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반격 1 (14/43)

반격 1

확실히 길드 명을 바꾸지 않으면,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성을 차지하는 즉시 본성으로부터 공격받을 공산이 컸다. 성향이 충성인 성들로부터도 협공을 받을 테고. 하지만 이 콜로니스트라는 이름에 왠지 애착이 갔고, 이대로 이름을 바꿔버린다면 우리의 누명을 사실로 인정해버리는 꼴이니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이름이 바뀐다 해도 얼굴이 그대로이니 들키기 쉬운 것이 사실이고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끄응……. 그러시면 저희로서도 달리 방법이 없는데요…….”

이것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군. 바꾸지 않자니 숨어살아야 하고, 바꾸자니 누명을 인정하는 게 되고……. 절충안을 찾을 순 없는 건가?

“아!!”

“왜 그래? 뭐 좋은 생각이라도 난 거야?”

“거트 형에겐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길드 장인 거트 형이 이름을 바꾸면 나머지 사람들은 바꾸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물론 길드 명은 바꿔야겠지만 본성 쪽에 들어가는 정보는 길드 명과 길드 장의 이름만 들어갈 테니 들킬 이유는 없잖아? 성향을 충성으로 놓으려면 직접 가서 왕을 만나야하지만 중립부터는 왕과 직접 만날 필요가 없으니까.”

결국 길드 장인 거트 형이 이름을 바꾸는 희생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에 슬쩍 눈치를 살폈다. 고민하고 있을 뿐, 크게 기분 나빠 보이지는 않는 표정에 가슴을 쓸어내릴 때 거트 형의 입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흘러나왔고, 제롬은 따로 보관하던 우리의 길드 석을 소환해냈다

“길드 해체, 이번 이름은 뭐로 짓는 게 좋을까?”

“저번에야 특별한 목적이 없었지만 이번엔 다르잖아? 당연히 지금 기분에 맞춰 지어야지. 레이지(rage) 어때?”

아론이 생각해 낸 이름인 레이지, 우리말로 분노. 지금 우리의 심정과 앞으로 쏟아낼 감정을 잘 나타내는 단어 선택이었다. 당연히 모두 찬성이었고 그렇게 우리 길드의 새로운 이름은 레이지로 결정되었다.

“네임 체인지 스크롤은 한 장이면 되겠네요? 그럼 몬스터 소환합니다…….”

“잠깐, 어차피 주려고 했으면 줘야하는 거 아닌가? 어찌 됐건 우리 몫으로 주도록 허락된 게 사실이잖아?”

“그야 그렇지만…….”

“오케이, 그럼 결정 났네. 뭘로 소환 할 거지? 이상한 거면 각오하라고.”

아무 말 없이 한 마리만 소환했다면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제롬은 입방정을 떨어 화를 자초했다. 분명 초레어급이랬겠다? 레어 급 아이템이 얼마더라……?

“그, 그럼 오크로 하겠습니다. 어차피 모든 몬스터에게 랜덤 확률로 드롭되는 거거든요. 고위 몬스터일수록 확률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자, 갑니다. 소환!!”

“꾸…….”

제롬의 명령에 따라 생성된 오크들은 제대로 된 꾸룩 소리도 못 내보고 생을 마감했다. 오크들의 시체 사이로 보이는 금색 띠를 두른 스크롤들. 공성 후 모자란 자금을 채워줄 소중한 돈줄이었다.

“룰룰루∼.”

“저, 이제 가보겠습니다.”

“응? 아직 안 갔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스크롤을 주워 담는 동안 제롬이 쭈뼛쭈뼛한 동작으로 다가와 인사를 했고, 성의 없는 대답에 투덜거리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제 남은 건 거트 형이 이름을 바꾸고 때를 맞춰 공성 전을 선포하는 일. 거트 형은 새 이름에 대해 한참을 고민하다가 스크롤을 찢었다.

“변경, 거트.”

거트 형 역시 이름에 적잖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이것으로 대 반격의 발판은 마련되었다. 이제 남은 건 발판을 밟고 힘껏 도약하는 것뿐!!

“모두 준비됐지?”

“당연하지, 언제든지 신호만 하라고.”

“아저씨는 정말 안 할 겁니까?”

