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숨긴 귀환자 107화
12. 봄날은 간다(7)
한선영이 입을 열었다.
“사실 거기 사람이 워낙에 많아서 유진이하고 친해진 건 얼마 되지 않았어.”
유지태 중위가 말했다.
“거기 단체에 사람 엄청 많지 않아?”
“많지. 어떤 날에 가면 100명도 넘게 있어. 사람들도 매번 바뀌고.”
“그래? 그런데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유지태 중위가 의문을 가지며 고개를 돌려 조유진을 봤다. 조유진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같이 팀이 되었는데 말을 하다 보니 나이도 같고, 얘기도 통하고 해서 친하게 되었지.”
“아, 그렇구나.”
유지태 중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유진을 봤다.
“유진 씨도 봉사활동 자주 나가시나 봐요.”
“네. 저희 오빠도 플레이어거든요.”
“아, 그래요? 오빠는 어느 길드에 계세요?”
“길드요?”
조유진이 말을 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애써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죽었어요.”
“아······ 죄송합니다.”
유지태 중위가 바로 당황해하며 사과했다. 한선영이 그런 유지태 중위의 옆구리를 툭 쳤다.
“자기는 무슨 그런 말을 해. 미안해, 유진아. 내 남자 친구가 잘 몰라서 물어본 거야. 내가 얘기를 안 했어.”
“아니야. 너도 몰랐던 얘기잖아.”
조유진이 멋쩍게 웃으며 넘어갔다. 유지태 중위는 살짝 민망한지 화제를 돌렸다.
“여기 좀 덥네요. 그보다 우리 부부대장님께서 오실 때가 되었는데······.”
유지태 중위는 말을 하면서 슬쩍 입구 쪽을 바라봤다. 조유진도 그런 유지태 중위의 행동에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만 짓고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조유진이 궁금증이 생겨서인지 바로 물었다.
“그런데 그분 계급이 부부대장님이세요?”
한선영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아니. 계급은 소령! 거기 군대에 각성부대라는 부대가 있는데 거기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사람. 부부대장!”
“아. 그렇구나. 그래서 부부대장으로 불리는구나. 그럼 부대장님은 따로 계셔?”
“있긴 한데······. 내가 알기론 현재 부부대장님께서 다 관리한다고 하던데. 그렇지, 자기야?”
“어어. 우리 자기는 한 번 얘기를 했는데 다 이해를 했네.”
“당연하지. 남자 친구 일하는 곳인데 당연히 기억을 해야지.”
그럼 두 사람의 꽁냥꽁냥거리는 모습에 조유진은 살짝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부럽네.’
그러고 있는데 커피숍 입구가 딸랑딸랑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으로 체격 좋은 사람이 멋진 정장 차림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조유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 왔다······.”
조유진은 한눈에 그가 자신의 소개팅 남이라는 것을 알았다. 조유진의 중얼거림을 들은 유지태 중위도 시선을 그쪽으로 향했다.
“진짜 오셨네.”
유지태 중위가 바로 표정을 밝게 하며 손을 흔들었다.
“부부대장님. 여기입니다.”
“그래. 유 중위.”
진우도 손을 들어 화답을 한 후 그곳으로 갔다. 진우가 자리에 앉아 바로 사과를 했다.
“미안합니다. 제가 좀 늦었죠?”
“아니에요. 시간 딱 맞춰서 오셨어요.”
“제가 이 근처를 잘 돌아다니지 않아서 한참 헤맸습니다. 하하하······.”
진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슬쩍 한선영을 바라봤다.
“그럼 이분이 유 중위의······.”
“네. 안녕하세요. 한선영입니다.”
한선영은 최대한 조신하게 인사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남자 친구, 그것도 예비 남편의 상관이었다.
당연히 잘 보여야 했다. 하물며 유지태 중위가 집에 오자마자 진우에 대해서 자랑을 늘어놨다.
“나 우리 부부대장님만 따르면 엄청 성장할 거야. B등급은 물론 A등급까지 빠르게 올라갈 거야. 그분만 믿고 따르면 돼.”
그런 유지태 중위의 대답을 듣고 한선영도 꿈을 꿨다. 기왕 플레이어의 아내로 살기로 한 거 남편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좋은 것이었다. 그만큼 위험부담도 줄어들고······.
‘그래, 이분하고 있으면 죽지는 않는다고 했어.’
방금 전 조유진의 오빠가 게이트 안에서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진우에게 더 잘 보이고 싶었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부부대장님.”
“아닙니다. 듣던 대로 상당히 미인이십니다.”
“어? 저희 오빠가 그런 소리도 해요?”
“어후, 유 중위는 쉬는 시간마다 선영 씨 얘기를 합니다.”
“어멋! 정말요?”
유지태 중위가 멋쩍게 웃었다.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진우가 그렇게 얘기를 해주니 한선영은 내심 기분이 좋았다. 가만히 듣고 있던 조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하고는 인사 제대로 안 했는데요.”
“아, 죄송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진우라고 합니다.”
진우는 인사를 하며 조유진을 바라봤다. 조유진도 조신하게 인사를 했다.
“네. 반가워요. 조유진이에요.”
그녀가 인사를 하는 와중에도 진우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사진으로 봤던 것도 예뻤지만 지금 앞에 앉은 조유진이 오히려 더 예뻤다.
‘사진발인 줄 알았는데······.’
진우는 엄청 예쁜 그녀를 보며 속으로 기분이 좋았다. 조유진 역시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듬직해 보이는 진우를 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럼 우리 식사부터 할까?”
진우가 슬쩍 유지태 중위를 보며 말했다. 유지태 중위가 바로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불러 식사를 주문했다. 그전에 이런저런 얘기도 나눴다.
“두 분 덕분에 제 입이 호강하네요.”
