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57화 (57/217)

제16장 카오스 모터스 1 (1)

“수정아, 인사해라. 카오스 제약의 김현수 사장이다.”

“그래요? 안녕하세요. 김수정이라고 해요.”

“김현수입니다.”

“요즘 활약이 대단하시더군요. 재계의 신성이라고 불리는데 아세요?”

“모릅니다. 제가 재계의 신성이었습니까?”

“그래요.”

“나는 잠시 저쪽에 가서 사람들을 만날 테니 수정이 너는 김현수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거라.”

“예, 아빠.”

“·······”

현수는 얼떨결에 김수정이라는 미녀와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살짝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자리를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우대그룹의 김일우 회장의 딸인 김수정은 누가 봐도 미녀였는데 청순한 스타일이었다.

신장은 163센티미터로 크지는 않았지만 여성들의 신장으로 보면 작은 신장은 아니었다.

몸무게는 45킬로그램 정도로 호리했으며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우아하고 청순했다.

자세한 것은 아직 알 수가 없지만 첫인상이나 외모로 보면 청순 미녀이면서 차분한 성격으로 보였다.

나이는 20살에서 많아도 23살을 넘지 않을 거 같았다.

“오늘 검은색 롤스로이스 실버스퍼를 타고 오셨죠?”

“예, 그건 어떻게 아십니까?”

“차에서 내리시는 것을 보았거든요.”

“아, 그랬군요.”

“차가 크고 럭셔리하며 중후해서 20대가 타기에는 부담스럽지 않아요?”

“부담스럽게 생각을 하였다면 그런 차를 타지 않았을 것이고, 구입도 하지 않았겠지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차를 많이 좋아하시는 모양이군요.”

“좀 그런 편입니다.”

“사실 저도 차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서 흰색의 스포츠카 포르쉐 911과 검은색 벤츠 지바겐, 그리고 회색 아우디 A6을 가지고 있어요. 당신은요?”

“검은색 롤스로이스 실버스퍼는 보셨을 테고, 은색의 스포츠카 포르쉐 911, 검은색 벤츠 S280, 검은색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국산차인 검은색 그라니아까지 5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라니아는 경호원들이 타고 다니면서 경호를 해주는 용도입니다.”

“어머, 그래도 5대나 보유하고 있다니 대단하세요.”

“그건 그렇고 저는 24살인데 몇 살입니까?”

“21살이에요. 대륙대 영문과를 다니고 있어요.”

“그랬군요.”

대륙대학교는 나름 서울의 명문대이기는 하지만 SKY대학들의 아래였다.

김수정이 눈을 반짝이면서 현수에게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자가 되었는데 기분이 어때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카오스 전자도 보유하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맞나요?”

“맞습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카오스 무선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성능이나 디자인이 혁신적이었어요.”

“기존의 유선 진공청소기들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제품이라서 그럴 겁니다.”

“예, 그래요. 어떻게 이런 것을 개발하신 것인지 놀라웠어요.”

“조금만 미래를 생각하면서 디자인과 성능을 연구하면 좋은 물건들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에요. 아빠의 우대전자에는 300여명이나 되는 많은 연구원들이 있지만 혁신적인 제품들은 개발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

김수정의 말이 사실이기에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주위의 여자들 시선이 따가웠다.

김수정과 현수 이렇게 둘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현수를 처음 보거나 신분을 모르는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현수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해주고 나서야 누구인지 알았다.

유리잔에 얼음을 넣고 사이다를 부은 것을 현수가 마시려고 하자 김수정이 말했다.

“저도 같은 것으로 한잔 주세요.”

“좋습니다.”

현수가 유리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새로운 유리잔에 얼음을 넣고 사이다를 부어서 내밀었다.

“고마워요.”

“천만에요.”

그제야 현수도 테이블에 내려놓은 유리잔을 들어 마셨다.

얼음이 들어간 사이다라서 그런지 시원하고 짜릿해서 좋았다.

“전화해도 될까요?”

“저의 전화번호는 아십니까?”

“아니, 몰라요. 알려주실 거 아닌가요?”

“흐음, 듣고 보니 그건 그렇습니다.”

스윽!

