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09. 현질의 맛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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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현질의 맛
1
S급 몬스터 핵의 거래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간 진우 일행을 담당 매니저인 손미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래는 잘 마쳤습니까? 고객님.”
“네.”
“그럼 어떻게 안내를 해드릴까요?”
“일단 밥 좀 먹고 쇼핑을 했으면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절 따라오시죠.”
진우의 요구를 들은 손미현은 기분이 좋았다.
매니저들은 VVIP 응대를 할 경우 그들이 얼마를 쓰느냐에 따라 자신의 보너스가 붙는다.
고객들 중에는 물건만 정리하고 훅 하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나중에 찾아올 것을 대비해 응대를 하지만 담당 매니저에게 떨어지는 돈은 얼마 없었다.
하지만 진우처럼 고객이 이곳 디카페인에서 소비를 한다면 그 소비 금액의 1% 정도가 보너스로 떨어진다. 그래서 손미현은 VIP 응대를 위해 악착같이 비위를 맞춘 것이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후, 그냥 가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손미현이 가슴에 손을 살짝 올리고는 가려는데 진우가 입을 열었다.
“아. 잠시만요.”
“네?”
손미현이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며 고개를 돌렸다. 진우는 곧바로 박진철에게 말했다.
“형. 계좌번호 좀 요.”
“응?”
“계좌번호 달라니까요.”
“왜? 진짜 수수료 주게?”
“주겠다고 했잖아요.”
“내가 한 것도 없는데 수수료 받아도 되겠냐?”
“됐으니까 주세요.”
박진철이 계좌번호를 슬쩍 알려줬다.
“진우야. 그냥 조금만 줘. 1%만 줘.”
그러자 옆에 있던 안미숙이 박진철의 등을 때렸다.
쫙!
“아얏! 왜?”
“미쳤어!”
“으응? 왜? 더 받아야 해?”
“뭘 더 받아! 양심도 없어? 솔직히 너나 나나 이곳에 와서 한 것이 뭐가 있다고 그래. 1%라고 해도 8억이 넘는데.”
“그런가?”
“그래! 진우야. 그러지 말고 1억만 줘. 아니지 1억도 너무 많나?”
안미숙이 혼잣말로 이랬다저랬다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좀 미안했다.
디카페인의 VVIP 출입증도 진우 때문에 받았고, 게다가 그 비싼 차도 받지 않았나.
이곳에 같이 온 이유도 뭔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주려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어려운 일도 없었다.
자기들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받기가 좀 미안했다.
하지만 진우는 이미 강힘길드를 돕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형, 누나! 괜찮아요. 아까 말했잖아요. 내가 운영비 댄다고.”
“진짜? 그 말 진심이었어?”
“그럼요. 나라고 언제까지 군대에 있겠어요. 나오면 강힘길드 가야죠. 저 받아줄 거죠?”
박진철이 바로 굽실거렸다.
“아이고 그럼요. 오시면 바로 제가 길드장 자리를 내놓겠습니다.”
“어후, 형. 길드장은 형이 하시고, 저는 편안하게 레이드만 하면 돼요.”
그리고 진우는 박진철의 계좌로 돈을 보내줬다. 원래는 10%를 보내주기로 했다.
처음 약속이 그러했으니 말이다.
‘10%면 85인데······.’
진우는 85억에 끊기에는 좀 그랬다.
‘그래. 인심 썼다.’
진우는 과감하게 15억을 더 보태 100억을 맞췄다.
띠링!
박진철의 핸드폰에서 소리가 들렸다. 박진철이 바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순간 박진철이 화들짝 놀라며 보고 있던 핸드폰을 놓치고 많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손미현이 재빠른 동작으로 떨어지는 핸드폰을 낚아챘다. 옆에 있던 안미숙은 인상을 썼다.
“지금 뭐 하는 거야? 핸드폰 바꾼 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안미숙이 손미현에게 핸드폰을 받은 후 문자를 확인했다.
