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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인간-10화 (10/217)

제3장 비밀의 약 조제 (2)

주우욱!

현수가 스포이드로 조심스럽게 액체를 떨어뜨렸다.

비커에 들어 있는 분말 가루에 떨어지자 금방 스며들었다.

준비해놓은 각종 약들의 성분을 추출하여 따로 모아 놓았다.

이것을 이용하여 혼합을 하여 비밀의 약을 조제하려는 거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해 보이지 않았지만 아주 중요한 작업이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그대로 실패였다.

그랬기에 정신을 집중하여 작업을 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액체가 스며든 분말 가루를 잘 섞어서 별도의 용기에 옮겼다.

뚜껑을 닫은 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으음, 지치고 힘들었어. 조금 쉬었다가 다시 작업을 해야겠군.”

쓰고 있던 보안경을 벗고 손에 끼고 있던 라텍스 장갑도 벗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연구실을 나왔다.

곧장 메인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생수부터 꺼내어 마셨다.

“이제야 좀 갈증이 해소되는군.”

정신 집중을 하여 작업을 하느라 갈증이 났었다.

참고 계속 작업을 하였다가 이제야 생수를 마시니 너무 좋았다.

다시 냉장고를 열어 보관해놓은 생크림케이크와 우유를 꺼내었다.

“이거라도 좀 먹고 기운을 차리자.”

생크림케이크를 포크로 떠먹어 보았더니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너무 맛있었다.

목이 막히면 곤란하니까 우유도 마셔가면서 먹었다.

조금만 먹으려고 했었는데 먹다 보니 멈출 수가 없어서 다 먹어버렸다.

깔끔하게 치우고는 거실로 걸어가서 커튼을 젖혔다.

한강이 눈에 들어왔기에 멍하게 내려다보았다.

“언제 보아도 좋군.”

한강변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다가 전생의 일들을 떠올렸다.

신약의 부작용으로 무기력에 빠졌다가 일주일 만에 일어난 현수는 염력이 생겼었다.

또한,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가는 듯한 느낌도 받았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책장에 꽂혀 있던 수십 권의 책들 중에 국어사전을 손짓으로 끌어당겼다.

보통사람이라면 책장에 꽂힌 책을 뽑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현수는 반신불수의 몸이기에 책 한 권을 책장에서 뽑는 것도 시간이 걸렸다.

그랬는데 이제는 염력으로 인하여 손쉽게 국어사전을 끌어 당겨서 잡았다.

무작위로 펼친 후에 나와 있는 것들을 한차례 살펴보고는 접었다.

“으음, 역시 되는군. 너무 신기해.”

말도 안 되는 놀라운 일이었다.

그냥 한차례 국어사전을 펼쳐서 양쪽 페이지를 살펴본 것에 불과하지만 마치 사진을 찍은 거처럼 양쪽 페이지의 글들이 전부 떠올랐다.

현수 자신이 해놓고도 믿어지지 않아서 다시 확인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전부 맞추었다.

“다시 한 번 해보자.”

이번에도 무작위로 아무 페이지를 펼쳐서 살펴보고는 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신약의 영향으로 생긴 능력이 분명했다.

“어쩌면 이 신약이 나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도 있겠어.”

단속에 걸려서 프로젝트가 중지되어 자료들과 약까지 전부 폐기가 되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세상에 남은 약은 현수가 가지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어쩌면 도박일 수도 있었지만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았다.

어차피 죽지 못해 살고 있는 현수였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고 고통을 받으면서 살고 있었다.

도박이고 모험일 수도 있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언제든지 먹거나 마실 수 있도록 침대 옆에 초코바와 먹을 것들을 놓고 생수와 음료수도 몇 개 두었다.

일주일동안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던 것이 떠올랐기에 나름 준비를 해두는 거였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빵을 두 개 먹고 우유도 마셨다.

마지막으로 생수 한 병의 절반을 마시고 나서 신약 하나를 복용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머릿속에 폭죽이 연속으로 터진 듯한 강렬하고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

엄청 무기력해지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염력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곁에 두었던 생수를 끌어 당겨서 조심스럽게 뚜껑을 돌려서 물을 마실 수 있었다.

확실히 처음보다는 좋았다.

같은 증상이기는 하지만 염력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최소한 생수는 마실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번처럼 일주일이면 기운을 차릴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일주일을 침대에 누워 있다가 기운을 차리고 일어날 수 있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무자비하게 폭식했다.

