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56화 (56/217)

제15장 전경련의 초대 (4)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

지하 3층에 지상 20층으로 이루어진 빌딩이다.

오늘 이곳에는 전경련의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라서 그런지 고급차들이 줄지어 들어와 출입구 옆에 멈추었다.

배치되어 있는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재빨리 차 문을 열어주었다.

전경련에 소속되어 있는 회원들 즉, 대기업 회장이나 사장들이 내려서 안내를 받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찰칵찰칵!

기자들도 50명이나 와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평소에는 10명 정도인데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기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정말 올까?”

“초대를 받았으니 올 거야.”

“24살에 불과한데 정말 대단하다.”

“그러니까.”

기자들이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의 주인공은 바로 김현수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의 사장이었다.

요즘 가장 많이 뉴스와 신문, 잡지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가 비상장기업이고 설립된 지 겨우 1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대한민국 기업 순위 11위에 올랐다.

위암 치료제 신약 그린터치 정을 개발하여 국내와 미국 등에 시판을 하면서 높은 매출과 수익을 올렸다.

지금은 전 세계로 수출을 하고 있었다.

이 밖에도 비만 치료제 신약 카오스 슬림과 치매 치료제 신약 카오스 큐가 특허 등록이 되고, 제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서 만약 통과를 하여 시판 승인을 받아 시판이 된다면 얼마나 매출과 수익을 올릴지 예상이 어려울 정도였다.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초고속 성장이었다.

곧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것으로 모두들 예상하고 있었다.

김현수 사장이 놀라운 점은 나이가 이제 겨우 24살이라는 거였다.

여기에 두 번의 배당을 실시하여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배당받았다.

그 영향으로 단번에 대한민국 부자 순위 1위에 올랐다.

앞으로 개인재산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예상이 어려울 정도였다.

속속 검은색 고급 승용차들이 도착하여 대기업 회장이나 사장들이 내려서 전경련회관 안으로 들어갔다.

“왔다.”

“어디?”

“아, 저 차다.”

“허엇, 롤스로이스?”

기자들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검은색 롤스로이스 실버스퍼가 다가와 멈추었다.

정장을 입은 직원이 다가와 차 문을 열어주려고 했다.

그랬는데 조수석에 타고 있던 경호원이 재빨리 내리더니 차 문을 열어주었다.

고급 정장을 입은 현수가 여유로운 모습으로 내렸다.

찰칵찰칵! 파파팟! 파팟!

기자들이 일제히 셔터를 누르면서 사진을 찍었다.

현수가 살짝 미소를 보이면서 사진이 잘 나오도록 몸을 틀어 주었다.

그랬기에 기자들이 정신없이 연속으로 사진을 찍었다.

“멋지다.”

“영화배우 같아.”

“대한민국 부자 1위라니 대단해.”

“많은 여자들이 달려들겠어.”

“진짜 매력적인 남자야.”

여자 기자들은 현수의 멋진 모습에 눈을 반짝이고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충분히 사진을 찍었다고 판단한 현수는 그제야 몸을 돌려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전경련회관 안으로 들어갔다.

수행원들은 회의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기에 밖의 복도에서 대기했다.

대기업들의 수행원들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현수의 경호원 10명도 그곳으로 가서 대기했다.

대기업들의 수행원들은 서로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었기에 인사를 나누고 안면을 익혀서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현수의 경호원들은 이곳이 처음이었다.

그랬기에 서로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현수가 회의장으로 들어가 보니 넓은 홀이었으며 한쪽에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200여명의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인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는 고급 정장이나 턱시도를 입고 있었으며 여성들은 드레스 차림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목이 긴 샴페인 잔을 들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방금 들어온 현수를 쳐다보았다.

현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음식이 차려진 곳으로 이동하여 카프레제 샐러드가 담긴 작은 접시를 집어 들었다.

토마토와 치즈를 차례대로 놓고 바질 페스토를 소스처럼 살짝 뿌린 샐러드였다.

잘 익은 토마토에 모짜렐라 치즈를 썰어서 번갈아 붙이고 바질 페스토를 뿌린 샐러드이기에 부담감도 없고 맛도 좋으면서 영양도 풍부했다.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샐러드 요리이지만 고급이다.

현수가 작은 포크로 카프레제 샐러드를 찍어서 입에 넣었다.

