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40화 (40/217)

제11장 계속되는 복수 (3)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최종일이 통나무집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기에 바로 문을 닫았다.

안쪽에 현수가 앉아 있었는데 손에 무기를 들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바로 옆에 무기 같은 것을 놓아둔 것도 아니었다.

그제야 좀 안심이 되었다.

최종일이 현수를 마주 보고 앉았다.

쇠 밥그릇 두 개를 놓더니 각각 커피믹스를 두 개씩 부었다.

최종일이 쇠 밥그릇과 현수를 번갈아 보았다.

김이 나는 주전자를 들더니 쇠 밥그릇에 뜨거운 물을 조심스럽게 부었다.

현수의 아주 태연한 모습에 최종일이 살짝 당황했다.

마치 현수가 이 통나무집의 주인처럼 보였다.

“당신 누구요?”

“일단 커피믹스를 한 잔씩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고.”

“으음, 정말 이상한 사람이군?”

최종일이 쇠 밥그릇을 하나 들더니 뜨거운 커피믹스를 조심스럽게 마셨다.

현수도 자신 앞에 놓인 쇠 밥그릇을 들고 커피믹스를 마셨다.

최종일이 나타나기 전에도 커피믹스를 타 먹었었다.

커피믹스를 몇 모금 마시자 그제야 현수가 말했다.

“나에 대하여 궁금한 점들이 많지?”

“그렇소. 당신 누구요?”

“나는 김현수야. 나이는 24살이고 말이야.”

“으음, 나는 27살이오.”

“나도 알고 있어. 중요한 것은 나의 이름과 나이가 아닐 텐데.”

“그렇소. 당신 누구요?”

“대답을 해줄 수 있어. 하지만 잘 믿어지지 않을 거야. 그래도 듣고 싶나?”

“으음, 그래도 궁금하니 한번 해보시오.”

최종일이 보기에 현수는 그렇게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격하여 제압하거나 죽일 수 있어 보였다.

그랬기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다만 현수가 너무 태연한 것이 살짝 마음에 걸렸다.

‘나에게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자야. 도대체 정체가 뭘까?’

최종일은 오지의 산속에서 혼자 살기에 사람들과 엮일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랬기에 더욱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에 대하여 먼저 설명을 해도 되지만 최종일 너에 대한 것부터 말해주지. 일단은 이 오지의 산속 통나무집에서 2020년까지 살게 되지. 46살까지 사는군?”

“으음, 내가 말이오?”

“그래. 5년 전쯤에 우연히 실수로 2명의 등산객들을 죽이고 땅에 파묻고 이렇게 숨어 살고 있지?”

“허엇, 그걸 어떻게?”

현수의 말에 최종일이 경악했다.

자신의 비밀을 낯선 자가 알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의문점이 많았기에 일단은 좀 더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이런 오지의 산속 통나무집에서 살던 네가 2020년에 갑자기 세상으로 나왔어. 사람을 죽이는 킬러로 말이야.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명성이 높아지면서 별명은 무시무시한 인간 사냥꾼이고 말이야.”

“으음, 내가 말이오?”

“그래. 세월이 흘러 우연히 나와 엮이면서 싸우게 되고 결국 원수가 되었지. 참 나를 많이 괴롭히고 고통을 주었어.”

“·······”

현수의 말이 좀 황당했지만 좀 더 들어 보기로 했다.

도대체 어떤 말까지 하는지 보자 하는 생각도 있었다.

“서기 2060년대가 되면서 나와 너의 나이가 80대 노인이 되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를 못 잡아먹어서 괴롭히고 고통을 주지. 그랬다가 내가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어.”

“흐음, 특이한 소설이군?”

“어쨌든 인간 사냥꾼 최종일 너와 8명의 동료들을 끌어 모은 나는 초능력을 사용하여 다 죽여 버렸지.”

“·······”

섬뜩한 이야기를 아주 태연하게 하니 더 믿어지지 않았다.

마치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뭔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이상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모두 사실이야. 나는 미래에서 이 시대로 회귀를 하였거든.”

“회귀?”

“그래. 전생에서는 나는 교통사고를 당하여 평생 장애를 안고 고통을 받으면서 살았어. 제대로 재능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았어.”

“으음, 흥미롭군?”

“전생의 미래에서는 인간 사냥꾼 최종일 너와 8명의 동료들과 원수가 되어 결국 내가 너를 죽였지만 원한을 제대로 다 풀지는 못했어. 그런 내가 회귀를 하였지. 그리고 다시 애송이에 불과한 최종일을 찾아와 이렇게 만났고 말이야.”

“으음, 그래서 나를 죽이고 복수하겠다는 건가?”

“물론이지. 이번에는 좀 천천히 죽일 생각이야.”

