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65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15)
그 상태로 진우는 조유진을 겨우 달랬다. 한 10여 분을 말없이 안았다. 그러다가 천천히 몸을 뗐다. 조유진 역시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모양이었다. 그런 조유진을 보며 진우가 말했다.
“유진이는 우는 모습도 예쁘네.”
“거짓말하지 마요.”
“진짜야. 내 살다 살다 우는 얼굴이 이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이야.”
“칫…….”
조유진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피식 웃었다. 조유진이 진우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정말 미안해요, 오빠.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오빠를 만났을 때는 블랙 게이트에 관한 정보를 얻고 싶었던 것은 맞아요. 그런데 오빠를 만나고 난 후부터 점점 더 좋아하게 되었어요. 오빠랑 평생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내 마음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알아, 유진이 네 마음은……. 사실 블랙 게이트에서 나오고 정말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었어. 그런데 유진이를 만나고 조금씩 마음도 열리고……. 나도 네가 너무 좋고, 그래서 계속 만나고 있는 거야.”
“오빠…….”
조유진은 진우를 바라봤다. 갑자기 안도감이 들었다. 진우가 자신을 떠나지 않는다는 말에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그러니까, 나에게 너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마워요. 오빠가 나 이제 싫다고, 안 만난다고 할까 봐 너무 무서웠어요.”
“무슨 그런 걱정을 해. 그러지 마.”
진우가 강하게 말을 하며 다시 조유진을 끌어안았다. 차량 밖에서 지켜보던 비서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
그러곤 몸을 돌려 휴대폰을 꺼냈다. 그녀는 곧장 한대광 회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두 분 화해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 자세로 비서는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차량 뒷좌석에서는 위태로워 보였던 두 사람의 관계가 긴 키스와 함께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휴가를 나온 진우는 그 기간 내내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동안 진우는 조유진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두 사람은 비 온 뒤 땅이 더욱 단단하게 굳어지듯 관계가 굳건해졌다.
그리고 휴가 복귀 날 부대 앞으로 아주 근사한 차량 한 대가 도착을 했다.
“어? 저, 저 차 뭐냐?”
“네? 뭐가 말입니까?”
“저 차 말야. 저 차!”
위병소에 있던 병사 두 명이 검은색 세단 차량을 바라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와, 대박! 저, 저 차 저 압니다.”
“알아?”
“네. 세계에서 300대 한 정으로 생산된 에디션! 벤틀리아 프라임 아닙니까.”
일병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는 군대 오기 전 자동차 마니아였다. 옛날 내연기관 차량부터 시작해 현재 전기차까지 모르는 차량이 없을 정도였다.
“300대 한정 에디션이라면……. 엄청 비싼 거 아니야?”
“비싸죠. 고오오급 차량에서도 최상위에 있는 차량입니다. 저 차량 아무나 주문할 수 없다고 들었는데…….”
두 병사는 매우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잠시 후 뒷문이 열리고 군복을 입은 사내가 내렸다.
바로 진우였다.
“어? 각성부대 이 소령님 아니야?”
“맞습니다.”
“이야. 우리 이 소령님 돈 엄청 많이 벌었나 보네. 저런 차도 타고 말이야.”
“저도 부럽습니다.”
“나도 각성해서 플레이어나 할까?”
“같이 하지 말입니다.”
두 사람은 잔뜩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진우의 도움을 받고 내리는 아리따운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환한 미소로 진우를 바라보고는 가볍게 포옹을 했다.
“와! 이 소령님 여자 친구입니까? 그런 것 같지 말입니다.”
“그래. 난 뭔 줄 알겠다.”
“뭐가 말입니까?”
“여자가 잘사네.”
“네?”
“여자가 잘산다고. 보통 이 소령님 같은 플레이어라면 여자들이 돈을 싸 들고 온다고 하잖아. 그 말 몰라?”
“진짜입니까?”
“그렇다니까!”
“그렇다면 정말로 플레이어를 해야 할 이유가 더 늘었지 말입니다.”
“동감이다.”
두 병사는 위병소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한껏 부러움에 몸부림을 쳤다.
진우는 조유진과 작별인사를 하고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위병소에 있던 두 사람 중 사수가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그래, 수고가 많다.”
진우가 가볍게 미소를 보내며 인사했다. 그 길로 각성부대까지는 대략 1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각성부대 건물에 들어가고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지나가는 병사들과 간부들이 경례를 했다.
“충성.”
“충성!”
“그래요. 좋은 아침입니다.”
진우는 밝은 얼굴로 인사를 했다. 작전과 문을 열고 구석에 마련된 자신의 책상으로 갔다. 그 옆 책상은 작전과장인 김세령 소령의 자리였다.
“과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네. 부부대장님. 휴가 잘 다녀오셨습니까?”
“네. 잘 다녀왔습니다.”
진우는 한결 밝아진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만 김세령 소령의 표정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과장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혹시 무슨 일 있습니까?”
진우의 물음에 김세령 소령이 조용히 말했다.
“부부대장님. 잠시 저랑 얘기 좀 하시죠.”
“얘기요? 아, 알겠어요.”
김세령 소령이 심각한 얼굴로 얘기를 했다. 진우는 곧장 옆 회의실로 갔다. 김세령 소령이 회의실 문을 닫고 입을 열었다.
“부부대장님 출근 전에 다시 게이트 열렸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래요? 그럼 가야죠.”
진우가 막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김세령 소령이 붙잡았다.
