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전경련의 초대 (3)
부아앙!
은색의 포르쉐 911이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현수는 경호원도 없이 혼자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흰색의 골프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부천시로 진입했다.
계속 달리더니 부천시 송내동의 정가네 식육식당 앞에서 일시 정지를 했다.
“흐음, 저곳이군?”
다시 출발하여 인근에 있는 사설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빈자리에 주차하려고 했는데 배가 나온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손짓으로 차를 멈추게 하더니 운전석으로 다가와 말했다.
“손님, 고급차라서 자칫 흠집이라도 나면 곤란하니까 주차 사무실 바로 옆의 빈자리에 주차를 해주십시오.”
“그래요? 알겠습니다.”
현수가 조심스럽게 후진을 하여 아저씨가 말한 주차 사무실 바로 옆의 빈자리에 주차를 했다.
현수가 차키를 내밀자 아저씨가 손을 젓더니 시간을 적은 주차증을 주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보통은 차키를 맡아놓는데 그냥 가지고 가십시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현수가 사설 주차장을 나와 여유로운 걸음으로 걸어갔다.
배가 나온 아저씨가 현수의 뒷모습과 은색의 포르쉐 911을 번갈아보며 부러운 눈빛이었다.
제법 유명해진 현수였지만 제대로 알아보지는 못했다.
그저 20대 초반의 잘생기고 귀티가 났기에 부잣집 아들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화이트칼라의 샐러리맨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고가의 외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기는 어렵기에 부자 부모가 사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이런 착각을 하든 말든 현수는 상관하지 않았다.
정가네 식육식당으로 들어가자 30여 명의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서 소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한우 1등급을 도축장에서 구입해 와서 손질하여 판매를 하기에 다른 정육점과 비교해서 30% 정도 더 저렴한 편이었다.
1+등급이나 1++최상급의 등급 한우는 아니지만 한우 고기의 질이 나쁘지 않았다.
가성비가 좋아서 단골손님들도 제법 있었다.
쇼케이스에 고기들을 팩으로 만들어 진열해 놓았기에 손님이 그것을 보고 부위별로 선택하면 되는 거였다.
상차림으로 3천 원을 내면 구입한 한우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었다.
스윽! 슥슥슥!
50대로 보이는 남자와 20대의 남자가 칼을 손에 들고 한우를 손질하고 있었다.
둘 다 능숙한 솜씨였다.
50대 남자의 칼 솜씨는 당연하겠지만 20대로 보이는 남자의 칼 솜씨도 좋았다.
현수는 2명의 작업자들과 쇼케이스를 자연스럽게 번갈아보았다.
쇼케이스 문을 옆으로 밀어 열고는 진열되어 있는 한우 부위별 팩들 중에 안심과 등심, 갈비 살을 각각 2개씩 집었다.
팩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보았더니 무게가 380그램에서 420그램까지 조금씩 차이가 있었는데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썰어 놓은 거라서 그런 모양이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가격표가 표시되어 있었다.
한우 고기의 색깔과 마블링 상태 등을 보니 기본 이상은 하는 그런 거였다.
다른 정육점과 비교해서 30% 정도 더 저렴한 편이라고 하더니 사실이었다.
“여기 계산 좀 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20대 남자가 칼을 내려놓고 끼고 있던 장갑 하나를 벗더니 현수가 선택한 안심과 등심, 갈비 살 팩 2개씩 총 6개의 가격을 보고 계산을 했다.
현수는 20대 남자의 얼굴을 보고는 눈을 번뜩였다.
20대 남자는 평범한 얼굴에 신장은 173센티미터로 적당한 크기에 호리한 몸이었다.
다만 고기를 손질하다 보니 호리해도 근육질이었다.
굳이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은 얼굴의 오른쪽 눈과 눈썹 사이에 그러니까 눈두덩이 부분에 조금 큰 검은색 점이 1센티미터 간격으로 2개가 있었다.
“전부 11만9천 원입니다. 드시고 가실 겁니까?”
“예, 먹고 갈 겁니다.”
“그럼 상차림으로 3천 원을 포함하면 12만 2천 원입니다.”
“예, 여기 있습니다.”
현수가 지갑을 꺼내어서 13만 원을 내밀었더니 8천 원을 거슬러 주었다.
“아무 자리나 앉으면 됩니까?”
“예, 편하신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현수가 계산한 고기 팩을 손에 들고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2명의 아주머니가 쟁반을 들고 오더니 신속하게 상차림을 해주었다.
상추와 깻잎, 풋고추, 양파 채 썰어 놓은 것에 간장소스 부은 것, 쌈장, 생마늘, 굵은 소금, 참기름, 파절임과 배추김치까지 있었다.
“시원한 콜라 한 병도 주세요.”
