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카오스 모터스 1 (3)
딸깍!
펜트하우스의 출입문을 열어주었다.
이지연이 현수를 쳐다보다가 안으로 들어왔다.
흰색의 운동화를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고는 현수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넓고 럭셔리한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무슨 일입니까.”
“정말 이럴 건가요?”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계속 이렇게 거부할 건가요.”
“·······”
“당신도 날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왜 거리를 두려는 건가요?”
“으음, 저번에도 답변을 해주었지만 해야 할 일들이 많고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여자에게 제대로 신경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이유라면 내가 이해를 해줄 테니 나와 사귀어요.”
“그건 싫습니다.”
“나를 얼마나 더 괴롭힐 거죠?”
“우리는 사귀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너무 감정이 나가는 거 아닙니까?”
“이제는 나도 내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겠어요. 오늘 저녁에도 혼자 초밥을 먹었는데 머릿속에는 온통 당신 생각뿐이었어요.”
“·······”
여자인 이지연이 용기를 내어서 고백하는 거라서 거부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고 싫은가요?”
“싫은 것이 아닙니다. 아름답고 매력까지 철철 넘칩니다.”
“그런데 왜 자꾸 거부를 하는 거죠?”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무조건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건 그렇지만 당신은 사귀는 여자가 없잖아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사업이 바빠서 해야 할 일들이 많고, 가족들에게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여자에게 제대로 신경을 쓸 수가 없을 거 같아서 아예 사귀지 않으려는 겁니다.”
“그건 내가 이해를 해준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이해를 할 것 같지만 사귀다 보면 오해가 생기고 원망도 하게 되는 겁니다.”
“내가 당장 결혼하자는 것이 아니에요. 그냥 사귀어 보다가 서로 맞지 않는다면 그때 헤어지면 되잖아요.”
이지연의 논리적인 말에 현수는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현수는 비밀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부모와 동생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인데 이지연에게도 당연히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부모와 동생들은 꿈 이야기를 해주면서 설득을 시켰기에 잘 넘어갔지만 과연 이지연은 어떻게 설득을 시켜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전생의 미래에서 밀레니엄 회귀를 하였으며, 초능력을 익히고 있고, 마법도 배우고 익히고 있었다.
여기에 전생에서 악연으로 엮인 9명의 원수들도 있었다.
물론 현수가 나서서 은밀히 3명의 원수들을 죽였다.
이제 남은 원수들은 6명이었다.
‘으음, 이런 나의 비밀들을 전부 털어놓을 수는 없어.’
현수는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이지연은 현수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는 것으로 하고 3개월을 만나봅시다. 그때에도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정식으로 사귀는 것으로 하고 말입니다.”
“좋아요.”
고민하던 현수가 한발 물러나서 제안한 거라는 것을 알고는 이지연은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에도 거부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었다.
“우리 내일 당장 만나서 데이트해요.”
“으음,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어차피 내일은 일요일이었다.
미팅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파주의 별장으로 내려갈 것도 아니었다.
그냥 펜트하우스에서 농축 마나를 흡수하고 쉴 생각이었다.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습니까?”
“경기도 이천의 도자기 마을을 구경하고 맛있는 이천 쌀로 지은 한식도 먹고 싶어요.”
“그런 거라면 나도 좋습니다.”
“그럼 오전 8시에 출발하는 거 어때요?”
“그게 좋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내일 오전 8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지연이 화사하게 미소를 보였다.
촉촉한 입술을 보니 키스를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함께 거실 소파에서 일어났다.
출입문으로 걸어가서 이지연이 실내화를 벗고 자신의 흰색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현수에게 손을 흔들고는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것을 보고서야 다시 출입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으음, 결국 이렇게 되는군.”
사실 따지고 보면 이지연은 예쁘고 몸매 좋고 매력적인 미녀이다.
그렇기에 사귀더라도 나쁠 거 같지는 않았다.
다만 현수가 여러 가지 일들로 바쁘기에 제대로 신경을 써줄 수가 없을 거였다.
일단 일주일에 두 번씩 3개월을 만나보고 그때에도 좋으면 정식으로 사귀기로 한 거였다.
“설마 데이트 하다가 기자들에게 걸리는 것은 아니겠지?”
현수는 나름 유명인이기에 자칫 기자들에게 데이트 사진이라도 찍힌다면 열애설로 난리가 날 거였다.
그냥 얼굴이 노출되는 것보다는 야구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마스크까지 한다면 대부분의 얼굴이 가려진다.
정장을 입지 않고 캐주얼 복을 입을 테니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일 거였다.
