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08. 블랙마켓에 어서오세요 (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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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아이템 거래소는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얼마 되지 않은 초짜들을 위한 거지. 답답하다. 답답해.”
“뭘 또 그렇게까지 답답해해요?”
“진우야. 형이 지금부터 기똥찬 비유를 해 줄 테니까 잘 들어봐. 너 게이트에 들어갔어. 거기서 몬스터를 잡았네? 근데 핵을 찾는데 핵이 안 보여. 그럼 넌 어떻게 해?”
“어떻게 하긴요. 핵이 나올 때까지 헤집어야죠.”
“그래.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어?”
“아니죠.”
“보통 처음에 잡았어. 그런데 핵이 안 보여. 그럼 이 몬스터는 핵이 없나? 그렇게 하고 넘어가지. 하지만 게이트에 있는 몬스터들 중에 핵이 없는 몬스터는 없지.”
“네. 그렇죠.”
“분명 일반적으로는 가슴이나 배 쪽에 핵이 존재를 해. 경우에 따라서는 머리 쪽에 있기도 하잖아. 그렇잖아?”
“네.”
“그런데 가끔 엉뚱한 곳에 핵을 품은 놈들이 있어요. 그럼 그 놈들 핵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
“해봐야죠. 그러면 알게 되니까요.”
“그래. 그렇게 경험을 쌓고 하다 보면 남들이 못 찾는 핵을 찾는 거야. 이거랑 똑같다는 거지.”
“그러니까 편안하게 아이템 거래소에서 아이템을 사면 초짜고 발품도 팔고, 고생도 해가면서 좀 더 싼 가격에 좋은 아이템을 구입해야 진짜 플레이어다?”
박진철이 바로 답했다.
“딩동댕!”
“에이, 형! 그럴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낫지 않아요?”
솔직히 진우도 박진철이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게이트 부산물처럼 발품을 팔면 팔수록 싼 것도 없다.
박진철이 아이템을 잘 팔아먹는 이유 중 하나가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하는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그 아이템이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아이템의 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잘 찾아보면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고가의 아이템을 싼 가격에 내놓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그 아이템 가치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검이 필요한 근접형 플레이어가 마법형 아이템을 얻었는데 부피도 크고 그걸 들고 가기 귀찮다고 판단되면 습득하지 않고 버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마법 아이템 하나를 팔아서 검부터 시작해 모든 무구를 세트로 장착할 수 있다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마법 아이템을 가져가려 들 것이다.
플레이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경험을 해보고, 겪어보고 그렇게 쌓이다 보면 성장을 하고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박진철은 아직도 진우가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우야. 너 안 되겠다. 빨리 군에서 제대하고 나와라. 나랑 같이 일 좀 하자.”
“형! 저 플레이어 짬도 6년이나 돼요.”
“어이쿠. 6년? 대단하십니다. 진우야 네가 우리 길드에 처음 왔을 때 내 짬이 10년 정도 되었거든.”
“진짜요? 이야, 오래되었네요.”
박진철은 진우보다 정확하게 10살 정도 많았다. 물론 박진철이 진우와 비슷한 시기에 플레이어로 각성을 했지만 그 전부터 훨씬 많은 경험을 쌓은 것이다.
“저도 10년 차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리고 형만큼 플레이어 생활 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기겠죠.”
진우는 사실 태생이 부유하게 살아서인지 몰라도 박진철처럼 아등바등하며 플레이어 생활을 하고 싶진 않았다. 또한 그럴 생각도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박진철은 블랙 게이트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녀석이 아직까지 금수저의 마인드를 버리지 못한 것에 한탄스러웠다.
“아니지. 아니야. 진우 너 나에게 아직 배울 것 많다. 안 되겠어.”
박진철이 예전 길드에 있을 때처럼 잔소리 시동을 걸려고 하자 냉큼 화제를 전환시켰다.
“그런데 형. 우리 가는데 블랙마켓 이름이 뭐예요?”
“내가 말 안 해줬나?”
