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을 숨긴 귀환자-47화 (47/177)

〈 47화 〉 06. 그냥은 못 넘어가지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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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그냥은 못 넘어가지

1

게이트 공략대가 게이트에 들어가면 일단 군용트럭은 수송부대로 복귀를 한다. 게이트 작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포털이 생성되면 그제야 군용트럭을 호출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포털이 생성되고 10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군용트럭이 진즉에 도착해 있었다. 덕분에 진우와 공략대는 곧바로 차량에 오를 수 있었다.

“다들 빠뜨린 것 없지?”

“네.”

“얘들아. 보급품 빼 먹은 것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봐라.”

그러자 최민철 병장이 웃으며 말했다.

“에이. 없습니다. 저희가 어디 게이트 한두 번 들어갑니까.”

“그래? 정말 없지?”

“네.”

“그럼 이건 누구 거야?”

진우가 웃으며 검지를 들었다. 그곳에 연결 잭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 연결 잭은 게이트 보조장치의 연결 부품이었다.

게이트 안이었다면 연결 잭이 빠질 경우 에러 신호가 뜬다. 하지만 게이트 밖으로 나오면서 게이트 보조장치를 껐기 때문에 누구의 것인지 곧바로 확인이 되지 않았다.

최민철 병장이 고개를 홱 돌렸다.

“야이씨! 누구야? 다들 찾아봐.”

병사들이 당황하며 찾았다.

“저 아닙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연결 잭 있습니다.”

자신의 게이트 보조 장치를 확인한 병사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민철 병장이 인상을 썼다.

“제대로 확인한 거 맞아?”

그러자 옆에 있던 황인정 상병이 최민철 병장을 툭툭 건드렸다.

“저기, 최 병장님.”

“뭐?”

“아무래도 최 병장님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무슨 개소리야!”

최민철 병장이 뒤로 팔을 쭉 뻗어 게이트 보조장치 연결하는 곳을 만졌다. 그런데 그곳이 허전했다.

“어라?”

최민철 병장의 시선이 진우에게 향했다. 진우가 씨익 웃고 있었다.

“야, 최 병장!”

“병장 최민철.”

“너 이 씨······. 아무 문제 없다면서. 그런데 정말 아무 문제가 없던 거야?”

“아······.”

“너 아까 쉴 때 게이트 보조 장치 어디다가 뒀냐?”

“한쪽에 잘 뒀지 말입니다.”

“그래. 거기 풀에 걸렸든 나뭇가지에 걸렸든. 어떻게 해서 빠졌나 보더라.”

“이렇게 쉽게 빠지지 않는데······.”

최민철 병장이 당황하며 확인을 했다. 그런데 연결하는 부위가 많이 낡아 있었다.

“와······. 부부대장님 저 진짜 억울합니다.”

그러자 유지태 중위가 나섰다.

“그러게 인마. 내가 항상 말했지. 보급받을 때 뭐라고 그랬어. 하나하나 받을 때 철저하게 확인하라고 했지.”

“아. 그런데 이런 연결하는 부위까지 확인을 합니까.”

“이번에는 부부대장님께서 있어서 망정이지. 만약에 작전 기간이 길어지고 문제가 생기면 너 어쩔 거야.”

“······.”

최민철 병장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진우가 슬쩍 앞으로 나섰다.

“자, 유 중위의 말이 맞다. 우리가 다행이도 전투를 잘 끝내긴 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도 엄청 위험한 거다. 그냥 간단하게 웃고 넘길 것이 아니야. 다들 앞으로 게이트 안에 들어갈 때 준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그런 진우를 보며 김치석 대위가 코웃음을 쳤다.

‘하아, 미친······. 시발 저런 것은 가기 전에 미리미리 체크를 하든가. 끝나고 돌아가는데 저 지랄이야.’

속으로 중얼거린 후 괜히 옆에 있는 나성욱 소위에게 소리쳤다.

“나 소위.”

“네.”

“뭐 하고 있어. 빨리빨리 태워!”

“아, 네에.”

나성욱 소위가 쭈뼛쭈뼛 다가갔다.

“부부대장님 이제 승차하셔야 합니다.”

“그래. 알았어. 출발하자.”

