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53화 (53/217)

제15장 전경련의 초대 (1)

경리단길.

용산구 이태원동의 국군재정관리단부터 하얏트 호텔 앞까지 이어져 있는 도로를 말하면 973미터이다.

인근에 위치한 미군 부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외국인들의 주거단지로 자리 잡아, 이들의 취향에 맞는 식당과 술집들이 늘어서며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 나갔다.

경리단길을 따라 펍, 술집, 커피 전문점,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IMF 관리 체제의 영향으로 부동산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이런 곳에 현수와 청담 부동산의 김 중개인, 그리고 김일수 고문 변호사가 상가 건물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현수의 뒤에는 건장한 10명의 경호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청담 부동산의 김 중개인은 메모지에 써놓은 것들을 보면서 현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경리단길의 오른쪽으로 흰색 2층 상가 건물과 그 옆의 검은색 벽돌의 2층 상가, 그리고 그 옆의 3층짜리 벽돌 상가 건물까지 매물로 나왔습니다.”

“호오, 줄지어 3개의 상가 건물이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상가 건물은 다르지만 건물주는 한명입니다.”

“아,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요. 사업이라도 어려워져서 매물로 나온 겁니까?”

“건물주의 아들이 하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이번에 매물로 나온 겁니다.”

“흐음, 낡아 보이지만 철거하고 5층 상가로 신축하면 좋겠군요.”

“예, 투자 가치는 있는 경리단길입니다.”

“문제가 있는 건물은 아니지요?”

“예, 그럼요. 은행에 담보대출로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만 있습니다.”

“건물명도는 어떻습니까?”

“그것도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만기가 두 달 정도 남았으니 말입니다.”

“재계약을 원한다고 하면서 버티면 곤란한데 말입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알아보았더니 임대받아서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들도 경기가 어렵다보니 정리하고 나가려고 하는 상황입니다. 임대보증금만 받을 수 있으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딴 소리를 하면 곤란하니까 확실히 해주세요.”

“예, 사장님. 그건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좋습니다. 매물로 나온 3개동의 상가 건물을 전부 매입하겠습니다. 다음은 어디지요?”

“이곳에서 위쪽으로 80미터 정도 올라가다보면 있습니다.”

“흐음, 그럼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도 되겠군요.”

“그건 그렇습니다.”

“그럼 그곳으로 가보죠.”

이렇게 하여 모두들 다음 매물로 나온 상가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요즘 현수는 매일 오후에는 이렇게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청담 부동산의 김 중개인을 만나서 매물로 나온 상가 건물이나 빌딩을 보러 다닌다.

물론 김일수 고문 변호사도 대동하는데 현수가 매입하기로 하는 부동산은 계약서를 작성하고 법률적으로 처리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보통 수백억 원씩 부동산들을 매입하며 2천억 원이 넘을 때도 있었기에 놀라웠다.

현수가 보유하고 있거나 매입하여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 부동산들을 전문으로 관리를 해줄 회사가 필요해졌다.

“김 변호사님, 자본금 1천억 원으로 하고 이름은 스타 건물관리로 하는 것이 좋겠군요.”

“스타 건물관리? 괜찮은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회사 설립을 진행시켜 주세요.”

“알겠습니다. 당장 착수하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새로운 회사 하나가 설립되게 되었다.

현수의 부동산을 전문으로 관리해주는 그런 회사이다.

부모님과 동생 현민이, 그리고 막내 여동생 유라에게도 말하였더니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관리를 맡기겠다고 했다.

현수의 부동산만 하더라도 상당한데 부모님과 동생 현민과 유라의 부동산까지 맡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매출과 수익이 될 거였다.

현수의 조언으로 부모님과 동생 현민, 그리고 유라까지 이번에 배당금을 받은 돈으로 투자 가치가 높은 곳의 부동산들을 매입했다.

이렇게 매입한 부동산들은 임대를 주고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받기에 그 수익도 상당하다.

몇 년 보유하다가 매매를 하면 몇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지금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것이 현명하고 좋아. 나중에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고 말이야.”

현수의 기억으로는 2007년도에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난다.

그전에 크게 오른 부동산들을 매매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한국에도 여파가 밀려오기에 경제가 휘청거린다.

