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33화
14. 일을 합시다(11)
“부부대장님도 사용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지금은 필요 없어.”
진우는 단검이 현재 필요가 없다. 그것보다 더 뛰어난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간혹 투척할 것이 필요하지만 저렇듯 A등급까지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감사합니다.”
“참고로 그거 주는 거 아니다. 빌려주는 거다.”
“네.”
최민철 병장이 단검을 빼서 봤다.
-평범한 단검(A)
평범한 단검이지만 가볍고 매우 날카롭다. 또한 관통이 붙어 있다.
“와. 진짜 A등급 단검이네. 멋지다. 장난 아니야.”
최민철 병장은 감격한 듯 단검(A)을 들고 바라봤다. 그 상태로 다시 박쥐들을 향해 돌격했다. 유지태 중위가 검을 휘둘렀고, 그 뒤에 안유정 중위가 활을 쏘며 지원했다.
그 상태로 최민철 병장을 감싸는 빛무리가 있었다.
“응?”
그러자 어느새 몇 개의 버프가 생성되었다. 최민철 병장의 고개가 바로 돌아갔다.
“김 대위님.”
“최 병장. 확 쓸어버려.”
김슬기 대위가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말했다. 최민철 병장이 씨익 웃었다.
“넵!”
그리고 더욱 빠르게 단검을 휘둘러 박쥐들을 사냥했다. 그렇게 30여 분이 흐른 후 보스 방 잔몹들을 다 처리했다.
“유 중위.”
진우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지태 중위는 대번에 알아들었다.
“자. 잔몹 다 처리했으면 보스방 입구까지 물러난다.”
“네. 알겠습니다.”
각성 병사들이 나가고 보스 방에는 어둠의 대왕 박쥐와 진우만이 남았다. 진우는 어둠의 대왕박쥐를 붙잡고 있던 기운을 풀었다.
푸드드득!
어둠의 대왕박쥐는 자신을 옭아매는 기운이 사라지자 바로 날개를 펼쳤다.
“빨리 끝내줄게.”
진우의 양손이 양옆으로 펼쳐졌다. 그 순간 언제였는지도 모르게 진우의 양손에 흑룡의 투갑이 나타났다. 이전까지는 검으로 상대를 했지만 이제는 투갑으로 상대를 하고 싶어졌다.
“좀 아플 거야.”
진우가 씨익 웃으며 빠르게 몸을 날렸다. 어둠의 대왕박쥐가 반격을 해보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쫘악! 쫙! 쫘아아악!
진우의 투갑이 여지없이 어둠의 대왕박쥐의 날개를 뜯어냈다. 너덜거리는 날개는 그 기능을 잃어버린 채 푸드득거렸다.
그리고 그대로 어둠의 대왕박쥐 심장 부위를 뚫고 등으로 튀어 나왔다. 진우의 온몸은 어둠의 대왕박쥐의 피로 범벅이 되었다.
“하아…….”
낮은 숨을 내뱉었다. 갑자기 온몸에 활력이 샘 솟는 것 같았다. 뜨거운 심장의 박동이 요동쳤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한 피의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쿵!
심장이 박살 난 어둠의 대왕박쥐가 그대로 쓰러졌다. 진우의 투갑이 씌워진 손에는 몬스터 핵이 들려 있었다. 역시나 핵 상태가 매우 좋았다.
“이 정도면…….”
몬스터 핵 상태에 매우 만족감을 드러낸 진우가 밖을 향해 소리쳤다.
“다 끝났다. 몬스터 핵 수거해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진우는 어둠의 대왕박쥐 사체에서 혹시나 떨어져 있을 열쇠를 찾으려 했다.
“어디 있지?”
어둠의 대왕박쥐 머리 부근에 떨어진 열쇠를 확인했다. 그것을 빠르게 챙긴 진우가 입을 열었다.
“유 중위.”
“네.”
“몬스터 핵 다 수거하면 먼저 나가 있어.”
“알겠습니다.”
박진철이 슬쩍 다가와 물었다.
“왜? 또 뭐가 있어?”
“네.”
“야! 이번에도 1인 게이트야?”
“그러네요.”
“와. 만날 1인 게이트만 나오냐. 3인 게이트 나오라고 해. 우리도 한 번 맛 좀 보자!”
“진철이 형. 다음에 나오면 꼭 공략해요. 어쨌든 제가 계속해서 헬퍼를 부르잖아요.”
