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 (2)
삐삐삐삐!
알람소리에 현수가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고 천장을 몇 초 동안 멍하게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펴더니 알람시계의 시간을 확인했더니 오전 11시였다.
그제야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침실을 나왔다.
메인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어 생수를 한 병 꺼내어 생수를 마셨다.
“아, 시원하고 좋다.”
빈병을 휴지통에 버리고 거실로 걸어가서 이번에는 커튼을 젖히고 아름다운 한강을 내려다보았다.
청담동 제우스 빌라 펜트하우스가 럭셔리하고 넓어서 좋기도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이 뛰어난 것도 한몫을 했다.
한강 변을 산책하는 사람들과 가볍게 조깅을 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10분 정도 그렇게 창가에 서서 밖을 내려다보다가 거실 소파에 앉았다.
리모컨을 손에 들고 대형 TV를 켰다.
뉴스를 틀어서 보도되는 기사들을 보았다.
“흐음, 아직 양하준과 여자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건가?”
등산객이 자주 다니는 길이 아니었다.
살짝 외진 곳이라서 쉽게 시신을 발견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래도 땅에 파묻은 것도 아니고 그냥 풀에 눕혀 놓았기에 누군가 숲으로 들어오면 쉽게 발견할 거였다.
다만 그게 정확하지가 않아서 며칠이 걸릴 수도 있었다.
원래는 현수가 나설 일이 아니었지만 나서서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 양하준을 죽여 버렸기에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어지간하면 세상일에 간섭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 그렇지만 무고한 여자들이 많이 죽으니 그건 막아야 했어.”
현수가 선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악당도 아니었다.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는 양면성의 회색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했다.
“아침도 먹지 않았는데 벌써 점심 때가 되었군. 나가서 설렁탕과 수육을 먹는 것이 좋겠어.”
20년 전통의 청담 설렁탕집이 걸어가도 될 정도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리모컨을 손에 들고 TV를 끄고 거실 소파에서 일어나 드레스 실로 들어갔다.
입고 있던 편한 옷을 벗고 골프 티셔츠와 면바지로 갈아입었다.
오리털 점퍼를 입고 롤렉스시계를 손목에 찼다.
지갑과 흰색의 삼송 핸드폰을 들고 드레스 실을 나왔다.
“설렁탕과 수육을 먹는 것이 부담이 없고 좋아.”
펜트하우스 출입문을 열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 층으로 내려갔다.
경비원이 인사하는 것을 받아주고는 청담동 제우스 빌라를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20년 전통의 청담 설렁탕집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우연히 거실 창가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던 이지연이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안 그래도 점심을 무엇으로 먹을까 고민했는데 나도 설렁탕이나 먹어야겠어.”
회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던 이지연이 흰색의 오리털 점퍼를 걸치고 지갑과 핸드폰을 들고 빌라를 나왔다.
곧장 청담 설렁탕집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현수가 혼자 앉아서 주문한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아예, 설렁탕 드시러 오셨습니까?”
“그래요. 합석해도 되죠?”
“그럼요.”
이지연이 현수와 마주 보고 앉더니 설렁탕 보통으로 한 그릇 주문했다.
현수는 이미 특 설렁탕에 수육 대자 한 접시를 주문해 놓았다.
이지연은 풀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간단히 로션 정도만 얼굴에 바르고 입술은 립스틱을 살짝 발랐는데 그래도 자연스럽고 예뻤다.
여직원이 현수가 주문한 특 설렁탕과 수육 대자 한 접시를 가져와 차려주고 물러갔다.
이지연이 주문한 설렁탕 보통은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좀 기다려야 하는 모양이었다.
“설렁탕이 나올 동안에 수육 좀 드시죠.”
“고마워요.”
이지연은 사양하지 않고 젓가락으로 수육을 간장 소스에 찍어서 먹었다.
역시나 부드럽고 고소해서 맛있었다.
“오늘 쉬는 날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어디 바람이라도 맞으러 나가지 않고요. 사귀는 분과 데이트는 안 하세요?”
“예, 사귀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오늘은 집에서 쉬려고 합니다.”
“······”
현수의 말에 이지연이 머리를 끄떡였다.
현수가 여자를 만나거나 사귀지 않는다는 것은 뒷조사를 통하여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모른 척 하면서 물어본 거였다.
여우처럼 영악했지만 겉으로는 아주 순진한 여자처럼 보이도록 했다.
