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63화 (63/217)

제17장 카오스 모터스 2 (3)

2001년 12월 23일 일요일 오전 9시.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 사옥 빌딩 1층 전시판매장에는 많은 고객들이 모여 있었다.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김이 모락 피어나는 커피믹스를 대접했거나 대접을 하고 있었다.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의 사장인 현수의 약속대로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예약 주문을 하였던 고객들이 차를 인도 받으려고 모여 있는 거였다.

신문기자들과 방송국 기자들까지 보였다.

오늘 오전 9시부터 차례대로 사전 예약 주문을 하였던 고객들에게 전기 중형 승용차 카오스5를 인도한다고 발표를 해놓았었다.

드디어 공식적으로 1호 차량부터 직원이 운전하여 인도 장소로 가져와 세웠다.

파파팟!

기자들이 일제히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형식적이지만 사전에 잠시 인도하는 모습을 연습했었다.

고객이 동의를 해주었기에 사은품으로 3장이 들어 있는 수건세트를 선물했다.

판매 직원(딜러)들이 나서서 고객에게 설명을 해주고 이것저것 곁에서 인도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인도 약속을 지키다니 대단해.”

“진짜 인도되었어.”

“대단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공식적인 1호 차량이 인도되자 그다음 차들은 한꺼번에 10대씩 줄지어 나와 한쪽에 세워놓고 고객들에게 인도해 주었다.

오늘 1만 대의 고객 인도를 위하여 100명의 직원들을 준비했다.

그랬기에 큰 차질 없이 고객들에게 인도를 할 수 있었다.

오늘 1만 대를 인도하면 좋겠지만 나타나지 않은 고객들도 있었다.

그런 고객들은 내일이나 그 이후에 얼마든지 찾아와서 차를 인도받으면 되었다.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1만 대를 고객에게 인도하는 일이었다.

고객의 사정으로 인도를 받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다음 기회를 이용해야 했다.

“사람들 봐라.”

“진짜 사람들 많다.”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인도받을 고객들?”

워낙 이슈라서 한 방송국에서는 생방송으로 보도했다.

이것은 인터넷으로 전 세계로 퍼졌다.

외신 기자들도 취재를 하였기에 자국에 기사를 보내었고, 그것을 뉴스로 보도했다.

그렇게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의 전기 중형 승용차 카오스5는 많은 이슈를 일으켰다.

자동차가 처음으로 발명이 되었을 때 전기차가 등장했기에 세계 최초라고 하기는 그랬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기차였다.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서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를 이길 수 없어.”

“아직은 전기차는 시기상조야.”

“전기차는 아직 허접할 거야.”

그랬는데 느닷없이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에서 전기 중형 승용차 카오스5를 선보였다.

그것도 허접한 수준이 아니라 내연기관 중형차와 비교해도 성능에서 앞섰다.

가격까지 비싸지 않고 비슷했고, 유지비는 더 저렴했다.

놀라운 것은 전기차에 배터리를 장착했다면 주행거리가 짧고 불편했을 거였다.

충전소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서 충전하는 것도 문제였다.

장거리 이동도 어려웠을 거였다.

그런데 전기 중형 승용차 카오스5는 에너지 칩이라는 것을 2개 장착하면서 간단히 해결을 해버렸다.

충전소 구축이 필요 없으며 집이나 사무실에서 간단히 충전기로 에너지 칩을 충전할 수 있었다.

에너지 칩 2개를 장착하면 3천 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었다.

“허엇, 3천 킬로미터 주행이라니 놀라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지?”

“말도 안 돼!”

물론 자동차를 어떻게 운전하는가에 따라서 조금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3천 킬로미터 주행은 대단한 거였다.

대부분의 휘발유차나 경유차들도 500킬로미터 이하였다.

성능이나 가격도 좋고, 여기에 디자인도 곡선으로 세련되었다.

차의 내부도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2500시시 내연기관의 중형차와 모든 면에서 월등하게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의 전기 중형 승용차 카오스5가 더 좋았다.

이러니 인기가 있는 거였다.

완성차 업체들은 크게 긴장을 했다.

너무나 엄청난 물건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정부에서도 크게 당황했다.

카오스 모터스에서 전기차를 출시하더라도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랬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엄청난 인기로 사전예약 주문 1만 대가 매진이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내년 3월에 출시되는 카오스5의 예약 주문도 32만 대가 넘었다.

빠르게 전기차가 보급이 되면 그만큼 휘발유나 경유의 사용이 줄어들게 된다.

그것은 세금을 거두는 것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의미였다.

