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58화 (58/217)

제16장 카오스 모터스 1 (2)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공사 현장.

망고 건설의 박 사장이 현장을 관리 감독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공사 현장이 사고 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

지하 3층에 지상 20층짜리 빌딩 하나와 500평형 생산 공장 10개동이 신축 공사 중이었다.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의 생산 공장과 똑같은 거라서 경험이 있었기에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카오스 제약의 생산 공장을 추가로 신축하는 건가?”

박 사장은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었다.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의 사옥으로 사용할 빌딩과 생산 공장이라는 거였다.

김일수 고문 변호사가 나서서 최대한 신속하게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법적인 조치를 끝마쳤다.

회사 설립에 관한 것은 서류만 완벽하면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승인이 난다.

그렇기에 어렵지는 않는데 자동차 사업 승인은 정부에게 고심을 해서 승인 허가를 해줄지 아니면 거부할지 지켜봐야 했다.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기에 신규 진출하는 회사들은 어려웠다.

기아차와 우대자동차가 IMF의 영향으로 부도가 나면서 무너졌다.

대현자동차에서 기아차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몸집이 엄청나게 커졌다.

우대자동차는 미국의 지엠 자동차가 인수했다.

이런 상황인데 느닷없이 카오스 제약의 김현수 사장이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려는 거였다.

당연히 완성차 업체에서 반발하면서 정부에 압력을 행사할 거였다.

그런데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니라 전기차라는 거였다.

대현자동차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전기차라는 것이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아직 기술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언제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지는 알 수가 없었다.

짧은 주행거리와 배터리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충전소를 만들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그런 단점들을 고려하면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그랬기에 대현자동차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너무 무모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완성하여 판매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반대할 명분도 없고 진출해봐야 사업 성공 가능성도 아주 희박했다.

거의 사업 실패가 확정적이었다.

작은 회사 하나가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대현자동차와 지엠 자동차, 그리고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고급 술집에서 만나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론은 너무 무모하다는 거였다.

정부에서 사업 승인 허가를 내어주더라도 막대한 돈만 투자하다가 결국 사업 실패할 거였다.

“내연기관 완성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니 반대할 필요가 없을 거 같습니다.”

“저희도 같은 생각입니다.”

“24살짜리가 자동차 사업에 관하여 뭘 알겠습니까?”

“어리석고 멍청한 놈이지요.”

“맞습니다. 하하.”

김일수 고문 변호사는 정부에서 쉽게 사업 승인 허가를 내어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랬는데 의외로 손쉽게 사업 승인 허가가 나왔다.

“이, 이게?”

“후후후, 나의 예상이 어떻습니까?”

“으음, 놀랍습니다. 어떻게 예상하신 겁니까?”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이 아닌 전기차이니 진출해봐야 사업이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기에 반대하지 않고 사업 승인 허가가 나온 겁니다.”

“으음, 저의 생각으로는 사업 승인 허가가 나오더라도 문제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나도 다 생각이 있어서 진출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현수가 씨익 웃으면서 찻잔을 들어 콜롬비아 원두커피를 마셨다.

김일수 고문 변호사는 목이 타는지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이제 나의 예상대로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가 자본금 1조 원에 설립이 되었고, 사옥 빌딩과 생산 공장들이 신축 공사 중입니다. 정부에서 사업 승인 허가까지 나왔으니 이제 사업을 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맞지요?”

“예, 그건 맞습니다.”

“좋습니다. 이제 저번에 말했던 자회사에 관한 것을 말하겠습니다.”

“아, 카오스 에너지 주식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그거 말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깊게 생각을 해보았더니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기에 굳이 자회사 보다는 별도의 주식회사로 설립하기로 계획을 바꾸었습니다.”

“·······”

“그래서 카오스 에너지 주식회사의 자본금은 5천억 원이며, 내가 80%의 지분을 보유할 생각이니 4천억 원을 부담합니다. 그리고 부모님과 동생들이 각각 5%씩 지분을 보유할 것이기에 250억 원씩 1천억 원을 부담하면 5천억 윈이 되는 겁니다.”

“으음, 그건 알겠습니다.”

“그럼 나의 계획대로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옥과 생산 공장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카오스 에너지 주식회사 사옥은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 사옥 빌딩 신축 공사 중인 인근에 위치한 10층짜리 원데이 빌딩으로 하겠습니다.”

“예? 원데이 빌딩이라고요?”