현수가 수육을 먹다가 특 설렁탕에 후춧가루를 조금 뿌리고 소금도 넣어서 잘 저었다.
간을 맞추었기에 본격적으로 설렁탕을 먹으면서 잘 숙성된 깍두기와 배추김치를 곁들였다.
20년 전통의 청담 설렁탕집에 몇 번밖에 오지 않았지만 진국이고 맛있었다.
손님이 많은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는 거였다.
이지연이 주문한 설렁탕 보통이 나왔다.
현수와 이지연은 잠시 대화를 중지하고 설렁탕과 수육을 먹는 것에 집중했다.
양은 현수의 특 설렁탕이 훨씬 많았지만 서로 비슷하게 다 먹었다.
수육 대자 한 접시도 다 먹었기에 배가 불렀다.
“수육도 얻어먹었는데 후식으로 커피는 제가 살게요.”
“좋습니다.”
냅킨으로 입술을 닦고 물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현수가 이지연의 설렁탕까지 계산을 해주었다.
함께 밖으로 나와 인근에 있는 시다모 커피전문점으로 들어갔다.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와 치즈 케이크와 블루베리 브라우니, 그리고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이번에는 이지연이 계산을 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잠시 기다렸다.
“그동안 궁금해도 물어보지 않았는데 회사에 다니는 겁니까? 아니면 대학생?”
“작년에 대륙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래패션에 입사하여 과장급인 제3팀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작년에 미래패션에 입사했는데 과장급의 팀장이라니 놀랍군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입사한지 1년도 되지 않아서 과장급의 제3팀장이 될 수는 없어요.”
“아, 그런 겁니까?”
“굳이 숨겨서 될 일이 아니기에 사실대로 말해줄게요. 나는 미래그룹 이국영 회장님의 손녀에요.”
“예? 그랬습니까?”
이지연의 말에 현수가 살짝 놀랐다.
평소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야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현수가 알기로는 미래그룹은 대한민국 기업 순위 43위에 올라 있으며 6개의 계열사와 18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었다.
IMF 관리 체제에 들어가면서 유동성자금이 부족해서 잠시 고전을 했지만 잘 넘겼다.
그동안 방만한 경영을 하지 않고 무리를 하지 않았던 것이 현명했다.
만약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했었다면 큰 위기를 맞았을 거였다.
탄탄한 회사들이기에 이번 위기만 잘 넘긴다면 성장을 할 수 있을 거였다.
미래패션은 미래그룹의 6개 계열사들 중에 한곳이었다.
흰색의 스포츠카 포르쉐 911과 흰색의 BMW 323i도 보유하고 있었다.
청담동 제우스 빌라 10층 84평형의 1001호에 살고 있었다.
부르르르!
진동 벨이 진동하자 의자에서 일어난 이지연이 주문한 곳으로 다가가서 쟁반에 담아서 조심스럽게 들고 왔다.
스윽!
현수가 찻잔을 들어 에티오피아 내추럴 시다모 원두커피를 마셨다.
역시나 핸드드립 커피라서 그런지 향과 맛과 풍미가 좋았다.
찻잔을 내려놓고 포크를 손에 들고 치즈 케이크와 블루베리 브라우니, 그리고 티라미수를 각각 떠먹어 보았다.
역시나 예상한 대로 부드럽고 맛있었다.
“요즘 카오스 제약이 위암 치료제 그린터치 정이 대박을 터뜨렸다면서요?”
“예, 국내도 인기이지만 미국에서 주문량이 많아서 풀가동을 하고 있지만 밀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미와 유럽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랬군요. 요즘 소문으로는 새로운 신약을 또 임상시험 중이라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예, 비만 치료제와 치매 치료제를 각각 개발하여 특허청에 특허 신청을 해놓았고 제1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신약을 동시에 특허 신청을 하고 임상시험까지 진행하다니 놀랍네요.”
“그렇기는 합니다.”
현수는 태연하게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이지연은 속으로 크게 놀랐다.
현수에 대하여 호기심에 뒷조사를 해보았었다.
얼마 전에 신생 카오스 제약에서 위암 치료제 그린터치 정을 개발하고 특허청에 특허 신청을 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했었다.
그게 시판이 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국내는 제약 시장이 크다고 할 수 없었지만 미국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엄청난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였다.
앞으로 10년 이상 신약인 위암 치료제 그린터치 정을 생산하여 판매할 것이기에 걱정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또 신약인 비만 치료제와 치매 치료제를 각각 개발하여 특허청에 특허 신청을 해놓았고, 제1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니 놀라웠다.
