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90화 (90/217)

제25장 클론 출시 (2)

2002년 12월 24일 화요일 크리스마스이브.

거리에서는 캐롤송이 울려 퍼지고 시민들의 표정들도 약간 들떠 있었다.

현수는 카오스 그룹의 회장이기에 나름 유명인이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대로 거리를 다닐 수가 없었다.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지연과 데이트를 어디에서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이지연이 자신이 살고 있는 빌라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는 거였다.

청담동 제우스 빌라 10층 1001호 84평형에 이지연이 혼자 살고 있었기에 아주 넓고 럭셔리한 곳에서 살고 있는 거였다.

“단둘이 함께 보내게 되다니 흥분되는군.”

그렇다고 현수가 무작정 이지연에게 달려들 사람이 아니었다.

머리는 좋고 하지만 여자와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전생의 미래에서는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어 고통받으면서 살았기에 여자와 연애와 결혼을 일체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밀레니엄 회귀를 한 후에는 몸의 장애가 전혀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여자들을 만날 수 있고 연애도 가능하다.

물론 침대에서 키스하고 뜨겁게 사랑을 나눌 수도 있다.

“아직 첫 키스조차 해보지 못했는데 너무 앞서 나가는군.”

물론 12층의 168평형 펜트하우스에는 현수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11층의 84평형 빌라는 펜트하우스를 구입할 때 부동산 투자로 함께 구입해 놓았었다.

전세를 줄까 아니면 그대로 비워 놓을지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은 비워 놓기로 했다.

이제는 5대의 클론들을 배치하고 개인적인 공방으로 이용하면서 메인 주방에서는 요리도 배우려고 마음먹었다.

“으음, 내가 요리를 배워둬서 나쁠 것은 없겠어.”

각종 고급 요리 장비를 구입하여 취미로 요리를 만들고 그걸 먹고 하면서 즐거움을 찾아도 좋을 거 같았다.

한식과 일식, 중식, 서양식까지 요리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는 클론 1호라서 개인 요리 교습으로 배우려는 거였다.

신기하게도 클론 1호는 직접 요리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도 수십 년 요리사 경력을 가진 사람처럼 처음부터 능숙하게 요리를 만들었다.

현수도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직접 식칼을 손에 들고 채를 썰거나 하는 요리는 기초조차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를 하는 것은 나름 재미가 있었다.

요리의 기본 지식조차 없는 그런 사람들과는 기본부터 달랐다.

“하긴 나는 요리 초보들과는 다르지.”

요리 대가 수준의 각종 요리지식까지 머릿속에 가득했다.

다른 은하계의 외계행성에서 요리의 신이라고 알려진 자의 요리비법 책을 우연히 찾아내어 읽고 각인을 시켜서 한층 요리의 지식이 높아졌다.

다만 직접 요리를 해보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고 어색했었다.

하지만 일주일 전부터 클론 1호의 개인 요리 교습을 받으니 하루가 다르게 요리 실력이 높아지고 있었다.

조금 과장해서 3년 정도 요리 경력을 가진 하위 셰프의 요리 실력 정도는 되었다.

대신에 현수의 머릿속에 방대한 요리에 관한 지식이 각인되어 있어서 실전을 통하여 요리 실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거였다.

6개월만 매일 요리를 만들어도 수십 년 요리 경력을 가진 그런 요리 대가를 어느 정도는 따라갈 수 있을 거였다.

현수가 요리 대가보다 더 방대한 요리 지식이 있지만 실습이 절대 부족이기에 그런 거였다.

중국집에 전화하여 요리를 주문하여 배달을 시켜도 되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기 보다는 직접 좋은 식재료를 구입하여 요리를 하는 것으로 선택했다.

그렇게 중국식 웍을 잡고 요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칠리새우, 유산슬, 팔보채, 고추잡채, 탕수육까지 차례대로 만들었다.

만드는 방법을 다 알고 있고, 양념까지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다만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서툴 뿐이었다.

그렇게 만들어 맛을 보니 어지간한 중국집에서 파는 요리보다 훨씬 맛있었다.

좋은 식재료에 양념까지 다 알고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만든 거지만 맛있어. 정말 대단해.”

스윽!

화려한 접시에 옮겨 담아서 플라스틱 뚜껑을 닫아서 반지 아티팩트의 마법 공간에 넣었다.

식지 않고 변하지도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마법 공간에 넣어 놓으면 언제든 꺼내어도 방금 넣어 놓은 것처럼 식지도 않아서 좋아.”

현수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를 가져가고 싶었지만 참았다.

오늘은 이지연이 자신의 빌라로 현수를 초대하였기에 직접 요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오늘은 그냥 가서 지연씨가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면 되는 거야. 대신에 선물을 가져가야겠군.”