이틀 정도 지나자 기운도 차리고 정신도 차릴 수가 있었다.

처음과 거의 같았지만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염력이 더 강력해졌다.

여기에 새로운 능력도 생겨났는데 그것은 바로 순간이동이었다.

스스스스!

현수 자신도 모르게 어쩌다보니 순간이동을 해버렸다.

방안의 침대에 앉아 있었다가 갑자기 낯선 곳으로 순간이동 되어 버렸었다.

왼쪽 다리를 전혀 사용할 수 없었기에 제대로 지탱을 할 수가 없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기가 어디야?”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방이 숲속의 나무들이고 사람이 없었다.

그랬기에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다가 순간이동이 되었는지 떠올려 보았다.

염력을 사용하는 것처럼 정신을 집중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바로 순간이동이 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번이나 시도를 했다.

그랬더니 두 번째로 순간이동을 하였다.

“허억, 여긴 바다?”

너무나 황당했었다.

눈앞에 파도치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현수 자신은 백사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가한 해변이었는데 몇 명이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무도 백사장에 앉아 있는 현수를 신경 쓰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살펴보았더니 정동진의 해변 가장자리였다.

어떻게 서울에서 동해의 정동진 해변까지 이동을 하였다니 신기했다.

정확하게는 어느 숲으로 순간이동을 하였고, 다시 순간이동으로 정동진 해변에 나타난 거였다.

“으음, 이제 조금이나마 어떻게 순간이동을 하는지 알 거 같군.”

현수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런 다음에 다시 정신을 집중하여 자신의 방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능력을 펼쳤다.

스스스스!

놀랍게도 순간이동으로 현수 자신의 방에 나타났다.

바지에는 모래가 묻어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염력과 순간이동을 펼칠 수 있다니 놀랍군.”

겨우 신약을 두 번 복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능력들이 생겼다.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었다.

여기에 머리도 엄청 좋아진 것 같았다.

국어사전을 한번 보면 바로 머릿속에 각인되듯이 기억되어 버리니 말이다.

무기력해지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신약이 현수와 잘 맞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새로운 능력들이 생겨나는 거였다.

신약에 대하여 아는 정보가 없었다.

다만 복용하여 능력이 생겼다는 것과 무기력해진다는 것 정도만 알게 되었다.

“으음, 도박이기는 하지만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번 해보는 거야.”

하루를 푹 쉬면서 생수와 먹을 것들을 준비하고 세 번째 신약을 복용했다.

무기력해져서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염력을 사용하여 생수를 마시고 준비해놓은 먹을 것들을 먹었더니 빠르게 기운을 차렸다.

그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일주일 동안 무기력했던 모양이었다.

생수와 음식을 먹으니 5일로 단축되었다.

“이런 방법이 있었는데 그것도 몰랐다니 나는 바보였어.”

어쩐지 기운을 차려서 일어났을 때에는 무자비하게 폭식을 했었다.

생수와 음식을 먹으니 빨리 기운을 차렸고 정신없이 무자비한 폭식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몇 명이 먹을 정도로 많은 음식을 먹기는 했다.

이틀 정도 몸을 회복한 후에 다시 신약을 복용했다.

그렇게 5회를 복용하였더니 한 달이 휙 지나갔다.

염력과 순간이동이 크게 향상되었다.

머리도 처음과 비교하면 약 10배 이상으로 좋아진 거 같았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 기계로 하는 정확한 검사나 데이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에 3번 복용하는 것으로 한 달 분이기에 총 90회였다.

그중에 겨우 5번을 복용하였는데도 불구하고 대단한 능력이고 향상이었다.

“젠장, 남아 있는 돈이 얼마 없어.”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돈이 없었다.

정부 보조금이 조금은 나오지만 그것으로는 생활비로 사용하는 것에도 부족했다.

그래서 현수는 비밀리에 아르바이트를 하여 돈을 벌어 충당해왔었다.

한동안 일을 하지 못했기에 남은 돈이 얼마 없는 것은 당연했다.

“으음, 조금 위험하기는 하지만 나의 능력으로 돈을 훔쳐야겠어.”

정상인이 아니기에 반신불수로 몸이 불편하다.

능력이 없었다면 범죄를 저지르려고 해도 불가능했다.

반나절을 고민을 하다가 나름 계획을 세웠다.

