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80화 (80/217)

제22장 카오스 그룹 출범 1 (2)

종합 전자제품들을 생산하는 삼송전자의 규모는 엄청나다.

카오스 전자 주식회사는 그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그렇지만 반도체 부분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선보일 반도체까지 이미 개발하여 실물을 가지고 있었다.

전 세계의 어느 반도체 회사들도 이제는 카오스 전자 주식회사에 반도체만큼은 경쟁을 할 수가 없었다.

불과 얼마 전에 50나노 D램 반도체를 개발하였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기자들을 모아놓고 공개 발표하고, 생산은 6월 중순에 하여 전격적으로 출시까지 하였다.

삼송전자를 비롯하여 세계 반도체 회사들이 경악을 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건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

대부분 이런 사실을 믿지 못했었다.

그런데 카오스 전자에서 주문을 받고 생산한 50나노 D램 반도체가 보급이 되기 시작하자 이제는 믿지 못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수가 40나노 급 D램 반도체는 이미 개발해 놓았으며 2003년 3월 초에 공개하고 생산은 3월 중순에 하고 출시한다고 한다.

여기에 30나노 급 2GB DDR3 D램 반도체는 2004년 1월 초에 공개하고 생산은 1월 중순으로 예정되어 있다고도 한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현수가 마음만 먹으면 일본이나 대만, 그리고 미국의 반도체 회사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파운드리를 맡기면 되었다.

굳이 삼송전자가 아니라도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자존심이 강한 삼송전자의 이 회장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자존심을 더 이상 내세울 수 없었다.

파운드리라도 맡아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물론 삼송전자가 카오스 전자의 하청업체처럼 보이게 되는 것은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자존심 때문에 거부를 하면 반도체 부분을 완전히 포기해야 했다.

장기로 치면 외통수였다.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무조건 현수의 제안대로 파운드리 사업을 해야 했다.

“이제 현실을 직시하였을 테니 파운드리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보지요. 현재 50나노 D램 반도체가 개당 3.4달러에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원가는 1달러 수준이지요.”

“으음, 그렇소.”

“삼송전자도 이익이 있어야 하니까 개당 1.5달러에 보급을 해주시지요.”

“김 사장, 좀 더 쓰시오.”

“1억 개만 생산을 해서 납품을 하더라도 1,800억 원입니다.”

매출이 1,800억 원이기에 재료비와 직원 월급, 그리고 각종 비용이 포함된 원가가 1달러 수준이기에 최소 0.4달러는 남는다.

이것을 이익으로 계산해보면 720억 원이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720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에 결코 나쁜 조건이 아니었다.

전 세계로 판매를 하는 거라서 수십억 개는 될 테니 여기에서 10배면 7,200억 원이고 50배면 3조 6천억 원의 조 단위가 되는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송전자의 이 회장이 욕심을 부렸다.

“우리 삼송전자라면 안정적으로 납품을 할 수 있을 텐데 개당 1.8달러 어떻소?”

“그러시다면 개당 1.6달러로 해드리겠습니다.”

“그럼 개당 1.7달러로 합시다.”

“그건 너무 많습니다. 개당 1.6달러가 좋겠습니다. 앞으로 40나노 급 D램 반도체와 30나노 급 2GB DDR3 D램 반도체까지 계속 삼송전자에서 파운드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의 제안을 거부하시면 다른 회사로 알아보고 똑같은 제안을 할 생각입니다.”

“······”

“······”

이 회장과 이 용 전무는 더 이상 밀당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현수가 삼송전자에 파운드리를 제안하는 것도 많이 봐준 거였다.

얼마든지 일본이나 대만, 미국의 반도체 회사에 파운드리 제안을 할 수 있었다.

그럼 다른 반도체 회사들은 상대가 되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고사하게 된다.

그것보다는 파운드리를 해서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현명하고 좋았다.

50나노 D램 반도체를 개당 1.6달러로 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현재 1달러에 환율이 1,200원이기에 개당 1.6달러의 1억 개면 1,920억 원이었다.

물론 매출이 1,920억 원이고, 수익은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제하면 줄어들겠지만 무시할 수는 없는 수준이었다.

설치해놓은 최첨단 기기들이나 인력을 그대로 놀릴 수는 없었다.

개당 1.6달러면 재료비와 각종 비용을 포함한 원가가 1.1달러이니 0.5달러는 남는다.

0.5달러면 600원이고 1억 개면 600억 원의 수익이다.

