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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29화 (129/177)

힘을 숨긴 귀환자 129화

14. 일을 합시다(7)

그때 박진철이 진우 옆으로 다가왔다.

“부부대장님. 이번에도 다 쓸고 가시는 거죠?”

“당연한 소리를 하십니까.”

“넵! 알겠습니다.”

박진철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진우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워워워. 진정하시죠.”

“네?”

진우가 의아해하자 박진철이 말했다.

“박쥐처럼 흔치 않은 까다로운 몬스터를 상대하는 기회가 왔는데 부 부대장님 자꾸 앞으로 나서면 좋을 것이 없어요. 쟤네들 성장시킨다면서요.”

박진철은 플총 점검을 하고 있는 각성병사들을 힐끔 봤다. 진우도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성장시켜야죠. 그런데 박쥐들을 떨어뜨려야 한다면서요. 그러면 내가 한번 쓸어야 하지 않나요?”

“에헤이. 내가 게이트 들어오기 전 말했잖아요. 우리에게는 A등급 마법사가 있다고.”

“누나가 어떻게요?”

“그건 걱정 마.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박진철이 씨익 웃으며 진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후 안미숙에게 다가갔다.

“자기야, 준비됐지?”

“그럼! 걱정하지 말고 시작해.”

박진철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려 진우를 봤다.

“부부대장님. 준비 다 되었다고 합니다.”

“뭐야. 자기들끼리 다 준비해 놓고.”

진우도 씨익 웃고는 김슬기 대위에게 말했다.

“김 대위. 시작하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김슬기 대위가 각성병사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부대 플총 장전!”

착! 차차차차착!

각성병사들은 매우 익숙하게 플레이어 총을 장전시켰다.

“플총 장전 완료!”

“앞으로 전진!”

“전진!”

척! 척! 척! 척!

게이트 안에서 오와 열을 맞춘 상태로 첫 번째 굴을 향해 진행했다. 그런데 몬스터가 나타나야 하는데 나타나질 않았다.

“자, 몬스터가 나타나야 하는데 왜 안 나타날까?”

박진철은 뭔가를 알고 있는 듯 질문을 던졌다.

“뭔가 좀 께름칙하죠?”

“네.”

“지금부터 시선을 45도로 듭니다.”

박진철의 지시에 각성병사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천장 위에 까만 점들이 보였다.

“자, 조금 더 들어봅시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각성병사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느새 자신들의 머리 위로 시커먼 것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그것을 보자 각성병사들 모두 소름이 좌르르 돋았다.

“와, 미친…….”

“저게 다 박쥐야?”

“이거 완전 소름인데.”

박진철이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지금 저 몬스터들은 우리가 공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곳을 그냥 지나치면 오히려 뒤를 공략당할 수 있어요. 아니, 여러분들 중 한 명이 낚아채질 수 있어요.”

“…….”

그 말에 최민철 병장이 허공으로 플총을 겨누며 사격 자세를 취했다.

“그냥 이 새끼들을 여기서 다 공격해 버리면…….”

박진철이 바로 만류했다.

“워워워……. 그러다가 더 큰 일이 납니다. 그리고 그러다가 목 디스크 와요. 뭐, 예전에는 그렇게 공격을 했지만 요즘은 다르죠. 아니, 우리 공략팀은 그렇게 하지 않아요.”

박진철은 매우 여유롭게 설명을 이어갔다.

“쟤네들도 저기에 매달려 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냥 간섭만 하는 겁니다. 저기에 매달리지 못하게 간섭만…….”

박진철이 고개를 돌려 안미숙을 봤다.

“마법사님.”

“네.”

안미숙이 나서며 섰다. 그리고 손끝으로 열기를 품어내며 불꽃을 일으켰다. 천천히 일렁거리던 불꽃을 천장을 향해 던졌다.

화르르르륵!

강한 열기를 띤 불꽃이 천장에 닿자 그대로 불꽃이 일렁거리며 천장 전체로 화르륵 뻗어 나갔다.