“공성을 선포하면 상대는 몬스터로 인정되지. 우리에겐 인간인 채로 죽이는 게 훨씬 이득이야.”

“거트 형, 에린 누나.”

마지막으로 로즌 크랜츠에게 같이 공성을 선포할 의사가 없는지 물어 본 뒤 라스트, 아니 레이지 길드와 아마조네스 길드의 수장인 둘에게 신호를 보냈다. 연습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말을 하는 두 사람.

“나 레이지 길드 마스터 거트는 오마이스 영지의 소유권을 두고 루이너스 길드와 전쟁을 벌일 것을 선포한다!!”

“나 아마조네스 길드 마스터 에반제린은 오마이스 영지의 소유권을 두고 루이너스 길드와 전쟁을 벌일 것을 선포한다!!”

공성 선포와 함께 우리 측의 선제공격이 시작되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화살들은 성벽에 올라있는 루이너스 길드 원들을 순식간에 궤멸시켰고, 들킬 것을 염려해 인피면구를 하나씩 뒤집어 쓴 길드 원들은 각자 쓸 수 있는 기술 중 가장 폭발력 높은 것을 성문에 쏟아 부었다. 작전 상 여유를 가지며 마법을 쏴대었기에 잔여 마나량은 충분했고, 소란을 피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구멍 뚫린 성문으로 모여든 루이너스 길드 원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큰 성이라 그런지 개떼처럼 몰려도 왔군, 일단 부서져라!!!”

크그그그그그그-.

접근 전으로 승부를 하려는지 놀랍게도 성문을 연 것은 실드 파이터들의 카이트 실드였다. 차분히, 그러나 느리지 않게 화살을 막아내며 전진하는 그들의 모습에는 여러 번 이러한 격전을 치러본 듯한 노련함마저 배어있었고, 제 2단계 작전으로 접어 들었다.

“모두 후퇴, 후퇴하라!!”

일부러, 내가 대장이라는 것을 광고하듯 큰 소리로 양 길드에 명령하며 간단한 마법 몇 개를 날리자 내가 있는 중앙 쪽으로 사람 수가 좀 더 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뒤로 빠지는 길드와 성에서 나오는 이들의 거리가 일정 수준에 이르자 기사들은 방패를 더 작고 가벼운 것으로 바꿔들며 돌진해 왔고, 우리는 예정대로 혼비백산하는 척 움직이다가 세 갈래로 찢어졌다. 그들이 쫓은 건 고민 할 것도 없이 대장으로 보이는 내가 있는 중앙, 방해하는 모든 것을 거침없이 베어 버릴 듯한 매서운 기세로 몰아치고 들어왔다.

“자, 이제 3단계다.”

일단은 계속 달렸다. 목적지가 나올 때까지. 목적지인 골목에 도착하기 직전 일부러 모두는 속도를 조금 늦췄고, 거리를 좁힌 기사들은 앞을 가로막는 아마조네스 길드 원들을 아웃시키며 내 쪽을 향해 다가왔다

“저희가 막을 테니 그동안 몸을 피하십시오.”

“할 수 없지. 부탁한다!!”

크지는 않게, 그렇지만 기사들이 들을 수는 있을 만큼의 크기로 대화를 나누고 몇 명과 함께 골목으로 몸을 날리자 기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서두르는 만큼 약간의 희생이 생겨버렸지만 남아있는 자들로서는 막기 어려운 숫자임이 확실했고, 급격히 줄어가는 길드 원들의 수를 보며 에린 누나가 퇴각을 명령했다.

“무조건 몸을 빼라!!”

대부분이 궁수라 도망치기만을 목표로 한다면 누구라도 쉽게 잡지 못하는 데다 기사들의 타깃은 아직도 나이기 때문에 골목이 아닌 대로 쪽으로 도망치는 그녀들을 쫓지 않았다.

“슬슬 제대로 도망쳐야겠군. 블링크.”

“4조는 이곳을 지키며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고, 나머진 놈의 뒤를 쫓는다. 지리 확인도 안 하고 덤비다니, 멍청한 놈.”

기사들이 골목으로 진입할 때 첫 번째 코너를 돌자 그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이어지는 블링크 연사. 굽이굽이 계속되는 골목을 돌고 돌아서 도착한 곳은 막다른 길이었다.