정부의 관료들은 어떻게 부족해지는 세금을 채울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어제 12월 23일 일요일에 사전 예약 주문 1만 대를 인도받으려고 많은 고객들이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 사옥 빌딩 1층 전시판매장으로 찾아왔었다.

신문과 방송의 뉴스에도 보도가 되어 이슈가 되었다.

고객들이 차를 인도받아 갔지만 1489대는 다음으로 인도를 미루었다.

오늘 24일 크리스마스이브 날의 월요일에도 오전부터 고객들이 찾아와서 차를 인도 받아갔다.

오늘 같은 날은 연인과 데이트를 하면 좋은데 현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이지연도 미래패션의 과장급인 제3 팀장이기에 직장에 출근하여 일하고 있었다.

퇴근하고 저녁에 만나서 청담동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마레에서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미스 김에게 지시를 하기가 그랬기에 현수가 직접 예약을 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저녁이기에 예약이 만 원이라서 어려울 줄 알았었다.

그랬는데 마침 2개의 테이블이 남아 있어서 예약이 가능했다.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보니 예약이 다 채워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현수가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 사옥 빌딩의 20층 사장실 창가에 서서 에티오피아 내추럴 시다모 원두커피를 느긋하게 마시면서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테헤란로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집무 책상에 놓인 서류들을 다 검토하여 승인을 해야 하는 서류에는 사인을 했다.

보류시킨 서류들은 모아서 결재서류철에 넣어 놓았다.

“흐음, 벌써 2년이 흘렀군.”

작년 그러니까 밀레니엄인 서기 2000년 1월 6일 목요일 오전 10시 12분에 회귀를 했었다.

전생은 서기 2061년도의 84살 노인이었다.

2000년 1월 6일에 고교동창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놀다가 한병규가 현수를 집에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면서 음주운전을 했었다.

중간에 교통사고가 나서 한병규는 즉사하고 조수석에 탔었던 현수는 왼쪽 다리와 팔이 부러지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완전히 인생이 추락한 거였다.

오랜 세월을 고통받고 장애로 힘들게 살았었다.

“밑바닥 인생이었던 나에게도 행운이 찾아왔었어.”

80대의 노인이 되어서야 우연히 신약을 복용하면서 기연을 만났다.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역시 운이 없었다.

냄새를 맡은 9명의 원수들과 싸웠고, 결국 초능력으로 다 죽였다.

현수 자신도 치명상을 입어 죽어가고 있었는데 최후의 방법으로 유체이탈을 하고 시공간을 열어 서기 2000년 1월 6일 목요일 오전 10시 12분으로 밀레니엄 회귀를 했었다.

한 번도 시도를 해보지 않아서 성공할지 장담을 할 수 없었다.

“후후후, 그래도 나는 운이 정말 좋은 놈이었어.”

그랬는데 운이 좋았는지 밀레니엄 회귀에 성공했다.

23살의 젊은 김현수 자신의 몸으로 스며들어서 영혼의 융합을 이루었다.

그 덕분에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2차 노래연습장으로 따라가지 않고 1차 신촌의 다락방이라는 곳에서 나와 집으로 곧장 돌아왔었다.

현수는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당하지 않았다.

미래가 바뀌면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인하여 한병규는 즉사했고, 현수 대신에 조수석에 타고 있었던 동윤이까지 즉사했다.

그 이후 현수는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이것을 적극 활용했다.

또한, 전생에서 아카식 레코드를 두 번이나 빨려들어 가서 아주 방대한 책들을 머릿속에 저장해 돌아왔다.

그 덕분에 밀레니엄 회귀를 하여 비밀의 약 즉, 신약과 물약을 조제하여 복용하면서 초능력을 얻었다.

여기에 마법까지 배우고 익히게 되었다.

미래의 기억들을 이용하여 사업도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다.

“후후후, 그러고 보니 2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군.”

그래도 생각해보면 전생과 밀레니엄 회귀는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있었다.

이번 생은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마음껏 살아볼 생각이다.

전생에서는 너무 운이 없었는데 노인이 되어서야 아주 우연한 기회에 신약이라는 기연을 만났었다.

처음에는 기연인 줄도 몰랐었다.

허가받지 않은 자들이 만든 불법 약이었기에 돈을 주고 비밀리에 불법 임상시험을 한 거였다.

어쨌든 그 덕분에 현수는 기연을 만났고, 초능력을 얻었다.

사실 초능력의 염력과 순간이동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조금 특별한 정도였다.

