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148화 (148/217)

제41장 항공모함 기부 (1)

부산 해운대의 제네시스 타워 아파트 복층 펜트하우스.

79층과 80층을 복층으로 만들었기에 무려 496평형이나 되었다.

이렇게 넓고 탁 트인 파노라마 전면 유리창으로 인하여 푸른 바다를 항상 내려다 볼 수 있었다.

“황룡이는 뭐 하고 있습니까?”

-조금 전에 모유를 먹고 잠들었어요.-

“그렇군요. 옆에 없으니까 허전하고 보고 싶습니다.”

-나도 사실 현수씨가 보고 싶어요.-

“오늘은 어쩔 수가 없고, 내일은 제주도의 애월읍에 있는 별장으로 갈 것이니 그곳으로 와요.”

-알았어요. 그럼 내일 제주도 애월읍의 별장에서 봐요.-

“예, 그럼 쉬어요.”

-예, 알았어요. 사랑해요.-

“나도 사랑합니다.”

통화를 종료한 현수가 흰색의 스마트폰 카오스 1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클론 1호가 나직하게 말했다.

-주인님, 원두커피입니다.-

“그래. 고마워.”

클론 1호가 내미는 머그잔을 받아 들었다.

향긋한 원두커피 향이 좋았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원두인데 현수의 입맛에도 잘 맞아 좋아한다.

한 모금 마시고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해운대의 바다와 광안리의 바다까지 다 보였기에 탁 트인 전망이 너무 좋았다.

20층 정도의 낮은 층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는 것과 이렇게 80층의 초고층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은 크게 달랐다.

클론 1호는 현수처럼 감수성이 예민하고 풍부하지는 않았기에 정확하게 현수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주인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둘째 아이를 생각하고 있었어.”

-아직 임신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출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생각이 문득 나고 그래.”

-그러시군요. 저는 그런 감정이 잘 이해는 되지 않습니다.-

“클론 1호는 로봇이니 그럴 거야. 둘째는 딸이면 좋겠는데 말이야.”

-많이 궁금하신 모양이군요.-

“사실 그래.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상관은 없지만 이왕이면 딸이면 좋겠다는 거야. 건강하게 태어나기만 해줘도 감사하고 고맙고 그래.”

-사모님께서 태교에 신경을 쓰고 계시니 크게 걱정을 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클론 1호의 말에 현수가 살짝 머리를 끄떡였다.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창밖을 바라보면서 머그잔의 원두커피인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마시는 것이 너무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를 다 마시고 자리를 옮겨 거실 소파에 앉으면서 티 테이블에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클론 1호는 머그잔을 메인 주방에 가져다 놓고 인터넷 검색이나 하고 있어. 나도 이곳에서 명상을 좀 해야겠어.”

-예, 알겠습니다.-

클론 1호가 티 테이블에 내려놓은 머그잔을 집어 들더니 메인 주방으로 걸어갔다.

현수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여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책들을 꺼내어 펼쳤다.

마음을 3개로 나누어서 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렇게 3가지의 책들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좋았다.

방대한 양의 책들이라서 어떤 책들이 튀어나올지는 현수 자신조차도 알지 못하였다.

그 덕분에 다른 은하계의 외계 행성에 대한 지식이나 문화까지 알게 되어서 흥미롭고 좋았다.

아주 가끔씩 아카식 레코드에 다시 이동해보고 싶었지만 그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입수하여 머릿속에 저장해 놓은 것만 하더라도 너무 방대해서 다 읽어 보는 것도 쉽지 않을 거였다.

초능력과 마법 수련도 중지를 하였으며, 신약을 복용하는 것도 그랬다.

더 이상 신약을 복용하여 마비 상태로 지내는 것도 크게 의미가 없었기에 중단한 거였다.

가끔씩 수정 여의주에 농축되어 있는 마나를 흡수하여 마력으로 가공하여 심장 옆에 회전을 하고 있는 서클에 저장시킨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집중적으로 수련하는 것은 아니었다.

간단하게 두 시간 정도만 농축 마나를 흡수하는데도 불구하고 충분했다.

현수는 현자가 될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방대하고 다양한 지식을 접하고 각인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자처럼 되어 가고 있었다.

‘후후후,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것이 좋아졌어.’

현수가 예전에는 이렇지는 않았었다.