“독 안에 든 쥐로군. 쓸데없는 저항은 포기하는 게 좋아.”

씨익-.

바로 달려들지 않고 잔소리를 주저리 늘어놓는 기사들을 향해 아이템 창에서 활을 꺼내 겨누자 그들의 비웃음 소리는 더욱 커졌다. 물론, 바로 달려들었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지금 그 걸로 우리 모두를 상대하겠다는 건가? 신궁 나셨군. 하하하하!!!”

그들이 비웃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고 활을 당기자 그들의 표정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막대한 량의 마나가 빠져나가며 전격의 화살을 만들었고, 그 화살은 점점 커지다 다시 작아졌다. 위력을 보지 않았어도 피부로 전해지는 무시무시함에 기사들의 얼굴이 창백해 질 때 당겨질 대로 당겨진 활시위가 놓아졌다.

“마, 막아!!!”

모두가 급히 검강을 끌어 올려 막아보려 했다. 핏줄이 돋을 정도로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눈을 질끈 감은 상태에서 버티길 10여초, 아무런 충격도 없자 슬며시 눈을 뜨는 그들에게 딱히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위쪽으로 날아갔네?”

“…….”

“죽여!!!”

알다시피 궁수 레벨이 없는 관계로 뇌궁을 컨트롤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 맞출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들의 바로 앞에서 공중으로 떠버리는 게 아닌가? 그 덕에 그들은 흥분했고 다시 장전하기 전에 끝을 보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달려와도 손만 젖혔다 떼면 되는 나보다 빠를 순 없었다.

콰과과과광-!

인간과 부딪치는 소리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커다란 소음과 함께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기사 한 명이 쓰러져갔다. 완전 숯덩이가 되어버린 그의 모습에 나머지 기사들은 쉽사리 달려들지 못했고 도망가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마나 아까우니까 빨리 좀 끝내자!!”

“젠장, 막을 수 있어!!!”

세 명이 앞으로 나서며 검을 모았지만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제 아무리 검강이라 할지라도 팔에 느껴지는 엄청난 힘 때문에 세 개의 검은 가뿐히 튕겨 나갔고, 그들을 포함한 십여 명의 기사들이 숨을 거두었다.

“블링크.”

내가 급히 이동한 것은 그들의 뒤쪽.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몸을 돌려 뒷걸음질 치는 기사들. 이제 막다른 길목에 몰린 건 그들이었다.

“독 안에 든 쥐로군. 쓸데없는 저항은 안 하는 게 좋아.”

“제, 젠장. 마스터가 코앞인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려하고 있었다. 급한 성격을 못 이긴 기사 하나가 검강을 뿌리며 달려들었고, 검강을 부술 수 있을지 걱정되긴 했지만 나 역시 뇌궁으로 맞섰다. 결과는 다행히도 뇌궁의 승리, 또 하나의 생명이 한 줌의 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한 가지 제안을 하지. 자신들의 주요 아이템 중 하나씩을 내게 넘겨라. 그럼 곱게 보내주지.”

“정말…… 인가?”

“물론이지 아, 허튼 짓을 하거나 말도 안 되는 아이템을 넘긴다면 눈이 뒤집혀 버릴 수도 있지만.”

그들은 서로 상의를 하는지 둥글게 모여 쑥덕거렸고, 그 사이 얘기해놨던 대로 아론이 찾아왔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이긴 하겠지만.

“좋다, 믿고 넘기겠다.”

“그럼 이 녀석에게 넘기라고, 섣부른 인질극 따윈 생각지 않는 편이 좋아. 그 녀석 얼마 전에 마스터에 올랐거든. 죽여 버려도 별 상관없지.”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순간적으로 그들의 몸이 움찔거렸다. 아론이 증거처럼 오리하르콘 소드를 들어 올리자 자포자기 한 듯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고 아이템을 한데 모아 아론의 손에 넘겼다.

“잠깐만 기다리라고, 헛 수작을 했는지 알아봐야 하니까. 야, 확인해봐.”

“음…… 은을 입힌 파인 실드에, 실버 체인메일, 듀얼 헬멧, 스타 글러브…… 악세사리 류는 없고 레어까지는 아니어도 하나같이 고급품에는 속하는군. 팔면 돈 좀 되겠는데?”