미래그룹이라는 재벌가의 손녀이기에 재력이 대단하다.

어지간한 것들은 다 있었다.

그랬기에 고민이 되었는데 그래도 명품 샤넬을 좋아하기에 신상 핸드백을 어제 오후에 직원을 보내어 최고 백화점 명품관에서 조금씩 디자인과 모델이 다른 것으로 하나씩 총 5개를 구입해 왔다.

이렇게 한꺼번에 5개의 샤넬 신상 핸드백으로 선물하면 매일 다르게 바꾸어 가며 들고 다닐 수가 있었다.

“클론 1호, 지금 시간은?”

-오후 5시 46분입니다.-

“흐음, 적당하군.”

현수가 하고 있는 앞치마를 벗고 요리복도 벗었다.

그런 다음에 손을 깨끗하게 씻고 클론 1호를 잡고 순간이동을 펼쳐 펜트하우스의 거실에 나타났다.

곧장 드레스 실로 들어가서 남방과 바지로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스윽!

반지 아티팩트의 마법 공간을 소환하더니 샤넬 신상 핸드백이 들어 있는 쇼핑백 5개를 꺼내었다.

“한 개는 내가 들 테니 클론 1호는 나머지 4개를 들어라.”

-예, 주인님.-

클론 1호가 4개의 쇼핑백을 들고 현수를 따라 펜트하우스를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내려갔다.

딩동!

인터폰을 누르자 이지연이 출입문을 열어주었다.

“왔어요?”

“음식 냄새가 많이 나네요?”

“예, 신경을 좀 쓰면서 만들고 있어요. 들어와요.”

현수와 클론 1호가 이지연의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미녀가 사는 빌라라서 그런지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었으며 향긋한 냄새가 났다.

현수와 클론 1호가 함께 들고 왔던 쇼핑백 5개를 이지연에게 건 내주었다.

“어머, 쇼핑백이 5개나 되네요?”

“선물을 구입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고마워요.”

“천만에요.”

이지연이 5개의 쇼핑백을 거실의 한쪽에 놓아두고 현수를 거실 소파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뒤돌아 메인 주방으로 가서 오렌지주스를 쟁반에 담아서 가져왔다.

“식사 준비가 다 되어 가니까 우선 이거 마시고 계세요.”

“알겠습니다.”

20대의 보통 아가씨들은 직장에 다니느라 요리를 잘 못한다.

그런데 이지연은 실력 있는 요리사와 한식 대가에게서 개인교습까지 받아서 요리 실력이 상당했다.

오늘 자신의 요리 실력을 현수에게 보여주려는 거였다.

주우욱!

오렌지주스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기다렸다.

“우와, 엄청난데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앉으세요.”

“예, 이걸 다 만들었다니 놀랍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현수씨에게 제가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해주고 싶었어요. 그게 오늘이네요.”

“······”

한식 상차림이었다.

그렇지만 갈비를 비롯하여 잡채, 삼색전, 삼치구이, 12가지의 밑반찬들, 돌솥 밥과 된장찌개가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느라 가사 도우미가 만든 반찬들을 냉장고에 넣어주곤 하는데 여기에 있는 12가지 밑반찬들은 제가 직접 다 만든 거예요.”

“허엇, 12가지 밑반찬들까지 말입니까.”

“그래요. 남이 만든 그런 음식이 아니라 오로지 내 손으로 만든 것으로만 대접을 해주고 싶었거든요.”

“으음, 감동입니다. 정성이 많이 들어갔군요.”

“그건 그래요.”

현수가 머리를 끄떡이고는 숟가락을 손에 들고 돌솥 밥부터 떠먹었다.

역시나 전기밥솥에서 한 밥과는 달랐다.

된장찌개부터 떠먹어 보았는데 시골 재래식 된장으로 끓인 모양인데 구수하고 아주 맛있었다.

청양고추를 약간 넣었는지 약간 칼칼해서 더 맛있었다.

“된장찌개 어때요?”

“칼칼하면서도 구수한 것이 맛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지연씨, 이 정도 솜씨면 아주 훌륭한 겁니다.”

“그런가요?”

“그럼요. 12가지 밑반찬들도 먹어보겠습니다.”

젓가락으로 현수가 12가지 밑반찬들을 조금씩 맛을 보았다.

역시나 생각한 대로 맛있었기에 머리를 끄떡였다.

“12가지 밑반찬들도 맛있어서 밥 한 그릇은 그냥 먹겠군요.”

“정말요?”

“예, 정말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이지연의 요리 솜씨가 더 좋았다.

현수가 숟가락으로 밥을 뜨자 이지연이 삼치구이의 살을 밥 위에 올려주었다.

