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68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18)
전투능력이 낮 시간에 비해서 70%까지 발휘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래서 야간공략은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 공략하는 부대는 부국강병회에서 온 병력이었다. 11사단의 병력이라면 당연히 진우가 바로 움직였을 것이다. 육본에서 온 병력인데 굳이 자신들이 움직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거기 병력 부국강병회에서 파견된 병력이죠?”
-네. 부 부대장님.
“그럼 육본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까?”
-아직은 없습니다.
“그래요? 그럼 조금 더 기다려 보죠. 괜히 저희가 움직여서 책잡힐 필요는 없습니다. 나중에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만약 육본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공문이 내려오면 그때 움직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작전참모님께서 구조대를 보내라고 난리입니다.
“하아, 왜 그럽니까?”
-실은 게이트에 들어간 공략대에 참모님의 친동생도 함께 들어갔다고 합니다.
“네?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아……, 우리도 들어가려면 헬퍼들을 불러야 하는데 지금 이 시간에 올 것 같지도 않고…….”
-…….
“그리고 괜히 참모장님 명령대로 움직이면 꼬일 수도 있습니다. 사단장님의 허가도 떨어져야 합니다.”
-그럼……. 제가 사단장님께 보고합니까?
“아닙니다. 내가 직접 하겠습니다. 그전에 과장님께서는 지휘장교들에게 현 상황을 전파하고 준비하라고 얘기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진우는 곧장 사단장에게 직통으로 연결을 넣었다.
-어, 그래. 이 소령.
“충성. 사단장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사단장님께 긴히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보고? 해봐.
“아무래도 게이트에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게이트? 무슨 게이트?
진우는 차분하게 현재까지 일어난 상황을 전달했다.
그 시각 이준식 대령은 자신의 사무실에 와 있었다. 그는 퇴근도 하지 않은 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이 소령 이 자식은 왜 연락이 없어.”
이준식 대령이 잔뜩 인상을 쓴 채로 중얼거렸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김승철 소장이 들어왔다.
“작전참모!”
이준식 대령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다가오는 김승철 소장을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 사단장님…….”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어, 그것이……. 먼저 들어간 공략대가 구조를 요청한 상황입니다.”
“먼저 들어간 공략대? 이 소령은 부대에 있는데 누가 들어간 거야?”
“그, 그것이…….”
이준식 대령은 김승철 소장과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며 입을 열었다.
“유, 육본에서 추가로 부대 지원을 보냈습니다.”
“육본에서? 헛! 어이가 없네. 자네 나에게 보고를 한 후에 추가지원을 요청한 것인가?”
김승철 소장이 매서운 눈길로 물었다.
“그것이…….”
이준식 대령이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김승철 소장이 재차 물었다.
“나에게 보고를 했냐 말이야. 내 허락을 받았어?”
“……육본에서 저희 사단을 특별히 생각해서 부대를 파견해 준 것입니다. 오늘 왔는데 바로 게이트가 생성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이 소령이 고생을 했는데 잠시 휴식을 취하라고 하고, 실력도 확인할 겸 공략을 요청했습니다.”
이준식 대령이 현재 한 말은 다 뻔뻔한 거짓말이고, 완전 짜깁기한 말이었다.
한마디로 김승철 소장 모르게 외부에서 병력을 받았다는 것은 진짜 웃긴 일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짓을 이준식 대령이 독단적으로 실행한 것이다.
이준식 대령은 아직도 사단 내에서는 그의 수족들이 많았다. 그래서 작심하고 김승철 소장의 눈과 귀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승철 소장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사단에 그것도 외부의 병력이 들어왔는데 자신에게 올라온 보고 하나가 없었다. 이건 진짜로 황당한 일이었다.
“자네가 싸질러 놓은 똥. 자네가 치워!”
“네?”
“육본에 전화해서 구조대 파견해 달라고 해.”
“사, 사단장님. 저희 쪽에서 먼저 구조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준식 대령은 더욱 뻔뻔하게 말했다. 김승철 소장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내가 지금 농담하는 것으로 보이나. 원래 이런 일은 조직에서 알아서 처리하는 것을 몰라?”
여기서 조직은 군대 삼대 세력을 말하는 것이다. 세 조직은 서로 간에 선을 지키기로 약속을 했다.
이번에 부국강병회 소속의 플레이어들이 게이트에 들어간 것이고, 그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니 당연히 부국강병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옳다. 부국강병회에서 자신들에게 직접 지원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먼저 움직이는 것은 결례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에라도 동생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준식 대령이 그것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이준식 대령이 먼저 머리를 숙였다.
“……게이트 안에 제 동생도 함께 들어갔습니다.”
“뭐? 자네 동생?”
“네. 제 동생이 파견 나왔는데 지금 실종 상태입니다.”
“하아, 미치겠군. 이 소령에게는 연락했어?”
“네. 연락을 했는데 아직 안 왔습니다.”
김승철 소장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이준식 대령을 날카롭게 바라봤다.
“좋아. 내가 이 소령에게 직접 연락하지. 대신에 지금 이 일과 관련된 모든 것은 자네가 책임져야 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단순히 말로만 하지 말고, 보고서 작성해서 올려!”
“네?”
“이 일에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리라고.”
“사단장님 지금 한시가 급한데…….”
“한시가 급하니까. 빨리 쓰라고. 왜? 지난번 블랙 게이트 사건처럼 모든 일은 사단장인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장난 할 거야?”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이준식 대령이 말을 하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김승철 소장도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두 번은 안 속을 테니까. 어떻게 된 일인지 정확하게 상세보고서를 올려. 그렇지 않으면 내 권한으로 각성부대 출동을 막을 테니까.”
