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39화 (39/217)

제11장 계속되는 복수 (2)

강원도 홍천의 어느 곳.

부아앙!

검은색 에스유브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비포장 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후후후, 인간 사냥꾼 놈이 살기에는 좋은 곳이군?”

제대로 활약을 시작할 때가 2020년경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20년은 더 지나야 놈이 각성을 하고 인간들을 사냥하여 죽이는 잔인한 인간 사냥꾼이 된다.

지금은 그냥 동물을 사냥하고 약초를 채집하는 그런 자였다.

아스팔트가 아니었기에 스포츠카나 일반 승용차보다는 이렇게 에스유브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를 타고 가는 것이 현명하고 좋았다.

“너무 길이 험한데 굳이 많이 들어갈 필요는 없어.”

마침 전방에 주차하기 좋아 보이는 곳이 있었다.

차 3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평평한 땅이라서 주차하기 적당했다.

조심해서 차를 돌려서 한쪽에 잘 주차를 하고 차 문을 열고 내렸다.

등산복에 등산화를 신고 등산 점퍼를 입고 있었다.

“확실히 산의 초입이라서 그런지 기온이 낮군. 서울 도심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추운 날씨야.”

그렇다고 현수가 춥다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영하 5도 정도 되는 날씨인데 산이라서 그런지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정도 되는 거 같았다.

기모 장갑에 겉에 가죽장갑을 하나 더 꼈다.

머리에 갈색의 비니를 쓰고 검은색 마스크도 썼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목도리까지 목을 휘감았다.

나름 준비를 철저히 했다.

스윽!

왼 손목을 치켜들더니 차고 있는 롤렉스시계를 보았다.

“흐음, 오후 2시가 조금 넘었군. 놈이 집에 있을지 아니면 사냥을 나가고 없을지 모르겠지만 집에 없다고 하더라도 기다리면 되니까 상관없어.”

어차피 놈은 혼자 살고 있을 테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이것들은 전부 전생의 미래에서 알게 된 사살이지만 밀레니엄 회귀를 한 후에는 처음 와보는 거였다.

그랬기에 전생과 약간 다를 수도 있었다.

자세한 것은 놈을 만나보면 알 수 있었다.

“후후후, 놈은 내가 죽이러 왔다는 것을 모를 테니 크게 당황하겠군.”

처음 놈을 보면 산에 살고 있는 산 사나이이기에 아주 순박하게 본다.

하지만 놈이 1천 명 가까이 되는 많은 사람들을 사냥했을 만큼 엄청 잔인하고 지독한 놈이었다.

전생의 미래에 현수가 강력한 초능력을 보유하지 못했다면 분명 놈에게 죽었을 거였다.

운이 따랐고 놈이 순간적으로 방심하였기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현수가 죽었을 거였다.

그만큼 사냥에 특화된 놈이고 실력과 머리까지 뛰어났다.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전생의 미래가 아니고 밀레니엄 회귀한 현대였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현수가 손쉽게 놈을 사냥할 수 있었다.

“설마 놈이 벌써 살인 각성을 하지는 않았겠지?”

20년 후에나 첫 살인을 하는 놈이었다.

지금은 겨우 2001년 1월 초에 불과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100% 확신할 수는 없는 거였다.

그런 만큼 방심은 하지 않고 조심할 생각이다.

완만한 산길을 따라 천천히 산책을 하듯이 걸었다.

사방이 온통 산이라서 경치가 좋았다.

겨울이고 약간의 눈들이 남아 있어서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이런 멋진 곳에서 며칠 야영하고 돌아갔으면 좋을 거 같았다.

그렇지만 현수는 나름 일정이 있었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약 500미터의 산길을 따라 이동하였더니 전방에 통나무집이 한 채 보였다.

산속의 외딴 그런 집이었다.

현수는 본능적으로 인간 사냥꾼 놈의 집이라고 느껴졌다.

놈이 만약 집에 있다면 산길을 따라 올라오는 현수를 보았을 거였다.

그렇지만 등산복을 입고 있었기에 등산객으로 생각할 거였다.

손에 무기나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들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담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츠츠츠츠!

현수가 투시 마법을 펼쳐 통나무집 내부를 살펴보았다.

“흐음, 놈이 집에 없군?”

통나무집에는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 갖추어져 있었다.

부엌도 있고 침실에는 침대까지 있었다.

간단한 살림들도 있어서 생활하는데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아 보였다.

다만 TV는 없고 작은 라디오는 하나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통나무집이었다.

“설마 지하실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통나무집의 밑을 투시해보았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지하실이 있었다.

넓지는 않지만 이것저것 창고로 물건들을 보관할 수는 있어 보였다.

