싶은 거야?”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곁에 준비를 해서 한번 그림을 그려봐.”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야.”
-주인님, 감사합니다.-
“천만에.”
-그럼 저도 그림을 한번 그려보겠습니다.-
“그렇게 해.”
현수의 허락을 받았기에 클론 1호가 나서서 10호짜리 캔버스를 하나 준비하더니 스케치부터 하였다.
클론 1호는 특수합금으로 이루어진 몸체이지만 인간형이었다.
손가락이 10개이며 발가락도 10개였다.
그랬기에 인간들처럼 손가락이나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다만 로봇은 창의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클론 1호는 스스로 학습을 통하여 석학을 능가하는 수준이 되었다.
그런 만큼 얼마든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사람의 화가처럼 한 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양손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장이나 실수가 없었다.
“호오, 제법인데?”
-감사합니다.-
“그냥 형식상으로 칭찬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잘 그려서 그래.”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가 중요해서 일단 풍경화로 선택하여 그려보는 겁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야.”
현수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클론 1호는 프로 화가처럼 아주 능숙하게 스케치를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멋진 스케치가 완성되었다.
채색을 하려고 준비하였다.
그것을 보고 현수가 머리를 끄떡였다.
멋진 작품이 하나 나올 거 같았다.
스케치만으로도 대가의 냄새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클론 1호 로봇이라니 사람들이 알면 경악할 일이었다.
스윽!
현수가 손짓을 하자 2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양문 냉장고의 문이 열리더니 오렌지주스가 밖으로 나왔다.
오렌지주스 통의 뚜껑을 염력으로 조종을 하여 투명한 유리 주스 잔에 오렌지주스를 부었다.
그런 다음에 다시 뚜껑을 닫아서 양문 냉장고에 넣고 문을 닫았다.
투명한 유리 주스 잔을 염력으로 끌어당겨서 잡았다.
절반 정도 오렌지주스를 마시고 잔을 내려놓고는 완성한 100호짜리 캔버스 유화 작품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흐음, 내가 그려서 완성하였지만 멋지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클론 1호도 스케치 실력이 상당한데?”
-감사합니다.-
현수가 형식상으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클론 1호가 10호짜리 캔버스에 그린 스케치는 아주 훌륭했다.
양손을 다 사용해서 채색을 하고 있었는데 조금씩 그림이 완성되어 갔다.
클론 1호는 인공지능을 채택하였고, 스스로 학습을 통하여 똑똑해졌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창작 능력도 발휘를 하고 있었다.
단순히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뛰어넘는 재능이었다.
“아유, 잘 먹는다. 맛있어요?”
거실 소파에 앉은 이지연이 딸 김루비에게 모유를 먹이고 있었다.
아들 황룡이는 요람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딸 김루비는 모유를 먹으면서도 시선은 엄마 이지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강남 최고 산부인과 의원에서 출산을 하고 나서 이틀 만에 퇴원을 했었다.
시설 좋은 산후조리원들도 있었지만 유명 인사다 보니 무슨 말이 나올지 몰랐다.
고액의 산후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한다, 안 한다 등의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싫었다.
거주지에서도 충분히 산후조리를 할 수가 있었다.
안 그래도 육체적으로 힘든데 정신적인 것까지 시달리기 싫어서 아예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지 않은 거였다.
그렇게 편하게 쉬려고 거주지로 돌아와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거였다.
현수가 양손에 찻잔을 들고 다가오더니 티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
모유를 먹던 루비가 눈동자만 움직여서 아빠 현수를 쳐다보았다.
태어난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기에 엄마와 아빠를 겨우 알아보는 정도일 거였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이인 거였다.
그렇지만 이지연과 현수에게는 무엇과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귀한 보물이다.
스윽!
현수가 석류착즙 주스가 들어 있는 찻잔을 들더니 빨대를 살짝 기울이자 아내 이지연의 입술이 다가오더니 맛있게 빨아먹었다.
“맛있습니까?”
“예, 맛있어요.”
“착즙한 거라서 맛도 진하고 좋을 겁니다.”
“그러네요.”
현수가 직접 석류를 착즙하여 찻잔에 담아온 거였다.
그랬는데 아내 이지연이 맛있게 잘 먹자 기분까지 좋아졌다.
딸 김루비가 모유를 다 먹자 등을 가볍게 두드려서 트림을 시켜주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칫 구토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트림을 해주어야 했다.
갓난아이가 트림을 하는 것이 귀엽고 신기하기도 했다.