“미친놈.”

“내가 한 이야기들이 전부 지어내었거나 헛소리 같지? 하지만 모든 것들이 사실인데 어쩌나?”

“말도 안 되는 그 말을 믿으라고?”

“당연하지. 모두 사실인데 말이야.”

엄청 진지한 표정의 현수였기에 최종일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최종일이 5년 전쯤에 우연히 실수로 2명의 등산객들을 죽이고 땅에 파묻고 이렇게 숨어 살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현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모든 게 맞았다.

“흐흐흐, 그래서 정말 날 죽이려고 이곳에 왔나?”

“물론이지. 안 그러면 뭐하려고 이런 오지의 산속 통나무집에서 너를 기다렸겠어. 안 그래?”

“·······”

현수의 표정이 아주 진지했다.

최종일이 커피믹스를 다 마시고 쇠 밥그릇을 내려놓으면서 현수를 노려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수는 아주 태연하게 쇠 밥그릇의 남은 커피믹스를 마셨다.

파악!

믿어지지 않을 엄청난 스피드로 최종일이 종아리에 숨겨둔 단검을 뽑아 현수의 목을 찔렀다.

거리가 불과 2미터 정도에 불과하였기에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흐흐흐, 넌 끝났어.’

제대로 반격조차 못해보고 현수가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최종일의 의지와는 다르게 몸이 마비가 되어 단검을 손에 쥐고 찌르는 동작을 펼치다가 멈추었다.

“후후후, 기습 공격이 제법이었어.”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미래에서는 상대에게 공포를 주는 인간 사냥꾼이지만 지금은 애송이에 불과해. 물론 전생의 미래에서도 엄청난 능력과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이기지 못하고 죽었지만 말이야.”

스윽!

현수가 손짓을 하자 최종일이 단검을 손에 쥐고 찌르는 동작을 펼치다가 멈춘 것이 강제로 비틀어졌다.

우두둑!

“으아악, 내 팔!”

강제로 팔이 뒤틀리다가 순간 무자비하게 부러져 버렸으니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했다.

최종일은 몸이 마비가 되어 전혀 움직일 수 없었지만 지독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최종일이 쥐고 있던 단검이 스르르 빠져 나오더니 공중에서 천천히 방향을 바꾸었다.

단검이 공중에 둥둥 떠서 최종일을 겨누고 있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섬뜩했다.

상식적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게 바로 초능력의 염력이라는 거야. 직접 눈으로 보니 신기하지?”

“으으, 나를 어떻게 한 거냐?”

“몸이 마비가 된 것은 내가 홀드 퍼슨이라는 마법을 펼쳐서 그런 거야. 이 마법에 걸리면 최종일 너처럼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거지. 그래도 숨을 쉬거나 눈은 깜빡일 수 있어.”

“으으, 믿을 수 없다.”

“직접 당해보고 눈으로 보고서도 못 믿으면 어쩌겠다는 거야? 전생의 미래에서는 최종일 네가 약 1천 명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을 죽였었지. 이대로 시간이 흘러 미래로 이어진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이겠어?”

“·······”

“인간 사냥꾼 최종일 너는 살아 있어 봐야 세상에 해를 끼치는 존재야. 그렇기에 애송이일 때 내가 너를 죽이려는 거야.”

최종일에게는 아주 황당한 상황이었다.

미친놈처럼 보이는 낯선 자가 자신의 통나무집에 나타나 황당한 이야기를 하고 이렇게 제압을 하여 손까지 부러뜨렸다.

크게 당황한 최종일을 바라보던 현수가 씨익 웃으면서 손짓했다.

우두둑!

“으아악!”

이번에는 최종일의 왼팔을 부러뜨렸다.

양팔이 다 부러진 최종일은 지독한 고통에 미칠 거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더욱 절망적인 것은 몸이 마비가 되어 전혀 움직일 수가 없다는 거였다.

현수는 최종일과 마주했을 때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제압을 하려고 홀드 퍼슨 마법을 펼쳐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마비시킨 거였다.

그랬기에 기습 공격에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조금만 방심했다면 단검에 찔려서 부상을 입거나 치명상을 입었을 수도 있었다.

최종일의 양팔을 부러뜨렸기에 이빨과 발톱이 빠진 맹수에 불과했다.

결코 두렵거나 무서워해야 할 정도가 아니라는 거였다.

오히려 이제는 최종일이 현수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해야 했다.

꿀꺽!

최종일이 침을 삼켰다.

이제는 현수가 손을 움직이기만 해도 무슨 짓을 할지 두려웠다.

마치 장난처럼 손짓을 하였는데 결과는 팔이 부러졌다.