화면에는 진우가 입금한 돈이 찍혀 있었다.
“어디 보자. 일, 십, 백, 천, 만, 십만······. 억, 십억, 백······ 백억?”
안미숙이 놀란 눈으로 진우를 바라봤다. 진우가 씨익 하고 웃었다.
“원래 진철이 형이랑 약속한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마세요.”
박진철이 안미숙에게서 다시 핸드폰을 빼앗았다. 재차 확인을 해봐도 0의 개수는 변함이 없었다.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구나.”
박진철은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러곤 진우를 와락 끌어안았다.
“이 귀여운 자식!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자식! 이리 와, 이 형이 뽀뽀해 줄게.”
박진철이 입술을 모으더니 진우에게 달려들었다. 진우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어? 하지 마요.”
“진우야. 괜찮아. 형이 너 귀여워서 그래.”
“하지 말라고요. 저리 가요.”
“진우야······.”
박진철은 솔직히 지금 상황이 꿈만 같았다.
길드를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통장에 100억이라는 금액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나마 길드가 여유로울 때, 괜찮았을 때 50억 정도가 한계였다.
그때 50억이 찍힌 통장을 보면서 안미숙과 조촐하게 파티를 했었다.
‘그랬는데······. 100억이라니······. 그냥 운전 조금 한 것 가지고 100억.’
심지어 10억짜리 차도 거저 받았다.
박진철은 인생에 이런 날이 올까 싶었다.
안미숙이 진우를 보며 물었다.
“진우야. 이렇게 줘도 괜찮겠어?”
“뭐가요?”
“아니 그래도 우리에게 이렇게 많이 써도 돼?”
안미숙은 내심 걱정이 들었다.
진우가 이번에는 운이 좋게 다운 게이트에 들어가서 S등급 몬스터를 잡았다고는 하지만 이런 행운이 또 찾아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초대형 길드나 대기업 공략대들도 1년에 한 번 S등급 게이트를 공략하기가 쉽지 않은 판이었다.
심지어 진우는 군인이고 또 이런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을지 장담은 어려웠다.
그러면 이때 좀 아끼고 나중을 위해 개인 스펙업을 하기도 해야 하는데 이런 데 100억을 써버려도 되나 싶었다.
진우는 그런 안미숙이 고마웠다. 진우가 피식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미영이 같았으면 100억을 받고도 뭐라도 더 뜯어내려고 난리를 쳤을 텐데······. 미숙이 누나와 진철이 형은 한결같아서 좋다.’
진우가 입을 열었다.
“미숙이 누나. 내가 좀 더 충격적인 얘기를 해줄까요?”
안미숙이 깜짝 놀랐다.
“왜? 뭐? 혹시 사고 쳤니?”
박진철이 바로 끼어들었다.
“너 설마 김미영 다시 만나기로 했어?”
“아이, 진짜······. 형! 내가 김미영 얘기 꺼내지 말라고 했지.”
“미안, 미안! 충격적인 얘기라고 하니까. 뭔데?”
“형. 지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그게 무슨······.”
“앞으로 돈이 더 들어갈 수 있다는 거죠.”
그 말에 박진철과 안미숙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런 두 사람의 놀라는 모습을 보며 진우가 피식 웃었다.
많은 궁금증을 안고 세 사람은 일단 식당으로 향했다.
평소였다면 안미숙과 함께 저렴한 식당을 찾아가려고 노력을 했을 것이다.
정해진 운영비는 빠듯하고, 어차피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은 다만 배를 불려주는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둘이기에 먹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고, 먹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우는 알고 있다. 실제로 박진철과 안미숙이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진우는 박진철과 안미숙이 음식값을 아끼려고 하면 자신이 내려고 식당가로 내려와 괜찮은 가게가 있나 찾았다.
그런데 박진철이 진우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진우야. 가자! 따라와.”
“네?”
“저기로 가자고.”
“어디······.”