아주 사소한 움직임에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어느새 딸 김루비가 꾸벅꾸벅 졸았다.
가사 도우미가 다가오자 딸 김루비를 넘겼고, 조심스럽게 깨지 않도록 하면서 요람에 눕혔다.
신속하게 뒤처리를 한 후에 티 테이블에 내려놓은 주스 잔을 집어 들더니 석류 착즙 주스를 우아하게 마셨다.
“진하고 맛있어요.”
“착즙이라서 그렇습니다.”
아내 이지연이 머리를 끄떡였다.
출산한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몸이 많이 회복되었다.
현수가 밤에 은밀히 마나샤워를 펼쳐서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벌써 출산하고 5번이나 마나샤워를 받았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몸을 회복하지는 못했을 거였다.
그렇지만 아내 이지연은 이런 것을 모른다.
그냥 산후조리를 잘해서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현수는 조금도 섭섭하거나 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했다.
‘나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들은 누구든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현수가 찻잔을 집어 들어 김이 모락 피어나는 원두커피를 마셨다.
아내 이지연도 남편 현수가 원두커피를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거 어디 거예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원두커피입니다.”
“그래요? 나도 마시고 싶다.”
“한 모금 마셔 봐요.”
“아니에요. 그걸 한 모금이라도 마시고 그러면 자꾸 마시고 싶어질 거예요. 나중에 잠을 못 잘 수도 있어요.”
“그럼 산후조리가 완전히 끝나면 마셔요.”
“알았어요.”
요람에 잠든 아들 황룡이가 깨어났다.
손짓하는 것을 보고 현수가 찻잔을 내려놓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요람에 누워 있는 아들 황룡이를 안아 들었다.
하품을 하면서 두리번거리다가 엄마를 보고는 활짝 미소 지었다.
아내 이지연에게 넘겨주었더니 뽀뽀를 하고 가슴에 안았다.
엄마 품속이 푸근하고 좋은지 아들 황룡이가 가만히 있었다.
청담동 카오스베이 호텔 인피니티 풀장.
비키니를 입은 몸매 좋은 미녀들이 물에서 헤엄을 치거나 삼삼오오 모여 포즈를 취하면서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었다.
서울의 랜드마크로 인식이 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청담동 카오스베이 호텔은 55층이지만 그 위에 하늘 정원이라고 하는 스카이 파크가 만들어지면서 57층이 되었다.
3개의 타워를 연결해 놓았기에 아주 길고 넓은 하늘 정원이 되었다.
여기에 인피니티 풀장에서는 물놀이를 즐길 수가 있으니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멋지다.”
“한강이 다 보여.”
“서울 도심이 너무 아름다워.”
처음에 현수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청담동 카오스베이 호텔을 신축할 때만 하더라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다른 곳도 많은데 하필이면 땅값이 아주 비싼 청담동에 신축하는 거였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장인 현수의 카리스마에 누구도 나서서 반발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청담동 카오스베이 호텔이 완공되고 개장을 하자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엄청난 매출과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지금도 인기는 식지 않고 계속 높아지고 있었다.
“대단하다.”
“놀라워.”
“역시 회장님의 사업을 보는 안목은 따라갈 수가 없어.”
“이제는 이곳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었어.”
안 그래도 현수가 진출하는 산업마다 모두 대성공을 거두었었다.
그런데 청담동 카오스베이 호텔까지 완공하여 개장을 하자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제는 누구도 현수가 하는 일에 반박을 하지 못하였다.
오늘은 광고 촬영 팀이 방문하여 인피니티 풀장의 한쪽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비키니를 입은 멋진 몸매의 미녀들이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연출하여 촬영하고 있는 거였다.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촬영을 구경하기도 했다.
미녀의 손에는 스마트폰 카오스 3폰을 들고 있었다.
인피니티 풀장에 떨어 드렸는데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꺼내었다.
핸드폰이 물에 들어가면 바로 고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녀 모델은 태연하게 물에서 건져낸 스마트폰 카오스 3폰을 들고 통화를 했다.
생활방수와 10미터 방수를 채택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과장될 정도로 놀란 표정으로 미녀를 쳐다보았다.
“커트!”
“아주 좋았습니다.”
“오늘 촬영은 여기에서 끝입니다.”
“모두 수고했어요.”
짝짝짝짝!
박수를 치면서 촬영이 예상보다 빠르게 끝이 났다.
촬영 팀이 물러나자 다시 사람들이 풀장으로 들어갔다.
청담동 카오스베이 호텔의 인피니티 풀장은 이렇게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