한선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조유진이 의문을 가지며 물었다.
“이런 곳에 자주 안 와?”
“어어······. 우리는 지금 봐둔 집이 있어서. 거기 들어가야 해서 지금 열심히 모으는 중.”
유지태 중위가 한선영의 말을 거들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제 여친이 워낙에 알뜰합니다.”
그런 두 사람은 진우는 흡족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진우가 만난 여자들은 어떻게든 뜯어 먹으려고 하는 사람들뿐이었다.
“유 중위 정말 좋은 분을 만났네.”
“아, 네에. 그렇죠.”
“그런데 두 사람 언제 결혼해요?”
진우가 물었다. 한선영이 바로 웃으며 말했다.
“양가 부모님 허락은 받았고요. 결혼을 생각 중이긴 한데요. 조금 더 모아서 가려고요. 당분간은 오빠도 바쁠 것 같고요.”
한선영이 씨익 웃으며 진우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뜻인 줄 아는 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다른 것은 몰라도 빨리 진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어멋! 부부대장님. 정말 감사해요.”
한선영이 환하게 미소를 보였다. 그렇게 세 사람이 하하호호 할수록 조유진은 약간 소외받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이것이 정말로 소개팅 목적이었다면 조유진은 상당히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그러나 조유진은 조용히 진우를 관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소문에는 까칠하고 성격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하던데······. 지금 보니 소문은 믿을 것이 못 되는 것 같은데. 아니면 블랙 게이트 들어갔다가 나와서 성격이 좋아진 건가?’
조유진은 마음 같아서는 블랙 게이트에 관한 것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그런 조유진을 힐끔 바라본 유지태 중위가 말했다.
“자기야. 지금 소개팅 자리인데 우리가 말이 너무 많았다.”
“어멋! 그러네.”
“우리 얼른 먹고 일어나자.”
“알았어.”
그러자 바로 조유진이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니야. 유진이 넌 무슨 소리야. 소개팅 자리에서······. 민폐야. 민폐!”
유지태 중위도 거들었다.
“맞습니다. 두 분이 잘되어야지요. 나중에 커플끼리 데이트를 하죠. 그렇죠?”
“그러네, 자기야.”
한선영이 또 바로 호응을 해줬다. 유지태 중위가 슬쩍 조유진에게 다가가 낮게 중얼거렸다.
“사실 말이죠. 우리 부대에 부부대장님 노리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렵게 소개팅 자리를 만든 거예요. 그러니 유진 씨가 잘 좀 봐주세요.”
“네, 알겠어요.”
조유진이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유지태 중위와 한선영은 빠졌다. 진우와 조유진 두 사람은 근처 커피전문점으로 향했다.
“코스가 뻔한가요?”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도 저도 조용한 곳에서 차를 마시고 싶었어요.”
“아, 그런가요.”
진우도 웃으며 대답했다.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 차를 주문했다. 먼저 진우가 입을 열었다.
“저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아실 것 같고. 유진 씨는 어떤 일을 하세요?”
“아, 저는······ 작은 사업체 하나 운영하고 있어요.”
“사업체요?”
“네. 그렇다고 큰 것은 아니고요. 개인 사업 작게 운영하고 있어요.”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것을······.”
“액세서리 종류요.”
“아······. 액세서리. 혹시 게이트 관련해서······.”
“네. 그런데 돈을 크게 버는 것은 아니고요.”
“오, 그러시구나. 혹시 물건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좋은 거래처 알려드릴게요.”
조유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혹시 보배그룹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진우 씨 만나러 나오는데 당연히 공부 좀 했죠.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그냥 쫙 나오던데요.”
“아. 그러시구나. 혹시 저 그 일 때문에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그 일도 알고 계세요?”
“그레이 게이트 말씀이시죠?”
“네.”
“얘기는 들었어요. 그게 진우 씨 잘못은 아니잖아요.”
진우는 그런 조유진의 말에 살짝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자신이 그레이 게이트에서 나왔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다. 하지만 조유진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진우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사실 이 소개팅 조금 망설였어요. 처음에는 그냥 욱하는 마음에 나왔는데······. 지금은 왠지 잘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진우는 살짝 자신의 진심을 내비쳤다. 그 얘기를 들은 조유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괜찮으시면요.”
“네.”
“그레이 게이트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살짝 들려주실 수 있나요?”
“그레이 게이트에서요? 으음······. 별로 재미는 없을 것 같은데요.”
진우가 조금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조유진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니, 자세하게는 듣고 싶은 것은 아니고요. 저는 플레이어가 아니기도 하고, 단순히 궁금해서요. 블랙 게이트는 뭐고, 그레이 게이트는 또 뭔지······. 사실 아직 잘 모르겠거든요.”
“아······.”
진우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슬쩍 얘기를 해줬다.
“게이트는 알죠?”
“네.”
“그럼 블랙 게이트에 대해서 조금 얘기를 하자면. 처음에는 블랙 게이트로 시작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각자만의 고유한 마나 파장을 가지게 됩니다. 보통 그 과정에서 등급이 나뉘게 되는 겁니다.”
“네에. 거기까지는 저도 대충 알고 있어요.”
“그래요? 그런데 블랙 게이트 같은 경우는 게이트가 생성되고 나서 시간이 지나도 등급이 설정이 되지 않아요. 미확인 게이트가 바로 블랙 게이트라고 합니다.”
“정리를 하자면 모든 게이트는 블랙 게이트에서 시작을 하지만 그중 일부는 등급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거죠.”
“오, 역시 사업을 하셔서 그런지 바로 이해를 하네요.”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면 어떤가요? 보통 일반 게이트에는 많이 들어가셨다고 하셨는데. 뭐가 다르죠?”
조유진이 눈을 반짝이며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를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