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46화
15. 바통 터치(3)
-아, 대장. 미안합니다. 지금 작전처에서 가져온 자료를 아직 조사 중입니다. 조만간 정리는 다 끝날 것 같습니다.
-그래요? 대충 내용은 어때요?
-거의 파악은 됐는데 말입니다. 일단 전부 다 검토를 한 후 얘기를 해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아 좀 심각한 것 같은데요.
-으음……. 심각하다기보다는 좀 충격적인 내용도 있긴 합니다. 일단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 배후를 알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요?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하십니까?
-정확한 시간을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정리하면서 조사를 해야 하니 좀 걸릴 것 같긴 합니다.
그때 김철수의 말이 올라왔다.
-행보관님 제가 좀 도와드립니까?
-빨리도 말한다. 진즉에 도와주지 그랬어.
-제가 바로 가겠습니다.
그러자 최대근 중사도 끼어들었다.
-행보관님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넌 됐어!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거야.
-와, 행보관님 사람 차별하시네.
-사람 차별이 아니라……. 아니다. 됐다.
김철수 중사가 바로 말했다.
-넌 그냥 생활비 배달이나 열심히 해.
-뭐? 그걸 나 혼자 하라고?
-그럼!
-와이씨! 너 일부러 행보관님 돕는다고 말한 거지? 너 진짜……. 그러는 거 아니야. 인마.
-아니거든! 내가 보기에는 행보관님께서 하는 일이 더 중요해 보여서 그러는 거야. 빨리 정리해서 대장에게 보고해야지.
-그래 너 잘났다.
최대근 중사는 괜히 투덜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철수 중사는 깨끗이 무시했다. 진우가 피식 웃었다.
-참! 생활비는 계속 꾸준히 하고 있는 거지?
-네.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언제까지 해야 합니까?
-그렇지 않아도 진철이 형이랑 재단을 하나 만들려고 준비 중이니까. 조금만 기다려. 조만간 재단이 만들어지면 그걸로 진행할 거니까.
-네 알겠습니다.
-좋아. 자, 그럼 각자 맡은 일 잘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장.
그렇게 대화를 마친 진우가 알람창을 다시 껐다. 그리고 저녁 시간 전까지 휴식을 취했다.
진우는 일주일의 휴가를 마치고 각성부대로 복귀를 했다. 조유진과는 휴가 복귀 전까지 매일 만남을 가졌다. 그녀와 있는 동안은 너무도 행복했고 좋았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부대로 복귀를 했다. 사무실로 향하면서 부대원들을 만났다.
“다들 잘 지냈어?”
“네. 부부대장님도 잘 보내셨습니까?”
“어. 그래.”
“별일 없었지?”
“없습니다.”
“그래. 오늘도 수고들 하고.”
“넵!”
진우가 환한 표정으로 작전과로 들어갔다. 그러자 미리 출근을 한 김세령 소령이 다가왔다.
“작전 과장. 잘 지냈죠.”
“네. 휴가 잘 다녀오셨습니까.”
“뭐. 그렇죠.”
“그보다 급히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회의실로 가시죠.”
“네.”
진우는 곧장 작전과 바로 옆 방인 회의실로 갔다. 그곳에서 김세령 소령에게 보고를 받았다.
“뭡니까?”
“부부대장님 휴가 나가셨을 때 게이트가 생성되었다고 합니다.”
“네? 또 말입니까?”
진우가 살짝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김세령 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진우도 게이트를 엄청 많이 클리어해왔다. 하지만 지금처럼 연달아서 게이트가 생성되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게이트 관리과에서도 당혹스러워합니다. 재차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봤지만 틀림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게이트 밀도가 얼마입니까?”
“지난번보다 올라갔습니다. 200 정도라고 합니다.”
“오호. 올라갔네요.”
진우도 게이트 밀도 얘기를 듣고 자신의 턱을 만졌다. 잠깐 생각을 하던 그가 물었다.