사냥 도구와 사냥한 동물들과 멧돼지도 한 마리 있었다.

“역시 놈답게 살고 있었군.”

스스스스!

현수가 블링크 마법을 펼쳐 담장과 통나무집의 출입문을 열지도 않고서도 통나무집 안에 나타났다.

노린내와 꼬린 내가 섞인 듯한 묘한 잡내가 났다.

살짝 거부감이 들었지만 조금 지나면 익숙해질 거였기에 참았다.

“흐음, 실내 온도가 낮으니 장작불이라도 좀 피워야겠군.”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한 현수는 마치 자신의 집처럼 생각했다.

태연하게 손짓으로 염력을 펼쳐 한쪽에 쌓아 놓은 장작들을 끌어당겨서 놓았다.

화르르르!

마법을 펼쳐 장작에 손쉽게 불을 붙였다.

금방 장작이 타면서 불이 활활 타올랐다.

굴뚝을 통하여 연기가 배출되기에 놈이 집으로 오다 보면 누군가 집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였다.

그럼에도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놈을 죽일 거였다.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놈이 도망을 친다면 산속으로 추격을 해서라도 죽일 거였다.

“흐음, 라면이 있으니 끓여 먹을까?”

그냥 참고 기다리려고 하니 놈이 언제 돌아올지는 알 수가 없었다.

제법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거 같았다.

스윽!

한쪽에 걸려 있는 냄비를 끌어당겨서 장작불 위에 놓고 물을 부었다.

장작불의 화력이 좋아서 금방 물이 팔팔 끓을 거였다.

이번에는 소고기 라면을 끌어당겨서 2개의 포장지를 뜯었다.

투시를 펼쳐서 살펴보니 김장김치가 보였다.

반포기를 꺼내어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라면에 김치를 조금 넣으면 풍미가 더 좋지.”

다른 채소들은 보이지 않았기에 라면에 김치로 만족해야 했다.

식은 밥이라도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아쉽게도 밥은 없었다.

“밥도 없는데 아예 라면 3개를 끓여서 배불리 먹는 것이 좋겠어.”

냄비에 물을 조금 더 붓고 끓이는 동안에 라면 하나의 포장지를 뜯었다.

이렇게 라면 3개가 준비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냄비의 물이 팔팔 끓었기에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은 김장김치를 넣고 국물도 조금 넣었다.

그런 다음에 라면의 면과 수프, 그리고 건더기 수프도 넣었다.

“놈을 기다리면서 라면을 끓여 먹다니 내가 너무 방심하는 건가?”

다르게 생각하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였다.

염력과 순간이동 초능력이 강력하고 여기에 3서클 마법사다.

놈은 일반인들보다는 좀 더 뛰어난 사냥꾼에 약초꾼에 불과하다.

얼마든지 손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흐음, 맛있군.”

오지의 산속에 있는 통나무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니 신선하기도 하고 그랬다.

김장김치를 조금 넣었을 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라면이 훨씬 더 맛있어졌다.

밥이 없었기에 라면 3개를 끓였다.

김장김치를 넣고 라면을 끓였지만 김장김치를 곁들여서 먹으니 그것도 맛있었다.

마치 며칠 굶은 사람처럼 아주 맛있게 라면을 먹었다.

냄비를 손에 들고 뜨끈한 라면 국물을 마셨더니 속이 따뜻해졌다.

장작불 덕분에 통나무집이 훈훈했기에 전혀 춥지는 않았다.

“아, 배부르다.”

라면 3개를 끓여서 국물까지 다 마시니 배가 부른 것이 당연했다.

스윽!

손짓으로 염력을 펼쳐 샘물인지 지하수인지 장독에 들어 있는 물을 끌어당겼다.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물줄기가 천천히 날아왔다.

염력으로 조종을 하더니 입을 벌리고 물을 마셨다.

충분히 물을 마신 후에 손짓으로 멈추더니 이번에는 주전자를 끌어당겼다.

뚜껑을 열고 주전자에 물을 적당히 부었다.

그런 다음에 장작불 위에 올려놓았다.

물이 끓을 동안에 이번에는 찻잔이 보이지 않았기에 밥그릇을 하나 염력으로 끌어당겼다.

마침 커피믹스는 있었기에 2개를 끌어당겨서 잡더니 태연하게 뜯어서 붓고 물이 끓기를 기다렸다.

“후후후, 주로 원두커피를 마시다가 커피믹스를 마시게 되다니 이것도 나쁘지 않군.”

그동안 현수는 원두커피를 매일 여러 잔 마시다 보니 입이 고급스러워졌다.

그랬기에 싸구려 커피믹스를 타서 마신다는 것이 그랬다.

오지의 산속 통나무집이니 원두커피를 바라는 것은 사치였다.

