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장 카오스 중공업 1 (1)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 사장실.
현수와 김일수 고문 변호사가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김이 모락 피어나는 찻잔이 티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또 회사를 설립하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회사입니까?”
“중공업입니다.”
“예? 중공업이라고 하면 제가 생각하는 바로 그 중공업을 말하는 겁니까?”
“아마 그럴 겁니다.”
“으음, 철강과 기계, 조선, 전력, 자동차 등 대규모의 공업들 중에 전기차는 하고 계시니 제외하고 어느 겁니까?”
“조선소입니다. 카오스 중공업!”
“으음, 이번에는 규모를 진짜 크게 해서 진출하시려는 거군요.”
“예, 그렇습니다. 나는 카오스 중공업을 자본금 10조 원으로 설립하여 진출할 생각입니다.”
“······”
김일수 고문 변호사는 순간 멍한 표정이었다.
카오스 중공업을 자본금 10조 원에 설립하여 진출하겠다니 놀라웠다.
이런 대규모의 공업은 반드시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한 산업이었다.
그렇지만 국가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면 힘들다.
IMF 관리 체제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개인이 자금 10조 원을 투자하여 중공업 즉, 조선소를 만들어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거라서 승인 가능성이 높았다.
많은 직원들을 고용하는 산업이고 세금도 많이 들어오기에 굳이 반대하지 않을 거였다.
“이번에는 가족들이 참여하지 않고 나의 단독 투자로 설립하고자 합니다.”
“예? 그럼 자본금 10조 원을 전부 부담하겠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지분 100% 제가 보유하고 추진할 산업입니다.”
“조선소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잘하실 수 있겠습니까?”
“내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10조 원이나 투자하면서 산업을 할 거 같습니까. 안심해도 됩니다. 김 고문께서는 회사 설립이나 차질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으음, 알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김일수 고문 변호사는 현수의 지시로 카오스 중공업을 자본금 10조 원으로 설립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이와는 별도로 간부 직원들을 동원하여 정부의 사업 승인을 받는 절차에도 들어갔다.
경남 거제시에는 한국의 3대 조선소 중에 두 곳이 있었다.
삼송중공업과 우대조선이었다.
대현중공업은 울산에 위치해 있었다.
현수는 카오스 중공업을 경남 거제시의 해안가에 자리를 잡을 생각이기에 부지 매입에 착수했다.
불과 하루 만에 이 정보를 입수한 삼송중공업과 우대조선은 크게 놀랐다.
울산의 대현중공업도 김현수가 갑자기 카오스 중공업을 설립하는 절차에 들어가자 당황했다.
“이 자식 뭐지?”
“이번에는 조선업에 뛰어들겠다고?”
“이거 미친 거 아냐?”
“조선소가 장난이야?”
삼송중공업과 우대조선, 그리고 대현중공업의 간부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현수이기에 긴장했다.
카오스 중공업 설립을 위하여 자본금이 무려 10조 원이었다.
대한민국 부자 순위 1위이기에 돈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중공업에 진출하는 것은 무모해 보였다.
정부의 고위 관료들도 카오스 중공업 설립에 당황했다.
국가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에서도 카오스 중공업의 설립과 사업 진출에 관하여 승인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여서 의논했다.
정부에서 자금 지원을 하는 사업이라면 사업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되기에 간단하다.
그렇지만 정부의 자금 지원 없이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거라서 반대가 어려웠다.
중공업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산업이며 엄청난 세금을 거둘 수가 있어서 고민이었다.
만약 정부에서 사업 승인을 거부한다면 차선책으로 작은 조선소를 인수하여 진출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랬기에 정부에서도 마땅히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바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시간을 가지면서 깊게 의논했다.
그러는 동안에 현수의 지시로 거제도의 해안가 부지 매입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형 엘엔지(LNG)선박들을 건조할 것이기에 육상에 초대형 도크를 15개를 만들고, 플로팅 도크도 10개나 만들 예정이다.
육상의 초대형 도크 15개는 길이가 1킬로미터에 넓이는 250미터로 했다.
플로팅 도크 10개는 길이가 650미터에 넓이는 200미터로 했다.
그런 만큼 넓은 부지가 필요했다.
대형 엘엔지(LNG)선박들과 초대형 엘엔지 컨테이너선, 엘엔지 유조선, 엘엔지 쉐빙선까지 건조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기자들이 이런 고급 정보를 입수하고는 신문과 지상파 방송국의 뉴스에 보도가 되었다.
“우와, 엄청나다.”
“카오스 중공업을 자본금 10조 원으로 설립한다고?”