“오호, 그래?”

“원하는 대로 해줬으니 이제 길을 터라.”

물품 확인까지 다 끝나자 그들은 길을 터줄 것을 요구해왔고 난 아론이 아이템을 모두 품속에 넣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길을? 왜?”

“약속했지 않은가!! 아이템을 넘기면 곱게 보내주겠다고.”

“아아, 그랬었지. 그럼 고통 없이 한방에 보내 줄게. 괜히 움직여서 두 번 맞지 말고 깔끔하게 기다리라고!!”

“이런…… 악당!!!”

“뭐, 사람들이 가끔 그렇게도 부르더군.”

콰광 쾅-!

콰과과과과광-!

남아있는 절반가량의 마나 중 대부분을 소모해서 네 번의 화살을 더 날리자 골목이 초토화되면서 기사들은 전멸해버렸다. 그리고 다시 떨군 아이템을 수거…….

“문 스톤에 레지스트 링, 둠 블레이드?! 역시 진짜배기는 따로 숨겨 놨었고만. 또 한 껀 했네.”

“이제 돌아가자, 지금쯤이면 성 초반부는 blood길드가 뚫어 놨겠지.”

저들이 나오기 위해 성문을 여는 순간 근처에 대기해있던 blood길드가 안으로 진입을 했으니 적어도 입구정도는 싸그리 쓸어 놓았을 것이다. 흩어졌던 아마조네스 길드와 거트 형들도 가세했을 테고, 이제 우리만 가서 도우면 성 공략에 대한 작전이 완료된다. 재 진입하려는 자들은 숨어있던 어쌔신들이 처리할 것이고.

“제길, 어쌔신들 때문에 괜한 짓 하게 생겼군. 아론, 준비해.”

“남은 놈들 처리는 맡겨 두라고.”

성문을 향해 가는데 밖에 나가 있다가 급히 들어오는 몇 명이 눈에 들어와 뒤쪽에 붙어서 뇌궁을 당겼다. 원래대로라면 성으로 곧바로 귀환했을 인간들이지만 어디에 어쌔신들이 숨어있을지 모른다고 판단했는지 성문을 주시하며 달렸고 무방비 상태라 비교적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이야, 생각보다 깔끔한데?”

“어이!! 한 명만 나와 보지?”

입구는 생각보다 깨끗했다. 이미 쓸고 지나간 지 꽤 된 것처럼 시체도 없는 데다 전투의 소리마저 어렴풋하게 들리는 듯했다. 일단 상황파악을 위해 근처 어딘가에 숨어서 들어오는 적들의 목을 노릴 어쌔신을 하나 부르니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황은?”

“양 길드의 나머지 분들은 진입하셨고 지금 절반쯤 올라가셨답니다.”

예상 밖의 결과. 우리 길드와 아마조네스 길드의 고렙의 수를 합쳐도 이들보다 적을 것이었는데 이 정도라는 건 유인해낸 적들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어쌔신들이 그만큼 잘 해주고 있다는 증거였다.

“우리도 올라가야지?”

우리한테 당한 자들 때문인지 한동안 성문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위쪽에서 들려오는 긴박한 목소리와 비명도 모두 상대의 것, 그 덕에 나와 아론은 여유를 가지고 성을 구경하며 올라갈 수 있었다.

“성이 제법 큰데?”

“뭐, 6개 영지 중 세 번째 크기니까.”

“우리가…… 이곳을 지켜낼 수 있을까?”

웬일로 나약한 소리를 하는 아론. 우리의 적은 숫자가 못내 마음에 걸렸나보다. 확실히 지금의 우리론 두 개 이상의 길드가 협공하면 막아낼 도리가 없다. 때문에 이젠 어쩔 수 없이 친목 길드라는 성격을 버리고 대대적인 길드 원 모집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의 정체를 들키지 않을 거고 들킨다 해도 제롬에게 공지 한 번 크게 띄우게 하면 명분이 사라질 테니 일반 유저를 끌어 모으기도 힘들게 되지. 게다가 우리도 전력 보강을 할 거니까.”

“그래, 그 빌어먹을 놈의 NPC를 밟아주기 전까진 무너질 수 없지!!”

