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104화 (104/217)

제29장 결혼식 (1)

청담동 고궁 한정식.

궁중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실내 인테리어가 아주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여기에 식사비도 비싸지만 상견례나 중요 모임을 많이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5개의 특실들 중에 한곳에서 오늘 현수와 이지연의 양가 식구들이 모여서 상견례를 하게 되었다.

현수의 부모님과 동생 현민, 막내 여동생 유라까지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는 이지연과 부모님, 그리고 미래그룹 이구영 회장의 모습도 보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덕담을 주고받고 궁중요리를 먹었다.

클론 1호는 현수의 등 뒤에 조용히 서 있었다.

자연스럽게 결혼 날짜를 꺼내었다.

2003년 5월 16일 금요일에는 카오스 그룹의 배당을 실시하는 날이라서 24일 토요일로 결정되었다.

“예비 사돈, 그럼 결혼식장은 어디가 좋겠어요?”

“교통이 편리한 테헤란로에 위치한 20층짜리 레인보우 빌딩은 어떠세요?”

“예? 레인보우 빌딩?”

“예, 5월은 어디를 가나 예약이 다 되어 있어서 결혼식장을 잡기 어려워요. 그래서 레인보우 빌딩을 제가 소유하고 있는데 그곳에 결혼식장으로 화려하게 꾸며서 결혼식을 하면 될 거 같아요. 하객들이 많아도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고 말이에요.”

“아, 그렇다면 좋아요.”

“신혼집은 예비 신랑과 신부에게 물어보았더니 지금 살고 있는 청담동 제우스 빌라 펜트하우스에서 살겠다고 하는군요. 168평형이라서 살기에는 좋을 거예요.”

“아, 그럼 되겠군요.”

이지연의 엄마도 굳이 반대를 하지 않았다.

청담동 제우스 빌라 펜트하우스가 168평형이고 아주 럭셔리하게 꾸며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음으로 혼수인 예단과 예물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양가가 재벌이니 큰 문제는 없이 원만하게 협의가 이루어졌다.

“그럼 신혼여행지는?”

“해외여행을 갈 겁니다.”

“해외여행?”

“예, 모처럼 해외여행을 하는 거라서 여러 곳을 둘러볼 생각입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어.”

이렇게 하여 신혼여행지는 하와이와 사이판, 괌, 호주, 발리, 세부, 싱가포르, 대만, 홍콩을 거쳐 돌아오는 15일 일정으로 결정되었다.

현수는 처음에 제주도를 생각했었는데 신부인 이지연에게 물어보았더니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다.

그래서 현수가 마음을 바꾸어서 15일 일정으로 여러 곳을 둘러보고 돌아오기로 한 거였다.

모든 일들이 생각보다는 손쉽게 척척 풀렸다.

양가의 결혼 요구 조건도 크게 무리한 것이 없었다.

합자회사인 에프엔시(F&C)패션 주식회사도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사업도 잘 운영되고 있었다.

나이가 어린 이지연이 사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매우 열정적이었다.

지분은 현수가 50%이며 미래그룹 이구영 회장이 30%, 이지연과 그녀의 아빠가 각각 10%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수의 조언대로 이지연이 이탈리아 명품회사인 카라 비너스를 1억 달러에 인수한 후에 한국의 공방 기술자들로 하여금 생산한 반제품들 즉, 90%의 공정을 이탈리아의 카라 비너스 공방으로 보내면 그곳에서 완성하여 출시하는 방식이었다.

엄청난 원가 절감에 젊은 감각이 들어간 세련된 디자인으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었는데 엄청 인기였다.

덕분에 매출과 수익이 동시에 엄청나게 치솟았다.

이것을 이지연의 가족들도 다 알고 있었기에 현수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좋았다.

그렇게 좋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양가의 상견례는 끝이 났다.

청담동 고궁 한정식을 나와 양가의 가족들이 각자 차를 타고 떠났다.

마지막으로 현수는 이지연과 함께 검은색 롤스로이스 실버스퍼에 타고 청담동 제우스 빌라로 이동했다.

경호원들은 경호 차량과 이지연의 흰색 BMW 323i를 운전하여 따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인 청담동 제우스 빌라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들을 주차하고는 경호원들이 인사하고 돌아갔다.

그제야 현수는 이지연과 클론 1호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현수씨, 오늘은 나와 함께 있어요.”

“그래도 됩니까?”

“물론이에요.”

이렇게 하여 10층에서 내렸다.

1001호의 출입문을 열고 클론 1호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이지연이 혼자 살고 있는 이곳도 84평형으로 넓었다.

충분히 럭셔리하고 실내 인테리어가 좋았다.