전혀 만지지도 않고 염력이라는 것으로 최종일 자신의 팔을 부러뜨리니 경악할 일이었다.

양팔이 부러지기는 했지만 아직 다리는 멀쩡하니 지금이라도 도망치는 것이 좋았다.

그렇지만 몸이 마비가 되어 움직이지 못하니 미칠 거 같았다.

‘으응, 이건?’

놀랍게도 마비된 몸이 조금씩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절망에 빠졌었는데 어쩌면 이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어 보였다.

스윽!

현수가 손짓으로 염력을 펼쳐 장작불을 하나 끌어 당겼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불안했다.

붉게 물들어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는 장작불이 아주 느리게 최종일의 얼굴을 향해 다가오자 심한 거부감이 들었다.

“으으,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궁금하지? 그럼 직접 경험을 해봐.”

푸욱!

“으아악!”

놀랍게도 현수가 장작불을 최종일의 오른쪽 눈을 그대로 찔러 버렸다.

살이 타는 고약한 냄새가 났다.

또한, 최종일의 오른쪽 눈이 찔려 작살나면서 뜨거운 열기에 그만 익어가고 있었다.

이것은 지독한 고문이나 다름이 없었다.

전생에서 원수였다고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원수라고 하면서 복수를 하니 황당하고 억울하고 미칠 거 같았다.

‘내가 이렇게 무기력했나?’

사냥꾼으로 산속의 야생동물들에게는 공포의 포식자였다.

그런 최종일이 너무나 일방적으로 현수에게 당하고 있었다.

최소한 몸의 마비라도 풀린다면 싸워보고 싶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되었다.

그때, 완전히 마비에서 몸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퍼억!

최종일이 강력한 발차기를 현수에게 날렸지만 닿지도 않았다.

오히려 튕겨지듯이 뒤로 나가 떨어졌다.

최종일의 기습 발차기였기에 전혀 방어를 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현수가 무방비 상태로 서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보호막을 이미 펼치고 있었다.

그랬기에 최종일의 강력한 기습 발차기가 날아왔어도 투명한 보호막으로 간단히 막아낼 수가 있었던 거였다.

오히려 기습 발차기를 하였던 최종일이 반발력으로 뒤로 튕겨져 나가 떨어진 거였다.

황당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벌떡 일어난 최종일이 남은 한쪽 눈으로 현수를 노려보며 뒤돌아 문을 박차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호오, 도망인가?”

마당의 평상에는 사냥한 멧돼지와 석궁이 놓여 있었지만 그걸 집어들지도 못하고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주 태연히 통나무집에서 나온 현수가 도망치고 있는 최종일을 쳐다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양팔을 부러뜨리고 한쪽 눈도 작살을 내버렸으니 어느 정도 복수를 한 거 같아서 만족스럽군.”

현수가 마음만 먹었다면 최종일의 다리도 손쉽게 부러뜨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도망치도록 해준 거였다.

바로 죽이기에는 깊게 쌓인 원한이 컸다.

확실하게 복수를 하려고 도망치도록 둔 거였다.

그것도 모르고 죽기 살기로 도망쳤다.

추운 겨울의 산속은 기온이 내려가서 아주 추웠다.

아무리 최종일이라고 하더라도 체력이 떨어지고 있었기에 멀리 도망치는 것은 무리였다.

평상에 놓인 멧돼지와 석궁을 보고는 눈을 번뜩였다.

“놈이 급하긴 급했군. 석궁을 두고 도망치는 것을 보니 말이야.”

스윽!

손짓으로 염력을 펼쳐 통나무집의 열린 문을 꼭 닫았다.

산속의 밤이라서 그런지 체감온도가 영하 15도는 되는 거 같았다.

벗어 놓았던 갈색의 비니를 다시 머리에 쓰고 검은색 마스크도 썼다.

목도리도 다시 목을 휘감아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태연하게 마지막으로 기모 장갑과 겉에 가죽장갑을 껴놓은 것을 양손에 꼈다.

아주 추운 날씨였지만 이렇게 철저히 준비를 하자 하나도 춥지 않았다.

“이제 내가 어두운 밤의 산속을 도망치는 최종일을 추격하게 되는군. 바로 끝내버렸어야 했나?”

최종일을 마주했을 때 바로 끝내버렸다면 간단했을 거였다.

그렇지만 깊은 원한으로 인하여 그렇게 편하게 죽이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고통을 주고 원수를 갚고 싶었다.

최종일이 인간 사냥꾼으로 맹활약을 하면서 죄 없는 많은 사람을 죽였었다.

그런 만큼 쉽게 죽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렇게 한 거였다.

어쨌든 최종일의 양팔을 부러뜨리고 한쪽 눈도 작살내 버렸으니 반병신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다고 도망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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