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41화 (41/217)

제11장 계속되는 복수 (4)

“후후후, 아무리 악당이라도 죽고 싶지는 않겠지.”

현수가 아주 태연하고 느긋하게 도망치는 최종일의 추격에 나섰다.

최종일은 이 산속에서 오랫동안 생활했기에 지형지물을 다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현수는 이곳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최종일이 아주 유리하고 현수가 불리했다.

그럼에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츠츠츠츠!

현수가 두 눈에 마력을 불어넣었더니 마치 야간투시경처럼 주위가 환하게 잘 보였다.

“흐음, 제법 멀리까지 도망쳤군.”

부상을 입은 최종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200여 미터나 거리 차이를 보이면서 계속 도주하고 있었다.

현수가 아니라 보통 사람이었다면 추격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였다.

스스스스!

현수의 모습이 흩어지듯이 사라지더니 도망치고 있는 최종일의 20미터 전방에 나타났다.

“이제 오나?”

“허억, 어떻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느닷없이 전방에 현수가 나타나자 깜짝 놀라 눈이 커지고 몸을 비틀거렸다.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양팔이 부러져 지독한 통증이 느껴지고 한쪽 눈도 작살나서 고통이 장난이 아니었다.

한쪽 눈으로 도망치고는 있었지만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을 장작불로 그냥 찔러서 작살내지는 못한다.

그만큼 독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사람을 여럿 죽여 본 자가 분명했다.

최종일이 우연히 실수로 석궁으로 등산객의 머리를 맞추어 죽였고, 목격자와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멍하게 서 있는 등산객까지 죽였다.

그렇게 2명의 등산객을 죽인 후에 땅을 깊게 파서 묻었다.

최대한 흔적들을 지우고 도망쳤고 그게 5년 전이었다.

제대로 인간을 죽이고 사냥한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전방에 현수가 나타난 것인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고 이해도 되지 않았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으으, 전생의 일 때문에 나를 진짜 죽이겠다는 건가?”

“그래.”

“그건 너의 말대로 전생에서 일어난 일이지 지금 현재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야.”

“그건 나도 인정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세상을 위해서라도 죽어야 해.”

“말도 안 돼.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

“최종일 너도 죄 없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많이 죽였어. 그들이 살려달라고 했을 때 살려주었나?”

“·······”

현실에서는 아니지만 만약 전생이었다면 살려달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을 살려주지는 않았을 거였다.

“거봐. 최종일 너 자신조차 그렇게 생각하잖아.”

“이렇게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다. 살려줘.”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거지?”

“살려만 주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하겠다.”

“후후후, 인간 사냥꾼을 살려둬서 뭐하겠어? 그냥 죽여줄게.”

“이런 나쁜 놈.”

“맞아. 나는 나쁜 놈이야. 그래서 원한과 복수를 하려는 거지.”

스윽!

현수가 오른손을 가슴 앞으로 치켜들었다.

눈이 커진 최종일이 옆으로 몸을 날려 피하였다.

그대로 서 있다가는 알 수 없는 수법에 당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는 피한 거였다.

나름 의도는 좋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최종일은 몸을 날린 상태에서 붙잡혔다.

그 상태 그대로 공중으로 강제로 떠올랐다.

마치 다이빙을 하는 자세처럼 보일 정도였다.

최종일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1미터의 공중으로 떠올랐다.

두 다리가 땅에 닿지 않아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었다.

콰악!

“우욱!”

눈에 보이지 않는 무지막지한 기운에 의하여 목이 졸렸다.

현수의 강력한 염력이었다.

조금은 황당한 처음 겪어보는 수법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양팔이 부러져 지독한 통증 때문에 들어 올리는 것도 힘들었다.

점점 심하게 목이 졸렸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숨이 막혔다.

갑자기 심하게 목이 졸렸던 것이 풀어졌다.

기침을 하면서 이제야 좀 숨을 쉴 수가 있었다.

우두둑!

“끄아악, 내 다리.”

살짝 방심한 최종일은 자신의 오른쪽 발목이 부러지자 지독한 통증에 미칠 것 같았다.

현수가 최종일의 목을 염력으로 졸라서 질식사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쉽게 죽이고 싶지 않아서 살짝 숨을 쉬도록 해주고는 이번에는 도망치지 못하도록 오른쪽 발목을 부러뜨렸다.

무지막지한 염력에는 최종일의 오른쪽 발목이 부러지는 것이 순식간이었다.

아마 멀쩡한 양팔로 막으려고 해도 불가능 했을 거였다.

최종일이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지만 오지의 산속이고 어두운 밤이었기에 인적이 전혀 없었다.

누군가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내가 이렇게 당하다니 너무 억울해.’