커피믹스라도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주전자의 물이 팔팔 끓었다.

커피믹스를 부어놓은 밥그릇에 조심스럽게 끓는 물을 부었다.

너무 물을 많이 부으면 커피믹스가 너무 연해서 싱거워진다.

누가 뭐라고 해도 커피믹스는 물 조절이 생명이었다.

정신을 집중하여 딱 맞는 물의 양만 부었다.

그런 다음에 염력으로 휘휘 잘 저었다.

커피믹스 향이 나면서 김도 모락모락 피어났다.

밥그릇을 들고 조심스럽게 커피믹스를 마셨다.

“흐음, 생각보다 더 맛있는데?”

아마도 오지의 산속 통나무집이라서 그런 모양이었다.

왼 손목에 차고 있는 롤렉스시계를 보았더니 오후 5시가 살짝 넘었다.

놈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그때, 현수의 초감각에 수십 미터 거리에서 누군가 접근하는 것이 느껴졌다.

츠츠츠츠!

투시 마법을 펼쳐 살펴보았더니 사냥꾼 복장의 낯선 남자가 멧돼지를 한 마리 어깨에 메고 통나무집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기운은 익숙했지만 모습은 조금 낯설었다.

그렇지만 상대가 점점 통나무집으로 다가오자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후후후, 놈이구나. 드디어 나타났군.”

인간 사냥꾼 최종일은 자신의 통나무집을 향해 다가오면서 흠칫했다.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누군가 있는 모양이었다.

열쇠를 채워 놓았기에 부수지 않고서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담장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최종일은 직접 만든 평상에 멧돼지를 내려놓았다.

약초를 캐다가 우연히 멧돼지를 발견하고 사냥했다.

직접 개조한 석궁이 사냥을 하는 것에는 아주 유용했다.

“어, 이건?”

놀랍게도 통나무집의 출입문을 자물쇠로 채워 놓았는데 그대로 있었다.

열쇠로 열지도 않고 통나무집 안으로 어떻게 들어간 것인지 의문이었다.

열쇠를 꺼내어 자물쇠를 열고 출입문을 활짝 열었다.

장작불을 피워 놓았기에 훈훈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으음, 누구요?”

“최종일, 이제 오나?”

“허엇, 누구냐?”

최종일은 깜짝 놀랐다.

통나무집 안에 누군가 있었는데 최종일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오지의 산속에 통나무집을 직접 지었다.

이웃도 없는 외딴 통나무집이다.

알고 지내는 사람도 없기에 더 놀랐다.

최종일은 5년 전에 강원도의 산속에서 석궁으로 사냥을 하다 실수로 등산객 한 명을 맞추었다.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동료가 한 명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그자도 죽였다.

신분을 알 수 있는 지갑과 소지품들을 끌어 모으고 죽은 2명의 등산객들은 땅을 파고 묻었다.

낙엽 등으로 최대한 흔적을 지운 후에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하여 지금의 이곳에서 숨어 살고 있는 거였다.

최종일이 죽인 2명의 등산객들은 흔적이 남지 않았기에 실종자 처리가 되었다.

아마도 수년이 지나도 찾아내지는 못할 거였다.

아직까지 땅에 묻어 놓은 2명의 등산객들을 발견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그곳으로는 가지 않았다.

강원도 홍천의 오지라 할 수 있는 산속에 통나무집을 짓고 혼자 살고 있었다.

간혹 산을 내려가서 약초를 팔아 생필품들을 구입하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전혀 사람과 교류하지 않았다.

그런 최종일인데 느닷없이 통나무집에 무단 침입한 자가 있었다.

정체를 아직 알 수 없는 그자가 최종일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거였다.

어떻게 알고 있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고 의문이었다.

“밖은 추운데 안으로 들어와.”

“당신 누구야?”

“안으로 들어오지 않겠다면 내가 나간다.”

“당신 누구야? 정체를 밝혀라.”

“후후후, 최종일 당신은 나의 원수야.”

“뭐? 원수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현수의 황당한 말에 최종일이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우연히 등산객 2명을 죽였지만 땅에 파묻고 흔적을 지웠다.

그랬기에 목격자도 없고 증거가 될 만한 것도 없었다.

누구도 최종일이 범인이라고 알지 못했다.

벌써 5년이 지난 사건이었다.

그렇기에 현수의 말이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종일 원수라고 하니 겁이 나냐?”

“으음, 당신 누구야?”

“안으로 들어와서 이야기하자니까. 너도 나의 정체가 궁금할 텐데.”

“·······”

최종일은 황당하고 아주 기가 막혔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집에 무단 침입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미안함이 없어 보였다.

언제까지 추운 밖에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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