“알지. 아는데……. 아쉬워서 그러지.”
그러자 바로 안미숙이 나타났다.
“진철아! 제발 눈치 좀 챙겨라. 진우라고 우리를 떼어놓고 그러겠어. 그럴 애도 아니다.”
안미숙의 말에 진우가 흠칫했다. 그것을 바로 눈치챈 안미숙이었다.
“뭐야. 아니야?”
“맞죠. 맞아요.”
“아닌데……. 진우 너 방금 움찔했잖아.”
“제가요? 에이, 전혀 그렇지 않아요.”
“뭔가 이상한데…….”
“전혀 이상하지 않으니까. 나가서 기다리세요. 그리고 알죠? 저는 주변 정리하기 위해 남는 겁니다.”
“알았어, 인마.”
그렇게 몬스터 핵을 다 수거한 후 다들 포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진우는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한 후 흑룡인들을 불렀다.
“나와라!”
“와,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우리가 활약할 시간이군요.”
진우의 등 뒤로 임백호 상사, 김철수 중사, 최대근 중사가 나타났다. 그들을 확인한 진우가 씨익 웃으며 열쇠를 허공에 꽂아 비틀었다.
우우우웅.
게이트에 또 하나의 포털이 생성되었다. 진우와 세 사람은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띠링!
-히든 게이트 어둠의 대왕박쥐 굴(S)에 들어갔습니다.
-포악한 대왕박쥐를 처리하시오(0/1)
-어둠의 게이트 속성에 따라 게이트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게이트 S등급에서 A등급으로 하향조정 됩니다.
진우는 붉은 눈을 빛내며 천장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대왕박쥐를 올려다봤다. 진우기 씨익 웃으며 말했다.
“쟤 좀 떨어뜨려라.”
“넵! 제게 맡겨 주십시오.”
언제나 그랬듯 최대근 중사가 거대한 도끼를 어깨에 메고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를 보며 진우가 남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지난번처럼 페이즈를 오래 끌지 말고 단숨에 처리하는 걸로 하자.”
“네.”
“페이즈를 오래 끌어서 그런지 몬스터 핵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어.”
“그랬습니까?”
“그래. 그러니 짧고 간결하게 마무리 짓도록 하자.”
임백호 상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제가 바로 버프를 걸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페이즈가 지나가면 갈수록 오히려 공략이 까다로워졌습니다. 이번에는 1페이즈 안에 끝내도록 하시죠.”
“그래. 나는 1페이즈가 끝나갈 때쯤 바로 투입하도록 하지.”
“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대한 도끼가 천정으로 솟구쳤다.
쾅!
천정이 흔들리며 매달려 있던 포악한 대왕박쥐가 날개를 쭉 폈다. 그와 동시에 날아올랐고, 버프를 받은 김철수 중사가 하늘로 솟구치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10여 분이 흐른 후.
띠링!
-포악한 대왕 박쥐(A)를 쓰러뜨렸습니다.
언제나 그랬든 진우가 마지막 타격을 했다. 그의 손에는 거대한 대왕박쥐의 머리가 들려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다들 고생했다. 그만 들어가 봐라.”
“넵!”
“그럼 저희들은 이만…….”
세 사람은 이번에도 검은 연기를 두르며 사라졌다. 그리고 홀로 남은 진우가 손을 폈다. 그곳에는 하나의 파편이 쥐어져 있었다.
“어둠의 파편…….”
그러면서 시선을 왼쪽 알림창으로 향했다.
-어둠의 파편 조각(1-4)
그것을 꽉 움켜쥔 진우는 몸을 돌려 밖으로 향하는 포털로 걸어갔다.
포털에서 빛이 생성되며 그곳에서 진우가 걸어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진철이 재빨리 다가왔다.
“이제 나오냐.”
“네.”
“마무리는 잘했고?”
“네, 뭐…….”
“그래서? 이번에는 뭐 있냐?”
“이번에요?”
“그래. 핵 나왔어?”
“나왔어요.”
“그럼 이번에도 S등급?”
“네.”
박진철이 질문하고 진우는 그저 대답만 했다. 그러다가 박진철은 바로 진지 모드로 들어갔다.
“와, 진짜 이러다가 전 세계에 있는 S등급 몬스터 핵 다 쓸어 담는 거 아니야?”
