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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119화 (119/177)

힘을 숨긴 귀환자 119화

13. 잘못 건드렸어(10)

“가자.”

김철수가 앞장서서 마그마 길드 사무실로 향했다. 그 뒤를 최대근이 터벅터벅 걸어갔다.

두 사람은 2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에 몇 명 숨어 있던 놈들이 있었지만 가볍게 제압을 했다.

“금고가 어디 있을까?”

김철수가 황영수의 사무실을 두리번거렸다. 최대근이 고개를 갸웃했다.

“나도 모르지.”

“하긴 내가 괜히 물었다.”

김철수가 한숨을 내쉬며 금고가 있을 만한 곳으로 갔다.

“이곳 어딘가에 있을 텐데······.”

김철수가 찾고 있을 때 최대근이 말했다.

“그냥 확 다 부숴 버리면 금고가 나오지 않을까?”

“야. 너는 어떻게 모든 것을 힘으로 하려고만 하냐.”

“찾기 귀찮잖아. 왜 굳이······.”

“됐어. 내가 찾을 테니까. 넌 그냥 가만히 있어.”

김철수가 한마디 하고는 금고가 있을 만한 곳으로 뒤졌다.

“으음······.”

그때 김철수는 진우가 했던 것을 떠올렸다.

“가만 대장이 이렇게 했었나?”

김철수는 눈에 잔뜩 힘을 줬다. 원래 진우는 먼 거리에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눈에 힘을 줬던 것이다.

그것이 생각이 나 김철수도 한번 따라 해봤는데 의외로 투시 능력이 발휘가 되었다.

“어라? 되네.”

“뭐? 뭐가 돼?”

최대근이 물었지만 가볍게 무시한 김철수가 그 투시 능력으로 사무실을 훑었다. 그때 한쪽 벽을 바라보던 김철수가 씨익 웃었다.

“찾았다!”

“뭐? 찾았어?”

“그래.”

김철수는 눈에 힘을 풀고 그 벽 쪽으로 걸어갔다. 손으로 통통 두드리자 살짝 가는 선들이 보였다. 그곳을 다시 몇 번 더 두드리자 벽이 확 젖혀졌다.

“여기 있네.”

김철수가 환한 얼굴로 금고를 바라봤다. 그 옆으로 최대근이 다가왔다.

“진짜네. 이야, 너 어떻게 찾았냐?”

“대장이 했던 것처럼 눈에 힘을 주면서 집중하니까 투시되던데?”

“뭐? 투시? 너 투시 능력도 있었냐?”

“어쩌다 보니······. 아, 몰라.”

김철수는 일일이 설명을 하려는 것이 귀찮았다. 손을 휙휙 저으며 금고 쪽으로 다가갔다. 그사이 최대근이 중얼거렸다.

“눈에 팍 힘을 주고 집중하라고?”

최대근이 눈에 힘을 줬다. 그런데 투시 능력은커녕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야, 나는 안 되는데······.”

“······.”

최대근이 중얼거렸지만 김철수는 금고에 집중을 하고 있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최대근은 머쓱한 얼굴로 가만히 김철수가 하는 것을 지켜봤다.

벽 뒤는 마치 비밀창고처럼 되어 있었다. 웃긴 것이 각종 보안장치들이 다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김철수 몇 번 조작을 하더니 작동이 멈춰 버렸다.

“어떻게 한 거냐?”

최대근이 물었다. 김철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별거 아니야. 잔뜩 보안장치만 달아났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야.”

“그래?”

최대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보안장치이니 말처럼 별거 아닌 것이 아니었다. 다만 김철수의 투시 능력으로 취약 부분을 캐치해 그곳만 잘라버리자 모든 보안장치가 작동이 멈춰 버린 것이다.

최대근은 어쨌든 금고 내부를 두리번거리며 탄성을 내질렀다.

“이야. 이 자식들. 여기다가 이런 것을 만들어놨어?”

“원래 뒤가 구린 놈들은 다 이렇게 뒷구멍을 파놓게 마련이잖아.”

“그렇지.”

“자, 얼른 챙기자.”

김철수의 재촉에 최대근이 서둘러 물건을 챙겼다. 이것저것 막 챙기는데 최대근이 말했다.

“야! 여기 봐봐.”

“뭐?”

“골드바, 골드!”

“골드바가 있네. 챙겨!”