그랬는데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는 아카식 레코드에서 입수한 방대한 책들을 꺼내어 다시 읽어보고 각인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지식으로 바뀌었다.

그 영향으로 독보적인 수준의 석학을 능가하는 자가 되었다.

하지만 측근에게조차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았기에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현수 자신뿐이었다.

3시간이 휙 지나가자 머릿속의 책들을 읽는 것을 중지했다.

감았던 눈을 뜨면서 씨익 웃었다.

“클론 1호.”

-예, 주인님.-

“커피 한잔 부탁해.”

-예, 알겠습니다.-

클론 1호가 신속하게 움직여서 에티오피아 시다모 원두커피를 한잔 내려서 가져왔다.

머그잔을 건 내받은 현수가 커피 향부터 맡아보고는 머리를 살짝 끄떡였다.

“커피 향이 좋군.”

에티오피아 시다모 원두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니 향도 좋고 맛도 좋았다.

-주인님, 명상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까?-

“그래. 복잡했던 머릿속을 안정시키고 정리도 해주는 것이니 좋아.”

-그렇군요.-

클론 1호는 로봇이기에 이런 현수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또한, 먹는 것을 하지 못하기에 맛이나 이런 것도 체험을 한 적이 없어서 완전히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냥 단순하게 먹어야 영양분을 흡수하여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거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이 측근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거제도 카오스 조선소에서 군함들의 진수식에 참석하였다가 카오스 그룹의 김현수 회장을 만났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러니까 자주국방과 대양 해군의 꿈을 위하여 이제는 대한민국에서도 항공모함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을 제외하고 러시아와 영국, 프랑스가 중형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훗날에는 중국과 인도, 일본도 경 헬기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된다.

물론 대한민국도 경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되지만 말들이 아주 많고 논란도 컸었다.

어쨌든 항공모함을 보유한다는 것은 엄청난 국방력을 과시하는 일이었다.

막대한 예산도 들어가는 산업이라서 아무나 보유할 수 없었다.

“으음, 모두들 어떻게 생각하시오?”

“대통령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분명 야당이 반대하고 나올 겁니다.”

“여당에서조차 반대하는 자가 있을 겁니다.”

“아직은 항공모함을 보유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측근들조차 아직은 대한민국이 항공모함을 보유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한다.

대통령인 자신조차도 한 번도 항공모함을 보유하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카오스 그룹의 김현수 회장은 미국처럼 10만 톤급 초대형 항공모함은 무리라고 하더라도 6만 톤급이나 7만 톤급의 중형 항공모함을 2척이나 3척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도 충분히 이해는 되었지만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었다.

한두 푼이 들어가는 산업이 아니었다.

야당은 당연히 반대를 하고 나올 것이고, 그렇다고 여당에서도 전부 찬성하지는 않을 거였다.

강력한 반대 여론에 부딪치면서 좌초될 거 같았다.

“대통령님, 그리고 항공모함이라는 것이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정 실장의 말이 맞습니다. 항공모함의 갑판부터 최첨단 기술이 적용됩니다. 무엇보다도 함재기도 중요한데 그건 어떻게 해결하실 겁니까?”

“항공모함을 한 척 건조하는데 2조 원이나 3조 원은 들어갈 것이고, 이게 끝이 아니라 유지비도 엄청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국방비로는 감당을 할 수가 없습니다.”

2005년 현재 대한민국이 국방비는 20조 8천억 원이었다.

그렇기에 항공모함을 건조하면 방위력개선비와 전력운영비가 부족해진다.

그렇다고 국방비를 대폭 상승시킬 수도 없었다.

단순히 항공모함 한 척을 건조하는 것이 아니었다.

유지비도 들어가고 함재기에 각종 비용도 들어가니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흐음, 이런 사실을 김현수 회장이 모르지는 않을 텐데 갑자기 왜 항공모함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대통령은 측근들과 회의를 해보니 아직은 항공모함을 보유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제주도 애월읍의 별장.

처척!

수직이착륙기 도토리가 착륙장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기이잉!

출입문이 열리면서 경호원들과 비서, 그리고 가사 도우미들과 함께 이지연이 아들 황룡이를 포대기로 감싸 안고 내렸다.

수직이착륙기 도토리가 여행사의 여객기를 타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편리하고 좋았다.