놈을 생각하자 피가 끓는지 녀석은 달리기 시작했고 난 굳이 뛰어야 할 필요를 못 느꼈기에 마나 포션을 홀짝이며 느긋이 걸어갔다. 어차피 알아서 처리 할 것들인데 괜히 나서서 몸을 혹사시킬 필요는 없지 않은가?

“빠르군.”

기껏해야 반절쯤 공략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진행 속도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성의 공략은 이제 막바지, 왕좌가 있는 홀에 몰아넣은 쥐새끼들의 발악만 막아내면 이번 기습작전은 일단 성공하는 것이다.

“여어∼.”

“늦었네? 이크!.”

말하는 동안 기습을 당했지만 아론의 행동에는 여유로움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상대들은 공기 중에 녹아 들어가며 수시로 기습해 오는 어쌔신들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그들의 검은 마나만 충만할 뿐이지 눈먼 검이 되어 버렸으니까.

“응? 어이!!”

“……!!”

양쪽에서 파고드는 어쌔신들을 막아낸 기사가 다음 공격이 없자 슬쩍 내 쪽을 보았고 난 친절하게도 기억해내기 쉽게 활 쏘는 시늉을 해 보였다. 순간 떠오른 듯 당황해 하는 모습. 안타깝게도 빈틈을 노린 어쌔신들의 공격에 재미있는 구경은 그걸로 끝이었다.

“점령, 완료되었습니다. 조사된 성의 80%까지는 적이 보이지 않고, 침대가 모여 있는 곳에는 감시조와 암살조를 섞어 배치시켰습니다. 입구로 치고 들어오던 자들은 성이 점령당한 사실을 알았는지 급히 돌아가 성의 주인이 바뀌는 즉시 밀고 올라 올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여타의 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성의 주인이 바뀌면 주인이 된 길드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적대, 동맹 할 것 없이) 일단 성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 그걸 생각한 듯, 루이너스 길드는 뚫고 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우리 역시 일부러 성을 차지하지 않으며 시간을 때웠다.

“얼마나 남았지?”

“약 1시간, 슬슬 우리 생각을 눈치 챌 것 같군.”

“적, 입구와 숙소 쪽에서 동시에 밀고 온답니다.”

“공격하지 말고 그냥 보내라 전하도록. 그들이 지나간 곳의 길드 원들은 성문 밖으로 나갔다가 성의 주인이 바뀌는 즉시 들어올 수 있게 하라.”

말하기가 무섭게 적들이 밀고 올라왔다. 공성 종료 시간까지 앞으로 1시간. 그들로서는 차라리 우리가 빨리 성을 먹도록 빌고 싶을 것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일찍 탈환을 시도할 테니까.

“형, 보호막은 미리 깨 놔.”

“알았어. 흐얍!!”

곧 찢어질 깃발을 둘러싼(영지를 상징하는 깃발을 찢으면 주인이 바뀐다.) 보호막은 거트 형의 난타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복도 쪽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또한 커져갔다.

“피, 피해!!”

문이 열리고 매서운 검강의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 뇌궁을 당기는 척하며 라이트닝 애로우를 띄워 놓은 것을 본 기사들이 뇌궁의 위력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까지 떠밀며 양쪽으로 굴렀다. 그들이 멈췄을 때야 비로소 움직인 라이트닝 애로우, 땅에 약간의 상처를 입혔을 뿐이었다.

“잘가∼.”

얼떨결에 떠밀린 기사들은 무슨 짓이냐 자신을 떠민 기사들에게 눈짓을 했고, 그들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성 밖으로 튕겨 나갔다. 공지, 또는 알림 글이 떴겠지만 3단계 감도인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고 그런 것보다 다음 준비가 우선이었다.

“헥, 헥…… 준비는?”

“끝났습니다.”

블링크의 딜레이 시간 동안 전력 질주를 반복했더니 마법사라 그런지 숨이 금방 차올랐다. 입구에 도착하자 blood길드는 이미 제 위치로 돌아간 상태였고 루이너스 길드는 제법 멀리까지 튕긴 건지 아직 쳐들어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두어 번만 막아내면 타임 오버겠군.”

“그렇겠죠. 그 만큼 상대도 신중해 질 겁니다. ……죄송합니다, 취소해야겠군요.”