“으흐흐흐. 여기 아이템도 있는데.”

“그것도 챙겨!”

김철수와 최대근은 닥치는 대로 챙겼다. 그러나 두 사람은 들고 갈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었다. 인벤토리가 있어도 거기에 넣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한참 챙기던 김철수가 잠시 금고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안 되겠다.”

“응?”

“밖에 나가서 가방이 있는지 찾아봐.”

“가방? 알았어.”

최대근이 금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커다란 게이트 전용 가방 두 개를 들고 들어왔다.

“오, 잘 찾았네.”

“구석에 있더라고.”

“나머지를 빨리 담자!”

“그래!”

두 개의 가방에 있는 물건들을 싹 쓸어 담았다. 분류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말이다. 그냥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다 담았다. 그런데 게이트 전용 가방 두 개도 모자랐다.

“야, 가방 더 있어야겠는데?”

“걱정 마. 게이트 전용 가방 많더라.”

“그래? 이 녀석들은 게이트에 들어가지도 못하면서 왜 가지고 있었데?”

“뭐, 기념으로 가지고 있었나 보지. 아무튼 가지고 올게.”

최대근은 밖으로 나가 게이트 전용 가방을 다 챙겨서 가지고 왔다. 그렇게 나머지 물건까지 다 넣고 보니 가방이 20개는 넘었다.

“이야. 이렇게나 많았나?”

“그러게······.”

김철수가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면서 슬쩍 최대근을 봤다.

“이거 어떻게 옮기지?”

“차로 옮겨야지. 밖에 트럭 있더라.”

“그래. 거기다가 옮기자.”

그렇게 두 사람은 트럭을 입구에 대고 가방을 하나씩 실었다.

“자, 이게 마지막이야.”

쿵!

“안 떨어지겠지?”

“줄로 묶으면 되지.”

마지막으로 가방을 줄로 묶어 이동 시 떨어지지 않게 했다.

“다 됐다.”

“그럼 가자!”

“그래.”

최대근이 운전석에 자연스럽게 앉고, 조수석에는 김철수가 앉았다.

“출발해.”

“오케이.”

최대근이 힘차게 액셀을 밟았다.

그렇게 트럭이 떠나고 30여 분이 흐른 후 검은 그림자 하나가 마그마 길드 사무실에 나타났다.

“뭐야? 어떻게 된 일이지?”

마그마 길드원들이 모두 쓰러져 있고, 주위는 망가져 있었다. 그는 재빨리 마그마 길드장의 사무실로 뛰어 올라갔다. 그곳에서 텅 빈 금고 내부를 확인했다.

“허, 허허허······.”

검은 그림자는 갑자기 헛웃음을 흘렸다.

“누구야? 누가 선수를 친 거지? 젠장 환장하겠군.”

잠시 멍하니 텅 빈 금고 내부를 바라보던 검은 그림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곳으로 플레이어 경찰이 들이닥쳤다. 지금까지 악행을 저질렀던 마그마 길드원 전원이 체포되었다.

진우는 이태경 회장을 데리고 집이 아닌 사우나로 갔다.

“아들 여긴······.”

“바로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요. 아빠 놀랐잖아. 이곳에서 몸도 좀 풀고······.”

“······그래, 그러자꾸나.”

이태경 회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사우나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자 절로 긴장되었던 근육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후우, 너랑 이곳에 몇 년 만에 같이 오는지 모르겠다.”

조금 전까지 납치당했었던 이태경 회장이지만 지금은 든든한 진우가 옆에 있어서 그런지 심신이 안정되어 있었다. 진우도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그며 눈을 감았다.

“그러게요. 고등학교 때에는 같이 종종 왔었잖아요. 회사가 커지고 난 후에는 거의 못 왔죠.”

“······미안하다.”

이태경 회장이 나직이 말했다. 감았던 눈을 뜬 진우가 말했다.

“뭐가요?”

“아니, 네 말 듣고 최명수 그 인간하고는 선을 확실히 그어야 했는데······. 후우. 그놈의 정이 뭔지······.”

진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정 때문은 아니었다. 워낙에 이태경 회장이 오지랖도 넓고 사람을 워낙에 좋아하기 때문에 확실하게 최명수 사장과 선을 긋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더 이상 최명수 사장과 엮일 일은 없었다.

“아빠.”

“응?”