“예, 제가 매입해놓은 원데이 빌딩입니다. 임대를 하는 방식으로 하고 카오스 에너지 빌딩으로 이름을 바꾸겠습니다.”

“그것은 그렇게 처리하면 되지만 생산 공장은 신축하실 겁니까?”

“아닙니다. 현재 망고 건설에서 양재동에 신축 공사 중인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의 생산 공장 10개동 중에 7개동만 그대로 유지하고, 나머지 3개동의 생산 공장들은 카오스 에너지 주식회사의 생산 공장으로 활용할 겁니다. 어차피 이 건물들과 부지도 나의 개인 자금으로 하는 거라서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받는 방식입니다.”

“으음, 그렇게 하신다면 간단히 해결이 되는군요.”

“물론입니다.”

김일수 고문 변호사는 어떻게 해결을 할지 의문이었는데 현수는 너무나 손쉽게 다 깔끔하게 해결을 해버렸다.

“그런데 카오스 에너지 주식회사의 배터리가 너무 궁금합니다.”

“지금 당장은 설명을 하더라도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겁니다. 사옥과 생산 공장이 완공되어 생산 설비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겁니다.”

“그렇게 하려면 내년까지도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지금이 2001년 7월 중순이니 2002년 12월까지도 어려울 것으로 보시겠지만 나는 아닙니다. 내년 여름에 카오스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예? 내년 여름에 전기차를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카오스 에너지 주식회사의 배터리도 그때가 되면 알게 됩니다.”

현수가 너무 자신만만해하자 김일수 고문 변호사도 더 이상 반박을 하지 못하였다.

머릿속에 어떤 계획들이 들어 있는지 꺼내어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청담동 태평양 참치전문점.

참다랑어(혼마구로)를 이용한 다양한 코스 요리를 하는 곳이다.

예약을 해야 하며 1인당 10만 원이었다.

모처럼 별미를 먹고 싶어서 예약을 하고 10명의 경호원들과 함께 찾아왔다.

나름 알려지고 유명인이라서 시비를 걸거나 문제가 생긴다면 곤란해진다.

그래서 아예 그런 것들을 방지하고자 10명의 경호원들을 대동한 거였다.

경호원들은 참다랑어 코스 요리를 같이 먹을 것이지만 대신 술은 마시지 않을 거였다.

경호대상인 현수를 경호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부드러운 홍게살 죽과 미소 된장국이 나왔다.

다음으로 입맛을 돋게 해주는 전채 음식들이 나왔다.

기본 채소와 락교, 단무지, 꼬시래기, 다시마, 톳, 과메기, 양파와 버섯도 있었다.

샐러드와 본격적으로 참치 부위별 초밥이 나왔다.

“흐음, 맛있군.”

음미하면서 참치 부위별 초밥을 먹고 있는데 이번에는 참치 회 무침이 나왔다.

잡어 회 무침과는 식감이나 맛이 완전히 달랐다.

다음은 참치 부위별 회가 푸짐하게 나왔다.

오늘의 메인 코스 요리였다.

“참치회가 아름답군.”

현수는 결코 서둘지 않고 느긋하게 음미를 하면서 먹었다.

경호원들은 술을 못 마시지만 현수는 마셔도 되기에 일본식 술인 사케를 한 병 주문하여 마셨다.

얼마 후에는 전복 회와 새우튀김이 나왔다.

전복 회는 싱싱하기에 살짝 간장에 찍어서 먹었다.

새우튀김은 깨끗한 기름에 튀긴 거라서 바삭하고 고소해서 맛있었다.

경호원들도 머리를 끄떡일 정도였다.

구수한 해물 누룽지탕이 나와서 이것도 먹었다.

참치회 중에 특수 부위의 회들이 접시에 담겨서 나왔다.

“흐음, 좋군. 좋아.”

청담동 태평양 참치전문점은 처음 와서 먹어보는 것이지만 만족스러웠다.

가끔씩 참치회가 먹고 싶어지면 이곳으로 오면 될 거 같았다.

얼큰하면서 시원한 매운탕과 알 밥이 나왔다.

이것까지 먹었더니 배가 불렀다.

사케는 한 병을 다 마셨지만 취하지는 않았다.

마무리로 나온 후식은 녹차 아이스크림이었다.

‘호오, 오마카세 방식을 접목했군. 나쁘지 않아.’

