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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32화 (32/177)

〈 32화 〉 04. 게이트가 이상한데? (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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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월급은 쥐꼬리만 하고 가끔 게이트에 들어갈 때마다 활동비가 나오지만 그건 아이템 구입하느라 다 쓰잖아. 안 그래?”

“네.”

“유 중위는 결혼했어?”

“아직 입니다.”

“여자 친구는?”

“있습니다.”

“결혼 할 생각은 있고?”

“네. 있긴 합니다.”

“여자 친구하고 결혼할 자금은 마련되어 있는 거야?”

“아직······입니다.”

유지태 중위가 멋쩍게 웃었다. 플레이어로 각성하고 난 이후 돈 걱정은 없을 줄 알았지만 플레이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플레이어로 떵떵거리며 산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럴 때 모아두라는 거야.”

“하지만 부부대장님께서······.”

“거 참.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우리 집 어디인 줄 몰라?”

“아, 네에······.”

진우가 부대의 게이트 부산물을 독점 처리하는 보배 그룹의 장남이라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본래 몰랐던 이들도 블랙 게이트 사건으로 언론이 떠들어댄 통에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내 생각 해 주는 것은 고마운데 챙길 수 있을 때 챙겨! 사람이 너무 욕심이 없어도 문제니까.”

진우가 손에 들고 있던 핵을 던져줬다.

“받아!”

“아, 넵.”

유지태 중위가 얼떨결에 그 핵을 받았다. 그리고는 자리로 돌아가 병사들을 불러모았다.

“얘들아. 다 쉬었지?”

“네.”

“다들 핵 수거하자. 방법은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곤충형 몬스터니까 핵이 배 쪽에 있을 거야. 단검 너무 깊게 찔러 넣지 말고. 너무 헤집으면 핵 찾기 어려우니까 신경 써서 작업하자.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대형 길드에서는 핵을 수거하는 수거반이 따로 있다고 하지만 군부대에서는 병사들이 직접 고생해야 했다.

유지태 중위의 지시대로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몬스터들의 배를 갈랐다.

제대를 앞둔 C급 병사들은 능숙하게 단검을 움직였지만.

“윽!”

“야, 인마. 조심해.”

“원래 이렇게 피가 많이 튑니까?”

“네가 잘못 찔러서 그래. 살살 하라니까.”

경험이 부족한 D급 병사들은 몬스터 사체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고생을 했지만 딱히 건진 건 많지 않았다.

B등급 던전에서 나온 C등급 몬스터라 내심 기대했지만 순도가 낮았다. 유지태 중위도 감정 스킬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10퍼센트 미만이었고 20%가 넘는 건 채 열 개도 되지 않았다.

“유 중위님. 다 끝난 거 같습니다.”

“그래? 그럼 한 번 세 볼까?”

유지태 중위는 마지막으로 엄지 손톱만 한 핵을 하나씩 세 봤다. 혹여 누군가 몰래 챙긴 것은 아닌지 확인을 하기 위함이었다.

다행이도 진우가 준 주먹 반만한 핵을 포함해 정확하게 300개였다.

“다 들어왔네.”

유지태 중위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진우가 말했다.

“그걸 또 다 셌어?”

“네?”

“아니야. 잘했다고. 이래서 내가 유 중위를 좋아해.”

“아, 네에······. 감사합니다.”

유지태 중위는 진우의 칭찬에 멋쩍게 웃었다. 게이트에 들어오고 나서 딱히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했는데 이렇게나마 인정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우가 주위에 있는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옆방으로 이동해 볼까?”

“네!”

“바로 전투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다들 괜찮겠어?”

“넵! 괜찮습니다.”

“좋아. 이동하자.”

진우가 앞장섰고, 그 뒤를 지휘장교와 병사들이 따라 붙었다.

5

전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방 안에 세 개의 통로가 생겼다.

개미들이 밀려나오던 뒤쪽으로 뚫린 길 하나.

그리고 좌우로 이어진 길 두 개.

“저기가 여왕 개미 방으로 통하는 길인가보네.”