남자 한명이 현수에게 다가오더니 나직하게 말했다.

“카오스 제약 김현수 사장님이시지요?”

“그렇습니다. 누구시죠?”

“대한 전자의 박준수 부사장입니다.”

스윽!

대한 전자의 박준수 부사장이 자신의 명함을 현수에게 내밀었다.

순식간에 명함을 확인하고는 현수도 준비를 해왔기에 정장 주머니에서 검은색 소가죽 명함지갑을 꺼내었다.

명함을 꺼내어 한 장 주었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물론입니다.”

대한 전자는 대한 그룹의 8개 계열사들 중에 하나이다.

자회사가 14개였기에 22개의 회사들로 이루어진 대한 그룹은 재계 순위 15위에서 16위로 한 단계 밀려났다.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가 단번에 재계 서열 11위에 올랐으니 충격을 받았을 거였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재계 순위 30위 안으로는 잘 바뀌지 않았다.

그랬는데 1997년 IMF 사태가 터지면서 대변화가 일어났다.

대기업들조차 픽픽 쓰러졌다.

지금은 부도가 나거나 법정관리를 받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모두들 곧 IMF 관리 체제도 종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실질적인 역사에서도 2001년 8월 23일에 195억 달러를 조기 상환하면서 IMF의 관리 체제가 완전히 종료된다.

지금이 6월 중순이었기에 얼마 남지 않았다.

“카오스 전자가 설립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았는데 카오스 무선 진공청소기를 선보여서 인기이던데 놀랍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단순히 운이 좋은 것이 아니라 살펴보니 아주 혁신적인 제품이었습니다.”

“·······”

대한 전자에서도 진공청소기를 개발하여 판매하고는 있지만 삼송전자나 우대전자에 밀려 판매량은 높지 않았다.

유선에 먼지봉투가 장착되어 있어서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흡입력이 떨어졌다.

물론 삼송전자와 우대전자의 진공청소기도 디자인만 조금 다르지, 성능은 비슷했다.

그나마 미국에서 수입하여 팔리고 있는 라이즌3 진공청소기가 판매 1위였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카오스 전자에서 카오스 무선 진공청소기를 선보였는데 50만 원으로 엄청 고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이나 성능이 아주 혁신적이었다.

강남의 부자들이나 상류층에서 구입해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입소문이 크게 나면서 고가임에도 너도나도 구입하면서 인기가 더 치솟았다.

판매량 4위였던 대한 전자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카오스 전자가 차지했다.

모두들 우대전자와 삼송전자도 곧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몇 개월 전에 느닷없이 카오스 전자 주식회사가 자본금 5천억 원으로 설립되어 등장하였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었는데 아주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다니 놀랐습니다. 그래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와 연관이 있더군요.”

“·······”

현수는 대한 전자의 박준수 부사장이 무슨 말을 더 하려는 것인지 지켜보았다.

박준수 부사장이 미소를 보이면서 말했다.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것을 보고는 이제는 긴장하고 경쟁자로 인식하려고 합니다.”

“나를 경쟁자로 인식한다고요?”

“그렇습니다.”

“그거 재미있군요. 나는 전혀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건 무슨 뜻입니까?”

“무슨 뜻인지는 잘 생각을 해보십시오.”

대한 전자의 박준수 부사장은 만만하게 보았다가 현수에게 한 방 맞았다.

현수를 경쟁자로 인정을 해준다는 말에 그는 전혀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은 자신과 같은 급이 아니고 한참 아래 급이니까 전혀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크게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었다.

가볍게 상대를 떠보려고 잽을 날렸다가 강력한 스트레이트를 한 방 먹은 거였다.

‘으음, 겨우 24살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배짱이 이 정도였나?’

한국 부자 순위 1위에 올랐고, 회사도 재계 순위 11위이니 놀라웠다.

현수가 접시를 내려놓고 다른 카프레제 샐러드 접시를 집어 들더니 먹으면서 대한 전자의 박준수 부사장을 쳐다보았다.

말로 해서는 이길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에 한마디 했다.

“경쟁자로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하는군요. 대한 전자에서 곧 신제품을 출시하여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죠.”

“그러시다면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현수의 대답에 대한 전자의 박준수 부사장은 찬바람이 불 정도로 휙 몸을 돌리더니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우대그룹의 김일우 회장이 곧장 현수에게 다가왔다.