“예,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숯불이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고 가스 불이었기에 바로 불판을 놓고 불을 켜주었다.
병 콜라와 유리잔을 가져다주었다.
한우 팩을 뜯어서 안심과 등심, 갈빗살을 각각 불판에 올렸다.
치이이이!
고기가 익는 맛있는 소리가 났다.
병뚜껑을 따서 콜라를 유리잔에 부어서 마셨다.
시원하면서 짜릿해서 맛있었다.
집게로 고기를 뒤집었다.
젓가락으로 파절임부터 맛을 보았다.
간이 세지도 않고 짜지 않아서 좋았다.
고기가 익었기에 먼저 안심부터 젓가락으로 집어서 먹어보았다.
한우 특유의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다.
‘흐음,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군.’
현수가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을 주방 아줌마들이 힐끔거렸다.
잘생기고 귀티가 나니 그런 모양이었다.
남자들도 미녀가 있으면 쳐다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현수는 태연하게 혼자서 고기를 타지 않고 잘 구워서 맛있게 먹었다.
그러면서 한 번씩 자연스럽게 고기를 손질하고 있는 20대 남자를 쳐다보았다.
‘후후후, 인간 백정 정기윤의 젊은 모습을 보다니 신기하군.’
전생의 미래에서는 인간 백정 정기윤이라고 하면 치를 떠는 사람들이 많았다.
50대가 될 때까지는 이곳 경기도 부천시 송내동의 홀아버지가 운영하는 정가네 식육식당에서 고기 손질하는 법을 배우고 경험을 쌓았다고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정기윤이 어릴 때 위암으로 죽었다.
아버지는 재혼을 하지 않고 형인 정기수와 정기윤을 키웠다.
정기윤은 고기 손질하는 법을 배우고 익힌 오랜 경험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아주 잔인하게 고문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렇기에 인간 백정이라는 별명이 생겼으며 한번 걸리면 작살났다.
전생의 현수도 초능력이 생겨서 인간 백정 정기윤과 한차례 싸운 적이 있었다.
칼솜씨가 엄청난 인간 백정 정기윤이기에 장애를 가져서 제대로 걷지를 못하는 현수를 보고 방심했었다.
무지막지한 염력으로 인간 백정 정기윤을 날려 버리고 도망쳤었다.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수개월을 고생한 그는 그 이후에 더욱 악랄해졌다는 소문이 있었다.
잠적한 현수를 찾으러 다닌다는 소문도 있었다.
어쨌든 9년을 마주치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다른 원수들과 마주쳤었다.
물론 엄청나게 강해진 현수였기에 9명의 원수들을 다 쓸어 버렸고, 자신도 치명상을 입었었다.
그런 인간 백정 정기윤의 20대 모습을 마주하고 있으니 신기하면서도 묘한 느낌이었다.
아직은 고기 손질하는 법을 배우는 시절이기에 살인도 해보지 않았을 거였다.
진짜 아직은 애송이에 불과하다.
현수가 밀레니엄 회귀를 하였기에 사실상 만난 적도 없고 원한도 없었다.
그런 사람을 전생의 원한으로 찾아와서 또 죽인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정가네 식육식당의 뒷문을 열고 정기윤이 밖으로 나왔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입에 물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후욱!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현수가 지켜보고 서 있었다.
투명화 마법을 펼치고 있었기에 사람들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맛있게 고기를 구워서 배불리 먹고 30분 전에 나왔었다.
주차장으로 가지 않고 인근의 조용한 곳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정기윤이 담배를 피우려고 나오는 것을 보고는 투명화 마법을 펼쳐 사람들에게 모습이 보이지 않게 한 후에 순간이동을 펼쳐 이곳에 나타난 거였다.
정기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과 골목으로 사람들이 들어오는지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정기윤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인간 백정 정기윤은 전생의 미래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죽였는데 너무나 쉽게 처리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다시 기회를 잡으려면 언제가 될지 모르고 서울에서 경기도 부천시 송내동으로 또 찾아와야 한다는 거였다.
‘전생의 원수를 너무 쉽게 죽이면 안 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목뼈를 부러뜨려서 죽이기는 하지만 팔과 다리까지 다 부러뜨려 버릴 거야.’
“홀드 퍼슨!”
“·······”
정기윤이 피우던 담배를 흡입하려고 입으로 담배를 가져가려고 하였는데 몸이 마비가 되어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 이게?”
느닷없이 몸이 마비가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크게 당황했는데 도움을 받으려고 해도 주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없었다.
우두둑! 우두둑!
한꺼번에 양팔과 양다리가 부러지면서 바닥에 처박혔다.
털썩!
몸이 마비가 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양팔과 양다리가 무자비한 염력에 의해 뼈가 부려졌으니 지독한 통증에 미칠 것 같았다.