“너무 무모한 거 아니야?”
“중공업이 장난이야?”
“초대형 조선소를 경남 거제시에 짓겠다니 놀랍다.”
엄청나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대한민국은 카오스 중공업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10조 원을 투자하여 카오스 중공업을 설립하고 경남 거제시에 카오스 조선소를 짓겠다는 거였다.
워낙 초대형 산업이다 보니 방송국의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자칭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이 참여하여 열띤 토론을 펼쳤다.
찬성과 반대로 팽팽했는데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2002년 3월 5일 화요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 생산 공장 앞에는 5만 명이 넘는 많은 고객들이 모여 있었다.
작년 12월 23일 이후 예약 판매 주문을 하였었던 고객들이 전기 중형 승용차 카오스5를 인도받기 위하여 많이 모여 있는 거였다.
직원(딜러)들이 나서서 고객의 신분과 서류를 확인하고는 차례대로 전기 중형 승용차 카오스5를 인도해 주기 시작했다.
어제 오후까지 예약 판매 주문을 한 고객들이 73만 대가 넘었다.
오늘부터 하루에 5만 대씩 출고를 하여 고객들에게 인도를 하는 거였다.
해외의 자동차 수입 업체에서 예약 판매 주문한 것은 자동차운반선에 실려서 수송이 된다.
하루에 5만 대씩 출고를 하더라도 전부 인도를 하려면 15일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약속대로 고객들에게 전기 중형 승용차 카오스5를 인도해 준다는 것이 대단한 거였다.
찰칵찰칵!
기자들이 사진을 연속으로 찍었다.
방송국 카메라맨은 예약 판매 주문을 하였던 고객들이 전기 중형 승용차 카오스5를 인도받아 운전하여 사라지는 모습을 촬영했다.
미녀 리포터는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멘트를 하였다.
전기 중형 승용차 카오스5는 풀 옵션으로 완성되었기에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은색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되었다.
이와는 별도로 충전기와 에너지 칩을 추가 구입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생산 공장 출고장 옆에 임시 판매소가 있었기에 구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외신 기자들도 이 모습들을 촬영하고 기사를 작성하여 보내었다.
전기 중형 승용차 카오스5는 별도로 충전소 설치가 필요 없었다.
3천 킬로미터나 되는 주행거리였기에 휘발유나 경유차보다 훨씬 주행거리가 길었다.
충전기로 집이나 사무실에서 간단히 에너지 칩을 충전할 수 있었다.
여유분을 구입한 사람들은 간단히 건전지를 교체하는 거처럼 바꿔 끼우면 된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기존의 전기차와 다르다.
각종 편의장치와 고급스러운 내부, 300마력의 출력, 제로백은 4초였다.
그랬기에 엄청난 인기가 있는 거였다.
이 시각, 현수는 테헤란로의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 본사 빌딩 20층에 있는 사장실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오늘 오전 9시부터 서초구 양재동의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 생산 공장 앞에서 작년 12월 23일 이후 예약 판매 주문을 하였었던 고객들에게 전기 중형 승용차 카오스5를 인도해주고 있다는 것을 담당 부장으로부터 직접 전화로 보고를 받았었다.
5만 명이 넘는 많은 고객들이 찾아와서 혼잡스럽다는 거였다.
워낙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신문사의 기자들과 방송국의 기자, 그리고 카메라맨과 리포터까지 등장하여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촬영하고 멘트를 하였다는 거였다.
어쨌든 누군가 다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안전요원들을 500명이나 투입하여 안전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해놓았다.
원래는 현수가 그곳에 가서 고객들을 만나보려고도 했었다.
그렇지만 경호 문제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서 가지 않았다.
저번에 전경련회관에 초대를 받고 참석했다가 우대그룹의 김일우 회장을 만났고, 그의 딸인 김수정을 소개받기도 했었다.
김수정은 청순한 스타일의 미녀였는데 21살이고 대륙대 영문과에 다니고 있었다.
명함을 한 장 주었었다.
한번 전화가 왔었는데 현장에 나가 있었기에 받지 못했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전화가 오겠지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더 이상 전화가 오지 않았다.
그랬는데 어제 오후에 갑자기 우대그룹의 김일우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오늘 점심을 같이 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서초동의 일식 레스토랑 동경에 예약을 해놓겠다고 했었다.
김일우 회장이 왜 갑자기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었지만 만나보면 알게 될 거였다.
집무 책상에 놓인 서류들 중에 마지막 하나를 남겨 놓고 있었다.