이것은 기회가 될 것이기에 철저히 준비를 해놓았다가 다시 부동산에 투자를 하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물론 현수는 다른 사업도 진출할 것이었다.

부도난 회사를 인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문제가 많고 해결하려면 골치가 아프다.

그래서 인수하는 것보다는 새로 설립하여 진출하는 것이 더 좋을 거 같았다.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아주 유리했다.

잘만 이용하면 사업적으로나 부동산 투자 쪽으로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산마리노.

테헤란로 뒤편으로 자리한 곳으로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현수와 동생 현민이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어서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건장한 경호원들이 주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웠다.

크림 트러플 파스타와 시저 연어 샐러드, 콜라, 해산물과 토마토소스로 맛을 낸 마래 리조또, 화덕에 구운 햄 치즈 피자와 루꼴라 불고기 피자까지 있었기에 푸짐했다.

“현민아, 일 배우는 것은 어때?”

“재미있어.”

“그래? 영업부라서 힘들지는 않고?”

“바쁘기는 하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아.”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고.”

현민이 최고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한 후에 어느 정도 대학 생활에 적응을 했다.

5월 16일에 두 번째 배당을 하게 되면서 동생 현민이는 4천억 원의 배당금을 배당 받았었다.

현수의 조언으로 서울에 부동산 투자를 많이 해놓았다.

높은 투자수익이 기대되는 곳이었다.

전혀 돈 걱정 없이 평생 살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일을 배워서 경영을 해보고 싶었다.

며칠 전에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에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하고는 출근을 하게 되었다.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를 설립할 때 등기 이사로 등록되어 있었기에 매월 월급이 입금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출근하여 일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한 달에 한 번씩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에 방문하여 둘러보고 현수와 식사하고 가는 식이었다.

그랬는데 이번에 정식으로 회사에 출근하여 일을 배우는 거였다.

3개월씩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는 처음으로 일을 배우는 곳은 영업부였다.

현민이 대학생이지만 사장인 현수의 동생이고, 법인 등기부 등본에 등기 이사로 되어 있었기에 직원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신입사원이 아니기에 대리급 직원이 곁에서 비서처럼 실무를 가르쳐주고 배우고 있었다.

“착실하게 실무를 잘 배워둬.”

“안 그래도 그렇게 하고 있어.”

“그래. 조금은 힘들고 그렇겠지만 실무를 잘 배워둬야 나중에 중역으로 경영을 할 수 있는 거야.”

“알고 있어.”

“몇 년 후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 제대를 하게 될 테니 그때에는 직접 회사를 설립하여 사장으로서 직접 경영을 해보는 것도 좋아.”

“형,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물론이지. 형이 조언을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마. 그리고 실무와 경영을 잘 배워놓으면 되는 거야.”

“알았어.”

현민이 씨익 웃으면서 루꼴라 불고기 피자를 먹었다.

“목이 막히면 안 되니까 콜라도 마셔.”

“응, 고마워.”

현민이가 콜라도 마셔 가면서 루꼴라 불고기 피자를 먹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마래 리조또를 숟가락으로 떠먹던 현민이가 말했다.

“형, 그런데 갤럭시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는 연예 기획사 같은데 연예인들도 영입하지 않고 왜 설립한 거야?”

“단순하게 보면 안 돼. 이 분야도 나중에는 큰 사업이야.”

“정말?”

“그렇다니까. 우선은 영화제작에 투자하기로 하고는 5개 영화에 18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했어.”

“우와 180억 원이나?”

“그래. 이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해. 앞으로도 흥행하는 영화들에 영화제작을 투자할 거야.”

“형이라면 가능할 거야.”

“물론이지. 형이 실패하는 거 봤어?”

“아니, 형이라면 다 가능해.”

현민이의 말에 현수가 씨익 웃으면서 머리를 끄떡였다.

현수가 꿈 이야기를 해주었기에 무조건 믿었다.

“몇 개월 후에는 영화관 사업도 진행할 거야.”

“영화관 사업?”

“그래. 아직은 영화관이라고 해봐야 1개의 상영관이 대부분이지. 하지만 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라고 해서 최소 10개 상영관이나 15개 상영관, 더 많으면 20개의 상영관을 보유한 그런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만들고 사업을 진행 시킬 거야.”

“허엇, 그게 가능해?”

