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51화
16. 너, 내 동료가 되어라!(1)
포털이 살짝 흔들렸다. 그곳을 통해 한 명이 걸어 나왔다. 바로 진우였다.
“나왔다.”
“나왔습니다.”
포털 앞에 서 있던 나성욱 소위가 말했다. 김치석 대위가 그 말을 듣고 곧장 앞으로 갔다. 그러곤 걸어 나오는 진우를 보며 말했다.
“다 끝났습니까?”
“그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보다 우리 공략대원들은?”
“모두 저쪽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래. 이제 이곳 정리해야 하지?”
“네. 그래야죠.”
“고생들 하고.”
“네. 들어가십시오. 충성.”
김치석 대위의 경례에 진우도 화답을 해줬다. 그리고 두 사람은 생성된 포털을 확인하며 뒷마무리를 조율했다.
그사이 진우는 병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박진철이 병사들을 다 모아놓고 뭔가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진우가 피식 웃었다.
“어후. 우리 진철이 형. 열심이네.”
진우가 피식 웃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박진철이 하는 말이 좀 이상했다.
“……그러니까. 그때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그때…….”
이런 얘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가, 가만……. 설마?”
진우가 눈을 번뜩이며 후다닥 뛰어갔다. 그 소리를 들은 박진철이 고개를 돌렸고, 진우가 달려오는 소리에 당황했다. 그러곤 황급히 고개를 돌려 병사들에게 말했다.
“오오오……. 자자, 오늘 얘기는 여기까지 합시다. 우리 부부대장님께서 나오셨네요. 다들 박수!”
박진철은 뭔가 켕기는 것이 있는지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진우는 살짝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병사들 쪽으로 시선이 갔다. 병사들 역시 박수를 치는데 그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 보였다.
“형, 뭐 해요?”
“뭐가?”
박진철은 모르는 척 대꾸했다.
“방금 뭐 하고 있었냐고요.”
“뭐 하고 있긴. 그냥 뭐, 오늘 공략한 게이트에 대해서 보충 설명을 하고 있었지.”
능청스러운 박진철의 말에 진우가 살짝 어이없다는 듯 바로 말했다.
“뻥치지 마요.”
“왜?”
“지난번 나 게이트 처음 들어갔을 때, 그 얘기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 들었어?”
“와. 진짜……. 형이 이런 식으로 내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네.”
“야! 그러니까. 왜 매번 같이 가자는 소리를 하지 않아? 우리도 좀 같이 데리고 가고 그러지.”
“형. 내가 말했잖아요. 1인 게이트라고요.”
“정말 1인 게이트야? 정말?”
박진철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고 물었다.
“너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해 봐. 정말 1인 게이트야?”
“진짜 1인 게이트라니까요.”
“와, 네가 그렇게 말하니 확인할 길은 없지. 그런데 내 촉이 말이야. 절대 1인 게이트가 아니라고 말을 하네.”
‘그놈의 촉은…….’
진우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박진철의 촉은 옛날부터 무서울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B등급임에도 게이트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1인 게이트 맞아요.”
어쨌든 진우는 발뺌하기로 했다. 박진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알았어. 그보다 인마. 나는 안 데려가더라도 미숙이는 데리고 가지.”
그러자 어느새 다가온 안미숙이 말을 거들었다.
“그래! 난 데리고 갈 수 있잖아. 어쨌거나 나도 불의 심판을 제대로 한 방 쓰고 싶은데.”
진우는 그런 두 사람의 보며 살짝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결국 두 사람이 투덜대는 이유는 안미숙이 깨달음을 얻었으니 불의 심판을 제대로 한번 써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오늘은 병사들을 도와주느라 불의 심판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했다. 그것 때문에 좀 서운했다는 식을 돌려서 말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진우도 어느 정도는 이해를 했다.
“하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내 뒤통수를 치기 있어요?”
“야야. 그래도 좋게, 좋게 말했어. 너 처음에 게이트 들어가서 바들바들 떠는 얘기…….”
“아주 그냥……. 하기만 해요. 내가 어떻게 변할지 나도 몰라요. 아니면 지원 딱 끊고 다른 곳으로 가버릴 테니까.”
그 말에 갑자기 박진철의 표정이 바뀌었다. 서글서글한 눈매와 씨익 웃는 입꼬리로 진우에게 바짝 붙었다.
“에이. 우리 착하디착한 부부대장님. 왜 그러실까요? 그래요. 제가 좀 장난이 심했죠? 제가 원래 이렇습니다. 앞으로 제가 주의를 좀 할게요. 알겠죠?”
“한 번만 더 그러면 나 가만히 안 있어요.”
“알았어요. 알았어!”
진우의 시선이 안미숙에게 향했다.
“그리고 누나! 진짜 1인 게이트라니까요.”
“알았다니까. 그런데 어떻게 매번 1인 게이트냐.”
그 말에 박진철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모아서 등장한 게이트라면……. 어쩜 그럴 수 있겠어.”
“그래?”
“어. 어떤 게이트에는 계속 3인 게이트만 등장했다는 얘기도 있었어. 그 3명이 계속해서 들어가서 공략했대. 그곳이 아마 프랑스였나?”
박진철은 언젠가 봤던 게이트 뉴스를 얘기해 줬다.
“아마 맞을 거야. 아무튼 그 조각을 다 모으고 나서 게이트를 열었는데 와……. 1인 게이트인 거야. 그런데 어떻게 하겠어? 서로 싸우고 막 그랬데. 결국 다른 S급에게 뺏겼어.”
“와. 진짜 아까웠겠네.”
안미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박진철이 신나 하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니까. 완전 죽 쒀서 개 준 꼴이라니까. 아무튼 조합형 게이트인 경우 조건이 충족되면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어.”