현수는 유리잔에 얼음을 넣고 사이다를 부어서 손에 들고 마시려고 하다가 누군가 다가왔기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카오스 제약의 김현수 사장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나 우대그룹의 김일우 회장이오.”

우대그룹의 김일우 회장이 손을 내밀자 현수도 손을 내밀어서 서로 악수를 했다.

보통은 상체를 숙여 굽신거리는데 현수는 전혀 아니었다.

너무도 당당한 모습으로 악수를 하였기에 재계 순위 3위 우대그룹의 김일우 회장이 눈을 번뜩였다.

처음에는 신생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가 자본금 100억 원으로 설립이 되어 운이 좋게 신약을 개발하여 시판을 하여 대박을 터뜨렸다고 생각했었다.

대기업들의 계열사인 제약 회사들조차 신약 개발이 쉽지 않아 성공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었다.

약을 직수입하거나 위탁판매를 하여 매출과 수익을 올린다.

그런데 신생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는 아니었다.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고, 임상시험까지 통과하여 시판을 하여 대박을 터뜨렸기에 놀라웠다.

뒷조사를 한 것을 읽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신생 카오스 제약의 사장이 겨우 24살에 불과했다.

바지 사장인줄 알았는데 김현수에 대한 자세한 뒷조사를 해보고는 크게 놀랐다.

“럭키복권 1등에 연속 3번이나 당첨이 되었다고?”

진짜 운이 좋다면 럭키복권 1등에 당첨이 될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연속으로 3번이나 럭키복권 1등에 당첨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보통은 갑자기 큰돈이 들어오면 펑펑 쓰고 하면서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한다.

그래서 나중에는 돈을 다 써버려서 파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현수는 그런 자들과 달랐다.

주식투자를 하여 두 달 만에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으음, 수십 배의 수익을 올리다니 믿어지지 않는군.”

그런 후에 자본금 100억 원으로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를 설립하였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위암 치료제 신약 그린터치 정을 개발하여 임상시험까지 통과하여 시판을 하여 대박을 터뜨렸다.

첫 배당에서 자본금을 100배나 상승한 1조 원으로 상향 조정을 하더니 5조 원을 배당했다.

지분의 80% 보유한 현수가 4조 원을 배당받고, 부모와 동생들이 각각 5%씩 20%였기에 2,500억 원씩 배당받았다.

“이게 말이 돼?”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현실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카오스 전자 주식회사를 자본금 5천억 원에 설립하였으며, 갤럭시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도 자본금 5천억 원에 설립했다.

부동산에 많은 투자를 하였기에 스타 건물관리 주식회사를 자본금 1천억 원에 설립하여 관리했다.

불과 3개월 만에 두 번째 배당 즉, 지난 5월 16일에 배당을 하였었다.

이번에는 무려 8조 원을 배당하였다.

현수는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6조 4천억 원을 배당받았다.

부모와 동생들은 나머지 1조 6천억 원을 배당받았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대한민국 부자 순위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는 재계 순위 11위에 올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비만 치료제 신약 카오스 슬림과 치매 치료제 신약 카오스 큐를 임상시험 중에 있다는 거였다.

제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효과가 좋아서 조만간 통과하여 시판 승인을 받을 거 같다는 거였다.

위암 치료제 신약 그린터치 정 하나로 대박을 터뜨렸는데 곧 2가지의 신약이 등장하게 생겼다.

이런 식이면 내년에는 재계 순위 5위 안으로 진입할 수도 있었다.

너무나 엄청난 내용이라서 믿어지지 않아 다시 한번 더 읽어 보았었다.

강렬한 호기심에 이번 전경련 정기모임에 현수가 참석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직접 두 눈으로 보려고 정기모임에 참석한 거였다.

‘으음, 잘생기고 귀티가 나면서 눈에는 총기가 있군.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인물이군.’

“처음으로 정기모임에 참석했는데 좀 어색하지요?”

“예, 좀 그렇군요.”

“20대에 기업을 설립하여 빠르게 성장시키다니 놀랍군요.”

“감사합니다. 아직은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혹시 만나는 여자가 있소?”

“예? 아직은 없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내가 소개를 해줘도 되겠소?”

“·······”

현수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우대그룹의 김일우 회장이 한곳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랬더니 봄기운이 느껴지는 파스텔색의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미녀가 다가왔다.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주시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