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47화 (47/217)

제13장 배당 (3)

딩동!

곧장 드레스 실로 걸어가려던 현수가 멈칫하더니 뒤돌아 인터폰의 액정화면을 보았더니 이지연이 서 있었다.

순간적으로 고민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출입문을 열어주었다.

출입문 앞에 서 있던 이지연이 현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들어가도 되나요?”

“으음, 들어오세요.”

이지연이 안으로 들어오더니 하이힐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었다.

84평형에서 살고 있었지만 168평형의 펜트하우스는 처음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실내 인테리어가 럭셔리하고 좋았다.

그렇다고 아주 살림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현수 혼자 살기에 필요한 것들만 갖추어 놓은 거였다.

어쨌든 럭셔리한 실내 인테리어에 넓어서 좋아 보였다.

현수가 권하는 거실 소파에 앉았다.

“커피나 오렌지주스, 아니면 생수로 드릴까요?”

“그럼 오렌지주스로 주세요.”

현수가 재빨리 메인 주방으로 가서 주스 잔에 오렌지주스를 부었다.

쟁반에 놓고 조심스럽게 들고 가져왔다.

티 테이블에 오렌지주스를 놓고 현수도 소파에 앉았다.

이지연은 오렌지주스를 한 모금 마신 후에 말했다.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 이제는 대답을 듣고 싶어요.”

“으음, 그동안 생각을 해보았는데 사귀는 것은 안 하려고 합니다.”

“예? 뭐라고요?”

예상하지 못한 현수의 답변에 이지연이 놀랐다.

사귀자는 제안에 대답을 미루기는 하였지만 결국 현수가 사귀자고 할 줄 알았다.

그랬는데 그런 예상과는 다르게 사귀지 않겠다는 거였다.

“내가 마음에 안 드나요?”

“머리 좋고 예쁘고 몸매까지 좋고 집안도 좋은데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요?”

“나는 사업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로 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게 이유라니 말이 안 되네요. 혹시 만나고 있는 여자가 있나요?”

“그런 여자 없습니다.”

“정말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죠?”

“예, 여자를 사귀고 그러면 신경을 써야 하는데 사업이 바빠서 그건 어렵겠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그냥 지금처럼 알고 지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

이지연은 현수의 결정이 믿어지지 않았다.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사귀지는 않겠다고 한다.

그냥 지금처럼 알고 지내겠다는 것은 이지연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든 현수에게 여자가 생긴다면 빼앗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사귀거나 애인도 아니니 따지지도 못한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는 없나요?”

“물론입니다. 아직 나는 24살에 불과합니다. 연애를 하는 것보다는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더 이상 강요하지는 않겠어요.”

이지연이 생각하기에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매력적이고 사업 능력도 뛰어난 남자라서 놓치기는 아까워서 일단 친구처럼 지내는 것으로 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기회가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2보 전진을 위하여 1보 후퇴하는 거였다.

거실 소파에서 일어난 이지연이 현수를 쳐다보다가 몸을 돌려 나갔다.

현수도 재빨리 이지연을 뒤따라갔다.

실내화를 벗고 하이힐로 갈아 신는 것을 보고 현수가 출입문을 열어주었다.

출입문 앞에서 이지연이 다시 한번 현수를 쳐다보다니 말없이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렇지만 현수는 마음을 되돌리고 싶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여 문이 열리자 이지연이 타더니 말없이 버튼을 눌러 문을 닫았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자 그제야 현수가 안으로 들어가서 출입문을 닫았다.

“으음, 불편했는데 이제 지나갔군. 다행이야.”

메인 주방으로 가서 양 문 냉장고를 열어 생수를 한 병 꺼내어서 생수를 마셨다.

시원하고 물맛도 좋았다.

거실 곳곳에 장식해놓은 투명한 수정 여의주 5개와 자수정 여의주 5개, 그리고 장미수정 여의주 5개를 각각 들고 수련실로 들어갔다.

처음으로 아티팩트를 만드는 거라서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을 하더라도 많은 마력을 소모할 것으로 예상하여 농축 마나를 준비하는 거였다.

이 밖에도 오늘은 특별한 것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현수가 세공사에게 특별 주문 제작을 해놓은 18K 금반지 5개와 금팔찌 5개였다.

보석을 일체 박지 않은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안쪽에 마법의 룬문자와 도형을 정교하게 새긴 마법 진이 있었다.

현수는 세공사가 아니기에 금반지와 금팔찌에 정교하게 마법 진을 새긴다고 하더라도 경험이 많은 세공사를 능가할 수 없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초보 세공사의 수준보다도 못할 거였다.

“나는 마법 진이 새겨진 금반지와 금팔찌에 각각 마법 주문과 마력을 불어넣어 각인을 시켜서 아티팩트를 완성하면 되는 거야.”