로즌 크랜츠가 신중할 거라는 말을 취소하려 할 정도로 그들은 눈이 뒤집힌 채 육두문자를 내뱉으면서 돌진해 왔다. 다시 한 번 똑바로 들어 올린 뇌궁. 한번 당해본 자들은 경계하며 속도를 늦췄지만 아직 당해보지 못한 자들은 당장에라도 베어버릴 듯 덤벼들었다.

“머리 좀 식히고 다시 와라!!”

손끝을 떠난 뇌전의 기운은 그들을 한줌 재로 만들어 버렸고 나머지 사람들은 자진해서 들어왔던 곳으로 달음질 쳐 빠져나갔다. 잠시 후, 다시 한 번 공격해 들어왔다. 이번엔 제법 침착한 모습. 한 번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뭉쳐오지도 않았고 뇌궁을 들기 전에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성벽을 부숴 먹기라도 하면 수리비가 꽤 들겠지?”

그들이 맞고 끝나면 몰라도 성벽에 맞아 무너지기라도 하면 이후 방어가 힘들뿐만 아니라 상당한 돈이 깨질 것이기에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하늘을 향해 쏘는 것. 뭔가를 맞춰 부숴 먹을 일도 없는데다 신호탄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어 1석 2조였다.

“헉.”

몸을 은신하고 있던 수십의 어쌔신들이 일시에 나타나며 무언가를 날려댔다.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한 그들은 전부 막아내지 못하고 한방, 혹은 두 방을 스치거나 맞았는데 대단한 곳에 맞은 게 아니어도 하나같이 몸을 나누지 못한 채 쓰러지거나 그 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저, 저건…… 마비 침!”

모양으로 보나 크기로 보나 자이언트 비에게서 강제로 추출해 낸 마비 침이 틀림없었다. 이들이 사용하면 PK가 더욱 극성을 부릴 거라 생각하고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는데, 대체 어떻게?!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도용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말했듯이 정보는 저희 목숨 줄이니 묻지는 말아 주시길…….”

저번 6성 연합이 자신 있게 밀림으로 쳐들어 온 것과 이번 마비 침에 관한 것, 이것들은 주변에 정보 제공자가 있다는 소리였다. 추측해 볼 수 있는 건 대략 세 가지. 첫 번째는 우리 길드 내에 배신자가 있다는 것인데 6성 연합에게 죽고, 죽을 뻔했던 걸 생각하면 말이 되질 않았다. 두 번째는 아마조네스 길드 내에 밀고자가 있다는 것인데 blood길드의 본거지가 밀림에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6성 연합 때 그녀들이 입은 피해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blood길드의 감시원이 계속 우리를 감시했다는 것.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6성 쪽에 정보를 흘렸을 수도 있지만 하이딩도 엄연히 지속시간이 있는 스킬이므로 우리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나마 제일 확률이 높은 것은 아마조네스 길드 내의 밀고자. 정보를 흘렸다가 6성이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가정하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었다. 그럼 그녀들을 경계해야 하나? 머리가 복잡했다

“의심은 마음의 벽을 만들죠. 전 분열로 레이지 길드의 힘이 약해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럼 속 시원하게 말해줘야 할 거 아니야!!’라는 말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혀끝에 맺혔지만 간신히 삼키고 심호흡을 했다. 그래, 믿자. 설령 있었다 해도 그렇게 당했으니 정신 차렸겠지. 아니라 해도, 우리가 강해지면……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면, 강자의 편에 설 테니 괜찮겠지. 일단은…… 이들을 믿고 강해지자.

“이걸로 루이너스 길드는 당분간 활동하지 못하겠군요.”

무려 네 번의 몰살. 마스터가 아닌 이상, 아니 마스터라 할지라도 복구키 어려운 막대한 양의 경험치 손실임에 틀림없었다. 이제 루이너스 길드는 강하지 않다. 그들이 조롱했던, 천대했던 자들에게 똑같은 조롱과 멸시를 받으며 사람들의 기억 속 한 구석으로 사라져갈 것이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뭐든지라?”

“예? 예. 물론입니다. 시켜만 주세요.”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들으니 한 가지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군. 그럼…… 죽어.”