“회사에 경호 인력을 더 보충하셔야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괜찮은 길드에게 경호 플레이어 좀 보내달라고 할 참이다.”

“아니면 제가 잘 아는 곳을 소개시켜 드려요?”

“됐다! 회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빠가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이태경 회장이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나 진우는 걱정이 되었다. 또 이런 일이 안 생기라는 보장은 없었다. 게다가 이런 플레이어 경호 업체는 등급이 대부분 낮은 편이었다.

말 그대로 게이트조차 잘 들어가지 못하는 D등급, E등급 이런 플레이어들이 먹고살기 위해 이쪽으로 뛰어들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경우에 크게 도움을 받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어쨌거나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이태경 회장이 탕에서 일어났다.

“나가자.”

“네.”

그리고 자신의 등을 진우에게 보였다.

“오랜만에 아들이 등을 밀어줬으면 하는데.”

진우가 피식 웃었다.

“그래요.”

진우가 이태경 회장의 등을 때수건으로 밀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때는 그렇게 나오지는 않았다. 그저 세월의 흔적을 직접 볼 뿐이었다.

“때가 좀 나오냐.”

“아뇨. 하나도 안 나오네요.”

“그래? 이상하네. 한동안 때를 밀지 못했는데······.”

“때가 안 나오면 좋은 것 아니에요?”

“그렇지. 이제 이 애비도 나이가 들어서 피부 노화 때문에 죽은 피부가 없나 보다. 허허허······.”

이태경 회장이 크게 웃었다. 진우는 그런 이태경 회장의 웃음에 말없이 등만 밀었다.

“요즘 회사는 어때요?”

진우가 슬쩍 물었다. 이태경 회장이 미소를 보였다.

“회사? 요즘 너 때문에 다시 잘 되고 있다.”

“이야. 우리 아빠 이러다가 강원도에 있는 돈을 다 쓸어 담는 거 아니에요?”

“허허허, 그러기야 하겠냐. 그래도 너희 부대에서 좋은 부산물들이 잔뜩 들어와. 덕분에 우리 돈 좀 벌고 있는 거지.”

“그래요?”

“그래. 그런데 아들.”

“네.”

“너희 부대에 괜찮은 플레이어가 들어왔어? 아니면 게이트 공략을 많이 하나 봐.”

“아, 네에······. 그렇죠.”

진우는 차마 그 모든 부산물이 자신 때문에 생겨났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아무튼 좋아. 옛날보다 부산물들 질이 아주 그냥 좋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아마도 지난 블랙 게이트 때문에 못한 게이트 공략을 활발히 해서 그럴 거예요.”

“그래. 이렇게만 해준다면야 엄청 좋지.”

“네. 그래요.”

진우가 미소를 보였다. 어쨌든 자신이 열심히 하면 아버지가 보배그룹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더욱 열심히 해야겠네.’

“됐다. 너도 등을 대라. 이 애비가 오랜만에 밀어주마.”

“괜찮아요.”

“어허······.”

“네에······.”

진우가 몸을 돌려 앉았다. 이태경 회장은 진우의 하얀 등을 바라보았다.

“자, 오랜만에 우리 아들 등을 밀어볼까?”

그러면서 옆에 있던 뜨거운 물을 등에 쫘악 뿌렸다.

“아, 뜨뜨뜨거!”

진우는 갑작스러운 뜨거운 물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녀석아. 뭐가 뜨겁다고 엄살이야.”

“아버지 엄청 뜨거워요. 내 피부가 얼마나 민감한데. 봐봐요. 벌써 익지 않았어요?”

자신의 등을 고개로 휙휙 돌리며 확인하려 했다. 이태경 회장은 그런 진우의 모습에 바로 핀잔을 줬다.

“이놈아. 엄살 그만 피우고 앉아! 이렇게 살을 불려야 때가 잘 밀려.”

“아빠, 저 때 없어요. 안 나온다니까요.”

“그거야 밀어보면 알지.”

진우가 투덜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태경 회장의 힘찬 때수건이 왔다 갔다 했다.

“와? 때 나오는 거 봐라. 아주 지우개가 따로 없네.”

“네에? 마, 말도 안 돼. 저 매일 샤워해요.”

“샤워랑 목욕이랑 같아?”

“그래도······.”

다시 한번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러자 또다시 화끈거리는 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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