“클론 1호.”

-예, 주인님.-

“게스트 룸에 들어가서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학습이나 하고 있어.”

-예, 알겠습니다.-

클론 1호가 게스트 룸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둘만 남게 되었기에 거실 소파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끈적한 눈빛으로 이지연이 현수의 목을 팔로 휘감고는 말했다.

“현수씨, 사랑해요.”

“나도 사랑합니다.”

쪼옥!

이지연이 현수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서로의 혀가 왕래를 하는 프렌치 키스를 하다가 현수가 이지연을 안아 들고는 거실 소파에서 일어났다.

침실로 곧장 들어가서 침대에 내려놓고는 애무를 하였다.

숨이 거칠어진 이지연이 현수의 가슴에 안겼다.

침실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핑크빛으로 변하였다.

그렇게 둘만의 뜨거운 사랑을 마음껏 나누었다.

딸깍!

침실의 문이 열리면서 현수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향긋한 커피 냄새에 침실의 침대에 잠들어 있던 이지연이 깨어나면서 눈을 떴다.

상체를 일으키자 시트가 흘러내리면서 눈부신 어깨와 상체 일부분이 드러났다.

매끄럽고 흰 피부였다.

현수에게 이지연이 뽀뽀를 하고 나서 쟁반에 놓인 커피와 크루아상을 보고는 미소 지었다.

“어머, 이걸 준비했어요?”

“예, 같이 간단히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너무 자상하고 좋아요.”

쪼옥!

이지연이 현수에게 뽀뽀를 하고는 찻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에 크루아상을 뜯어 먹었다.

“아, 맛있어요.”

“지금은 이렇게 간단히 요기만 하고 나서 샤워하고 준비해서 나가서 쇼핑 데이트도 하고 맛있는 요리도 먹고 합시다.”

“좋아요.”

이렇게 현수와 이지연이 커피와 크루아상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나서 클론 1호를 데리고 펜트하우스로 돌아왔다.

이지연이 샤워하고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에 현수도 펜트하우스에서 샤워하고 데이트를 하기 위하여 정장이 아닌 편한 캐주얼 복으로 갈아입었다.

“클론 1호, 나 어때?”

-멋지십니다.-

“정말?”

-예, 주인님. 잘 생기셨는데 캐주얼 복과 잘 어울립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천만에요.-

“데이트는 나와 지연씨만 갈 테니 클론 1호는 펜트하우스에서 대기해.”

-예, 알겠습니다.-

머리를 끄떡인 현수가 경호 실장에게 전화를 하여 데이트를 방해받지 않도록 몇 가지를 지시했다.

그런 후에 펜트하우스를 나와 10층의 1001호의 인터폰을 눌렀다.

그랬더니 이지연이 출입문을 열고 나왔는데 흰색 블라우스에 청바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명품 샤넬 크로스백을 사선으로 걸쳤는데 잘 어울렸다.

예쁘고 몸매가 좋으니 안 어울리는 것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주차되어 있는 차들 중에 이지연의 흰색 스포츠카 포르쉐 911의 차 문을 열고 탔다.

오늘은 이지연이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을 하기로 했다.

현수는 조수석에 앉아서 씨익 웃었다.

부우웅!

부드럽게 출발을 하여 지하 주차장을 나왔다.

현수의 경호원들 차량이 미행을 하는 거처럼 거리를 두고 뒤따라갔다.

서울 도심의 강남 거리를 가로질러 달리다가 목적지인 강남 최고 백화점 명품관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주차 안내원의 수신호를 받고 빈자리에 주차했다.

클론 1호와 경호원들 없이 둘만의 데이트이기에 너무 좋았다.

현수의 경호원들은 데이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사복이며 거리를 두고 지켜보기만 했다.

자연스럽게 이지연이 현수에게 팔짱을 끼고는 명품관으로 걸어갔다.

다양한 명품 매장들이 늘어서 있었으며 아직 정오가 되기도 전이지만 제법 손님들이 많았다.

“저기부터 가보는 것이 좋겠군요.”

“어머, 그럴까요?”

현수와 이지연이 팔짱을 끼고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샤넬 매장이었다.

역시나 유명 명품답게 다양한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경호원들은 샤넬 매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조용히 대기했다.

여직원이 눈을 반짝이며 다가오더니 안내를 해 주었다.

아름답고 몸매가 좋으면서 귀티가 나는 이지연과 잘생긴 현수의 모습에서 일반인들과는 다른 느낌이 났다.

현수가 캐주얼 복을 입고 있었지만 세련되고 귀티가 났다.

제법 유명 인사였기에 금방 누구인지 떠올랐다.