나 역시 그 말에 공감했다. 죽이려는 상대에게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하겠다니, 죽으라고 하면 어쩌려고 ‘뭐든지’를 붙인단 말인가? 뭐, ‘죽는 것만 빼고 뭐든지 다 할 테니 살려만 주세요.’라고 말하면 ‘싫어.’라 답하고 죽였을 테지만 죽을 걸 알면서도 구차하게 비는 건 정말이지 바보짓이다. 차라리 발악을 하고 말지.

“이제 일주일은 마음 놓으실 수 있겠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런 축하는 거트 형이 먼저 받아야죠.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약 20여분 후, 공성이 종료되고 오마이스 영지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알림 글이 뜨자 성안 가득히 환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 밖도 듣도 보도 못한 길드가 작은 성도 아니고 상위 급의 성을 집어먹었다는 소리에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얼굴도 모르면서 축하의 메시지를 외쳐댔다. 한동안 화제가 될 인물들을 미리 만나보기 위해, 새로운 강자들과 인연을 맺기 위해.

“해냈어, 우리가 해냈다고!!”

“거트 오라버니, 축하해요.”

“축하드립니다. 이제 본성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딛으셨군요.”

세 번째로 큰 영지라는 대단한 것을 얻어 기쁨에 젖어있는데 겨우 한 발자국으로 표현하는 로즌 크랜츠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를 보는 거트 형의 낯빛이 썩 좋지 못했다.

“아, 누나. 뇌궁 잘 썼어요.”

뇌궁을 돌려주며 눈짓하자 에린 누나가 계속 말을 걸며 거트 형의 기분을 다시 띄워줬고, 로즌 크랜츠는 그 모습에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걱정 마십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은 지킬 겁니다.”

“그렇겠죠……. 그래야 할 겁니다.”

변한 듯한 거트 형의 모습에 조금은 불안했는지 나지막이 깔리는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무미건조했다. 그의 말처럼, 의심과 불신은 마음의 벽을 만드는 법. 아직 그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에 상황을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자, 자.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너무 들뜨지들 말고 일을 해야지?”

“그래, 길드 원 모집에 수성, 다른 길드들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까지 할 일이 태산인데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

“좋아, 그럼 계획대로 베르와 세리는 네임 체인지 스크롤을 하나씩 흘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길드 원 모집을 시작해줘. 제롬이 시간 맞춰서 스크롤 몇 개 더 뿌리고 공지 띄운 댔으니까 경매가 적당할 거야. 시작 가는…… 80골드쯤? 희귀성이 있으니 그 정도가 좋겠군.”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명성이든 악명이든 그 동안 쌓아온 모든 것들을 포기한다는 의미였다. 따라서 성향도 중립으로 변하고 나처럼 호칭을 받아 할인 혜택을 받던 자라면(지금은 그 효과를 박탈당했지만) 그 효과가 사라지게 된다. 물론 여기까지만 본다면 안 좋은 아이템으로 볼 수도 있다. 혹시 그런 생각을 했는가? 그렇다면 지금 즉시 주위를 둘러보길 권하는 바이다. 누군가 당신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혀를 차고 있지는 않은지. 여기까지는 어디까지나 착.하.게. 사는 자들의 이야기 일뿐이다. 다르게 해석해보자면 수백의 유저를 PK하고 쫓겨 다니는 자가 사용하면 새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말. 악명을 떨쳤거나 그럴 예정인 자들에게는 훌륭한 면죄부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길드 원 선별 기준은 어떻게 하지? 시간이 없으니 깐깐하게 하지도 못할 텐데.”

“고렙, 그거면 돼.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레벨 이외에 제한을 걸지 않으면 그 동안 인맥이 없어 길드에 들지 못하던 이들도 들어오겠지만 필시 다른 길드의 첩자들이 위장하고 들어올 것이다. 한두 곳이 아닌 여러 곳에서. 하지만 이미 그들에 대한 방비책은 세워 놓았다

“알았어, 가자.”

“우린 그럼 운영자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늦어서 죄송합니다. 네임 체인지 스크롤을 미리 좀 풀고 오느라고요.”

아론들이 나가고 베르와 세리가 할 일없이 서성이고 있을 때 파란 머리의 사내, 제롬이 등장하며 늦게 도착한 사유를 설명했고 경사스러운 날이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너그러이 용서해 주기로 했다.