찌직, 찌직, 찌지지지지지지직…….

천장에 붙어 있던 박쥐들의 괴성을 지르며 뜨거워진 열기에 그만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쿵! 쿵! 쿵! 쿵…….

“어라?”

보통 박쥐들이 날개가 달려 있어서 잘 날아다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박쥐들은 잘 날아다니지는 못한다고 한다. 하물며 갑작스러운 열기에 방비할 틈도 없었다. 그래서 박쥐들이 바닥에 그만 떨어진 것이었다.

“자자, 이제 사냥 시작합시다.”

박진철의 말에 각성병사들의 플총이 불을 뿜어댔다. 바닥에 떨어진 박쥐들을 공격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둥, 두두두두둥. 둥!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플총에서 발사된 마력탄은 우왕좌왕하는 박쥐들의 몸통과 날개를 뚫어버렸다. 박진철이 유지태 중위에게 다가갔다.

“유 중위님?”

“네.”

“가시죠.”

“넵!”

두 사람이 박쥐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사이 안미숙은 계속해서 천장을 향해 불의 구를 날렸다.

펑! 퍼퍼퍼퍼펑!

우두두두두두…….

김슬기 대위는 언제나 그래왔듯 버프를 걸었고, 안유정 중위는 후방에서 활로 지원을 했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각자 역할을 하며 사냥을 했다.

그러다 보니 진우는 뒤에서 그저 가만히 지켜만 봤다.

“허, 참…….”

진우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몬스터는 박쥐였다. 그들의 공격 패턴은 천장에서 빠르게 떨어져 공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공격 패턴을 잃어버리자 당황했다. 그리고 벽으로 가서 어떻게든 기어 올라가 공격하려고만 했다. 하지만 천장으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강한 불길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박쥐들은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못하고 각성병사들의 플총에 구멍이 쓩쓩 뚫리며 속절없이 당해버린 것이다.

몇몇 박쥐들은 날아다녔다. 그들은 오래 날 수 없기에 다시 천장에 붙으려고만 한다. 그렇지만 그들 역시 불꽃과 열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또 지쳐 바닥에 떨어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박쥐 사냥은 매우 쉽게 할 수 있었다.

“와, 이거 너무 쉬운데.”

“맞습니다. 완전 꿀입니다.”

그렇게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첫 번째 박쥐굴을 완벽하게 쓸어버렸다.

-첫 번째 박쥐굴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클리어 시간 20분.

각성병사들은 클리어 시간을 보며 깜짝 놀랐다.

“와, 빠르다.”

“20분 만에 첫 번째 방을 클리어하다니…….”

대부분은 이런 일이 믿지 못했다. 물론 진우가 나섰다면 이것보다 상당히 더 빠른 시간에 클리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우는 자신이 나서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이러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되겠어.’

진우의 입가로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박진철이 나섰다.

“자. 첫 번째 박쥐굴 방으로 클리어했죠. 이런 식으로 하면 나머지 방도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번 박쥐굴에서는 부부대장님께 의지하지 말고 우리끼리 힘을 합쳐서 클리어할 수 있도록 해봅시다. 알았죠?”

“우오오오오!”

“알겠습니다.”

“절대 부부대장님께서 나서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각성병사들은 큰 의지를 다지듯 플총을 높이 들며 소리쳤다.

“자, 그럼 빠르게 두 번째 방으로 이동합시다.”

김슬기 대위가 나섰다.

“이동!”

그렇게 각성병사들이 두 번째 박쥐굴 방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도 똑같은 패턴으로 사냥을 시작했다.

한편, 게이트 밖에서는 언제나 그랬든 게이트 헌병대가 지키고 있었다.

김치석 대위랑 나성욱 소위가 게이트 탐지기 앞에 서서 바라봤다. 김치석 대위도 몇 번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오오, 지금 이거 첫 번째 방이 클리어된 거지?”

나성욱 소위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이 수치만 보고 정확하게 말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공략이 확실하게 되는 것 같긴 합니다.”