속독법으로 아주 빠르게 서류를 다 읽고는 살짝 머리를 끄떡이더니 만년필을 손에 들고 사인을 했다.
결재서류 철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사인을 하여 승인한 서류들을 잘 챙겨서 오른쪽에 넣고, 몇 개의 서류들은 보류였기에 왼쪽의 결재서류철에 넣었다.
스윽!
왼 손목에 차고 있는 롤렉스 요트마스터 5,500만 원짜리의 시간을 보았더니 11시 20분이었다.
현수는 롤렉스 서브마리너, 데이트저스트, 데이토나, 요트 마스터까지 다양하게 구입하여 번갈아가며 차고 다닌다.
오늘은 롤렉스 요트마스터를 차고 있었는데 디자인이 멋지고 럭셔리했다.
5,500만 원의 고가 시계이니 더욱 그랬다.
물론 더 비싼 하이엔드 수제 시계들도 있었지만 아직 구입해보지는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억대의 하이엔드 수제 시계들도 구입하여 차보고 싶었다.
꾸욱!
인터폰을 눌러 말했다.
“미스 김, 점심 약속이 있으니 차 대기시켜 주세요.”
-예, 사장님.-
자리에서 일어난 현수가 옷걸이에 걸어 두었던 고급 재킷을 집어 들어 입었다.
한쪽에 설치해놓은 전신 거울 앞으로 걸어가서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사장실 문을 열고 나왔더니 건장한 경호원들이 대기해 있었기에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에서 내렸다.
현수와 건장한 경호원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더니 차가 대기해 있었다.
경호원이 재빨리 검은색 롤스로이스 실버스퍼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
현수가 타자 조수석에도 경호원이 한 명 타고 부드럽게 출발했다.
나머지 경호원들은 검은색 벤츠 S280과 검은색 그라니아에 나누어 타고 뒤따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초동의 일식 레스토랑 동경에 도착했다.
현수가 경호원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더니 일본식 스타일의 유니폼을 입은 미모의 여직원이 특실로 안내를 해주었다.
점심 약속 시간이 정오였기에 아직 10분 정도 남았다.
놀랍게도 우대그룹의 김일우 회장이 먼저 와서 특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딸인 김수정이 검은색 여성 정장을 입고 안에는 흰색의 와이셔츠를 입었는데 잘 어울렸다.
여성이라서 넥타이는 하지 않았고 목의 단추를 풀어서 자연스러웠다.
하의는 바지 대신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검은색 단화를 신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단정한 차림이었다.
“어서 오게.”
“안녕하셨습니까.”
현수가 우대그룹의 김일우 회장에게 살짝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의자에 앉았다.
“일전에 전경련회관에서의 정기모임에서는 왜 일찍 가버렸나?”
“너무 거리를 두려고 하고 거북하고 불편한 자리라서 계속 있기가 싫어서 그냥 나와 버렸습니다.”
“으음, 그랬었군.”
일본식 스타일의 유니폼을 입은 미모의 여직원이 특실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인사를 했다.
“식사 올릴까요?”
“그래주시오.”
“예, 회장님. 그럼 바로 식사를 올려드리겠습니다.”
미모의 여직원이 다시 나갔다.
현수는 시원한 보리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그동안 자네의 소식은 듣고 있었네. 파격적인 행보더군.”
“······”
“오늘 오전에 양재동의 카오스 모터스 생산 공장 앞에서는 예약 판매 주문을 하였던 고객들이 5만 명 이상 모였다고 하던데 말이야.”
“예, 오늘 오전 9시부터 예약 판매 주문을 하였던 고객들에게 차를 인도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예약 판매 주문을 한 고객이 70만 명이 넘는다지?”
“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으음, 정말 놀랍네.”
김일우 회장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진짜 놀라고 부러운 표정이었다.
하루에 5만 대씩 고객들에게 차를 인도해 주더라도 70만 대면 무려 14일이 걸린다.
전기 중형 승용차 카오스5를 대당 2천만 원에 판매를 하니 70만 대면 14조 원이었다.
매출이 14조 원이라니 경악할 일이었다.
물론 수익은 얼마 되지는 않겠지만 10%면 1조 4천억 원이고 20%면 2조 8천억 원이었다.
예약 판매 주문 한방으로 초대박을 터뜨린 거였다.
일전에 부산 국제 모터쇼에서 전기 중형 승용차 카오스5를 선보이면서 사전 예약 주문 판매를 1만 대 매진하였다.
대당 2천만 원이니 간단하게 2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떻게 단기간에 이런 성공을 거두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제 겨우 25살에 불과한데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 6개나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