“말 안 해줬는데요.”
“그렇구나. 우리 지금 가는 블랙마켓 이름이 디카페인이야.”
“디카페인? 무슨 커피숍이에요.”
박진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많이들 그렇게 생각을 해.”
왜 블랙마켓 이름이 디카페인인지에 대해 알고 있는 플레이어는 많지 않았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박진철조차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그도 알 수가 없었다. 박진철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름이 디카페인이었다.
다만 박진철이 알고 있는 것은 디카페인은 대한민국에 있는 스무 곳의 블랙마켓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거래가 확실한 곳이라는 것이다. 또한 볼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했다.
“아무튼 디카페인 가면 내 뒤 잘 따라다녀. 괜히 딴 곳에 정신 팔려 있다가 길 잃으면 큰일 난다.”
“형. 그런 얘기는 이제 막 플레이어가 된 애들에게나 하고요. 도대체 형은 절 뭘로 보는 거예요.”
“뭐로 보긴, 막냉이로 보지!”
막냉이라는 말에 진우가 피식 웃었다. 처음 진우가 강힘길드에 들어갔을 땐 어린 축에 속했다. 물론 진우와 같은 나이도 있었고, 더 어린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일찍부터 플레이어로 활동을 해왔기에 자연스럽게 진우가 막내로 불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막내가 막냉이가 됐는데 진우는 처음에 그렇게 불리는 것이 너무 싫었다. 왠지 무시하는 것 같고 애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때 당시 모든 플레이어가 각성하고 나면 뭐라도 된 것처럼 우쭐대듯이 진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막내이기 때문에 실수를 해도 용서를 해주고, 배려를 해주고, 좀 더 챙겨주는 박진철의 모습에 막내라는 이름에 정을 느꼈다.
군대로 따지면 관심병사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군대에서의 관심병사는 안 좋은 쪽으로 왕따를 당하거나, 무시를 당했다.
그러나 가족 같았던 강힘길드에서는 막내라는 이유로 많은 편의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솔직히 김미영과 눈치를 보지 않고 연애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다른 플레이어들이 막내라고 이해를 해주고 그랬던 영향도 있었다.
“에헤이. 제가 무슨 아직까지 막냉이에요.”
“그럼 우리 사이에는 아직도 막냉이지. 아니야?”
“형하고 누나는 나보다 10살이나 많은데. 그렇게 따지면 당연히 내가 막내는 맞죠.”
“진우야. 부모에게 자식은 평생 어린애인 것처럼. 나에게도 마찬가지야. 진우 너는 나에게는 평생 막냉이야. 그러니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서 내 말 잘 들어.”
“네네.”
진우는 더 이상 말을 했다가는 더욱 안 될 것 같아 바로 대답을 했다. 박진철이 룸미러를 통해 찝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우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안미숙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참, 자기야!”
“응?”
“출입증은 챙겼지?”
“그럼 당연하지. 내가 설마 그걸 빼먹었을까 봐.”
진우가 물어보고 싶었던 걸 안미숙이 확인을 해주자 그제야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시트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창밖을 내다보며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4시간을 달린 차가 블랙마켓 디카페인에 도착을 했다.
“진우야. 저기다.”
박진철이 손가락으로 블랙마켓 디카페인 입구를 가리켰다.
“저기요?”
디카페인을 처음 본 진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블랙마켓이라고 해서 지하 도박장 같은 이미지를 생각했었다. 뭔가 어둠의 뒷골목 같고, 입구는 건장한 사내들이 지키고 서 있는 뭐 그런 모습 말이다.
그런데 지금 진우가 보고 있는 디카페인은 약간 허름하긴 했지만 번듯한 건물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입구에는 건장한 사내들이 지키고 서 있긴 했지만 뭔가 생각했던 것과는 느낌이 좀 달랐다.
“블랙마켓이라면서요.”
“맞아. 블랙마켓!”
“블랙마켓이 이렇게 대놓고 장사를 한다고요?”