10배인 10억 개면 6천억 원이고, 50배라면 50억 개이니 3조 원이었다.

물론 사업이라는 것이 단순 계산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50나노 D램 반도체를 50억 개 만들어 카오스 전자에 납품을 하면 비용을 포함한 원가를 제하고도 3조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만약 다른 반도체 회사에 제안을 하여 파운드리 계약을 해버린다면 삼송전자에게는 재앙이었다.

김현수 사장이 삼송전자에게 너무 인색하게는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50나노 D램 반도체를 개당 1.6달러에 파운드리 계약을 한다면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는 거였다.

“으음, 그럼 내가 한발 양보를 해서 50나노 D램 반도체를 개당 1.6달러에 파운드리 계약을 하는 것으로 합시다.”

“예, 현명하게 잘 결정하셨습니다. 서로에게 윈윈하는 계약입니다.”

현수가 많은 돈을 투자하여 반도체 생산 공장을 대규모로 신축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것보다는 삼송전자와 이렇게 파운드리 계약을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았다.

“내일 그럼 삼송전자 본사 사옥 빌딩에서 파운드리 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인하는 것으로 합시다.”

“예, 그건 저도 좋습니다. 오전 10시가 좋겠습니다.”

“알겠소. 이왕 파운드리 계약서를 작성하는 김에 40나노 급 D램 반도체와 30나노 급 2GB DDR3 D램 반도체까지 하는 것으로 합시다.”

“좋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그것도 포함을 시키겠습니다.”

이 회장이 씨익 웃으면서 손을 내밀자 현수도 손을 내밀어 서로 악수했다.

서울 신라호텔 정문 앞으로 현수가 나왔더니 대기해 있는 검은색 롤스로이스 실버스퍼의 차 문을 경호원이 열어주었다.

그제야 현수가 삼송전자 이 회장과 이용 전무에게 인사를 하고 뒤돌아 차에 탔다.

경호원들은 다른 차에 나누어 타고 줄지어 출발했다.

잠시 떠나는 모습을 보고 이 회장이 나직하게 말했다.

“용아, 보았느냐?”

“예, 회장님.”

“25살의 사업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다.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완벽하게 무기를 준비하여 협상에 나서니 무조건 이기는 거야.”

“예,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40나노 급 D램 반도체와 30나노 급 2GB DDR3 D램 반도체까지 개발하여 실물을 가지고 있다니 말입니다.”

“으음, 앞으로 삼송그룹이 저 김현수 사장에게 밀려 2위로 내려앉을 거 같구나.”

“쉽게 그렇게 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면 좋겠지만 아마 추격을 허용하게 될 거 같구나. 그래도 최대한 추격을 해야겠지.”

“······”

작은 거인인 아버지 이 회장이 오늘은 작게 보였다.

그만큼 김현수 사장의 존재감이 강렬하고 대단했다.

불과 2년 전에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삼송그룹을 압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앞으로 얼마나 더 초고속 성장을 할지 미루어 짐작도 되지 않았다.

그때, 딸인 신라호텔 부사장인 이부선이 다가왔다.

“아빠!”

“어, 그래.”

“오빠도 있었네?”

“그래. 바쁜데 나온 거 아냐?”

“아빠가 오셨다고 하는데 아무리 바빠도 얼굴 정도는 봐야지.”

“이렇게 날 마중까지 나와 주다니 고맙구나.”

“천만에요.”

검은색 벤츠 2대가 줄지어 다가와 멈추었다.

그제야 비서가 재빨리 차 문을 열어주었다.

이 회장이 뒷좌석에 타자 이용 전무도 자신의 차에 탔다.

신라호텔 부사장인 이 부선이 인사를 하자 검은색 벤츠 2대가 줄지어 출발했다.

잠시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카오스의 김현수 사장을 만나 식사를 하다니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인지 짐작은 되지만 확실한 거는 아니라서 나중에 보고를 받아보면 무슨 일이었는지 알 수 있을 거였다.

테헤란로의 카오스 빌딩 20층 사장실에 도착한 현수는 김일수 고문 변호사와 카오스 전자 주식회사의 김덕용 영업이사, 그리고 한동규 영업부장을 불렀다.

그들이 사장실로 들어오자 소파에 권하고는 현수가 앉았다.

미스 김과 여비서들이 쟁반을 들고 사장실로 들어오더니 티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고 물러갔다.

현수는 찻잔을 들어 원두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삼송전자의 이 회장과 이용 전무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나 식사를 하면서 파운드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내일 오전 10시에 삼송전자 본사 사옥 빌딩에서 파운드리 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인을 할 테니 준비를 해주세요.”