남아 있는 돈으로 싸구려 옷과 가면, 그리고 돈을 담을 대형 가방을 구입했다.

그런 다음에 생각을 해두었던 곳으로 순간이동을 펼쳤다.

은행을 털면 가장 좋겠지만 그건 너무 위험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사채업자들의 사무실이었다.

서기 2061년의 미래 사회라고 하더라도 현금을 많이 사용했다.

염력을 사용하여 감시카메라부터 박살내었다.

그런 다음에 무지막지한 염력으로 금고의 문을 뜯어내었다.

서류와 귀중품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제외하고 오직 현금만 끌어 당겨서 준비해온 대형 가방에 쓸어 담았다.

한 손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염력을 이용하니 어렵지 않았다.

곧 사채업자들이 달려올 것이기에 신속하게 작업을 마무리하고 순간이동을 펼쳐 사라졌다.

현수는 자신의 방에서 대형 가방을 열어 훔쳐 온 현금다발을 꺼내어 살펴보았다.

추적 장치나 이런 것들은 없었으며 확인해보니 21억 8900만 원이었다.

평생 만져보지 못한 엄청난 현금다발이었다.

운이 좋아서 흔적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성공하였지만 다시 시도를 한다면 실패할 수도 있었다.

“으음, 첫 번째 시도에서 깔끔하게 성공했으니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좋아.”

금고가 털린 사채업자들은 조사를 하고 추적에 나섰다.

그렇지만 평소에도 방에서만 생활하는 현수였기에 찾아내기는 불가능했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평범한 옷으로 갈아입었고, 얼굴에는 가면을 썼다.

대형 가방에 현금다발만 훔쳐서 순간이동으로 돌아왔다.

그랬기에 사실상 현수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신약을 복용해야겠어.”

생수와 먹을 것을 준비해놓고 다시 신약을 복용했다.

이젠 경험이 있다 보니 당황하지도 않았다.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를 하였으며 생수를 마시고 음식을 먹었다.

그 영향으로 빠르게 무기력에서 회복했다.

세월이 흘러 신약을 50정을 복용하고 나자 남은 것은 40정이었다.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는 신약이 아니었다.

현수는 염력과 순간이동 능력이 대단해졌다.

그렇지만 다른 초능력은 생겨나지 않았다.

그나마 머리는 엄청 더 좋아졌다.

기계로 정확하게 측정한 것이 아니라서 어느 정도로 머리가 좋은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짐작으로 자신의 머리가 엄청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느끼고 있었다.

최신형 노트북을 하나 구입하여 이것을 이용하여 검색을 하였다.

현수의 머릿속이 마치 슈퍼컴퓨터가 된 거처럼 엄청난 정보들을 머릿속에 흡수했다.

“내가 직접 이 신약을 만들어 내어야겠어.”

아직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다발이 충분하였기에 생활비 걱정이 없었다.

상류층처럼 과소비로 펑펑 쓰는 것만 아니라면 10년 이상 편하게 살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20년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살고 있는 원룸의 바로 옆 호실이 비어 있었기에 돈을 주고 월세로 얻었다.

그런 다음에 과학 실험도구를 구입하여 준비했다.

신기한 것은 신약을 많이 복용하면서 반신불수가 어느 정도는 나아졌다.

그렇다고 정상인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혼자 걸을 수도 있고 왼팔도 움직일 수 있었다.

다만 지속시간이 길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없었기에 혼자서 모든 것들을 해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후후후, 드디어 성공했어.”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천 번의 실패를 하였지만 결국 똑같은 효능을 가진 신약을 복제하여 만들어 내었다.

조금이라서 미세하게 달라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모른다.

그래서 무조건 복제를 하듯이 완벽하게 성분이나 용량을 똑같게 만들었다.

만약 제약회사의 연구원이었다면 손쉽게 성분을 분석하여 단기간에 똑같이 뚝딱 만들어 내었을 것이었다.

“으음, 과연 똑같은 신약인지 내가 확인을 해봐야겠어.”

생수와 먹을 것을 준비하고 복제한 신약을 복용해 보았다.

무기력해졌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조금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염력을 펼쳐 목이 마르면 생수를 마시고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었다.

그랬더니 이틀 만에 기운을 차리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역시나 복제한 신약의 약효는 똑같았어.”

처음에는 무기력에 빠져 일주일이 지나야 회복이 되었는데 이제는 이틀이면 되었다.

나름 대단한 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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