차는 현수의 차가 아니라 이지연의 흰색 스포츠카 포르쉐 911을 타고 가면 될 거 같았다.
지금 시대에는 아직 스마트폰도 출시되지 않았고, 나아가 SNS가 발달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만약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바로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려버리니까 막기도 어려웠다.
좋고 편리한 점들도 많지만 부작용도 상당했다.
뜨겁게 사랑을 나누는 동영상을 홧김에 올렸다가 사회 문제가 되고, 충격에 자살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악플로 인하여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살하는 여자 연예인들도 많았다.
현수는 나름 대비를 하고 내일 아침에 이지연을 만나서 데이트를 즐겨볼 생각이다.
부아앙!
흰색 스포츠카 포르쉐 911이 달리고 있었다.
운전은 이지연이 하고 있었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으며 조수석에는 현수가 캐주얼 복을 입고 마스크와 야구모자까지 푹 눌러 쓰고 있었다.
“너무 많이 가린 거 아니에요?”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이라서 조심하는 겁니다.”
“그건 알겠는데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하게 볼 수도 있어요.”
“·······”
현수가 나름 얼굴을 최대한 가렸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지연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야구모자만 쓰고 있으면 어느 정도 얼굴이 드러나 있었기에 알아 볼 수도 있었다.
‘아, 너무 좋아.’
이지연은 현수와 함께 차를 타고 이천 도자기 마을로 향하면서 이렇게 같이 있고 데이트를 한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현수도 그동안 거부만 했었는데 이지연과 함께 있으니 좋았다.
전생에서는 23살에 너무 일찍 교통사고를 당하여 장애를 입어서 고통받고 살았었다.
노인이 되어서야 신약을 복용하면서 인생역전이 되었었다.
여자와 한 번도 사귀어 본 적도 없고 뜨겁게 사랑을 나눈 적도 없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너무 불행한 삶이었다.
그래서인지 밀레니엄 회귀를 한 후에는 여자를 사귀는 것도 아주 신중했다.
아무나 덜컥 사귀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기에 서둘지 않을 생각이었다.
사업으로 성공하여 엄청난 돈을 벌면 직접 여자를 선택할 수도 있기에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그런 미녀와 사귀고 결혼을 해볼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이지연이 먼저 사귀자고 하면서 그러니까 살짝 당황했었다.
예쁘고 몸매 좋고 집안은 미래그룹의 재벌가이니 상류층으로 모든 조건을 다 갖춘 미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결정하고 싶지는 않았었다.
이지연이 미녀이고 조건이 최상이기는 하지만 현수가 생각하는 완벽한 이상형은 아니었다.
좀 더 좋고 이상형인 미녀를 찾아낼 수도 있을 거 같아서였다.
그랬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조건부로 이지연과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이지연 정도만 해도 사실 대단한 미녀이고 조건도 좋으니 나쁘지 않아.’
3개월 한시적인 만남이기에 좀 더 만나보고 마음에 들면 정식으로 사귀면 되었다.
나중에 사귀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한다면 헤어지면 된다.
앞으로 얼마든지 현수가 판단하여 결정할 수 있기에 이지연을 만나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무슨 생각해요.”
“아닙니다. 그냥 좋아서요.”
“뭐예요?”
어느새 이천 도자기 마을에 도착했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제법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사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내린 이지연과 현수는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어때요? 좋죠?”
“흐음, 좋군요.”
현수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진짜로 주위 풍경이 아름답고 좋아 보였다.
각종 도자기들을 전시 판매하는 곳들이 많았는데 한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우와, 멋지다.”
“그렇군요.”
각종 도자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것들이 많았다.
커피를 마실 때 사용하는 머그잔들도 있었기에 귀엽고 투박하게 보이는 것으로 하나 선택했다.
이밖에도 각종 그릇들과 접시, 다기세트까지 구입을 했다.
이지연이 고른 도자기들까지 현수가 계산을 했다.
깨지면 곤란하기에 직원이 신경을 써서 포장을 해주었다.
차의 트렁크가 좁아서 많이 싣지는 못하기에 그냥 뒷좌석에 두었다.
그런 다음에 인근에 있는 식당으로 걸어갔다.
한옥 기와집으로 지어진 그런 식당이었는데 주위와 잘 어울렸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손님들이 많았다.
칸막이가 있는 구석진 자리로 가서 앉아 갈비찜 정식과 보리굴비 정식으로 주문했다.
이천 쌀로 지은 돌솥 밥이라고 알고 있었다.
현수가 자리에 앉기 전에 다른 손님들이 식사하는 것을 보았는데 돌솥 밥 하나로는 양이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아예 돌솥 밥을 하나씩 추가 주문했다.