“대략 몇 번째 방이 클리어된 거야?”

“수치상 느껴지는 것은 3개의 방이 클리어된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곧 포탈이 열리겠네.”

“아마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김치석 대위와 나성욱 소위가 고개를 들었다. 포털이 열릴 곳을 바라봤다.

그들의 예상대로 잠시 후 ‘지지직’거리며 포털이 열렸다. 나성욱 소위가 바로 확인을 한 후 말했다.

“김 대위님. 포털 열렸습니다.”

“그래?”

김치석 대위도 포털을 확인한 후 시계를 봤다.

“벌써 포털을 생성시키다니……. 얼마나 걸린 거야?”

“대충 1시간 조금 넘은 것 같습니다.”

“와, 진짜 장난 아니네.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아니, 이 소령의 실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이런 속도를 내냐 말이야. 여긴 분명 B등급 게이트 아니야?”

“마, 맞습니다. 그리고 제가 얼핏 듣기로는 원래부터 저희 사단에서 이 소령님은 최고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원래 이 소령. B등급 아니었어?”

“아시지 않습니까. A등급은 대부분 서울로 빼돌린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항간에 도는 소문에는 말입니다. 이 소령님 게이트 안에서는 거의 A등급과 찜 쪄 먹는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그래? 그런데 왜 서울 안 간 거야?”

“이 소령님은 집이 보배그룹이지 않습니까.”

“아하, 하긴……. 여기 있어야지.”

“저도 아는 사람에게 들었는데 말입니다. 이 소령님 그레이 게이트에 갇히자마자 군에서 보배그룹과 바로 거래를 끊었다고 합니다.”

“뭐? 이런 미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부대원이 게이트에 갇혔는데 어떻게 그런 양아치 같은 짓을 하냐. 그게 누구야?”

“그게……. 작전 참모님입니……다.”

“참모님?”

“네. 그렇습니다.”

“하아,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그 양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때 단말기가 울렸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역시나 이준식 대령의 전화였다.

“하아…….”

김치석 대위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는 나성욱 소위를 보며 말했다.

“전화 좀 받고 올게. 확인 잘하고 있어.”

“네.”

김치석 대위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으로 이동하며 단말기를 받았다.

“통신보안. 김치석 대위입니다.”

-어떻게 됐어?

“지금 순조롭게 공략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 얼마나 걸릴 것 같은데?

“현재 수치로 보면 20% 공략이 끝난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 휴식 및 재정비시간까지 합하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뭐? 벌써 20%? 들어간 지 얼마나 되었는데.

“1시간 조금 넘었습니다.”

-1시간 조금 넘었는데 20%?

수화기 너머 황당한 이준식 대령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김치석 대위는 담담히 듣고 있었다.

사실 김치석 대위는 20%도 적게 잡았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준식 대령은 1시간에 20%, 대략 5~6시간 안에 클리어한다는 소리에 꽤 놀란 상태였다.

-알았어.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알겠습니다.”

바로 전화가 끊어졌다. 그러곤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김치석 대위였다.

“아니, 이 양반은 왜 만날 이러지?”

나성욱 소위가 어느새 다가와 투덜거리는 김치석 대위에게 말했다.

“진정하십시오. 어디 위에서 이러는 것이 한두 번입니까.”

“나 소위. 너도 플레이어 될 생각 없어?”

“저 말입니까? 왜 생각이 없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약점?”

“네. 피를 무서워합니다.”

“뭐? 군인이 피를 무서워하면 어떻게 해.”

“그래서 저 헌병대 왔지 않습니까. 그럼 김 대위님은요?”

“나도 노력해 봤지. 그런데 안 되더라. 내 아는 사람은 길 가다가 갑자기 게이트 홀에 빠져서 구조받고 나왔더니 플레이어로 각성하고 그랬다던데. 나는 그런 운도 없다.”

“그래도 김 대위님은 육사라서 좀 빠르지 않습니까.”

“진급이 빠르면 뭐해? 내가 평생 번 것보다 게이트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그냥 벌어버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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