진우가 뒤쪽으로 뚫린 길을 보며 말했다.

경험 상 저 길을 따라가다 보면 여왕개미의 방으로 갈 수 있었다.

다만 안전하다는 보장을 하긴 어려웠다. 9개의 방 중에 안전한 길은 1개 뿐. 나머지 8개의 길에는 온갖 함정들이 숨겨져 있었다.

그래서 보통 길드에서도 탐지 능력을 가진 플레이어를 앞장세워 함정 여부를 파악하곤 했다. 하지만 병사들은 물론이고 장교들 중에 탐지 능력을 가진 이는 없었다.

“부부대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유지태 중위가 다가와 물었다.

원칙대로라면 여왕 개미방으로 이어진 통로를 일단 뚫고 나간 다음에 통과가 어려울 경우 다른 방으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진우는 딱히 병사들을 고생시킬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경험상 한 번에 여왕개미로 가는 통로가 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C등급 개미굴을 공략할 때도 첫 번째 방은 꽝이었다.

3분의 1의 확률이었지만 여지 없었다.

그런데 9분의 1 확률에 기대 함정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물론 함정이 발동하더라도 진우는 큰 어려움 없이 빠져나올 수 있겠지만 다른 장교들과 병사들은 어찌될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한 번 보자.”

진우는 양 손 엄지와 검지를 구부려 사각형을 만들었다. 마치 카메라 사진 찍을 때 구도를 잡듯이 말이다.

행동은 장난스러웠지만 저 너머 통로를 바라보는 진우의 두 눈은 진지하기만 했다.

그렇게 잠시 뜸을 들이던 진우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유 중위. 이 길은 아니다.”

“네?”

“내가 스킬을 써서 확인해봤는데 저기는 아니야.”

“그렇습니까?”

“왜? 농담 같아?”

“아닙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유지태 중위는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레이 게이트에서 살아 돌아 온 진우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그럼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가야 하니까. 유 중위가 선택해.”

“네?”

“어느 방이든 똑같을 테니까. 고르라고.”

“그러면······ 오른쪽 방으로 가는 곳이 좋겠습니다.”

“오른쪽? 그러자고! 자, 모두 오른쪽 통로로 이동한다. 이동!”

진우를 선두로 모든 병력이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오른쪽 시야 끝으로 뭔가가 반짝거렸다. 그것은 단체 대화방이었다.

‘잠잠하다가 뭐지? 무슨 일 있는 건가? 한 번 확인을 해봐?’

잠시 고민하던 진우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병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상한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던전 클리어가 우선이었다. 만약에 확인해봤는데 시덥잖은 이야기들이면 괜히 기운만 빠질 것 같았다.

그 때 진우가 확인하지 않은 대화창으로 최대근 중사의 말이 떠올랐다.

-와, 진짜 대장! 그 포즈 뭡니까?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

최대근 중사는 놀릴거리가 생겼다며 웃어댔다.

반면 김철수 중사는 진우가 보여 준 압도적인 전투 장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행보관님. 우리 대장 진짜 대단하지 않습니까? 전투만 하면 사람이 달라집니다.

-전투도 전투지만 후배들 살뜰하게 챙기는 거 보니까 내가 다 기분이 좋다.

임백호 상사가 흐뭇하게 웃었다. 플레이어로서 진우는 실력 있는 리더였지만 좋은 상관은 아니었다. 천명의 부대원들을 이끌고 블랙 게이트에 들어갔을 때 지휘 통제가 잘 되지 않았던 것도 진우가 형식적으로만 부하들을 대했기 때문이다.

군대에 말뚝 박을 것도 아니다보니 진우는 적당히 선을 그어두고 다른 이들을 대했다. 그랬는데 유지태 중위를 비롯해 장교들과 병사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니까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대장은 우리가 보고 있는 줄 모르는 것 같은데?

-너도 몰랐잖아.

-그나저나 이거 너무 편리한 거 아니냐? 대장이 던전에 들어가면 바로 연결이 가능하다니!