마법 주문과 마력을 불어넣어 각인 작업을 하지 않으면 평범한 주얼리에 불과하다.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를 완성시키는 게 어려운 작업이었다.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런 다음에 아티팩트를 만드는 과정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완성되는 마지막 과정까지 다 정밀하게 살펴보고는 머리를 끄떡였다.

“흐음, 아티팩트를 만들기 전에 먼저 농축 마나를 흡수하여 마력으로 가공하여 충분히 준비를 해둬야겠군.”

아티팩트를 만드는데 제법 많은 마력이 소모된다.

4개의 서클과 마력의 띠에 각각 마력을 많이 불어넣어 놓았지만, 굳이 이것들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매일 일정한 마력을 불어넣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츠츠츠츠!

오라클 마나심법을 운용하여 수정 여의주 15개에 저장되어 있는 농축 마나들을 입속으로 끌어당겼다.

몸속으로 흡수한 것들을 마력으로 가공하여 4개의 서클과 마력의 띠에 불어넣었다.

바로 아티팩트를 만드는 데 사용할 것이기에 평소보다 빠르고 많은 마력을 끌어모았다.

“이제 이 정도면 충분해.”

현수가 오라클 마나심법을 중지하더니 18K 금반지를 하나 집어 들었다.

이미 한차례 살펴본 것이지만 다시 한번 더 제대로 마법 진이 새겨져 있는지 확인을 했다.

“이상이 없군. 이제 본격적으로 아티팩트 작업을 해도 되겠군.”

손을 뒤집어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게 하였다.

손바닥에 놓인 18K 금반지가 공중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것을 보고 마법 주문을 나직하게 중얼거리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마력을 내뿜어 18K 금반지에 불어넣었다.

츠츠츠츠!

아티팩트를 만드는 작업도 조금의 실수가 발생한다면 그건 바로 실패를 의미했다.

그랬기에 정신을 집중하고 호흡도 최대한 가라앉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중에 둥둥 떠 있는 18K 금반지에서 기이한 빛이 일어났다.

스스로 발광하는 물체처럼 아주 신기한 현상이었다.

그렇지만 그걸 감상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조금의 실수도 실패를 의미하기에 정신을 더 집중했다.

공중에 둥둥 떠 있는 18K 금반지에서 기이한 빛이 점점 더 짙어졌다.

태양처럼 강렬한 빛이 아니기에 눈부실 정도는 아니었다.

은은한 은빛이라고 할 수 있는 기이한 빛이었다.

누군가 이것을 보았다면 아주 신기로운 현상이라고 할 거였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더 집중을 해야 돼.’

마력을 일정하게 내뿜어 18K 금반지에 불어넣으면서 마법 주문을 계속 중얼거렸다.

그렇게 10분 정도 더 지났다.

번쩍! 우우웅!

18K 금반지에서 기이한 빛이 일어나 짙어지다가 순간 강렬하게 한차례 번쩍이고는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에 둥둥 떠 있는 18K 금반지에서 공명음이 일어났다.

보통 사람의 귀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 미세한 소리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현수의 귀에는 아주 잘 들렸다.

중얼거리던 마법 주문이 끝이 났기에 더 이상 중얼거리지 않았다.

또한, 마력을 일정하게 불어넣던 것도 중지했다.

“후후후, 첫 작업이었는데 성공하다니 놀랍군.”

현수는 자신이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실수를 해도 바로 실패가 되는데 정신을 집중하고 마력을 일정하게 불어넣으면서 마법 주문도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중얼거렸기에 각인 작업이 성공한 거였다.

스윽!

오른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공중에 둥둥 떠 있던 18K 금반지를 끌어당겨 손바닥에 내려놓았다.

“얼마나 달라진 것인지 볼까.”

확인을 해보았더니 겉으로 보기에는 아티팩트 작업을 시작하기 전과 똑같아 보였다.

3돈짜리 18K 금반지였으며 현수의 손가락보다 더 굵었다.

그래서 손가락에 끼면 헐렁해서 그냥 빠져 버릴 것 같았다.

왼손 가운데 손가락인 중지에 3돈짜리 18K 금반지 아티팩트를 껴 보았다.

스으읏!

놀랍게도 금반지 아티팩트가 자동적으로 줄어들더니 꼭 맞추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이제 평범한 금반지가 아니었다.

의지를 불어넣었더니 전방의 공중에 투명한 마법 공간이 소환되었다.

가로와 세로, 높이가 각각 30미터나 되는 정사각형의 마법 공간이었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는다.

오직 금반지 아티팩트를 손가락에 끼고 있는 사람만 사용이 가능했다.

지금은 현수의 왼손 중지에 끼고 있었기에 현수만 사용이 가능하다.

무게는 아무리 무거워도 상관이 없지만 부피는 마법 공간을 초과할 수 없었다.

