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5화 (5/217)

제2장 황당한 꿈 이야기 (1)

“유라와 현민이는 저기 있는 것들을 다 가져와라.”

“알았어.”

“어, 큰오빠.”

유라와 현민이가 한쪽에 놓아두었던 것들을 가져와 내려놓고 앉았다.

현수가 나서서 선물들을 아버지와 어머니, 현민, 유라에게 각각 나누어 주었다.

“선물이니 풀어보세요.”

“그럴까?”

“무슨 선물인지 궁금해.”

각자 선물 포장지를 풀어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평소 가지고 싶었던 그런 물건들이었다.

아버지는 내복과 롤렉스시계, 정관장 6년근 홍삼세트, 종합비타민, 마사지 안마기기, 고급 양주인 스카치위스키 발렌타인 30년산, 그리고 로얄 샬루트 30년산이었다.

어머니는 내복과 종합비타민, 명품 샤넬 핸드백, 여성용 롤렉스시계, 정관장 6년근 홍삼세트, 마사지 안마기기, 화장품세트였다.

현민이는 노트북과 최신 유행 점퍼와 청바지, 종합비타민, 나이키 운동화 5켤레였다.

유라는 요즘 유행하는 흰색 점퍼와 노트북, 종합비타민, 여성용 아디다스 운동화 5켤레였다.

스윽!

현수가 가족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는 준비해놓은 돈 봉투를 꺼내어 나누어 주었다.

부모님과 현민, 유라가 돈 봉투를 열어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모님 용돈으로는 1천만 원짜리 자기앞수표가 한 장씩 들어 있었다.

현민과 유라의 돈 봉투에는 10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가 한 장씩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내일 오전에 농협으로 가서 대출금을 제가 다 갚아드리겠습니다.”

“뭐라고?”

“현수야, 그게 무슨 소리냐?”

“말 그대로입니다. 제가 농협에 있는 대출금을 전부 갚아드리겠습니다.”

약 25년 전에 지금 이곳에 아버지가 터를 마련하여 살게 되었다.

열심히 일하여 임야를 조금씩 늘려서 현재는 6만 평이 되었다.

부모님 공동 명의로 3만 평의 임야를 소유하고 있으며 현수와 현민, 그리고 유라에게 각각 1만 평씩 증여를 하였었다.

현수가 중학생이고 현민과 유라가 국민학교(초등학교)에 다닐 때 증여한 거라서 그 당시에는 세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어쨌든 일찍 임야 일부를 증여한 거라서 현명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땅값이 많이 올랐다.

농협에 대출금으로 16억 원이 조금 넘었다.

그걸 다 갚아주겠다니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부모님은 현수의 9급 공무원 준비를 위하여 서울 노량진에 12평형 원룸을 얻어주고 생활비와 용돈을 매월 보내주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나타나 많은 선물을 하고 수표에 농협의 대출금까지 다 갚아준다니 너무 이상했다.

누구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지만 현수는 너무 태연했다.

“평소와 다르게 제가 너무 이상하고 선물과 용돈으로 수표를 드리고, 농협의 대출금까지 갚아주겠다고 하니 황당하고 무슨 일인지 궁금할 겁니다. 그래서 그동안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자세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래, 무슨 일이 있었냐?”

“아들, 나쁜 짓을 한 것은 아니지?”

“예,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스윽!

현수가 찻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저는 평소와 다름없이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배가 고프고 해서 원룸 앞으로 나가서 식당에서 백반을 먹고 원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피곤하여 공부를 할 수가 없어서 조금만 쉬었다가 하기로 마음먹고는 누워서 잠들었습니다.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몸이 아주 개운했었습니다. 그런데 벽시계를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뭔데?”

“그래서?”

“분명히 지난 2000년 1월 5일 수요일 오후 2시경이었는데 벽시계는 오전 10시 3분이었습니다. 뭔가 이상해서 핸드폰을 보았더니 놀랍게도 하루가 지난 1월 6일 목요일 오전 10시 3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잤어?”

“아들, 좀 많이 자기는 했지만 그게 이상한가?”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피곤해서 하루 정도는 푹 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게 아니라니?”

“다른 일이 있었어?”

“예, 이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하루가 지났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낮잠을 자면서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이상한 꿈?”

“아들, 꿈도 꾸었어?”

“예, 저의 인생을 바꿀 그런 꿈이었습니다.”

부모님과 현민, 그리고 유라까지 현수의 이야기에 푹 빠졌다.

목이 마른 지 현수가 찻잔을 들어 커피를 마셨다.