그걸 먹으니 너무 맛있고 좋았다.

갈비도 부드럽고 간이 딱 맞았다.

“갈비는 어떤가요?”

“부드럽고 맛이 좋습니다.”

“짜지는 않아요?”

“예, 딱 좋습니다.”

잡채도 맛있고, 삼색전도 훌륭했다.

어느 거 하나 흠을 잡을 만한 것들이 없었다.

“진짜 요리 실력이 대단합니다.”

“아니에요.”

“제대로 배운 요리 실력인 거 같습니다. 대단합니다.”

“고마워요.”

현수는 진짜 맛있어서 돌솥 밥을 다 비웠다.

살짝 아쉬웠는데 그 마음을 알고 있었는지 이지연이 5인용 돌솥을 가져오더니 밥을 퍼주었다.

“돌솥 밥은 얼마든지 있으니 마음껏 드세요.”

“예,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현수는 사양하지 않고 진짜 맛있게 복스럽게 잘 먹었다.

그 모습을 이지연이 흐뭇하게 바라보며 자신도 돌솥 밥을 먹었다.

얼마 후에 밥을 다 먹고 나자 현수가 나서서 설거지를 해주었다.

“고마워요.”

“천만에요.”

이지연이 현수에게 새 칫솔을 내밀었다.

“이것으로 양치질하세요.”

“예,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현수와 이지연은 각자 세면대로 가서 양치질을 하고 나왔다.

거실로 이동해서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현수가 선물한 5개의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을 꺼내어 포장지를 뜯었더니 명품 샤넬 신상 핸드백이었다.

“어머, 전부 신상 핸드백이네요?”

“예, 지연씨와 잘 어울릴 거 같은 디자인으로 선택했습니다.”

“역시 안목이 대단하네요.”

똑같은 디자인의 핸드백 하나는 이지연이 얼마 전에 구입을 하여 가지고 있었는데 다행히 색깔이 달랐다.

‘이 남자, 확실히 감각이 있어. 대단해.’

그냥 대충 선물한 것이 아니었다.

세심하게 살펴보고 이지연과 잘 어울릴 거 같은 디자인과 색상의 핸드백으로 구입한 거였다.

그러니 의상과 잘 맞는 것으로 선택하여 핸드백을 번갈아들면 될 거 같았다.

“으음, 핸드백들이 정말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해서 다른 것으로 선택해도 됩니다.”

“아니에요. 전부 마음에 들어요.”

“그냥 하는 말은 아니지요?”

“그럼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든다고 말해요.”

5개의 핸드백을 한쪽에 옮겨 두고는 같이 대형 65인치 TV를 켜서 로맨스 영화를 시청했다.

전생의 미래에서 현수가 본 영화였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 로맨스 영화가 최신 영화이기에 보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자연스럽게 이지연이 현수에게 머리를 기대었다.

그런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다.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나도 그렇습니다.”

클론 1호는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거실의 창가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지연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더니 현수의 목을 양팔로 휘감더니 얼굴이 다가왔다.

키스를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기에 피하지 않았다.

서로의 입술이 붙으면서 첫 키스를 하였다.

‘아, 이런 것이 바로 첫 키스였구나. 정말 좋다.’

현수는 전생의 미래와 밀레니엄 회귀를 한 이후에도 여자와 키스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랬는데 이지연과 이렇게 첫 키스를 하니 너무 좋았다.

이지연도 현수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여자와 사귀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겨우 손을 잡을 뿐이지 함부로 껴안지도 않았다.

그래서 조금 답답하게 생각되기도 했지만 순수해서 좋았다.

오늘은 작정을 하고 이지연이 현수에게 첫 키스를 한 거였다.

이렇게 첫 키스를 하자 현수가 거부하지 않고 합이 잘 맞았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첫 키스였는데 서로 입술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키스로 이어졌다.

“으음, 우리 침실로 들어가요.”

“그, 그럴까요?”

자연스럽게 현수와 이지연이 거실 소파에서 일어났다.

혹시라도 클론 1호가 침실까지 따라오면 곤란하다.

“현수씨, 클론 1호는 거실에 있는 것이 좋겠어요.”

“그게 좋겠습니다. 클론 1호는 거실에 대기해 있어라.”

-예, 주인님.-

이지연이 현수의 손을 잡고 침실로 이끌었다.

그렇게 둘은 침실로 들어가서 침대에 앉더니 꼭 껴안았다.

이지연의 풍만한 가슴의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현수의 숨도 거칠어졌다.

둘은 동시에 입고 있는 옷과 속옷까지 다 벗어 태초의 나체가 되었다.

키스를 하면서 침대에 쓰러지더니 둘만의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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