“그래서요? 형은 불만이에요?”
그러자 박진철이 화들짝 놀랐다.
“에헤이. 진우야! 내가 설마 불만이 있겠냐.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하고 그래. 그저 앞으로도 쭉 이렇게 고생해 달라는 거지. 그리고 조만간 애들 다 데리고 와야겠다.”
그 소리에 진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지난번에 데리고 온다면서요.”
“아……. 얘기는 했지. 그런데 애들도 각자만의 사정이 있잖아.”
“그래서 뭐요? 안 온대요?”
“아니. 안 온다는 것은 아니고. 그쪽 정리도 해야 하고……. 계약 기간도 남아 있고. 가능하면 위약금 없이 나오는 것이 좋은 거잖아. 잘 얘기해서 조율 중인가 봐.”
그 말을 들은 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 형이 프리랜서로 뛴다고 하지 않았어요?”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아. 맞다. 예전에 그랬지.”
진우도 그때의 일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 강힘길드 멤버, 홍찬수, 김윤석, 안보라, 최미진 이렇게 네 사람을 데려온다는 말을 지금 하고 있는 중이었다.
홍찬수와 김윤석은 성격상 프리랜서로 뛰고 있고, 안보라와 최미진은 나름 이름 있는 길드에 소속되어 있다고 했다. 박진철이 잠시 주위를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진우야.”
“네?”
“확실하지는 않은데……. 나 잘하면 A등급으로 올라갈 것 같다.”
“네? 벌써요? 와아…….”
솔직히 진우는 놀라고 있었다. 만년 B등급일 줄만 알았던 박진철이었다. 근데 벌써 A등급을 바라보고 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와, A등급으로 올라가다니. 진짜 의외네.’
그런 줄도 모르는 박진철은 뭔가 뿌듯함이 느껴지는 말투로 말했다.
“인마. 뭐가 벌써야. 나 지난 게이트와 이번 게이트에서 얼마나 빡세게 검을 휘둘렀는데. 솔직히 말해서 내가 말은 안 했지만 나도 BS등급 근처에서 맴돌고 있었잖아. 그런데 이번에 뭔가 확 느낌이 오더라고. 아, 이거 A등급으로 올라가겠구나. 하고 말이야.”
“그렇구나. 어쨌든 축하는 해요.”
순간 박진철은 섭섭한 얼굴이 되며 고개를 돌려 진우를 봤다.
“어? 뭐야. 그 떨떠름한 표정은? 마치 내가 평생 B등급이길 바란 것처럼. 왜? 내가 너랑 A등급으로 올라가서 기분 나쁜 거야? 그래?”
“에이. 설마 제가 그럴까요. 아니에요.”
“아니야?”
“아니라니까요.”
박진철이 얘기를 하고는 가만히 진우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다가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맞네. 맞아.”
“어라? 아니에요!”
“맞다니까.”
“진짠데…….”
“맞아. 너 지금 살짝 날 깔보는 눈빛이었어.”
“헐, 말도 안 된다. 내가 어떻게 형을 깔봐요.”
“방금 그 눈빛이 확실해!”
박진철은 마치 떼를 쓰듯 말했다. 그 모습에 진우는 살짝 당황했다.
‘갑자기 뭐야. 왜 떼를 쓰고 그러지?’
예전에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박진철이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니 당황스러웠다.
“난 형이 뭘 봤는지 모르겠지만 절대 난 나쁜 뜻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요.”
진우가 살짝 황당한 표정으로 얘기를 했다. 박진철이 고개를 돌려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으로 천첞이 입을 열었다.
“진우야. 솔직히 말해줄래?”
“뭘요?”
“너어……, A등급 아니지.”
박진철이 씨익 웃으며 진우를 봤다. 진우는 순간 움찔했다. 그러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에이. 난 또 무슨 소리인가 했네.”
진우가 그런 박진철의 말을 무시했다. 하지만 박진철은 집요했다.
“괜찮아. 나에게만 솔직하게 말해도 돼. 너 그 이상이지?”
“…….”
진우가 박진철을 빤히 바라봤다.
“미숙이가 그러더라. 자기도 S등급에 거의 닿을 것 같은데 너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겠냐.”
“에이. 무슨……. 미숙이 누나가 잘못 본 것이겠죠. 누나가 엄연히 A등급인데……. 착각했을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