그런 다음에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의 불행한 인생과 늙어 노인이 되어서 세상을 원망하는 그런 이상한 꿈이었습니다.”

“개꿈이네.”

“큰오빠, 황당했겠어.”

“그래. 정말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그런 이상한 개꿈이라고 생각했지. 사실 꿈속의 이야기들이 말도 안 되는 일이었거든.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왼팔과 왼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반신불수의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했거든.”

“뭐라고?”

“아들, 그거 개꿈이야.”

“물론 저도 꿈에서 깨어난 후에 물을 마시면서 정신을 차렸습니다. 당연히 개꿈이라고 생각했고 말입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너무나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개꿈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어 일어났습니다.”

현수의 말에 부모님과 현민, 유라까지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큰오빠, 그래서 어찌 되었는데?”

“형의 꿈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운데?”

“그러니까 지난 2000년 1월 6일 목요일에 나는 교통사로로 반신불수가 되는 꿈의 내용인데 놀랍게도 고교 동창인 한병규의 전화가 왔습니다. 오후 5시에 신촌의 다락방에서 고교 동창들이 모인다는 겁니다. 알았다고 하면서 통화를 종료한 후에 심장이 거세게 뛰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황당한 꿈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똑같이 한병규에게 전화가 왔고 신촌의 다락방에서 고교 동창들의 술자리 모임이니 말입니다.”

“·······”

“·······”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확인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옷을 갈아입고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서 원룸을 나왔습니다. 마침 지갑에 돈이 얼마 없었기에 대륙은행으로 들어가서 현금 서비스로 50만 원을 인출했습니다. 그때, 저의 눈에 럭키복권 판매소가 보였습니다. 꿈에서 보았었던 럭키복권 1등과 2등의 번호가 떠올랐거든요.”

“럭키복권?”

“꿈에서 보았던 번호로 럭키복권을 구입했어?”

“예, 설마 하는 생각도 있어서 럭키복권 판매소로 들어가서 꿈에서 보았었던 럭키복권 1등 번호와 2등 번호를 떠올리고는 4천 원을 주고 2게임을 구입했습니다. 만약 꿈속대로 된다면 럭키복권 1등과 2등에 당첨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럴 수 있지.”

“큰오빠, 그건 현명했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쨌든 약속 장소인 신촌으로 이동해서 신촌의 다락방으로 걸어가다가 이상하게 자꾸 럭키복권이 마음에 걸리는 거야. 만약 럭키복권이 1등과 2등에 당첨이 되는 거라면 다른 당첨자와 당첨금을 나누어야 해. 그렇다면 4천 원을 더 투자하여 1등 번호와 2등 번호를 하나씩 더 구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고 말이야. 어떻게 보면 황당하고 말이 안 되는 일이지. 그렇지만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럭키복권 판매소로 들어가서 4천 원을 주고 2게임을 구입했어. 그러니까 럭키복권 1등 2매와 2등 2매를 구입한 거지.”

현수의 말에 모두들 머리를 끄떡였다.

조금 황당하기는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장소인 신촌의 다락방 근처이고 아직 시간이 남았기에 도넛 가게로 들어가서 도넛과 커피를 주문하여 먹으면서 꿈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무시하고 넘기기에는 너무 이상했거든요. 마치 내가 꿈대로 인생을 살았던 거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큰오빠, 진짜 흥미진진하다.”

“아들, 그래서 어찌 되었는데?”

“오늘 신촌의 다락방 만남도 그렇고 럭키복권도 그렇고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냥 넘기지 말고 꿈대로 되는지 확인을 해보기로 한 겁니다. 그래서 약속 시간에 맞추어서 신촌의 다락방으로 들어갔더니 고교 동창 한병규와 다른 고교 동창 2명이 먼저 와서 앉아 있었습니다. 맥주와 소주, 안주를 시켜서 먹는데 나머지 동창들까지 8명이 전부 모였습니다. 3시간 정도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회비로 2만 원씩 거두어서 계산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한병규가 나서서 2차로 노래연습장으로 가자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꿈속의 일과 똑같았습니다.”

“뭐? 꿈속의 일과 똑같았다고?”

“아들, 정말 똑같았어?”

“예, 그래서 만약 내가 2차로 노래연습장을 따라가면 교통사고를 당하고 반신불수가 되어 평생을 살아야 할 거 같았습니다. 내일 오전에 이력서를 넣어야 하고 할 일이 있다면서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고 헤어졌습니다. 고교 동창 2명도 다른 이유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한병규와 4명의 고교 동창들은 2차로 노래연습장으로 향했습니다.”