돈이 천문학적으로 많아진 현수는 먹는 것도 점점 고급스럽게 바뀌고 있었다.

워낙 많은 돈들을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들어온다.

여기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임대해 주었기에 임대보증금과 월세도 상당하다.

비만 치료제 신약 카오스 슬림과 치매 치료제 신약 카오스 큐가 제3상 임상시험의 마무리 단계였다.

곧 통과가 되어 시판 승인 신청을 하여 승인이 나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생각보다는 많았다.

그랬기에 그들에게 치료의 길이 열리게 되니 큰 희망을 주고 수익도 올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진짜 돈이 되는 것은 비만 치료제 신약 카오스 슬림이다.

비만 환자들이 넘쳐나는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그것도 초고도 비만 환자들도 엄청 많다.

그들에게 비만 치료제 신약 카오스 슬림을 복용시킨다면 엄청난 효과에 놀라면서 너도나도 구입해 복용을 할 거였다.

그게 다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되는 거였다.

앞으로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가 두 가지 신약으로 얼마나 벌어들일지는 예상이 어려울 정도로 엄청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스윽!

현수가 자신의 명품 악어지갑에서 자기앞수표를 꺼내어 계산했다.

주방장에게 팁으로 10만 원을 주었더니 감사하다면서 꾸벅 인사를 했다.

현수와 10명의 경호원들이 함께 밖으로 나왔더니 검은색 롤스로이스 실버스퍼가 대기해 있었다.

그것을 타고 청담동 제우스 빌라로 이동했다.

배도 부르고 사케를 마셔서 기분까지 좋은 상태였다.

그렇다고 많이 취한 것은 아니었다.

살짝 기분이 좋을 정도의 취기였다.

지금이라도 해독 마법을 펼치면 금방 취기가 소멸되어 정신이 맑아질 거였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럴 거였다면 굳이 사케를 마실 이유가 없었다.

창밖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청담동 제우스 빌라 지하 3층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펜트하우스 전용 자리에 세웠다.

흰색의 스포츠카 포르쉐 911의 차 문을 열고 이지연이 내리더니 쳐다보았다.

경호원이 차 문을 열어주었기에 차에서 내린 현수가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서 보았더니 이지연이 엘리베이터로 다가오고 있었다.

흰색 민소매에 청바지, 흰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명품 핸드백을 사선으로 메고 있었는데 잘 어울렸다.

워낙 얼굴이 예쁘고 풍만한 가슴에 에스라인 몸매라서 똑같은 옷이라도 다른 여자보다 더욱 잘 어울리고 돋보였다.

“어디 다녀오세요?”

“예, 식사하고 오는 길입니다.”

“요즘은 얼굴 보기 힘드네요.”

“일이 좀 바빠서 말입니다.”

“그랬군요.”

예전과는 다르게 서먹한 느낌이었다.

이지연이 용기를 내어 먼저 현수에게 사귀자고 하였는데 거절했었다.

그 이후에도 현수가 마음만 바꾸면 얼마든지 가까워질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을 거 같아서 그렇게 했다.

현수가 카오스 제약의 두 번째 배당금을 배당받으면서 대한민국 부자 순위 1위에 올랐기에 그것을 뉴스 보도로 알게 된 이지연은 예전과는 다르게 선뜻 현수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현수가 잘 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엄청나게 위로 올라갈 줄은 몰랐었다.

이제는 상류층이나 재벌가들도 현수를 위로 쳐다봐야 할 정도였다.

‘나의 남자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너무 높은 곳으로 올라가 버렸어. 내가 다시 잡을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현수와 10명의 경호원들, 그리고 이지연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현수와 이지연만 있었다면 개인적인 대화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경호원들이 10명이나 있어서 말을 걸어볼 수도 없었다.

10층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어쩔 수 없이 이지연이 내렸다.

“그럼 들어가세요.”

“예, 감사합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위로 올라갔다.

잠시 서 있던 이지연은 한숨을 내쉬더니 1001호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12층 펜트하우스에서 내린 현수가 출입문을 열자 10명의 경호원들이 일제히 상체를 숙여 인사하고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현수가 구두를 벗어서 실내화로 갈아 신었다.

신발장을 열어 고급 수제 구두를 넣고 문을 닫았다.

딩동!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났다.

츠츠츠츠!

투시 마법을 펼쳐 살펴보았더니 이지연이 서 있었다.

열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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