진우는 몰랐지만 세 사람은 흑룡의 기운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세 사람은 진우의 플레이를 전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진우는 그 사실을 미처 알지 몰랐다.

-나중에 대장 대화방 확인하면 쓰러지시겠는데?

-그러니까, 적당히 하라고. 괜히 욕먹지 말고.

-뭐, 어때. 이럴 때 대장을 놀리는 거지. 또 언제 놀리냐?

-하긴. 그건 그래.

-흐흐흐.

진우가 없는 대화방에서 세 사람은 한참을 더 깔깔거렸다.

6

두 번째 방 공략도 첫 번째 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의 중심으로 나아가자 저 멀리서 변형 개미들이 나타났고.

“1조 사격 개시!”

탕! 타당! 타다당!

유지태 중위의 지시에 따라 각성병사들이 플총을 쏘며 응수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변형 개미들을 상대하던 병사들은 탄창의 총알이 떨어질 때 쯤 2조와 교대했다.

“1조 2조와 교대!”

타다다닥!

“2조 사격개시!”

탕! 타당! 타당!

뒤로 빠진 1조는 탄창을 교환하며 잠시 숨을 골랐고.

전투에 나선 2조는 마나를 쥐어 짜내며 변형 개미들을 향해 총을 쐈다.

그러다 날개미들이 등장하자 진우가 다시 앞으로 튀어나갔다.

김슬기 대위가 부지런히 버프를 걸었지만 흑룡의 힘으로 보호되는 진우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진우는 버프를 받아 날뛰는 것처럼 단숨에 두번째 방의 중간보스인 장교개미를 쓰러뜨렸다.

지휘관을 잃은 변형 개미들은 우왕좌왕했고 혼란에 빠진 변형 개미들을 병사들이 착실하게 공격해 쓰러트렸다.

그렇게 두 번째 방의 전투가 끝나자 병사들이 제 자리에 주저 앉았다.

“너무 힘들다.”

“그러게나 말이야.”

“총 쏘는 것이 이렇듯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마찬가지다.”

다들 지쳐있을 때 김슬기 대위가 나타나 회복력 상승버프를 걸어줬다.

쏴아아아-!

녹색의 빛이 병사들의 온몸에 내려앉았다. 자연스럽게 병사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괜찮아? 많이 힘들지?”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김 대위님.”

“고맙긴. 쉬고 있어.”

김슬기 대위가 마나 포션을 한 모금 입에 물고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 모습을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병사 하나가 중얼거렸다.

“김 대위님 완전 천사 아닙니까.”

“뭐?”

“이렇듯 병사들을 챙겨주는 장교 처음이지 말입니다.”

“뭘 그렇게까지 감동하고 그래? 그리고 부부대장님께서 시켜서 하는 거지. 김 대위님이 처음부터 저랬냐?”

“그래도 말입니다. 시켰어도 대충대충 해도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성을 다해 해 주지 않습니까. 진짜 황홀합니다.”

“황홀 같은 소리 한다.”

“이 새끼 또 시작이네. 그래서 뭐? 고백이라도 하게?”

“완전 좋지 말입니다. 저 이대로 계속 승급하다보면 또 모르는 거 아닙니까?”

일반 병사들에게는 대위가 까마득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각성 병사들은 달랐다. 진우처럼 계속 공을 쌓고 실력을 키우다 보면 대위까지는 어렵지 않게 진급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플레이어는 일반인보다 플레이어와의 결혼을 선호했다. 플레이어들의 고충을 알아주는 것은 플레이어들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플레이어 가족으로 묶일 경우에는 길드에서 조금 더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도 든든했다.

심지어 김슬기 대위는 예뻤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지만 딱 봐도 예쁜 얼굴이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김슬기 대위에게 흑심을 품은 병사들이 많았다.

“야, 아서라.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괜히 욕 처먹지 말고 휴식이나 취해.”

“그런데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뭐가?”

“아니 아까 부부대장님 전투하는 거 보셨지 않습니까. 아예 장교개미를 가지고 놀더란 말입니다. 그럴 바에는 아예 부부대장님 혼자 나서서 처리해도 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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