신약 하나만 잘 개발해도 천문학적인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신약 2개를 이번에 또 개발하여 특허 신청을 해놓고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니 정말 대단했다.
이제 겨우 24살에 불과한 남자인데 탁월한 경영 능력으로 제약 회사를 급성장 시키고 있었다.
또한, 막대한 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 경영 능력이 대단해. 천재인가?’
현수의 외모도 귀티가 나고 좋았다.
여러 가지 조건들을 살펴보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그런 남자였다.
안 그래도 이지연이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방 남자 즉, 현수도 이지연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이는데 이상하게도 더 이상의 접근을 하지 않았다.
보통의 남자들이라면 관심이 있는 여자라면 다가와서 사귀자고 하거나 전화번호를 물어보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통화하고 하면서 친해진다.
그런데 현수는 아니었다.
‘대화를 나누어 보니 상당한 지식을 보유한 남자야.’
양파처럼 벗기면 벗길수록 새로운 능력이 드러났다.
그게 짜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상황을 보니 이번에도 사귀자고 하거나 전화번호를 물어보지 않을 거 같았다.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어.’
이지연이 용기를 내어 먼저 현수에게 말했다.
“나 당신에게 관심이 있는데 당신은 나에게 관심 없어요?”
“으음, 예쁘고 몸매도 좋으니 관심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전화번호도 물어보지 않아요?”
“관심이 있다고 다 사귀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예? 그럼 나와 사귈 마음이 없다는 건가요?”
“아직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놀랍네요. 그럼 한번 생각해보세요.”
“으음, 한번 생각은 해보겠습니다.”
이지연은 자존심이 살짝 상했다.
자신같이 매력적인 여자가 먼저 용기를 내어서 말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사귀자는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그렇다고 사귀는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귀는 여자가 있는데 이지연이 사귀자고 한다면 고민을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것도 아닌데 선뜻 사귀자고 하지 않으니 신기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디저트를 먹은 현수와 이지연은 함께 시다모 커피전문점을 나왔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이지연은 10층에서 내리고 현수는 계속 올라가서 펜트하우스로 들어갔다.
“후후후, 미녀에게 먼저 사귀자는 말을 듣다니 신선하군?”
이지연이 예쁘고 몸매도 좋고 집안의 조건까지 좋았다.
그렇지만 현수는 선뜻 사귀고 싶지는 않았다.
이지연이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24살에 불과하고 지금보다 사업을 더 확장시킬 거였다.
여러 가지로 해야 할 일들도 많고 원수들을 찾아내어 복수도 해야 한다.
여기에 신약과 물약을 복용하여 초능력의 경지를 대폭 끌어 올려야 한다.
운이 좋다면 이번에도 아카식 레코드에 빨려들어 가서 방대한 책들을 입수할 수도 있었다.
마법도 현재 3서클인데 곧 네 번째 서클을 형성하여 4서클에 오를 예정이다.
그럼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고 마법 공간을 각인시킬 수도 있었다.
좀 더 마법을 수련하여 경지를 끌어 올려서 5서클이 된다면 아공간도 형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현수는 야망과 욕심이 많았다.
해야 할 일들이 많은 상황에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수시로 사랑한다고 전화를 해야 하며 관리까지 해주어야 하는 여자를 사귀면 정말 피곤하다.
그런 것들을 감안하면 굳이 서둘러 여자를 사귀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보통 사람은 이런 현수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사람들에게 나의 속마음을 자세히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어떻게 이해를 하겠어? 사실 그런 이해를 받고 싶지도 않아.”
드레스 실로 들어가서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지갑과 핸드폰을 두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드레스 실을 나왔다.
투명한 수정 여의주와 자수정 여의주, 그리고 장미수정 여의주를 하나씩 들고 수련실로 들어갔다.
수련실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가부좌를 틀었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여 오라클 마나심법을 운용했다.
츠츠츠츠!
농축 마나를 몸속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몸속으로 들어온 농축 마나들은 마력으로 가공하여 심장 옆에 자리를 잡고 회전하고 있는 3개의 서클과 마력의 띠에 각각 불어넣었다.
놀라운 것은 회전하고 있는 마력의 띠가 아주 짙고 굵었다.
조금만 더 마력을 불어넣으면 서클로 변할 거였다.
“후후후, 거의 다 되었어.”
며칠 안으로 네 번째 서클이 형성될 것으로 현수는 예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