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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53화 (153/177)

힘을 숨긴 귀환자 153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3)

이준식 대령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그는 김승철 소장이 하는 말에 그 어떤 반론도 제기하지 못했다. 그렇게 식어버린 커피잔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왜? 더 할 말이라도 있나? 할 말 없지? 그럼 나가보게. 나도 일해야 하니.”

김승철 소장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던 이준식 대령도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잔뜩 구겨진 인상으로 까득 이를 깨물었다.

‘어디 두고 보자.’

그 상태로 사단장실을 나가는 이준식 대령이었다.

택시 한 대가 고급주택 근처에 섰다. 뒷좌석에서 내린 사람은 진우였다. 살짝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택시기사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기사님.”

진우는 조금 전 부대 회식을 1차만 한 후 그곳을 벗어났다. 부대원들이 2차까지 하자는 것을 거부하며 혼자 나온 것이다. 물론 자신의 개인 카드를 주며 2차 계산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나는 이쯤에서 사라져 줄 테니 재미있게 놀라고.”

그 말에 지휘 장교들 대부분이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각성 병사들의 표정은 환해졌다.

‘저 자식들 내가 있는 것이 불편했나?’

그러면서도 피식 웃고 말았다.

어쨌든 집에 도착한 진우는 곧장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샤워를 하고 자야 하는데 너무나도 피곤했다. 대충 옷만 벗어 던지고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졌다.

“후우……. 오늘따라 엄청 피곤하네.”

진우는 그 상태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해가 뜨고서야 눈을 떴다.

“으으……. 어제 내가 술을 좀 많이 먹었나?”

이번 회식 장소는 바로 전 장소가 아니었다. 그때 고기의 질이 별로 좋지 않아 이번에는 장소를 옮겼다. 조유진이 소개를 시켜 준 곳으로 말이다.

그곳은 일반 고깃집인데 인테리어도 좋고,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고기도 맛있고 다들 그렇게 얘기를 하니 진우도 기분이 좋았다. 그런 김에 술을 좀 마셨다. 많이 마신 것은 아니지만 취기가 좀 올라올 정도로 마셨다.

그러나 플레이어라 취기를 몰아낼 수 있다. 하지만 기분 좋게 마신 취기라 그러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취한 상태로 왔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잘 받아주질 못했다.

“아흐, 속이 더부룩하네. 빨리 풀어야겠다.”

진우가 침대에 앉아 관조를 실시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진우가 눈을 떴다.

“네?”

“들어가도 되니?”

“네. 엄마. 들어오세요.”

천천히 문이 열리며 엄마가 들어왔다. 진우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엄마, 어쩐 일이세요?”

그런데 엄마의 손에는 쟁반이 있었고, 그 위로 꿀을 탄 물이 있었다.

“자. 꿀물!”

“어? 엄마 나 일어난 줄 어떻게 알았어요?”

“너 안 일어났으면 그냥 놓고 가려고 했지. 어서 마시기나 해.”

“네.”

진우가 꿀물을 한 번에 들이켰다.

“크으. 역시 엄마가 타주는 꿀물이 최고네.”

진우가 감탄했고, 엄마는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쯧쯧, 이놈아. 술 좀 작작 마셔라. 집에 올 때마다 술을 진탕 마시고 와.”

“어제는 기분이 좋아서 좀 취했어요.”

“그런데 진우야?”

“네?”

“요새 휴가를 너무 자주 나오는 거 아니니?”

“네?”

“아니, 저번에도 휴가를 다녀왔잖아. 그런데 며칠이 지났다고 또 나와?”

“엄마는……. 언제는 휴가 나오라고 그랬으면서. 이제는 휴가 나오는 것이 싫어요?”

“그건 아니지만……. 너 요새도 계속 게이트에 들어가고 그러는 것은 아니지?”

엄마는 잔뜩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물었다. 그 말에 진우 바로 말했다.

“에헤이. 엄마 아니야. 나 그동안 휴가가 많이 쌓여서 나오는 거야. 그런 걱정 하지 마요.”

“그런 거지?”

“네.”

진우는 걱정하는 엄마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물론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게이트에 들어갔다고 해도 된다. 하지만 거의 두 달 동안 게이트에 무려 4번이나 들어갔다 보니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그 소리만 들어도 아마 엄마는 기절할 것이다.

사실 예전에 한창 군 생활을 할 때도 거의 3개월에 한 번 정도, 많이 들어가면 2달에 한 번 정도 들어갔다. 그랬었는데 지금은 게이트에 들어갔다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또 들어갔다가 나온 것이다. 그것도 무려 B등급 게이트를 말이다.

그걸 엄마가 알게 된다면 당연히 난리가 날 것이 뻔했다.

“아무튼 씻고 내려와. 북엇국 끓여놨다.”

“네, 엄마.”

엄마가 방을 나가고 진우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진짜 졸지에 민폐 아들이 되어버렸네.”

그렇게 중얼거린 진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책상 위에 올려 뒀던 휴대폰이 울렸다.

“응?”

진우는 바로 확인을 했다. 조유진에게서 온 문자였다.

-진우 씨 혹시 일어났어요?

진우가 바로 답장을 보냈다.

-네, 방금 일어났어요.

-그럼 오늘 우리 데이트하는 거 맞죠?

-당연하죠.

-몇 시쯤 볼까요?

-으음……. 지금 엄마가 북엇국을 끓여놨다고 해서요. 그거 먹고 나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럼요. 한 2시쯤 봐요.

-알겠어요.

진우는 그렇게 답 문자를 보내고는 도로 침대 위로 던졌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곧장 욕실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때 알림창이 깜빡거렸다. 슬쩍 보니 임백호 상사가 보낸 알람이었다. 진우는 욕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추고 황급히 알람창을 열었다.