병사들 전부 군용트럭에 올라탔다.

가는 길에 병사들은 화기애애한 분위로 얘기를 나눴다.

“저 부대로 복귀를 하면 한동안 잠을 못 잘 것 같습니다.”

“왜? B등급 게이트에 들어갔다 나오니 설레?”

“아니 저희 진짜 열심히 했지 않습니까. 저 각성부대 들어와서 이렇듯 열심히 해본 적이 없습니다.”

“야. 너나 나나 똑같이 플총만 쐈는데 무슨 호들갑이야.”

“아니 그래도 뭔가 이번에는 뿌듯합니다. 사실 휴가 나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했을 때 말입니다. 사실 반쯤 구라 쳐서 애들이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대로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어떻게? 우리 부부대장님이라 지휘장교님들이 앞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을 때 우리들은 뒤에서 플총만 쐈다고? 그렇게 얘기할 거야?”

“사실이지 않습니까.”

“야. 차라리 그냥 뻥을 쳐라. 뻥을 쳐! 그 애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냐.”

“에이. 뻥을 쳐도 그 애들 우리가 플총만 쏜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런데 우리 바로 외출 나갈 수 있는 겁니까? 원칙상으로는 외출 못 나가지 않습니까.”

“그야 모르지. 부부대장님이 힘 좀 쓰시겠지.”

그러다가 맨 끝에 앉아 있던 진우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다들 부부대장님 믿지? 걱정하지 말고 갈 때까지 푹 쉬자.”

“네. 알겠습니다.”

그 시각 김치석 대위는 돌아가는 차량 안에서 이준식 대령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네네. 작전참모님.”

-지금 복귀 중이라고?

“네.”

-이진우 소령은 어때?

“겉으로는 멀쩡한 것 같습니다.”

-멀쩡해?

“네.”

-어디 다친 곳도 없고?

“네.”

-병사들 역시 다친 사람 한 명도 없어?

“네. 그렇습니다.”

-하아, 미치겠군. 그래 일단 알았어. 복귀하는 대로 이 소령 나에게 보내.

“알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김치석 대위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나는 헌병대인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젠장······.’

게이트 작전이 끝난 상황에서는 특별한 협의점이라든지 위반상황이 없다면 게이트 헌병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부대에 안전하게 데려다주면 끝이었다.

게다가 진우는 각성부대 부부대장이고 현재 각성부대장이 없는 상황에서 각성부대를 이끌어야 할 장이었다.

아무리 이준식 작전참모가 부대 실세라고 해도 일반 군인 출신도 아니고 각성부대 출신인 진우가 호락호락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말이라도 해보자.”

김치석 대위가 중얼거린 후 헬멧에 달린 무전기로 군용트럭 뒤에 탄 진우에게 연락했다.

“이 소령님.”

-어, 왜?

“작전참모님께서 복귀하는 대로 바로 올라오라고 하십니다.”

-복귀하는 대로 바로? 확실해?

“네. 그렇습니다.”

-어이가 없네. 작전 끝나고 쉬어야 하는데 바로 올라오라고? 그래서 자네는 뭐라고 했는데?

“네?”

-자네가 뭐라고 보고를 했기에 바로 올라오라고 하는 거야.

“별말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고를 했습니다.”

-정말이야?

“네.”

-있는 그대로 보고를 했다면서 그런데 왜 올라가야 해. 자네는 이 상황이 이해가 돼?

갑자기 중간에 끼어 타박을 듣게 된 김치석 대위가 난감해했다.

“아니면 제가 작전참모님께 말씀드립니까?”

김치석 대위가 이준식 대령은 운운했다. 어차피 자신은 이준식 대령 라인이었다.

하지만 진우 역시 이준식 대령보다 빵빵한 라인이 있었다.

-기다려!

무전을 끊은 진우가 핸드폰을 꺼냈다.

사실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핸드폰을 켰는데 김승철 사단장으로부터 무수히 많은 문자가 와 있었다.

-어딘가?

-사단 복귀를 했으니 곧장 연락하게.

-자네 별 일 없는 거지?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말 하게.

진우가 그 문자를 확인하고는 씨익 웃었다.