최종일 자신으로 보기에는 진짜 억울한 상황이기는 했다.

그렇다고 그걸 말해봐야 현수에게는 통하지 않을 거였다.

이렇게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데 말이다.

“이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겠지?”

“으으, 황당하고 믿을 수 없지만 인정하지. 이제 그만 날 죽여라.”

“진짜 죽고 싶나?”

“그래. 한쪽 눈이 작살나고 양팔과 오른쪽 발목이 부러졌다. 이런 상태로는 어린아이조차 죽이지 못한다.”

“그건 그래.”

“나에게 지독한 고통을 많이 주었으니 이제 그만 죽여다오. 더 괴롭힌다면 너무 잔인한 짓이야.”

“그래. 충분히 고통을 주고 괴롭혔으니 죽여줄게. 좋은 사람으로 다시 환생해라.”

스윽!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최종일을 향해 현수가 손짓을 했다.

우두둑!

“크악!”

최종일의 목뼈가 부러지면서 축 늘어졌다.

현수의 무지막지한 염력에 의해 깔끔하게 죽었다.

이로써 9명의 원수들 중에 2명을 죽였다.

앞으로 남은 7명의 원수들도 차례대로 찾아내어 죽일 거였다.

현수가 이렇게 원한과 복수를 하지 않으면 세상에 큰 피해를 안겨주는 자들이었다.

조금이라도 일찍 찾아내서 죽이는 것이 현수와 세상을 위해서도 좋았다.

잠시 목뼈가 부러져 죽은 최종일의 시신을 바라보던 현수가 눈을 번뜩이면서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번쩍!

기이한 빛이 현수의 손에서 쏘아졌다.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최종일의 시신에 명중되었다.

푸스스스!

눈으로 보고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최종일의 시신이 재가 되어 순간 소멸되었다.

잠시 멍하게 쳐다보았다.

스스스스!

뒤돌아 흩어지듯이 사라지더니 다시 나타난 곳은 통나무집의 마당이었다.

“마력을 좀 소모하더라도 깔끔하게 흔적들을 지우는 것이 좋겠군.”

현수가 오른손을 치켜들면서 소멸 마법을 펼쳤다.

푸스스스!

평상과 그 위에 개조한 석궁, 그리고 멧돼지가 재가 되어 순간 소멸되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통나무집이 마치 지우개로 지우듯이 그렇게 조금씩 재가 되어 소멸되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것을 보았다면 경악했을 거였다.

그렇지만 주위에는 현수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오지의 산속 외딴 통나무집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통나무집이 완전히 사라졌다.

통나무집 안에 있던 각종 살림들도 다 소멸되었다.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 통나무집의 지하실이 남아 있었다.

그렇지만 굳이 이것들까지 다 소멸시키지는 않고 남겨두었다.

스윽!

현수가 마력으로 주위 흙을 끌어 당겨서 통나무집 지하실을 덮어 버렸다.

최대한 편편하게 땅을 고른 후에 강력한 바람을 일으켰다.

휘이이이!

현수의 손짓에 의해 강력한 바람이 이동을 하면서 주위의 남은 흔적들을 깔끔하게 지웠다.

그제야 강력한 바람을 소멸시키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흐음, 이정도면 최대한 흔적들을 지웠군.”

스스스스!

현수의 모습이 흩어지듯이 사라지더니 약 500미터 떨어진 곳에 다시 나타났다.

주차를 해두었던 검은색 에스유브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를 보고 다가갔다.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더니 시동을 걸었다.

그런 후에 다시 내리더니 왼 손목에 차고 있는 롤렉스시계를 보았다.

“흐음, 아직 밤 10시도 되지 않았군. 생각보다 일찍 끝내서 다행이야.”

두리번거리면서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칠흑같이 어두웠다.

가로등도 없는 산의 초입이고 집도 없었기에 당연했다.

머리에 쓰고 있는 갈색 비니와 검은색 마스크를 벗었다.

목을 휘감고 있던 목도리도 풀고 손에 끼고 있던 장갑까지 벗었다.

그제야 태연하게 차에 타더니 차 문을 닫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볼까.”

부우웅!

부드럽게 출발하여 조심스럽게 비포장 길을 내려갔다.

얼마 후에 아스팔트길이 펼쳐졌다.

히터를 틀어서 차 내부를 훈훈하게 하고는 도로로 진입을 하였다.

라디오를 틀어서 뉴스를 들을까 하다가 마음을 바꾸어서 최신가요를 틀었다.

발라드 음악이 흘러나오자 그것을 들으면서 밤의 도로를 달렸다.

스피드 세차장.

현수의 검은색 에스유브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서 있고 자동 세차 기기가 지나가면서 깨끗하게 세차를 해주었다.