어디든지 이륙과 착륙을 손쉽게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선착장에 메가요트 카오스 마린 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수직이착륙기 도토리를 타고 날아오면서 남편 현수와 통화를 했었다.

한 시간 이내로 선착장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지연이 일행들과 함께 별장으로 들어가면서 고개를 돌려 보았더니 카오스 리조트 제주의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경치가 좋고 시설까지 최신 시설이라서 개장을 하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 될 거 같았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파노라마 유리창으로 푸른 제주 바다를 내려다보며 녹차를 마시고 디저트를 여유롭게 먹었다.

수평선에 메가요트 카오스 마린 호가 나타났다.

“어머, 이제 나타났네.”

메가요트 카오스 마린 호는 멀리에서 봐도 장관이었다.

해외에서는 이런 메가요트를 볼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유일했다.

물론 크기가 작은 요트나 럭셔리 보트는 몇 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느새 메가요트 카오스 마린 호가 선착장으로 다가오면서 속도를 줄이더니 조심스럽게 정박을 했다.

남편 현수와 클론 1호가 함께 배에서 내려 별장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황룡아, 아빠 오셨어요.”

꾸벅꾸벅 졸던 아들 황룡이가 아빠라는 말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거실 소파에서 일어난 이지연이 출입문으로 걸어갔다.

현수가 별장으로 들어오다가 아내 이지연을 보고는 살며시 안아주었다.

“보고 싶었습니다.”

“나도 보고 싶었어요.”

“황룡아, 아빠다. 아빠!”

아직 아들 황룡이는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빠를 알아보았다.

손가락을 내밀었더니 꼭 붙잡는 것이 너무 귀여웠다.

곧장 드레스 실로 들어가서 입고 있던 옷을 벗고 편한 캐주얼 복으로 갈아입었다.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아내 이지연과 나란히 앉았다.

아들 황룡이의 귀여운 재롱을 보며 즐거워했다.

어느새 모유 수유를 할 시간이 되었기에 아들 황룡이에게 먹였다.

배가 고팠는지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을 현수는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뱃속의 아이 때문에 더 힘들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절대 무리하면 안 되는 거 알지요?”

“그럼요.”

아들 황룡이가 모유를 배불리 먹고 나자 등을 토닥이면서 트림을 시켜주었다.

이런 모습 자체가 너무 귀여웠다.

모유를 배불리 먹었다고 어느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가사 도우미에게 아들 황룡이를 넘기자 요람에 눕혔다.

현수가 사랑스러운 아내 이지연에게 뽀뽀를 했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것을 감싸 안았다.

“현수씨와 이렇게 있는 것이 나는 좋아요.”

“나도 그렇습니다.”

“정말요?”

“그럼요. 사랑합니다. 이지연씨.”

“고맙고, 나도 사랑해요.”

보통 산모들은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고 하는데 이지연은 아니었다.

아들 황룡이와 남편 현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남편 현수가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신경을 써주기 때문이었다.

“아직 입덧이 있거나 하는 것은 아니죠?”

“그럼요.”

“그럼 오늘은 제주 흑돼지구이와 제주 은갈치 구이와 조림으로 해 먹을까요?”

“좋아요. 맛있겠어요.”

현수가 김 집사를 불러서 저녁 식사 메뉴에 관한 것들을 알려주었다.

“예, 차질 없이 준비하겠습니다.”

“그래요. 부탁합니다.”

“예, 회장님.”

김 집사가 물러가자 아내 이지연이 나직하게 말했다.

“모처럼 제주 흑돼지구이와 제주 은갈치 구이와 조림을 먹겠어요.”

“예, 입덧을 하면 냄새에 민감해지니 못 먹을 수도 있습니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건 그래요.”

갑자기 아내 이지연이 하품을 하더니 현수의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고 누웠다.

그런 아내 이지연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아, 편하고 너무 좋아요.”

“그럼 잠깐 낮잠을 자요.”

“그럴까요?”

“내가 곁에 있을 테니 자요.”

“알았어요. 그럼 조금만 자고 일어날게요.”

아내 이지연은 현재 임신이라서 자주 피곤하여 낮잠을 잔다.

그런 것을 잘 알고 있는 현수이기에 충분히 이해를 했다.

현수는 부드럽게 계속 아내 이지연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면서 파노라마 유리창 밖의 푸른 제주의 바다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클론 1호는 조용히 곁에 서서 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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