진우가 의문을 가지며 두 사람을 따라갔다.
그들이 향한 곳은 디 카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이었다.
그것도 미슐렝에서 별 3개를 받은 곳이기도 했다.
“응? 이런 곳도 있었나?”
진우는 솔직히 어떤 음식점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박진철은 알고 있었다. 예전 자신이 이곳에 왔을 때 들었다. 저 레스토랑이 엄청 유명하다는 것을 말이다.
한 끼 식삿값으로 수백만 원이라고 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서 가야겠다 다짐을 했었기에 기억을 하고 있었다.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한 진우가 박진철을 붙잡으며 물었다.
“형. 여기 가게요?”
“어!”
“여기 꽤 비싸 보이는데요.”
“야. 너에게 받은 것이 있는데 이 정도 대접을 못 할까.”
“형. 안 그래도 돼요. 마음만 받을게요. 그냥 우리 적당히 먹어요.”
안미숙이 끼어들었다.
“아니야, 이진우. 우리도 염치가 있는데 이 정도는 사야지. 안 그래, 자기?”
“그럼! 인간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 들어가자!”
박진철과 안미숙이 선두에 서서 당당히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정갈한 정장 차림의 사내가 손을 들어 막았다.
“손님, 혹시 예약하셨습니까?”
그 사내가 얘기를 하며 위아래를 훑었다. 세 사람 모두 편안한 차림이었다.
가끔씩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옷차림을 보고 적당히 입구 컷을 하는 것이 정장 차림 사내의 역할이었다.
박진철이 고개를 갸웃했다.
“예약은 따로 안 했는데. 예약하지 않으면 못 먹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세 분이 다입니까?”
“네.”
“그럼 저희가 테이블을 준비하는 동안 메뉴판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 직원이 메뉴판을 내밀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한 장을 펼쳤다. 그곳에는 오늘의 코스요리라고 적혀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밑으로 작은 글씨로 메뉴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지나자 정식 코스요리의 금액이 찍혀 있었다.
-정식 코스요리 199만 원(부가세 별도)
안미숙은 순간 입이 쩍 벌어질 뻔한 걸 꾹 잡으며 말했다.
“자기야······.”
만약 이 두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이곳에 와서 가격을 확인했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100억을 받아서일까?
안미숙이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응!”
“그런데 이 정도의 금액에 맞는 맛일까?”
“글쎄다. 지난번에 듣기로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하던데.”
“오, 그 정도로 맛있어?”
“그렇다네.”
“그럼 먹자!”
“그러자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직원이 살짝 놀란 듯했다.
‘뭐지? 그 가격을 보고 전혀 동요하지 않아? 정말 돈이 있다는 거야?’
그러고 있는데 저 뒤쪽에서 손미현이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V자를 보이며 그 세 사람을 다시 가리켰다.
레스토랑 입구를 지키던 직원이 그제야 세 사람이 VIP 고객임을 알고 표정을 확 바뀌었다.
“지금 안에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레스토랑 내부는 무척이나 화려했다. 몇몇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진우 일행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힐끔거렸다.
다들 고급스러운 옷들과 명품으로 치장된 옷들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세 사람을 보며 살짝 인상을 썼다. 마치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진우는 그런 시선들이 영 불편했다.
“형. 그냥 우리 편안하게 먹자니까.”
박진철이 그런 진우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진우야. 즐겨! 우리가 또 언제 이런 곳에서 밥을 먹겠냐. 디 카페인에 매번 오는 것도 아니고 잘 해봐야 1년에 한두 번 오는데 이런 데 밥도 먹어보고 해야지. 그리고 너야 어차피 금수저 아니야. 설마 너 이런 곳 처음이니?”
“형! 진짜 우리 집 이 정도는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저는 군대에 있었잖아요.”
“하긴 그렇지.”
박진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된 자리로 가서 앉았다 곧바로 종업원이 나타났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우리 그냥 코스로 먹자.”
“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