이지연이 물컵에 물을 부어서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이천으로 나와 보니 너무 좋은데요.”
“나도 좋아요.”
직원이 카트를 밀고 오더니 각종 밑반찬들까지 푸짐하게 한상이 뚝딱 차려졌다.
뚜껑을 열었더니 김이 모락 피어나는 돌솥 밥도 너무 먹음직스러웠다.
그릇에 밥을 퍼내고 돌솥에는 물을 붓고 뚜껑을 다시 닫았다.
“먹읍시다.”
“그래요.”
현수와 이지연이 숟가락을 손에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차려진 각종 밑반찬들도 많고 먹어보니 맛도 좋았다.
음식 솜씨가 있는 그런 식당이었다.
괜히 손님이 많은 식당이 아니었다.
갈비찜과 보리굴비도 맛있었다.
금방 밥 한 그릇을 다 먹어 버렸지만 추가로 주문해놓은 돌솥 밥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지연도 식성이 좋고 잘 먹어서 좋았다.
내숭을 떨면서 눈치를 보면서 적게 먹고 그러면 좀 곤란한데 그런 것이 없어서 더 좋았다.
식사비는 이지연이 계산하고 밖으로 나왔다.
“저기가 좋겠어요.”
“그럼 갑시다.”
커피와 디저트를 팔면서 도자기들도 전시해놓고 판매까지 하는 그런 곳이었다.
현수가 커피와 디저트를 구입하여 이지연과 함께 창가 자리에 앉았다.
“카오스 제약에서 신규 회사들이 빠르게 생겨나네요?”
“지금은 회사가 6개인데 앞으로 많은 회사들이 설립되어 늘어날 겁니다.”
“그래서 회사 일이 바쁘다고 했었군요.”
“지금은 모든 것들을 내가 처리하고 결정하고 지시까지 내리니 그렇습니다. 앞으로는 중역들과 관리 사장들을 두고 해야지요.”
“회사가 6개나 된다니 놀랍네요.”
“예,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를 자본금 100억 원에 설립하여 지난 2월 15일에 첫 배당을 실시하여 자본금을 1조 원으로 상향 조정을 했었거든요.”
“어머, 100배나 자본금을 높였네요.”
“그렇습니다. 지난 5월 16일에 두 번째 배당으로 나는 대한민국 부자 순위 1위가 되었고 말입니다.”
위암 치료제 신약 그린터치 정으로 대박을 터뜨려서 천문학적인 매출과 수익을 올렸다는 것도 뉴스 보도로 알게 되었다.
작년인 2000년 6월에 설립이 되었기에 1년이 조금 넘은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여 엄청난 초고속 성장을 하였다.
믿어지지 않는 결과였지만 모두 사실이었다.
“그 이후 카오스 전자 주식회사를 자본금 5천억 원에 설립을 하였으며 카오스 무선 진공청소기를 출시하여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나도 구입해 사용하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러니까 인기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갤럭시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를 자본금 5천억 원으로 설립하였으며, 많은 부동산들을 관리해줄 회사가 필요해졌기에 스타 건물관리 주식회사를 자본금 1천억 원으로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놀랍네요.”
“얼마 전에는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를 자본금 1조 원에 설립하였으며, 카오스 에너지 주식회사도 자본금 5천억 원으로 설립을 했지요. 그렇게 6개의 회사를 보유하게 된 겁니다.”
“그럼 그룹으로 해도 되겠어요.”
“지금은 너무 빠르고 조금 더 후에 카오스 그룹으로 해야 되겠지요.”
“정말 대단해요.”
이제야 이지연은 현수가 바빠서 여자를 사귀더라도 신경을 써주지 못할 거라면서 거절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
잘생기고 경영능력도 탁월한 현수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사귀자는 것을 현수가 거절하여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었지만 결국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겨우 1년이 넘었을 뿐인데 벌써 6개의 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부자 순위 1위에 오르고 말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을 하게 될지는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미래그룹 이구영 회장의 손녀이기에 어려서부터 사업에 관하여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미래그룹은 대한민국 기업 순위 43위이며 6개의 계열사와 18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지만 현수의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만 하더라도 11위에 올라 있었다.
나머지 5개의 회사들은 포함시키지 않아도 말이다.
여기에 비만 치료제 신약 카오스 슬림과 치매 치료제 신약 카오스 큐가 제3상 임상시험 중에 있었다.
이게 통과를 하여 승인을 받고 시판이 된다면 얼마나 더 매출과 수익을 올리게 될지도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