“왜 그럽니까?”
진우가 자신의 팔을 붙잡은 김세령 소령을 보며 물었다. 김세령 소령이 나직이 말했다.
“보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 미안합니다. 계속 보고하세요.”
“네. 현재 생성된 게이트의 마나 밀도는 299입니다.”
“299요? 어이구야. 그렇다면 거의 A등급 게이트로 봐야 하지 않습니까.”
진우는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그런데 김세령 소령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왜 그럽니까? 걱정됩니까?”
“그것이 아니라. 그 게이트를 사단 작전참모님께서 공략하시겠다고 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니면 제가 모르는 사이에 참모님께서 각성을 하셨단 말입니까?”
진우는 잔뜩 의문이 담긴 얼굴로 물었다. 김세령 소령이 입을 열었다.
“그것이 아닙니다. 육본에서 플레이어 지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그러셨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오호라, 그래요?”
진우는 대답을 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준식 대령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른다. 하지만 대충 어림짐작은 되었다.
‘아무래도 날 견제할 목적으로 이러는 것 같은데…….’
그런데 마니 밀도가 299였다. 물론 299이기 때문에 B등급으로 분류가 된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준 A등급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A등급 게이트를 공략하려면 최소한 A등급 플레이어가 10명 정도는 참가해야 했다.
‘으음, 그런데 육본에서 A등급 플레이어 10명을 보내줄 여력이 있을까?’
솔직히 진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서 김세령 소령을 보며 말했다.
“문제는 공략이 가능하냐인데…….”
“제가 걱정이 되는 것도 그것입니다. 지금 부부대장님 때문에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참모님께서도 군 생활을 오래 하셨지 않습니까. 그런 안일한 생각은 하지 않으셨겠죠.”
그러고 있는데 김세령 소령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도 죄송스럽지만 블랙 게이트 진두지휘를 한 것도 참모님이십니다.”
갑자기 그 말에 진우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아, 맞다. 그렇죠.”
진우는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이준식 대령에게서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한편 그 시각.
이준식 대령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몇 명의 인원과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이고, 조 중령. 오랜만이야.”
“네. 참모님. 잘 지내셨습니까?”
“어후, 조 중령이 직접 올 줄은 몰랐어.”
“네. 게이트 마나 밀도가 준 A등급이라고 해서 왔습니다.”
사실 게이트가 열린 것은 진우가 휴가를 나가고 그다음 날 보고가 올라왔다. 원래대로라면 각성부대에 보고가 되어야 하지만 이준식 대령이 먼저 그 사실을 입수하고 알리는 것을 늦추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이준식 대령은 그 사실을 가지고 부국강병회 윗선과 연락해 지원을 받아냈다. 오늘 이곳 11사단에 온 조경욱 중령은 부국강병회 소속 플레이어였다. 그것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로 A6등급에 플레이어 지수 800 이상의 상당한 실력자였다.
11사단에서 진우가 신화적인 인물인 것처럼 조경욱 중령도 육본에서도 손꼽히는 플레이어 장교 중 하나였다. 게다가 그는 원래부터 군인 출신이었다. 그러다가 각성을 통해 플레이어가 된 케이스였다. 그래서 계속 군대에 머물고 있고, 군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은 인물이기도 했다.
이 사람은 어지간해서 육본을 벗어나지 않는데 특별한 요청에 의해 벗어난 것이다. 그래서 이준식 대령은 조경욱 중령을 좀 어려워했다.
물론 계급이 낮지만 플레이어 장교와 일반 군인과는 좀 다르다.
조경욱 중령 옆에 김세찬 소령이 앉아 있었다. 그를 보며 이준식 대령이 말했다.
“김세찬 소령?”
“네. 그렇습니다.”
“전에 한 번 봤지?”
“맞습니다.”
“기억하는군.”
“어후, 참모님께서 오히려 저를 기억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게다가 저희 부국강병회를 이끌어 줄 분이시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리 말을 해주니 정말 고맙군.”
“아닙니다.”
환하게 웃는 김세찬 소령 역시 A2등급이었다. 그는 외부에서 플레이어로 각성하고 활동을 하다가 군대로 들어온 인물이었다.
어찌 보면 진우와 비슷한 케이스였다. 다만, 진우보다 나이가 좀 많고, 이제 겨우 소령을 달았다.
그것에 반해 진우는 바로 소령을 달았기에 그에 대해 약간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진우 소령은 안 보입니다.”
“이 소령? 휴가 중이야. 아마 오늘 복귀로 알고 있는데. 괜히 부딪치지 말게나.”
“에이. 그래도 제가 선배인데. 얼굴은 한번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조경욱 중령이 바로 말했다.
“어허, 이 친구가! 지금 여기 기 싸움하러 왔나.”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김세찬 소령이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 옆으로 이준열 대위와 송대일 대위가 앉아 있었다. 여기까지 해서 육본의 핵심 인물이었다. 그 두 사람을 바라본 후 고개를 돌려 반대편에 앉은 사람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신화그룹에서 온 헬퍼가 앉아 있었다. 바로 최승열이었다. 그의 등급은 A4였다. 신화그룹에는 5개의 팀이 존재했다. 그곳에서 최승열은 2팀장을 맡고 있었다. 한마디로 신화그룹에서 두 번째로 강한 팀을 맡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 팀장님.”
“네. 이 대령님.”
“여기 우리 조 중령 잘 좀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