“그런데 자기야.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진짜 조합형 게이트가 열리면 그때는 진짜 1인 제한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거네.”
“역시 우리 자기 똑똑해. 물론 1인 게이트니까. 1인이 들어갈 수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지. 그때는 진우야. 우리도 함께 데려가 주는 거지?”
진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알았어요. 알았어! 그런데 누나는 모르겠지만 형은 괜찮으려나?”
“와아……. 너 진짜. 나 무시하냐. 나도 조만간 A등급으로 올라간다.”
“정말 그렇게 되었어요?”
“나 오늘도 정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나 자고 일어나면 아마 A등급으로 올라갈 기분이다.”
박진철의 너스레에 진우가 피식 웃었다. 진우는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거리고는 입을 열었다.
“어쨌든 다들 고생을 했으니 빨리 복귀를 하자고요.”
“그보다 언제나 그랬듯 회식하는 거지?”
“네. 당연하죠.”
“그럼 우리 좀 씻고 올게.”
그런 박진철의 말에 안미숙이 바로 반응했다.
“뭐야. 우리 또 씻어야 해?”
두 사람을 보며 진우가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꼭 그렇게 게이트만 들어 갔다 오면 둘이 불타오르고 그래요.”
박진철이 그렇게 말을 하는 진우를 어이없게 바라봤다.
“어처구니가 없네. 너는 예전 생각 안 나냐?”
“내가 뭐요?”
“너 말이야. 예전 미영이 만나고 있을 때 나보다 더했거든?”
“내가요?”
“그래!”
“게이트 공략 끝날 때마다 둘이 아주 그냥, 밥도 안 먹고 바로 사라진 것 몰랐어?”
“내가 그랬나?”
진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전 일이라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했다. 그러다가 박진철이 말했다.
“진우야, 원래 이렇게 게이트 들어갔다 나오면 살았다는 희열 같은 것이 있어. 너같이 사선을 드나드는 게 익숙한 사람들은 무뎌졌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말이야. 게이트를 공략하고 나면 오늘도 해냈구나. 하는 심정이 든단 말이야.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슨 생각이 들겠니. 사랑하는 사람과 기쁜 마음을 함께하고 싶은 거야. 그렇지?”
박진철이 안미숙을 바라보며 물었다. 안미숙이 바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얼른 사라져요.”
진우가 손을 휙휙 휘둘렀다.
“야. 돈은 알아서 입금되는 거지?”
“그건 걱정 말고요.”
“알았어. 이제 신경 안 쓴다. 우리 간다.”
박진철과 안미숙이 손을 흔들며 나란히 사라졌다.
“네네. 빨리 꺼져 주세요.”
진우가 미소를 지으며 악담을 했다. 그리고 진우 역시도 부대로 복귀를 했다.
유지태 중위가 병사들 확인을 마친 후 진우에게 다가갔다.
“부부대장님 오늘도 회식합니까?”
“회식해야지. 왜?”
“아니. 회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하려니 다른 부대원들 보기가 좀 민망해서 말입니다.”
“민망할 것이 뭐가 있어. 다들 고생했는데. 당연히 회식해야지. 막말로 우리가 고생한 덕분에 다른 각성 병사들은 좀 편한 것이 아닌가?”
그 말에 유지태 중위가 주위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말했다.
“부부대장님. 그것이……. 요새는 좀 반대인 것 같습니다.”
“뭐? 반대?”
“저희 성장 속도가 좀 빠르지 않습니까. 큰 부상 없이 많은 경험치를 쌓으니까. 부대에서 불만이 좀 많은 것 같습니다.”
“불만이 많아? 왜?”
“자기들도 껴달라고 말입니다.”
“그래?”
“어떻게 합니까? 병사들을 더 보충합니까?”
유지태 중위의 물음에 진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난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왜? 유 중위는 병력을 더 보충하고 싶어?”
“아닙니다. 저는 딱 이대로가 좋은 것 같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뭐, 다른 사람 불만은 어쩔 수 없는 거지. 사실 맨 처음 이 인원으로 게이트 들어가라고 했을 때도 우리는 불평을 안 했잖아. 그리고 만약에 잘못됐어 봐, 우리가 이렇듯 활성화되었을 것 같아?”
“그렇죠. 저희 식겁했습니다. C등급인 줄 알았는데 B등급이었지 않습니까.”
“그렇지. 우리는 다 같이 역경을 이겨낸 용사, 아니, 동료잖아. 다른 사람의 말은 신경 쓰지 마. 게다가 인원이 많아지면 내가 통제하기도 어려워.”
“네. 알겠습니다.”
유지태 중위가 살짝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생각을 해보니 진우는 천 명을 데리고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다. 그 와중에 그레이 게이트로 바뀌면서 천 명의 수하를 잃었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을 진우에게 씌우려고 했다.
한마디로 진우의 지휘력, 통제력에 대해 딴죽을 걸고 문제 삼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유지태 중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아무튼 나는 사단장님 보고 퇴근할 테니까. 뒷정리 잘하고…….”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충성.”
“그래.”
진우도 경례로 답을 한 후 미소를 보이며 나갔다.
각성부대를 나온 진우는 사단으로 향했다.
사단 건물에 도착을 한 후 정문을 통해 들어갔다. 진우는 망설임 없이 사단장실로 걸어갔다.
똑똑똑.
문을 열고 들어간 진우는 책상에 앉아 있는 김승철 소장을 향해 경례를 했다.
“충성. 소령 이진우 임무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오오오. 그래. 앉아. 앉아.”
진우가 소파로 가서 앉았다. 김승철 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상석에 앉았다.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금세 나왔군.”
“뭐, 그냥. 헬퍼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김승철 소장이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