‘아, 이제야 생각났어. 카오스 그룹의 김현수 회장이야.’

대한민국 부자 순위 1위의 김현수 회장이기에 제법 얼굴까지 알려져 있었다.

평소에는 많은 경호원들과 클론 1호를 데리고 다니기에 미녀와 둘이서 다니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현수와 이지연은 단순히 물건만 사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같이 쇼핑하며 데이트를 할 생각이기에 서둘지 않고 느긋하게 진열되어 있는 샤넬 제품들을 살펴보고 그러면서 구입할 생각이다.

그랬기에 스카프 하나조차도 이지연과 잘 어울리는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을 했다.

물론 대표적인 것이 핸드백이기는 하지만 각종 의상과 구두, 액세서리까지 다양하게 구비가 되어 있었다.

“이 스카프 어때요?”

“괜찮기는 한데 그 옆의 스카프가 좀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습니다.”

“그래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지연이 손에 들고 있던 스카프를 내려놓고 그 옆에 있는 스카프를 집어 들었다.

여직원이 다양하게 연출을 해주자 역시나 색깔이나 문양이 이지연과 잘 어울렸다.

스카프 한 장조차 비싸지만 현수와 이지연은 가격을 따지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스카프라면 망설이지 않고 구입을 했는데 그렇게 구입한 스카프만 6장이나 되었다.

이번에는 신상 핸드백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가서 살펴보았다.

역시나 다양한 신상 핸드백이 있었다.

젊고 세련된 디자인들도 있었지만 나이가 든 40대와 50대의 주부들이 선호하는 클래식 디자인들도 있었다.

보통 여성이라면 핸드백 중에 하나를 고르려고 고민을 한다.

하지만 현수와 이지연은 아니었다.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을 제외하고 이지연과 어울리는 디자인의 핸드백이라면 집었다.

그러다 보니 8개나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부담스러운 얼굴이 아니었다.

곁에서 안내를 해주고 있는 여직원은 속으로 크게 놀랐다.

‘어머, 확실히 일반인들과는 쇼핑하는 것이 다르구나.’

이번에는 고가의 각종 의상들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유명 명품인 샤넬이라고 하더라도 이지연과 잘 어울리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선택을 하는데 신중했다.

보통의 남자들은 쇼핑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수는 아니었다.

다정하게 곁에서 이지연과 잘 어울리는지 봐주었다.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좋은 이지연이기에 어지간한 것들은 다 잘 어울렸다.

주위에서 물건들을 고르는 여성들이 힐끔거렸다.

현수와 이지연의 다정한 모습을 부러워하는 눈빛이었다.

얼마 후에 샤넬 매장에서 구입한 것들이 무려 1억 2,342만 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수가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어 간단히 계산했다.

여직원이 신용카드와 영수증을 현수에게 내밀었다.

쇼핑백이 12개나 되었기에 현수와 이지연이 양손에 다 들고 다니려면 불편했다.

그랬기에 현수가 밖을 향해 손짓을 하자 사복 차림의 경호원 2명이 다가와 인사했다.

“12개의 쇼핑백들을 차에 실어놓아야겠어요.”

“예, 회장님.”

“예, 알겠습니다.”

경호원들이 신속하게 양손에 쇼핑백들을 들고 나갔다.

그제야 현수는 이지연과 함께 샤넬 매장을 나오더니 이번에는 루이비통 매장으로 들어갔다.

역시 이곳도 인기가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여성 손님들이 12명이나 있었다.

남자 손님은 겨우 한 명이었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신상 핸드백을 살펴보고 있었다.

현수와 이지연은 느긋하게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성 손님들이 자꾸 현수와 이지연을 힐끔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을 쓰지 않고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을 보고는 잘 어울리는지 코디를 해보았다.

보통은 흠집이 나면 곤란하기에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데 여직원도 눈치가 있었기에 이지연에게는 만지게 해 주었다.

신상 핸드백을 비롯하여 장지갑과 동전 지갑, 명함 지갑, 각종 액세서리까지 구입을 했다.

물론 계산은 현수가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돈 엄청 많고 자상하며 잘생긴 애인이 곁에 있어서 이지연은 아주 든든하다고 생각했다.

고가의 신상 핸드백과 각종 물건들을 좀 많이 구입했더니 9,346만 원이 나왔다.

‘어머, 엄청나게 구입하고도 놀라지도 않아.’

‘대단하다.’

‘정말 부럽다.’

이번에도 쇼핑백들이 8개나 되었기에 어쩔 수 없이 경호원들을 불러서 건네었다.

“출출한데 식사하고 계속 쇼핑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좋아요. 가요.”

이지연이 현수에게 팔짱을 끼고는 식당가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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