현수가 정장 주머니에서 검은색 소가죽 명함지갑을 꺼내어 명함을 한 장 내밀었다.

그것을 받은 김수정이 한차례 살펴보고는 미소를 보이면서 자신의 명품 샤넬 파우치 백에 넣었다.

“일이 바빠서 전화를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고의로 안 받고 그러는 것은 아니죠?”

“물론입니다.”

“그럼 기회를 봐서 연락을 드릴게요.”

김수정이 뒤돌아 사람들 사이로 지나가더니 젊은 남녀가 모인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수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현수는 김수정이 예쁘고 대화를 나누어보니 호감이 있어서 명함을 준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명함을 주지 않았을 거였다.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이 현수를 주시는 하지만 선뜻 다가오지는 않았다.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그런 사람처럼 느껴졌다.

호기심에 전경련 정기모임에 참석했는데 이러면 다시는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삼송그룹의 이 회장이나 대현그룹의 정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흐음, 계속 있기에는 너무 불편하군. 그만 돌아가야겠군.’

현수가 걸어가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그런데 화장실 쪽이 아니라 출입문 쪽이었다.

아직 제대로 정기모임의 회의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흥미를 잃은 현수는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출입문을 잡아당겨 열고는 밖으로 나갔다.

“뭐야, 가는 거야?”

“아직 회의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설마 진짜 가는 것은 아니겠지?”

웅성웅성!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현수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정작 현수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잠시 바깥바람을 맞고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현수는 대기해 있는 경호원들과 함께 전경련회관 건물 출입문으로 나왔다.

다가와 멈추는 검은색 롤스로이스 실버스퍼를 경호원이 차 문을 열어주자 탔다.

그걸 기자들이 보고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전경련 정기모임이 시작되기는 하였지만 보통 한 시간은 잡담을 하면서 보낸다.

그러다가 10대 그룹의 회장들이나 사장들이 나타나면 서로 친목을 나누는 거였다.

물론 오늘 일찍 들어온 재계 순위 3위의 우대그룹 김일우 회장과 인사를 나누기는 했었다.

그게 오늘의 성과라면 성과였다.

검은색 벤츠 S280과 국산차 검은색 그라니아까지 경호원들이 나누어 타자 즉시 출발했다.

“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카오스 제약의 김현수 사장이 먼저 가버리는데?”

“뭔가 느낌이 좀 이상한데?”

“왜 벌써 돌아가는 거지?”

당사자인 현수가 검은색 롤스로이스 실버스퍼를 타고 가버렸기에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한편, 이런 사실도 모르고 소회의실에서는 삼송그룹의 이 회장이나 대현그룹의 정 회장, 그리고 10대 그룹의 회장들과 사장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재계 순위 3위의 우대그룹 김일우 회장도 평소라면 이들과 같이 모여앉아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을 거였다.

그렇지만 오늘은 카오스 제약의 김현수 사장에 대하여 호기심이 많았기에 먼저 나가서 만났던 거였다.

자연스럽게 막내딸인 김수정을 불러서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도 만들어주고 물러난 거였다.

10대 그룹의 비서들이 비서실장에게 카오스 제약의 김현수 사장이 나가버렸다는 것을 보고했다.

“뭐, 나갔다고?”

“연회장이 갑갑해서 그런가?”

“그건 아니었습니다. 어색한 자리에 아는 사람도 없고 하다 보니 흥미를 잃고 가버린 거 같습니다.”

“으음, 그래도 초대까지 하였는데 성급하게 가버리다니 그렇게 가벼운 사람이었나?”

카오스 제약의 김현수 사장을 만나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10대 그룹의 회장들과 사장들도 그랬다.

비서실장들이 10대 그룹의 회장들에게 현수가 먼저 가버렸다고 보고했다.

“뭐라고?”

“좀 더 기다리지 못하고 가버리다니.”

“이게 말이 돼?”

김이 팍 빠져버린 꼴이었다.

이번 정기모임에 카오스 제약의 김현수 사장이 참석한다고 해서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한번 보려고 했었는데 그게 불발이 되어 버렸다.

테헤란로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 사옥의 사장실.

집무 책상의 의자에 현수가 와이셔츠 차림으로 앉아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사장실의 문이 열리면서 미스 김과 김일수 고문 변호사가 함께 들어왔다.