“알겠어요. 공략대 준비는 되었습니까?”
“네. 이미 준비 끝내놨습니다.”
진우는 쉴 틈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바로 회의실을 벗어나 큰 회의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이미 작전장교를 비롯해 교육장교들이 나와 있었다. 게다가 각성 병사들까지 대기해 있었다.
진우는 그들을 한 차례 본 후 자리에 앉았다. 그러다가 무심코 맞은편을 바라봤다. 각성부대장인 임경식 중령의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그곳을 한 번 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부대장님은 잘 가셨습니까?”
홍인욱 중위가 나서서 대답했다.
“네. 저희가 잘 배웅해 드렸습니다.”
“고생했다. 그 외 부대장님께서 특별히 하신 말씀은 없었습니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선물 고맙게 잘 받았고, 서울에 올라왔을 때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진우가 씨익 웃었다. 말은 고맙지만 서울로 올라간다고 해서 임경식 중령에게 신세 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자, 그럼 회의 시작하도록 합시다.”
“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홍인욱 중위의 회의 시작과 동시에 불이 꺼지며 대형 스크린에 이번 게이트에 관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현재 생성된 게이트 등급은 B등급, 게이트 밀도는 200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지난번보다 더 강한 게이트라고 추정이 됩니다. 그리고 현재 가용 인원은 지난번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현재 게이트 밀도는 점점 더 올라갔지만, 현재 운영되는 인원은 지난번과 같다. 누가 들어도 한숨이 나올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재 대회의장에 있는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이곳에 있는 부부대장인 진우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다들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진우를 필두로 인명 피해 없이 승승장구를 해왔다. 그래서 다들 게이트 밀도가 높은 것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김세령 소령이 진우에게 물었다.
“부부대장님. 인원은 어떻게 더 보충시킵니까?”
“없는데……. 뭐, 지금 현 상태로 움직여야죠. 지난번과 똑같이 갑시다.”
진우가 말을 하며 지휘장교들을 바라봤다. 그들 역시 진우의 생각과 같았다.
“네! 알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충만한 자신감이 품어져 나왔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인 후 물었다.
“참. 헬퍼들에게는 연락했습니까?”
홍인욱 중위가 바로 말했다.
“네. 어제 연락을 했습니다. 아마 지금쯤 게이트 탐지를 하고 계실 것입니다.”
“아, 그래? 홍 중위 잘했네. 안 그래도 만날 당일 불러서 탐지를 시키는 것이 미안했는데.”
진우의 칭찬에 홍인욱 중위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닙니다.”
그로부터 한 시간이 지난 후 각성부대로 차량 한 대가 들어왔다. 그곳에는 박진철과 안미숙이 타 있었다. 그들은 연병장 한편에 차량을 주차한 후 대회의장으로 들어섰다.
“왔어요?”
진우가 손을 들었다. 박진철과 안미숙 역시 손을 들며 그를 반겼다.
“어. 그래.”
박진철은 진우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야! 너는 휴가를 나왔으면서 우리에게 한 번도 오지 않냐. 서운하게 말이야.”
“두 사람 꽁냥꽁냥하는데 내가 왜 찾아가요.”
“그건 그렇지만……. 참, 이진우……. 너 여자 만난다면서.”
“어? 그건 또 어디서 들으셨대.”
“이미 소문 다 났거든. 너 저기 뭐냐. 여자랑 대광호텔 갔다면서?”
그 말에 진우가 화들짝 놀랐다. 두 눈을 크게 하며 박진철을 바라봤다.
“어? 그건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말했잖아. 이미 소문 다 났다고.”
“이 동네는 무슨 비밀이 없어. 내 사생활 정도는 지켜달라고.”
박진철이 씨익 웃으며 진우를 툭툭 쳤다.
“그래서? 예쁘냐? 예뻐?”
“사진 보여줘요?”
“한번 보여줘 봐.”