휘이이이!

강력한 바람이 기계에서 불면서 차에 묻은 물기를 날려 버렸다.

그런 후에 녹색등이 들어오면서 세차가 끝이 났다.

다시 차를 출발시켜서 한쪽에 세웠다.

차 문을 열고 내린 현수가 세차장에서 제공하는 수건으로 약간 남아 있는 차에 묻은 물기를 제거했다.

축축해진 수건을 수거함에 넣고 뒤돌아 검은색 에스유브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흙이 묻어 있었던 타이어까지 깨끗해져서 마음에 들었다.

“지저분했는데 세차를 하길 잘했어.”

자정이 다된 늦은 밤 시간이었지만 강남이라서 그런지 24시 영업이었다.

승용차나 택시도 여기에서 세차를 하는 것인지 몇 대 보였다.

“으음, IMF 관리 체제가 몇 개월 후면 끝이 나지만 아직은 아니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는 활기차졌군.”

IMF 관리 체제가 끝이 나면 한국 전체가 기지개를 펴면서 일어나게 될 거였다.

물론 부동산이 폭등하고 주식투자가 과열되었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거였다.

신용카드 대란도 일어나고 말이다.

그렇지만 현수는 그런 일에 직접적으로 나서서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다.

한국의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힘겨워하겠지만 이것도 예정된 역사였다.

원래의 역사대로 흘러가는 것이 좋았다.

초능력과 마법을 익힌 현수는 미래까지 알고 있는 밀레니엄 회귀자였다.

그런 만큼 미래의 정보를 적극 이용하여 사업을 크게 성공시켜서 재벌이 될 생각이다.

“그냥 펜트하우스에 들어가는 것은 그러니 야식이라도 먹고 들어가는 것이 좋겠어.”

딸깍!

검은색 에스유브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의 차 문을 열고 타더니 안전벨트를 채우고 시동을 걸었다.

부드럽게 출발하여 스피드 세차장을 나와 인근의 10분 거리에 있는 24시 강남 뼈해장국집으로 달려갔다.

출입문 양쪽으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손님들이 많은지 다양한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마침 빈자리가 보였기에 그곳에 주차를 하고 내렸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역시나 손님들이 많았다.

그래도 빈자리는 몇 개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빈자리로 가서 앉더니 특 뼈해장국으로 주문했다.

보통으로 주문해도 양도 푸짐하면서 비싸지 않고 맛있어서 인기 메뉴였다.

그렇지만 현수는 특 뼈해장국을 주문했다.

잠시 후에 김이 모락 피어나는 특 뼈해장국과 밥, 그리고 반찬들이 식탁에 차려졌다.

보통의 거의 두 배 크기였다.

김이 모락 피어나고 있었기에 더 먹음직스러웠다.

“맛있겠어.”

숟가락을 들고 먼저 국물부터 떠먹어 보았다.

들깨 가루가 약간 들어갔기에 고소하면서도 진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뼈도 푹 삶았기에 붙어 있는 고기가 부드러웠다.

밥 절반을 해장국에 말았다.

그런 다음에 남은 밥으로 오늘 담은 것인지 생 배추김치를 곁들여서 먹었다.

역시나 아삭하면서도 양념 맛이 좋았다.

적당히 숙성된 배추김치도 맛있기는 하지만 현수는 개인적으로 생 배추김치가 아삭해서 더 좋아한다.

몇 번 떠먹지도 않았는데 남은 밥을 다 먹었다.

“여기 밥 한 그릇 더 주세요.”

“예, 손님.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여기 밥 한 그릇 추가요.”

다른 직원이 밥 한 그릇을 가져다주고 물러갔다.

뼈해장국은 조금 후에 먹기로 하고 먼저 생 배추김치로 추가한 밥을 먹었다.

뼈해장국의 국물도 떠먹고 하니 정말 맛있었다.

모처럼 맛있게 먹는 음식이었다.

현수가 야식으로는 조금 과할 정도로 많이 먹었다.

제대로 소화가 되기도 전에 펜트하우스에 들어가서 잠을 자기에는 살짝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콜라를 한 병 주문하여 그것을 마셨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가서 계산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 저자는?”

아주 우연히 현수의 눈에 양하준을 발견했다.

식당의 출입문을 마주보는 곳에 주차를 하고 내린 양하준과 조수석에서 내린 회색 미니원피스에 감색 재킷을 걸치고 핸드백을 메고 있는 여자였다.

둘은 다정한 연인처럼 보였는데 손을 잡고 24시 강남 뼈 해장국집의 출입문을 향해 걸어왔다.

출입문 옆에 현수가 서 있었기에 양하준의 얼굴과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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