“예, 사장님.”

“으음, 알겠습니다.”

누구나 인정을 하는 삼송전자인데 이제는 카오스 전자에 밀려났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이제는 카오스 전자였다.

가장 앞서서 세계 최초로 50나노 D램 반도체를 개발하여 공개 발표를 하고 출시까지 하였다.

주문량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지금의 생산량으로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산 공장을 대규모로 신축한다고 하더라도 완공을 하려면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런 상황에서 삼송전자에 파운드리 계약을 하다니 놀랍고 대단했다.

최상위에 올라 있는 삼송전자라서 콧대도 높았다.

그런 삼송전자에게 파운드리 계약을 하다니 현수의 능력이 정말 대단했다.

모두들 찻잔을 들어 원두커피를 마셨다.

현수가 여기 사장실에 모인 사람들에게 각자 임무를 맡겼다.

“그럼 각자 준비를 해서 내일 오전 10시에 삼송전자 본사 사옥 빌딩에서 파운드리 계약을 할 것이니 차질이 없도록 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예, 사장님.”

“그럼 그만 나가서 일들 보세요.”

모두들 소파에서 일어나 현수에게 인사하고 뒤돌아 사장실을 나갔다.

현수는 찻잔을 들어 남아 있는 원두커피를 다 마시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창가로 걸어가서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미스 김과 여비서들이 사장실로 들어오더니 티 테이블의 찻잔을 쟁반에 담아갔다.

카오스 빌딩 15층 연구실.

10대의 클론들이 드디어 12미터 길이의 소형 비행선 쉐도우의 조립을 완성했다.

현수가 손에 들고 있는 무선 점검 기기의 버튼을 누르자 신속하게 소형 비행선 쉐도우에 대한 점검을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굳이 시험 비행을 하지 않더라도 확인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현수가 직접 조종을 하여 시험 비행을 하면서 장착되어 있는 광선기관총과 광선 포도 발사해보고, 방어막도 펼쳐볼 거였다.

각종 모드별로 작동을 해보고 투명화 모드가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도 확인해볼 생각이다.

다만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라도 시험 비행은 나중으로 미루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선 점검 기기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흐음, 다행스럽게도 이상이 없군.”

클론 10대를 횡대로 늘어서게 해놓고는 전원을 껐다.

스윽!

아공간을 소환하더니 무선 점검 기기와 소형 비행선 쉐도우, 그리고 10대의 전원을 꺼놓은 클론들까지 전부 손짓으로 넣었다.

연구실에 설치해 놓았거나 사용했었던 장비들도 끌어모아서 정리하여 아공간에 넣었다.

카오스 빌딩 15층의 연구실이 텅 비어 버렸다.

이곳에서 엄청난 작업을 했다는 것은 현수를 제외하고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손짓으로 아공간을 소환 해제한 현수가 뒤돌아 태연히 연구실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 내려서 사장실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멈추었다.

“미스 김, 커피 한잔 부탁합니다.”

“예, 사장님.”

사장실로 들어간 현수가 소파에 앉아서 잠시 기다렸더니 미스 김이 쟁반을 들고 사장실로 들어왔다.

티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에 전화가 오거나 누가 찾아온 것은 없었지요?”

“예, 사장님.”

“알았습니다. 나가보세요.”

스윽!

찻잔을 들어 에티오피아 시다모 원두커피의 향부터 맡아보고는 음미를 하듯이 천천히 마셨다.

“후후후, 언제 마셔도 좋은 원두커피야.”

찻잔을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흰색의 삼송 핸드폰을 꺼내더니 이지연에게 전화했다.

신호음이 가더니 이윽고 연결되었다.

-예, 저예요.-

“오늘 퇴근하고 약속 있습니까?”

-아니, 없어요.-

“그럼 같이 저녁 먹을까요?”

-좋아요. 어디로 가면 되나요?-

“아직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지연씨가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보세요.”

-그럼 오늘은 파스타를 먹을까요?-

“파스타? 좋습니다. 그럼 청담동의 알리오에서 만날까요?”

-좋아요. 7시까지 알리오에 갈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내가 예약을 해놓겠습니다.”

-알았어요. 나중에 봐요.-

“그래요.”

통화를 종료한 현수가 씨익 웃었다.

청담동 알리오에 전화를 하여 예약을 했다.

그제야 찻잔을 다시 들어 느긋하게 에티오피아 시다모 원두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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