비명을 내질렀지만 이상하게도 비명소리가 입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았다.
지독한 통증에 식은땀이 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사실 손가락 하나만 부러졌다고 하더라도 지독한 통증에 미칠 것 같을 거다.
그런데 동시에 양팔과 양다리가 영문도 모를 체 그냥 부러져 버렸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고 황당한 상황이었다.
투명화 마법을 펼쳐 모습을 감추고 있는 현수는 골목으로 누군가 들어오는지 살펴보고 골목의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정기윤을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친절하게 설명이라도 해주려면 시간이 걸린다.
언제 골목으로 사람이 나타날지 모르기에 신속하게 정기윤을 죽이고 사라져야 했다.
‘그냥 이대로 죽이기에는 뭔가 부족한데 눈이라도 뽑을까?’
고통을 주는 거라면 염력으로 눈을 뽑아도 되고 그게 아니라면 뾰족한 것으로 눈을 찔러도 된다.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정했다.
‘어차피 죽일 것이지만 조금 더 고통을 주고 죽이자.’
전생의 미래에서 쌓인 원한과 원수였기에 너무 간단히 쉽게 죽이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나마 양팔과 양다리를 부러뜨렸기에 지독한 고통을 정기윤에게 안겨주었다.
퍼억! 퍽!
“·······”
정기윤이 지독한 고통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두 눈이 현수의 염력에 의해 터져 버렸다.
지독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현수가 정기윤의 성대를 염력으로 누르고 있었기에 고통스러운 비명이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옥 같은 고통은 처절하게 느끼고 있었기에 진짜 죽을 거 같았다.
정기윤은 골목 바닥에 처박혀 몸을 부들부들 떨었는데 두 눈이 터져 피가 얼굴로 퍼져 엉망이었다.
아무리 원수라고 하더라도 현수도 정말 지독했다.
무심하게 고통을 받고 있는 정기윤을 바라보다가 손짓했다.
우두둑!
무지막지한 염력으로 정기윤의 목을 비틀어 목을 부러뜨렸다.
목을 한 바퀴 이상 비틀어 돌려 버렸으니 치명상이었다.
인간 백정 정기윤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으음, 잔인하게 죽이기는 하였지만 원수이니 복수한 거야.”
골목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면서 죽은 인간 백정 정기윤의 시신을 잠시 바라보았다.
스스스스!
흩어지듯이 현수의 모습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곳은 사설 주차장 옆의 골목 입구였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투명화 마법을 해제하여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설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아저씨에게 주차증과 만 원을 내밀었다.
“잔돈은 되었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차 문을 열고 은색의 포르쉐 911을 타더니 시동을 걸고 부드럽게 출발했다.
사설 주차장을 나와 정가네 식육식당을 지나갔다.
현수가 떠나고 10분 정도 지나서 골목으로 들어오던 2명의 여자들이 죽은 정기윤의 시신을 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사람이 죽었어요!”
“엄마야!”
“아이고 무서워.”
여자들의 비명소리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정가네 식육식당의 아주머니들도 나와 보고는 크게 놀랐다.
고기를 손질하던 정기윤의 아버지가 아줌마들의 말을 듣고는 밖으로 나와 보고는 경악했다.
담배를 피운다고 잠시 나갔던 아들이 죽어 있었으니 놀라는 것이 당연했다.
누가 경찰에 신고를 하였는지 현장에 경찰차 2대가 나타나고 경찰들이 조사에 나섰다.
“누가 이런 짓을?”
“두 눈을 터뜨려 죽이다니 너무 잔인하군.”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사건 현장으로 강력계 형사들과 과학수사대가 나타났다.
골목에 쓰러져 있는 정기윤의 시신을 살펴보고는 놀랐다.
이제까지 많은 살인 사건을 보았지만 수년 이내로 가장 잔인한 수법이었다.
원한이 깊었는지 심한 고통을 주고 죽였다.
엽기적으로 정기윤의 양팔과 양다리를 부러뜨리고 두 눈을 터뜨렸다.
때리거나 칼로 긋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목을 비틀어서 목뼈를 부러뜨려 죽였다.
정기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죽인 것이 분명했다.
“범인의 수법이 보통이 아니야.”
“어떻게 이런 무자비하고 과감한 짓을 한 거지?”
“20대 청년 하나를 작살 내어 죽였어.”
강력계 형사들과 과학수사대가 크게 놀랐다.
의문점이 크게 드는 것은 양팔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양다리를 부러뜨린 것은 어지간한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골목이기에 단시간에 정기윤에게 고통을 주고 죽인 거였다.
목격자가 아무도 없을 정도로 범행 시간이 그만큼 짧고 무자비했다.
강력계 형사들이 아무리 사건 현장을 살펴보아도 범인으로 추정되는 단서나 흔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