“알았으니까, 쟤들이나 데리고 나가시죠. 난 거트 형과 할 말이 있으니 좀 이따 나갈게.”

제롬은 웬일로 꼬투리를 안 잡는가 싶어 내 눈치만 보다가 베르에게 뒷덜미를 잡혀 밖으로 끌려 나갔다. 이 넓은 공간에 남은 건 거트 형과 나, 단 둘뿐. 무슨 얘기가 나올지 잔뜩 긴장한 형은 내 입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열리기를 기다렸다

“왜 긴장하고 그래, 형답지 않게. 영주는 형이야. 맘 편히 가져.”

“응, 그래…….”

“형, 말했듯이 우린 이제 시작한 거야. 복수의 칼로 놈을 베기까지에서 겨우 칼자루를 얻고 날을 얻을 차례랄까? 이 복수의 칼을 완성하고 놈을 베기까진 아직 준비할 게 많아. 그래서 말인데…… 형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까 본 들뜬 형의 모습은 너무 낯설었거든. 솔직히, 계속 그런 상태라면 난 형을 믿지 못할 것 같아.”

깊은 침묵, 사람이 없다 해도 믿을 만큼 숨소리조차 매우 작아 들리지 않았다. 거트 형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보려는 듯.

“내가 그 정도였었냐? 미안하다. 이런 엄청난 곳을 얻었다는 사실에 잠시 우쭐해 있던 게 사실인 것 같다. 대신, 약속하마. 앞으론 절대 그런 일 없을 거다.”

“응, 형이 변하지 않는 한 난 계속 옆에서 도울게. 한데…….”

“응? 또 있어?”

“아니, 그건 아니고…… 형, 에린 누나한테 관심 있지? 나한테만 살짝 말해봐. 팍팍 밀어줄 테니까.”

갑작스런 질문에 얼굴이 달군 쇳덩이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거트 형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물쭈물하다가 팍팍 밀어준다는 소리에 힘을 얻었는지 예상대로의 답을 내어놓았다.

“그, 그래. 첫눈에 반했다. 보면 볼수록 괜찮다는 생각도 들고…….”

“역시!! 형이랑 에린 누나가 4살 차이던가? 4살 차이면 궁합도 안 본다던데. 밀어줄 테니 한번 잘해봐.”

“크흠. 아, 덥다. 너 어디 갈 데 없냐?”

“그래, 간다. 가.”

막상 얘기하고 나니 쑥스러운지 딴청을 피우는 형을 뒤로하고 밀려있는 일처리를 하러 밖으로 나섰다. 한참 몰려온 가입 신청자를 심사하고 있는 아론들을 지나쳐 향한 곳은 정보 길드.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보는 이들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전 길드 장을 맡고 있는 길던 스턴이라고 합니다. 새로 성을 차지하신 레이지 길드의 분이시라고요? 실례지만 성함이……?”

“그냥 레이지라고 부르시지요.”

자신의 이름을 밝히면서 내 이름을 알아내려 했지만 쉽게 넘어가 줄 순 없었다. 당장은 밝혀지면 곤란하니까.

“아, 죄송합니다. 그럼 의뢰 내용을 들어볼까요?”

“지금 저희가 레벨만을 제한 걸고 가입 받는다는 건 알고 계시겠죠. 그래서 도움을 받았으면 합니다.”

정체를 밝히고 부탁해 놓은 소연의 행방과 관한 것과(지금도 그곳에 있는지) 6성 연합이 밀림에 쳐들어 왔던 일 등을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애써 참으며 계약만을 체결하고 돌아왔다.

“부탁하신 대로 조사해 봤더니 다른 길드의 첩자로 보이는 자가 무려 20명이나 되는 걸로 집계됐습니다.”

“생각보다 꽤 많군요. 따로 묶어서 한 조로 편성해 주세요.”

“그렇게 전하죠.”

길드에 가입한 자들의 침대 배정과 조 편성이 끝날 때까지 난 오랜만에 펜을 들고 연설문을 작성해야했다. 우리의 생각을 그들에게 전할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후유, 오랜만에 쓰려니까 이것도 쉽지가 않군.”

“콜! 본성에서 사람이 왔다는 데 어떻게 하지?”

[3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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