“당연하지. 상영관이 많은 영화관이면 초기 투자금이 좀 많이 들어가겠지만 완공하기만 하면 한꺼번에 다양한 영화들을 상영할 수 있어. 그리고 영화관에 매점과 음식점, 커피전문점 같은 것이 입점하면 그 수익도 상당하지.”

“우와, 혁신적이다.”

“물론이지.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기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나중에는 서울 곳곳으로 확대하였다가 더 나아가서는 전국의 광역시에도 선보일 거야. 그럼 상영관이 수백 개로 늘어나지.”

“영화 상영관이 수백 개?”

“그래. 생각만으로도 대단하고 멋지지 않아?”

“그렇게 된다면 진짜 멋져.”

현민이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현수의 말을 듣고 보니 아주 유망한 사업이라고 생각되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라 다른 투자 사업에도 적극 투자를 할 것이며, 나아가 연예 기획사처럼 연예인들을 발굴하여 성장시키는 것도 할 테지만 그건 가장 늦게 시작할 거야.”

“·······”

이제야 현수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갤럭시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를 자본금 5천억 원으로 설립하고서도 연예인들을 영입하지는 않았었다.

“지금은 갤럭시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를 자본금 5천억 원으로 설립하고서도 겨우 5편의 영화제작에 180억 원을 투자하였지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겠지?”

“응, 지금은 대단하게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크게 성장하겠지?”

“그래. 갤럭시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가 몇 년 후에는 크게 성장해 있을 거야. 그럼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과 연예 기획사 사업, 영화제작 투자 사업 등으로 자회사 분리를 할 거야.”

“자회사 분리를 한다고?”

“물론이야. 비록 자회사라고 하더라도 다른 대기업 이상으로 큰 회사들이 될 거야.”

“·······”

“형이 허튼 소리나 농담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응, 알고 있어.”

“형은 앞으로 많은 회사들을 설립하여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거야.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기업가이면서 동시에 자산가가 되어 있을 테지.”

“형, 정말 멋지다.”

“그러니까 현민이 너도 곁에서 착실하게 잘 배워둬. 나중에 형이 적극적으로 조언을 해줄게.”

“응, 알았어.”

현수와 하는 식사자리는 단순한 식사자리가 아니었다.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고, 나아가 조언도 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경험도 없는데 무작정 사업을 하다가는 망하기 쉽다.

그렇지만 현수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러면 실패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든든한 형이 있어서 좋았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경호원들을 따돌리거나 그러지는 마. 알지?”

“응, 알고 있어.”

“그럼 되었다. 4명의 경호원을 붙인 것은 부자들을 노리는 자들이 있어서야. 납치하면 몸값을 요구하는데 얼굴을 보았다고 죽이기도 하거든. ‘설마 내가 납치되겠어?’ 하겠지만 조만간 그런 강력 범죄 사건이 뉴스에 보도가 될 거야. 그럼 장난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 거고 말이야.”

“·······”

현수가 하는 말은 이제까지 틀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랬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말이었다.

건장한 4명의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면 신변안전은 보장이 된다.

조금은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말이다.

일반인이나 서민이 아닌 많이 가진 자에 현민도 포함이 되기에 몸조심은 이제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내년에는 한일 월드컵 경기가 열린다는 것을 알지?”

“응, 알고 있어.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 번도 16강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가능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아?”

“궁금하기는 한데 정말 말해줄 거야?”

“친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을 지킨다면 말이야.”

“알았어. 비밀을 지킬게.”

“좋아, 그럼 알려주지. 우리나라는 4강에 올라가고 최종적으로 4위가 돼.”

“뭐?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말도 안 돼. 어떻게 4강이 가능하지?”

“유능한 외국 감독이 지휘를 하니 가능한 거야.”

“형, 아무리 그래도 믿어지지 않는다.”

“믿어지지 않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형, 정말 그렇게 되는 거야?”

“물론이지. 형이 럭키복권 1등에 3번이나 당첨되고, 주식투자로 대박을 터뜨린 것도 따지고 보면 가능한 일인 거 같아?”

“아, 아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

“그러니까.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이해를 하지만 현실이나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되어 버리지. 미래가 그렇게 펼쳐지니까 말이야.”

“·······”

현수의 말에 현민은 제대로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형인 현수가 이룩해놓은 일들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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