진짜 기연 중에 기연은 과감한 모험으로 신약을 한꺼번에 많이 복용하면서 초능력도 경지가 높아졌고 아카식 레코드로 빨려들어 갔었다.

그곳에서 입수한 방대한 지식 덕분에 결국 원수들의 흉계에 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9명의 원수들을 한곳으로 끌어모아서 다 죽여 버렸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무모한 행동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최선이었어.”

치명상을 입고 죽어갈 때 최후의 방법으로 밀레니엄 회귀를 하였으니 말이다.

생각에서 깨어난 현수가 머그잔에 남아 있는 원두커피를 다 마시고는 뒤돌아섰다.

스윽!

왼 손목을 치켜들어 차고 있는 롤렉스시계를 보았더니 3시 56분이었다.

6시에 퇴근을 하기에 아직도 2시간 정도 남았다.

업무도 다 처리했기에 특별히 더 해야 할 일이 없었다.

“으음, 5서클에 오르면 제일 먼저 아공간부터 생성을 해야겠어. 그런 다음에는 나의 물건들과 귀중품,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을 넣어서 안전하게 보관할 거야. 내년에는 반드시 5서클에 오를 거야.”

2시간을 기다려야 했기에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하다가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책들을 꺼내어 읽어보기로 했다.

아주 방대한 책들이 있었기에 꺼내어서 파노라마처럼 펼쳤다.

입수한 책들이 잘 정리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두서없이 모아놓은 거라서 그게 살짝 아쉬웠다.

그러다 보니 어떤 분야의 책들인지 펼쳐서 읽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마 전에 5D 프린터기와 로봇에 관한 책을 찾아내었기에 그것을 읽고 나서 클론을 만들어 낼 수가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 책을 잡았는지 궁금했다.

그래도 현수가 이제까지 책을 펼쳐서 읽고 각인시킨 책들은 잘 정리되어 머릿속에 저장되었다.

“허엇, 이건?”

현수가 이번에 찾아낸 것은 놀랍게도 은색의 비행선이었다.

각종 부품과 제작 방법에 관한 것들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우주비행도 가능해 보였는데 아쉽게도 연료 문제로 태양계를 벗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비행이 가능하다니 달이나 화성은 얼마든지 왕복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비행선은 3가지나 되었는데 소형은 지름이 12미터였고, 중형은 25미터, 대형은 55미터였다.

보통 우주선하면 비행접시를 떠올린다.

그런데 이 책에 나와 있는 비행선은 접시 형태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직사각형이며 좀 더 자세히 보면 문득 떠오르는 것이 버스였다.

12미터짜리 버스와 25미터의 버스, 55미터의 버스라고 생각하니 바로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버스처럼 사이드미러가 설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퀴도 없고 그냥 은색의 직사각형이었다.

보통 사람이 생각하기에는 직사각형의 금속 물체로 보였다.

“으음, 놀랍군. 이게 비행선이라니 말이야. 지구의 그 어떤 비행기도 상대가 되지 않겠어.”

어느 은하계의 과학이 발달한 행성의 과학기술로 만든 비행선이었다.

지구로 비교를 하자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라 할 수 있는 운송 수단이었다.

기본적인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도록 광선기관총과 광선 포가 장착되어 있으며 방어를 위하여 방어막을 펼칠 수 있었다.

“5D 프린터기를 이용하면 만들어 낼 수는 있겠어.”

상당한 기술력이 들어가지만 부품들을 5D 프린터기로 만들어 낼 수가 있기에 클론들을 시켜 조립하면 완성시킬 수 있었다.

일단 12미터짜리 소형 비행선을 한척 만들어 보는 것이 좋을 거 같았다.

“흐음, 생각을 해보니 광선기관총과 광선 포, 그리고 방어막은 내가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로 만들어 놓는 것도 좋겠군.”

비행선에 장착하는 무기와 방어막이기에 충분히 소형으로 만들어 개인 화기로 사용하면 좋을 거 같았다.

뛰어난 물건을 만들어 내려고 하면 생산 시설이 갖추어져야 했다.

그게 일반적인 것이 아니고 앞선 기술력이 들어가는 거라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5D 프린터기를 이용하면 필요한 원재료만 보충해주면 알아서 뚝딱 만들어 내었다.

별도의 생산 시설이 필요 없었기에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도 않았다.

“이번 기회에 5D 프린터기 100대와 클론 100대를 예비로 만들어 놓는 것이 좋겠군.”

준비되어 있으면 언제든 필요할 때 꺼내어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럼 앞으로 은밀히 현수가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만들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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