갈수록 현수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꿈속의 일을 믿고 다른 행동을 한다는 것도 이상했다.

그렇다고 무시를 했다가 꿈의 이야기대로 된다면 곤란했다.

“저는 곧장 택시를 타고 원룸으로 돌아왔습니다. 만약 꿈속의 일처럼 고교 동창인 한병규가 술에 취한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여 사고가 일어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오전에 갑자기 고교 동창 정훈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2차 노래연습장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나와 고교 동창들을 집까지 태워주었다고 합니다.”

“음주운전을 했다고?”

“꿈속처럼 된 거야?”

“예, 한 명씩 3명을 집 앞에 내려주고 마지막으로 한병규가 조수석에 타고 있었던 동윤을 집까지 데려다 주려고 하다가 그만 교통사고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꿈속처럼 한병규는 즉사하고 조수석에 타고 있었던 동윤도 즉사했다고 했습니다. 만약 제가 조수석에 타고 있었다면 왼팔과 왼다리를 못 쓰는 반신불수가 되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을 테고 말입니다.”

“아, 무서워.”

“아들, 그럼 한병규를 말려보지 그랬어.”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지만 과연 믿어주었을까요? 나 자신도 그 꿈에 대하여 잘 믿어지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듣고 보니 그건 그래.”

“믿기 힘든 일이지.”

“꿈속의 이야기를 누가 믿어주겠어?”

“예, 맞습니다. 어쨌든 최고 장례식장으로 가서 부조금으로 20만 원을 넣고 절을 하고 자세한 상황을 고교 동창들에게 들어보고 육개장을 한 그릇 먹고 나왔습니다. 꿈속처럼 똑같은 일이 일어났기에 믿어지지 않고 충격적이었습니다. 만약 내가 한병규에게 말하여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나니 말린다고 하더라도 황당해하며 믿어주지도 않았을 겁니다. 술에 취하였기에 더욱 그랬을 겁니다. 평소에도 고집이 센 한병규이니 말입니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말리지 않은 것이 현명했어.”

“그래서 어찌 되었는데?”

“큰오빠, 럭키복권은 어떻게 되었는데?”

“맞아. 럭키복권을 구입했었지.”

부모님과 현민, 그리고 유라까지 궁금해했다.

현수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고교 동창 병규와 동윤이가 죽은 것은 안타깝고 그랬지만 음주운전을 한 잘못이 큽니다. 어차피 조언을 해도 듣지 않았을 것이기에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어느새 토요일이 되었고 지갑에 넣어두었던 럭키복권을 꺼내어 추첨을 기다렸습니다. 설마 1등에 당첨이 되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면 꿈대로 당첨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럭키복권 추첨이 시작되었고 번호가 하나씩 맞았습니다. 결국 번호를 다 맞추고 1등과 2등에 각각 당첨이 되었습니다.”

“허엇, 당첨되었다고?”

“럭키복권 1등에?”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일이?”

“믿어지지 않아서 럭키복권을 손에 들고 다시 한번 당첨 번호를 확인해 보았지만 맞았습니다. 그때에는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황당하고 놀랍고 그랬습니다. 럭키복권 1등 2매와 2등 2매에 당첨되었으니 말입니다.”

그 당시의 현수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미루어 짐작이 되었다.

사실 럭키복권 1등 당첨이 되는 것은 너무 희박한 확률이라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은 1등에 당첨이 된다.

그게 현수가 당첨되었다니 놀랍고 믿어지지 않는 거였다.

“월요일 오전에 대륙은행 본점으로 찾아가서 알아보았더니 럭키복권 1등은 112억 원이고 2등은 1억 원으로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세금이 33%였는데 기타소득세 30%에 지방소득세 3%해서 33%였습니다. 세금을 제하고 수령한 돈이 151억 6400만 원이었습니다.”

“뭐라고?”

“세상에. 151억 6400만 원이라니.”

“말도 안 돼!”

“큰오빠,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그냥 말로만 해서는 믿지 못할 것이기에 현수가 대륙은행 통장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현민, 유라까지 번갈아가며 확인을 해보고는 경악했다.

거짓말 같은 일들이 진짜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이런 사실을 말한다고 해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꿈속의 이야기를 믿고 럭키복권을 구입하여 1등 2매와 2등 2매에 각각 당첨이 되어 세금을 제하고 151억 6400만 원을 수령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김현수 명의로 되어 있는 대륙은행 통장이고 151억 6400만 원이 찍혀 있었다.

물론 그 밑으로 여러 번이나 인출한 내역이 있어서 수십억 원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믿기도 힘들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기이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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