현수가 고개를 들더니 김일수 고문 변호사를 보고는 손짓으로 소파로 권했다.

“앉으시지요.”

“예, 감사합니다.”

김일수 고문 변호사는 이번에는 현수가 왜 자신을 부른 것인지 궁금했다.

특별히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가 법적으로 소송에 걸리거나 한 것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현수가 다가오더니 소파에 앉았다.

“차는 뭐로 하시겠습니까?”

“저는 원두커피로 하겠습니다.”

“미스 김, 원두커피로 두 잔 부탁합니다.”

“예, 사장님.”

미스 김이 사장실을 나가자 현수가 김일수 고문 변호사에게 말했다.

“이렇게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를 설립하고자 합니다.”

“예?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겁니까?”

“그래요. 서초구 양재동에 3만평의 부지를 최근에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곳에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의 사옥과 생산 공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으음, 정부에서 쉽게 허가를 내주지 않을 텐데요.”

“기존의 자동차 완성차 업체들이 있기에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해서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전기차 분야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예? 휘발유나 경유가 아닌 전기차를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으음, 아직 대한민국에는 전기차 회사가 없으니 정부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을 명분은 없기에 가능성이 있군요. 그렇지만 너무 시기상조가 아닐까요?”

김일수 고문 변호사의 말이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현수는 나름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전기차는 휘발유나 경우처럼 매연을 내뿜지 않기에 친환경차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거였다.

뚝딱 전기차만 만들어 판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기존의 휘발유나 경유차들은 주유소에 흔하게 있기에 기름을 보충하는 것이 쉬웠다.

전기차들은 충전소가 있어야 하기에 새롭게 구축을 해야 하는데 이게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그리고 1회 충전에 150킬로미터도 못 달리기에 자주 충전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여기에 충전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다.

이런 것들을 다 고려를 한다면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나에게 다 생각이 있어서 하는 말이니까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해주십시오.”

“으음, 알겠습니다. 자세한 사항을 말해주십시오.”

그때, 사장실 문을 열고 미스 김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김이 모락 나는 찻잔을 티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에티오피아 내추럴 시다모 원두커피에요.”

“그래요.”

“잘 마시겠습니다.”

미스 김이 쟁반을 들고 사장실을 나갔다.

그제야 현수가 김일수 고문 변호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자본금은 1조 원이며 내가 80%의 지분을 보유할 것이며 8천억 원을 부담합니다. 그리고 부모님과 동생들이 각각 5%의 지분을 보유할 것이기에 500억 원씩 2천억 원을 부담합니다.”

“아, 그럼 가족들이니 100%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군요.”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 설립은 어렵지 않겠지만 자동차 사업 승인을 위한 정부의 허가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에는 전기차 회사가 없으니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국 허가가 나올 겁니다.”

“·······”

김일수 고문 변호사는 마음 같아서는 현수를 말리고 싶었다.

아직 전기차 분야는 제대로 기술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여러 가지로 시기상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전기차 사업에 진출한다니 안타까웠다.

전기차에 대하여 조금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사업을 말릴 거였다.

“걱정하시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저는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가 설립이 되고 정부에서 자동차 사업 승인을 해주기로 하면서 허가가 나온다면 카오스 모터스 주식회사의 자회사로 카오스 에너지 주식회사를 설립할 겁니다.”

“예? 카오스 에너지 주식회사를 설립한다고요? 혹시 배터리 생산 공장입니까?”

“기존의 배터리는 아니지만 비슷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은 말을 해주기가 그렇고 하니 나중에 카오스 에너지 주식회사를 설립할 때 말해주겠습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현수가 무슨 계획을 가지고 저러는 것인지 김일수 고문 변호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스윽!

현수가 태연하게 티 테이블에 놓인 찻잔을 들어 에티오피아 내추럴 시다모 원두커피를 마셨다.

김일수 고문 변호사는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찻잔을 들어 커피를 마셨다.

미래에는 내연기관의 자동차들이 사라지고 전기차와 수소차가 대세가 된다.

물론 내연기관의 자동차들은 클래식 카라고 해서 소량으로 팔리기는 한다.

어쨌든 주력은 전기차와 수소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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