“나도 백이 있어. 왜 이래?”

진우가 핸드폰으로 김승철 소장에게 연락을 했다.

“충성. 소령 이진우.”

-어, 그래. 이 소령. 지금 어디야?

“작전 다 끝나고 복귀 중입니다.”

-그래? 다친 곳은? 병사들은?

“사단장님 저 블랙 게이트에서 살아 돌아왔습니다. 게이트 B등급이라서 많이 놀랐는데. 여차여차해서 병사들이랑 클리어 다 했습니다.”

-잘했네. 수고했어. 무사하면 됐어.

김승철 사단장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 나왔다. 그는 혹시라도 진우의 신변에 이상이 생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런 김승철 사단장의 속내를 읽은 진우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작전참모가 바로 올라오라는데 말입니다.

-누가?

“작전참모 말입니다. 저 씻지도 못하고 바로 올라가게 생겼습니다.”

-그건 걱정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자네는 병사들하고 부대에서 편히 쉬고 있어.

“아. 그리고 사단장님.”

-말해보게.

“병사들 게이트 작전 무사히 마쳐서 제가 데리고 나가서 뭐 좀 먹이려고 하는데 괜찮지 말입니다.”

-그럼. 괜찮지. 그것은 자네가 알아서 해. 혹시라도 누가 뭐라고 하면 나에게 말하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단장님.”

진우가 다시 무전을 통해 김치석 대위를 불렀다.

“김 대위.”

-네.

“해결했으니까. 그렇게 알아.”

-네? 해결 말입니까?

“그래. 나 작전참모님께 안 가도 된다고. 그러니 걱정 말라고. 알았어.”

-아, 네에······. 알겠습니다.

무전기 너머 떨떠름한 김치석 대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김치석 대위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준식 대령이었다.

“충성.”

-야 이, 병신 같은 새끼야! 말을 어떻게 했기에 사단장님에게 전화 오게 만들어?

“네? 저, 저는 그대로 전달을······.”

-이런 병신 같은 새끼야! 넌 도대체가······. 잔말 말고 너라도 당장 올라와!

“알겠습니다.”

김치석 대위가 전화를 끊으며 중얼거렸다.

“에이씨, 왜 나에게 지랄이야.”

김치석 대위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2

진우가 복귀한다는 소식을 접한 이준식 대령은 작전처 김태식 소령을 앞세워 위병소로 향했다.

“그냥 계십시오.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헛소리하지 마. 김치석 그 새끼가 일을 똑바로 하지 않아서 사단장에게 연락을 했는데 자네가 간다고 조용히 따라오겠어.”

“그래도 제가 잘 구슬려서······.”

“쓸데없는 소리 말고 차나 제대로 몰아!”

이준식 대령의 말에 김태식 소령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준식 대령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면 운전병을 대동해 진우를 데리러 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준식 대령이 갑자기 차키를 던지며 따라 나오라고 했다.

알고 보니 진우를 데리러 가는 길이었다.

이제는 같은 소령이라고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우는 대위였다.

이제 갓 소령을 단 그 새끼를 자기가 직접 운전해서 데리고 올 생각을 하니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그런 김태식 소령의 기분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듯 이준식 대령은 뒷좌석에서 구시렁거렸다.

“시발. 사단장 새끼는 하나부터 열까지 도움이 되지 않아. 자기 부대도 아니면서 왜 저렇게 난리를 치는 거야. 이제 와 사단에 애증이라도 느낀 거야 뭐야? 저러다가 아예 눌러앉는 거 아니야?”

그렇게 차를 몰고 가는데 갑자기 김태식 소령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익!

“야, 새끼야! 운전 똑바로 안 해!”

“자, 작전참모님. 저기 앞에······.”

차량 앞유리를 통해 보니 그 앞에 검은색 중형 세단이 서 있었다.

그리고 번호판에는 금색의 별 두 개가 찍혀 있었다.

“사, 사단장님의 차입니다.”

“뭐?”

고개를 내밀어 확인해 보니 정말 김승철 사단장의 차였다.

차만 있는 것이 아니라 김승철 소장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사람이 밖에 나와 있었다.

“미치겠네. 차 돌려.”

“네?”

“차 돌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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