“에헤이. 이 녀석 또 문명과 한참 떨어진 얘기를 하네. 블랙마켓이 양지화된 지가 언제인데? 그리고 디카페인은 다른 블랙마켓이 사고를 칠 때도 세금은 물론 그 어떤 불법 없이 잘해왔어. 그래서 플레이어들에게도 나름 성지 비슷한 곳이기도 해. 정부에서도 디카페인만큼은 건드리지도 않지. 그러니 다른 블랙마켓처럼 똑같이 생각하면 안 돼.”
“그래요?”
“아무튼 빨리 들어가자. 이러다 하루 다 지나가겠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후 5시 반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안미숙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전에 우리 뭐 좀 먹고 들어가면 안 될까?”
“왜? 배고파?”
“응. 우리 오면서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
그러자 진우가 바로 반응했다.
“와, 누나. 아무것도 안 먹기는요. 간식 누나가 다 먹었거든요.”
“얘는······. 그건 식사가 아니라 간식이고. 밥을 먹어야지. 너도 참······. 그래서 어디 여자를 만나겠어?”
안미숙의 말에 진우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박진철을 바라봤는데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 배신자······.’
진우가 속으로 부글부글거렸다. 박진철은 그런 줄도 모르고 바로 호응을 했다.
“그렇지. 간식은 간식이고 밥은 밥이지. 진우 너는 그것도 모르냐! 하긴 그러니까 미영이랑······.”
“에이씨. 형!”
“미안, 농담이야. 그런데 자기 걱정하지 마. 여기 디카페인 안에 있는 식당들도 장난 아니게 맛있어.”
“정말?”
“응! 거기다가 디카페인 안에 있는 음식들 가격도 엄청 싸.”
“그럼 빨리 들어가자!”
안미숙이 신나 하며 앞장섰다. 그런데 입구 쪽을 지키고 서 있던 건장한 사내가 앞을 막아섰다.
“출입증을 제시해 주시겠습니까?”
디카페인 출입증은 보통 대형길드나 혹은 이전에 디카페인에서 어느 정도 금액 이상의 소비를 한 사람에게 주어졌다.
박진철은 과거 지인을 따라서 디카페인에 들어갔다가 스킬을 몇 개 구입하면서 그 조건을 만족시켰다. 그래서 출입증이 발급된 것이다.
“출입증 여기요.”
박진철은 당당하게 카드를 내밀었다. 그런데 갑자기 경비원이 카드를 보면서 말했다.
“아······. 죄송한데 이건 지금 사용이 안 됩니다.”
“네? 그게 무슨······.”
박진철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경비원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혹시 이 카드 받으면서 유효기간이 있다는 말씀을 못 들었습니까?”
“유효기간요? 그런 얘기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어떻게 하면 돼요?”
“저쪽으로 가셔서 다시 발급을 받으셔야 합니다.”
“아, 네에.”
경비원의 말에 박진철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안미숙은 바로 인상을 쓰며 박진철을 구박했다.
“으이구. 그럼 그렇지. 그것도 확인 안 하고.”
“내가 그런 줄 알았나.”
“됐어요. 그만하세요. 다시 재발급받으면 된다고 하잖아요.”
진우는 두 사람을 진정시키며 카드를 재발급받기 위해 움직였다. 데스크에는 안내원이 있었다.
“출입증 발급받으시러 오신 거예요?”
“네. 뭐 어떻게 하면 되죠?”
“여기 작성해 주시고요. 출입증 발급 비용은 등급에 따라 다른데 1회용은 삼백만 원이고, 1년 동안 가능한 출입증은 삼천만 원입니다. 그 이상은 따로 심사를 받으셔야 하고요.”
박진철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한 번 입장하는 데 삼백만 원? 미쳤네!’
지난번에는 지인을 통해 들어갔기에 이렇듯 비쌀 줄은 몰랐다. 박진철의 시선이 안미숙을 바라봤다. 안미숙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못 산다. 못 살아!”
안미숙 본인이 계산하려고 움직이려 했다. 그런데 진우가 안미숙을 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