진우는 단말기를 꺼내 조유진을 보여줬다.
“어때요?”
박진철이 조유진을 보며 깜짝 놀랐다.
“와, 엄청 예쁘네.”
어느새 안미숙도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어디 한번 봐봐.”
안미숙이 봐도 참 예뻐 보였다. 순간 안미숙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야? 이렇게 예쁜 여자를 어디서 만났어?”
“유 중위가 소개시켜 줬어요.”
“어머. 진짜?”
“네.”
“그런데 플레이어야?”
“척 보면 몰라요? 일반인이잖아요.”
“일반인이야? 그런데 너 플레이어와 일반인은 차이가 많이 나. 그건 알고 있지?”
그러자 박진철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어이구, 진우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애도 아니고.”
“나한테는 애거든.”
안미숙이 반격을 해봤지만 박진철에게는 전혀 타격이 없었다. 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말아요.”
“알아서 다 해? 어떻게? 어떻게 한다는 거야?”
안미숙은 얄미운 미소로 물었다. 진우가 바로 질색했다.
“아 좀…….”
“진우 너. 다 끝나고 말해줘야 한다.”
“알았어요. 그나저나 이번 게이트는 뭐예요?”
진우의 물음에 박진철이 나섰다.
“이번에는 지네!”
“네? 지네요? 하아…….”
진우는 한숨부터 나왔다.
“아니, 어떻게 나와도 이런 애들만 나와요. 박진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어차피 몬스터는 다 같은 몬스터인데 게이트 설정에 따라서 외형만 바뀔 뿐이잖아.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뭐. 이번에 지네는 속도가 느린 편에 속하니까. 잘 처리할 수 있겠지. 어쩌면 이번에 꿀 빠는 것일지도 모르지.”
“알았어요. 어쨌든 들어가서 파악한 정보나 말해봐요.”
“오케이!”
그렇게 대회의실에서 박진철의 설명이 이어지고 설명을 듣고는 곧장 게이트 공략을 위해 움직였다. 미리 준비된 플총을 장비하고 연병장에 모였다.
“자, 다들 게이트 보조 장치 상태 확인해 보도록. 새로 업그레이드를 했으니 문제없는지 확인해야 해.”
“네. 알겠습니다.”
각성병사들이 플총과 게이트 보조 장치를 전반적으로 확인했다.
“이상 없습니다.”
“없습니다.”
각성 병사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좋아. 그럼 다들 차에 올라타도록.”
각성병사들이 준비된 차량에 올라탔고, 마지막으로 진우가 1호차에 올라타면서 연병장을 떠났다.
“이제는 게이트에 들어가도 긴장이 안 됩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오늘만 무사히 나올 수 있게 기도를 했는데 말입니다.”
처음 게이트에 들어갈 때 다들 긴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익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차로 약 40여 분을 달려서 게이트 현장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각성병사들이 내렸고, 곧장 준비에 들어갔다. 그사이 진우는 게이트 헌병대에게 다가갔다. 김치석 대위가 경례를 했다.
“충성. 오셨습니까.”
“그래. 수고가 많다. 잘 있었어?”
“네.”
김치석 대위가 진우 곁으로 다가왔다.
“부부대장님.”
“응?”
“혹시 말입니다. 오늘은 얼마나 걸릴지 대략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오늘? 글쎄다. 들어가 봐야 알지.”
“그래도 대략적인 시간은……. 감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진우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왜? 위에서 쪼아?”
김치석 대위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저희가 중간에 보고를 해야 그나마 괜찮습니다. 그런데 부부대장님이 워낙에 쉽게 클리어를 하시다 보니 본의 아니게 욕을 먹고 있습니다.”
“아, 그래? 그런데 어떻게 하지? 정말 모르는데. 일단 들어가 봐야 알 것 같은데…….”
“그래서 말인데 부부대장님.”
“말해.”
“가능하시면 시간을 정해놓고 플레이를 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제가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