마법 공간에는 공기가 없기에 살아 있는 생명체를 넣으면 숨을 쉴 수가 없기에 질식하여 죽는다.

음식을 넣어놓으면 많은 시간이 지나도 전혀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그렇기에 귀중품이나 중요 문서를 보관하면 좋다.

“마법 공간이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 봐야겠군.”

스윽!

손짓으로 투명한 수정 여의주를 염력으로 끌어당겼다.

이것을 조심스럽게 마법 공간에 넣어 보았다.

투명한 마법 공간 안에 수납이 되는 것이 신기했다.

이번에는 자수정 여의주와 장미수정 여의주도 끌어당겨서 마법 공간에 넣어보았다.

서로 붙거나 충돌하지 않을 정도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수납이 되었다.

현수가 의지로 수납되어 있는 물건의 위치를 옮기거나 바꿀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수납 지정을 하지 않는다면 마법 공간이 스스로 알아서 수납시켰다.

투명한 마법 공간에 3개의 수정 여의주들이 수납되어 있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이번에는 꺼내어 보았다.

살짝 손짓을 하면서 의지를 불어넣으면 되었다.

간단히 수정 여의주들을 전부 꺼내었는데 조심스럽게 수련실 바닥에 내려놓았다.

“후후후, 처음으로 아티팩트를 만들어 보았는데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다니 신기해.”

조금만 실수를 했어도 실패를 했을 거였다.

운이 어느 정도 따랐다고 생각했다.

“하나 더 만들어 볼까? 아니야, 저녁 식사를 하고 좀 쉬었다가 하는 것이 좋겠어. 정교한 작업이니 조금만 실수해도 실패이니 말이야.”

첫 작업이지만 운이 좋았고 조금도 실수하지 않아서였다.

금반지 아티팩트는 그대로 왼손 중지에 끼고 일어나 수련실을 나왔다.

실수할까 봐 정신을 집중하였더니 살짝 피곤했다.

정신력 소모가 생각보다는 많았다.

거실 창가로 다가가서 커튼을 살짝 젖혀서 아름다운 한강을 내려다보았다.

가로등이 켜져 있고 산책이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15분 정도 창밖을 바라보다가 뒤돌아 메인 주방으로 가서 저녁 식사를 차렸다.

양 문 냉장고에서 밑반찬들을 꺼내고 반조리가 되어 있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전기레인지에 올려서 끓였다.

전기밥통에 들어 있는 밥을 그릇에 퍼서 식탁 의자에 앉았다.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먹음직스럽게 끓고 있었다.

“흐음, 김치찌개 냄새가 좋군.”

숟가락을 손에 들고 먼저 국물부터 떠먹어 보았다.

예상한 대로 맛있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밑반찬들이 맛있어서 밥을 한 그릇 더 먹었다.

배불리 먹었기에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였다.

신속하게 식탁을 치우고 닦았다.

그냥 싱크대에 내버려 두면 지저분하다.

세균이 번식할 수도 있고 말이다.

“바로 설거지를 하는 것이 좋겠어.”

군에 있을 때 매일 식사 후에 식판을 닦았기에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금방 설거지를 마치고 나서 원두커피를 한잔 탔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느긋하게 원두커피를 마셨다.

“아, 좋다.”

매일 원두커피와 커피믹스를 몇 잔씩 마시다 보니 커피 마니아가 되었다.

원두커피를 다 마시고 일어나 수련실로 다시 들어갔다.

18K 금반지로 두 번째 아티팩트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한번 성공했기에 똑같이 반복 작업을 하면 되는 거였다.

자칫 실수할까 봐 정신을 더 집중했다.

일정한 속도와 양으로 마력을 18K 금반지에 불어넣으면서 마법 주문을 중얼거렸다.

번쩍! 우우웅!

18K 금반지에서 기이한 빛이 강렬하게 번쩍였다가 순간 사라졌다.

“후후후, 또 성공했군.”

염력으로 끌어당겨서 집더니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겉으로는 조금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왼손 검지에 껴보았더니 순식간에 꼭 맞게 줄어들었다.

스윽!

손짓으로 마법 공간을 소환해 보았다.

역시나 투명한 마법 공간이 소환되었다.

첫 번째 18K 금반지 아티팩트의 마법 공간과 크기가 똑같았다.

가로와 세로, 높이가 각각 30미터나 되는 정사각형의 마법 공간이었다.

이 정도 넓이면 어지간한 물건들을 넣어서 보관할 수 있었다.

승용차나 트럭, 시외버스 같은 것들도 충분히 넣을 수 있었다.

기차나 비행기, 화물선 같은 것은 너무 거대해서 무리이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현수가 5서클에 올라서 아공간을 생성한다면 넓이가 최소 1킬로미터 이상이기에 그때에는 세상의 대부분 물건들을 다 넣을 수 있었다.

1킬로미터가 넘는 크기의 물건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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