-대장. 대장 계십니까?

-네. 행보관님. 말씀하세요.

-오늘 저녁에 잠깐 시간 괜찮으십니까?

-오늘 저녁요? 무슨 일인데요?

-제가 아무래도 실마리를 푼 것 같습니다.

-그래요? 오오……. 그럼 지금 당장 보도록 하죠.

-아뇨. 저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녁쯤에 보도록 하죠. 제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케이. 알겠어요.

그렇게 알람을 보낸 후 창을 닫았다. 진우는 잠깐 생각을 한 후 곧바로 욕실로 향했다.

늦은 밤 진우가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2시부터 조유진과 만나 데이트를 즐긴 후 들어오는 길이었다. 현관에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가자 동생인 이진상이 있었다.

“어? 형 왔어?”

“어. 뭐하냐.”

“뭐하긴……. 그보다 형 데이트하러 간 것이 아니었어?”

“어. 그랬지.”

“그런데 왜 벌써 들어와.”

“오늘은 좀 피곤해서.”

진우의 말에 이진상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무리 피곤해도 그냥 들어오면 어떻게 하냐고.”

“뭔 말이야?”

“데이트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힘들고 지치면 어떻게 해.”

“도대체 뭔 소리야.”

진우는 이진상의 영문 모를 말에 살짝 인상을 썼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진상은 자신이 할 말만 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내가 형 보약이라도 한 첩 지어줘야겠다.”

그 소리에 진우기 피식 웃었다.

“인마. 형 플레이어야.”

“형! 내가 알아봤는데 플레이어라고 해서 막 다 정력 좋고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

이진상의 말에 진우가 발끈했다.

“이 자식이. 형을 뭐로 보고…….”

진우가 막 이진상에게 다가갔다. 이진상이 바로 뒤로 주춤 물러나며 말했다.

“형! 그러지 말고……. 아니, 나는 형이 빨리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니까. 그래야 나도 맘 편히 연애를 하지.”

그 말에 진우는 또 한 번 발끈했다.

“너 인마. 누가 너보고 연애를 하지 말래?”

“아니야. 난 형이 빨리 결혼을 하고 안정적인 것을 확인한 후에 결혼 할 거야.”

이진상 역시 단호했다.

“또 저번 여자처럼 이상한 사람 만나면 어떻게 해.”

“그런 일은 이제 없을 거야.”

“쯧쯧쯧. 단정 짓지 마라.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

“어휴 좀 그만 해라.”

“아무튼 내가 몸에 좋은 걸로 알아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자식 아니라니까.”

진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조유진과 사귀는 사이고 불타는 청춘이다. 그래서 데이트가 끝날 무렵에 자연스럽게 호텔 쪽으로 동선을 이동했다. 그러다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유진아. 미안해. 오늘은 내가 약속이 있어서 먼저 들어가 봐야 할 듯한데…….”

“…….”

순간 서운한 표정으로 바뀐 조유진이었다. 그 모습을 본 진우도 못내 아쉬운 얼굴이 되었다.

“대신에 내일은 꼭 함께할게. 응?”

조유진이 바로 표정을 바꾸며 미소를 보였다.

“어쩔 수 없죠. 중요한 약속인가요?”

“응.”

“알았어요. 저는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연인이라고 해서 꼭 의무적으로 노력할 필요 없어요.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 좋아요.”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

“그런데 오빠!”

“응?”

“혹시 내가 귀찮아진 것은 아니죠.”

그 말에 진우는 당황한 듯 두 팔을 열심히 휘둘렀다.

“아냐. 절대 아니야. 귀찮기는. 오히려 더 좋은데…….”

그 말에 조유진이 배시시 웃었다.

“그럼 됐어요.”

진우는 그렇게 조유진과 헤어져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시간에도 많이 찝찝했었다. 그런데 동생까지 저렇게 말을 하니 마음 한편이 좀 불편했다.

“뭘 생각해?”

이진상이 딴생각을 하는 진우를 보며 물었다. 진우는 바로 이진상에게 말했다.

“난 됐으니까. 보약은 네가 먹어라. 뭐냐. 비리비리해서는…….”

진우가 이진상의 몸을 보며 혀를 찼다. 그러자 이진상이 바로 말했다.

“내가 뭐? 나 엄청 튼튼해.”

“그래 튼튼하다고 해줄게.”

“해줄게가 아니라 진짜야.”

“알았어, 인마. 어쨌든 난 필요 없으니까. 네나 먹어라. 나 올라간다.”

진우는 그런 이진상을 뒤로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진우는 잠깐 생각을 하고는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바로 조유진에게 문자를 썼다.

-유진아. 잘 도착했어?

-네, 오빠. 방금 도착했어요.

-있잖아. 진짜 만날 사람이 있어서……. 아니, 부대 사람을 보기로 했거든.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거니까. 다른 오해는 하지 마.

-으음. 자꾸 변명을 하려고 하는 것을 보니 의심이 드는데요.

-응? 뭐? 변명이 아니라 사실을 말해주는 거야. 네가 오해할까 봐.

-저 오해 안 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요.

-그럼 다행이고. 어쨌든 내가 내일은 진짜로 잘해줄게.

-알았어요. 어서 일 봐요.

-으응, 내일 일어나는 대로 연락할게.

-네.

진우는 그렇게 문자를 주고받고서야 조금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휴대폰을 책상에 내려놓은 후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가 욕실로 향했다. 30여 분이 흐른 후 욕실 문이 열리고 진우가 나왔다. 목에는 수건을 걸친 채였다.

“시원하네.”

그 상태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진우는 수건을 책상 의자에 걸친 후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하아…….”

가볍게 한숨을 내쉰 진우는 천장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머리 위쪽 창에서 검은 인영들이 팍팍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진우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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