김승철 소장의 강경한 태도에 이준식 대령은 어금니를 까득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이준식 대령은 대답과 함께 책상으로 갔다. 그곳에서 스스로 자신이 벌였던 일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해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김승철 소장이 사무실을 나갔다.
진우는 이미 부대에 와 출동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사단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통신보안, 각성부대 부 부대장 소령 이진우입니다.”
-이 소령.
“네. 사단장님.”
김승철 소장이 조금 전 이준식 대령과 나눴던 것을 대충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아무래도 자네가 나서줘야 할 것 같네.
“후우…….”
진우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미 준비 중입니다.”
-고맙네.
“아닙니다. 다만 참모장에게 받아 낼 수 있는 것은 다 받아내십시오.”
-그건 걱정 말게.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준비해서 출동하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진우는 전화를 끊고 곧바로 박진철에게 연락을 취했다.
-야아, 이진우……. 지금 시각이 몇 시인데 연락을 하냐.
“형, 자고 있었어?”
-아니. 이제 자려고 준비 중이었지.
“형! 지금 우리 부대 난리가 났어. 형의 도움이 필요해. 길드원들 전원 데리고 부대로 좀 와주라.”
-지금?
“네.”
-하아……. 내가 참……. 알겠다.
“고마워요. 집결 장소는 내가 보내줄게요. 그곳으로 길드원들 데리고 오면 됩니다.”
-알았어.
진우는 전화를 끊었다. 그때 모든 장비를 갖춘 유지태 중위가 나타났다.
“부부대장님. 준비 다 끝났습니다.”
“병사들은 괜찮아?”
“네. 몇몇 고참 병사들이 불만을 늘어놨지만 그것도 잠깐이었습니다. 다들 눈빛이 살아 있습니다.”
“다행이네. 알았어. 게이트 트럭에 다들 태우고 출발하자.”
“네. 알겠습니다.”
유지태 중위가 나가고 진우가 김세령 소령을 봤다.
“과장님 자료는?”
“여기 있습니다.”
김세령 소령이 미리 뽑아 놓은 자료를 진우에게 건넸다.
“그럼 저희는 출발할 테니 여기 잘 부탁합니다.”
“네, 다녀오십시오.”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전과를 벗어나 연병장으로 향했다.
진우가 연병장에 나가자 그곳에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어둑어둑한 밤이지만 연병장에는 환한 라이트가 켜져 있었다.
단상에 올라 모여 있는 병사들을 바라봤다. 라이트에 비친 병사들의 표정은 다들 상기되어 있었다.
“너희들 대충 얘기는 들었을 것이다. 현재 게이트 안에 공략대가 들어가 있는데 그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고로 우리는 지원을 가야 한다.”
문제가 생겼고, 지원을 가야 한다는 말에 병사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모습을 본 진우가 병사들에게 한마디 했다.
“걱정하지 마라. 그 누구도 다치지 않게 하겠다. 나를 믿고 따라와라.”
진우의 그 한마디에 다들 표정이 밝아졌다. 잠시 후 연병장으로 승합차 한 대가 도착했다. 그 승합차에 누가 탔는지는 다 알고 있었다. 진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승합차 문이 열리고 예상했던 대로 강힘길드의 길드원들이 기지개를 켜며 한 명씩 내렸다. 박진철이 운전석에서 내려 진우에게 갔다.
“진우야. 도대체 무슨 일인데 오밤중에 우리들을 불러.”
박진철이 실실 웃으며 장난스럽게 얘기를 하지만 분위기 자체는 장난스럽지 않았다. 그러자 김슬기 대위가 나섰다.
“강힘길드 분들은 잠깐 저쪽으로 가서 얘기를 좀 하시지 말입니다.”
“어? 아, 예에…….”
박진철 역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슬기 대위는 강힘길드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상황 설명을 했다. 그러자 모두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리곤 김슬기 대위가 박진철에게 데이터를 줬다.
“이게 뭡니까?”
“지금 저희가 들어갈 게이트 뱀파이어 은신처에 대한 데이터입니다.”
게이트가 뱀파이어라는 것은 이미 들어 알고 있다. 박진철은 괜히 미안한 얼굴로 진우를 바라봤다.
“진우야.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면 미리 말을 하지.”
“아까 전화로 말해줬잖아요.”
“진짜로 심각하다고 재차 말을 해줬어야지. 난 그것도 몰랐잖아.”
“에효. 형. 내가 그렇게 말했으면 알아들어야죠. 형은 언제쯤 철이 들 겁니까.”
진우의 타박에 어느새 다가온 안미숙이 입을 열었다.
“그러게 말이다. 오밤중에 불러낸다고 어찌나 투덜거리던지. 내가 등판을 때리면서 끌고 나왔잖아.”
“뭐라는 거야. 자기가 오히려 그래 놓구선.”
“시끄러! 빨리 브리핑이나 해.”
“알았어.”
그사이 병사들을 앞에 선 박진철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번 게이트는 내가 직접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옛날에 들어가 본 뱀파이어 은신처를 기억하며 얘기해 줄게요. 사실 뱀파이어라고 하면 무섭다고 생각을 하는데. 맞습니다, 엄청 무서운 놈들이죠. 하지만 우리가 앞서 상대했던 몬스터만큼 공략하기가 까다로운 것은 아닙니다. 인간형이다 보니 몸이 날렵하고, 전투방법이 인간과 유사합니다. 처음 상대할 때는 뱀파이어가 좀 까다롭긴 합니다. 제가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을 잘 따라 하면 공략하는 것에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