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04. 게이트가 이상한데?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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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등급 던전인 어둠의 개미굴이 진우에게만은 C등급으로 하향 조정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진우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이거 병력 다 내보내고 나 혼자 돌아도 충분하겠는데?’
그렇게 알람창을 확인하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김슬기 대위가 다가왔다.
“저어, 부부대장님.”
“왜?”
“정말 B등급 게이트인데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잔뜩 굳어 있는 김슬기 대위를 보면서 진우가 애써 웃음을 감췄다.
등급까지 재조정된 이상 진우에게 어둠의 개미굴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김슬기 대위를 포함한 병력은 C등급과 D등급이었다. 여차하면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진우가 잠시 숨을 고르고는 플레이어들을 교육한다는 마음으로 그들을 한차례 바라봤다.
“병사들은 그곳에 대기하고 장교들은 모두 내 앞으로 오도록.”
진우의 지시를 받은 장교들이 하나둘 모였다.
“다들 개미굴은 처음인가?”
진우의 물음에 먼저 안유정 중위가 말했다.
“저는 처음입니다.”
“저도 처음입니다.”
김슬기 대위가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유지태 중위는 처음이 아니었다.
“예전에 부부대장님과 함께 들어와 봤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 그때가 등급이 어떻게 되었지?”
“C등급 하위급이었습니다.”
“뭐 등급은 문제가 아니고 개미굴을 경험했다는 게 중요하니까 일단 유 중위가 개미굴에 대한 던전을 설명해 볼 수 있나?”
진우의 물음에 유지태 중위가 살짝 당황하더니 아는 지식들을 쥐어짜내기 시작했다.
“어······ 그러니까 통상적으로 개미굴 보스는 여왕개미입니다. 그리고 보스인 여왕개미의 방 주위로 3개의 방이 존재합니다. 그 중 한 방이 통로이고 나머지 2개의 방은 함정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통로를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유지태 중위의 설명에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했는데 아쉽게도 100점짜리는 아니야.”
유지태 중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자신은 분명 아는 것을 설명했다. 그런데 100점짜리가 아니라는 말에 조금 실망을 했다.
진우의 시선이 이번에는 안유정 중위에게 향했다.
“안 중위는 개미굴에 대해 아는 것이 있어?”
“저는······.”
안유정 중위는 슬쩍 유지태 중위의 눈치를 보더니 자신이 공부했던 것을 끄집어냈다.
“유 중위가 한 말이 맞는데······. 개미굴은 등급에 따라서 방의 수가 달라진다고 들었습니다.”
“오. 그래. 잘 아네. 그럼 등급에 따라 몇 개의 방이 나타나지?”
“각 등급에 따라 3의 배수로 알고 있습니다.”
“좋아! 그 말이 맞아.”
진우는 대답을 마친 후 지휘장교들을 하나하나 봤다.
“자! 여기서 또 질문. 유 중위의 말처럼 C등급에서는 방이 3개였어. 그렇다면 B등급은 몇 개일까?”
그러자 김슬기 대위가 조용히 말했다.
“9개?”
“그래. 맞아! 여기 B등급의 던전에는 보스방을 뺀 9개의 방이 존재해.”
“그렇다면 9개의 방 중에서 여왕개미가 있는 보스방으로 가는 1개의 방을 찾아야 합니까?”
“클리어를 목표로 하게 된다면 그렇게 되겠지.”
그 말에 유지태 중위가 바로 입을 열었다.
“부부대장님. 현재 인원수다 부족한데 부분조건만 클리어 하시고 나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부분 조건만? 흠······. 그것 역시 만만치 않을 텐데?”
진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상태창을 통해 어둠의 개미굴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퀘스트
어둠의 개미굴을 소탕하라.
여왕개미를 처치하시오.(0/1)
단 변형된 개미 1000마리를 처치하면 귀환 포탈이 열립니다.(0/1000)
모든 퀘스트는 아니지만 대다수 퀘스트들은 친절하게도 부분 퀘스트 조건을 허락하는 편이었다.
1000마리의 개미를 잡으면 포탈이 던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포털이 열린다는 건데 이 조건으로는 클리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변형개미 1000마리를 잡아야 한다는데?”
“네? 1000마리나 됩니까? 그건 너무 많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생각해? 1000마리 다 잡다가 우리가 먼저 지칠 것 같은데.”
진우의 이야기를 들은 유지태 중위의 표정이 굳어졌다.
예전 C등급의 개미굴에 들어갔을 때 부분 클리어 조건은 100마리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많아봐야 두세배 쯤 될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1000마리라니!
‘이건 너무 힘든 조건이잖아.’
안유정 중위도 덩달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우리끼리 공략해야지.”
“네? 그, 그게 가능합니까?”
“왜? 못할 것 같아?”
진우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러다가 자신을 빼고 다들 얼어있는 것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다들 내가 어디서 나왔는지 잠깐 잊어버린 것 같군. 내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레이 게이트로 바뀐 던전에서 살아 돌아왔어. 처음 블랙게이트에 들어갔을 때 거긴 어땠는지 알아?”
“저도 그건 듣지 못했습니다. 최소 A등급일 거라고들 하는데 아닙니까?”
“자네들에게만 말해주는데 그것보다 더 위야.”
“네? 그, 그럼 S급?”
진우가 말을 하다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
‘가만. 여기서 모든 것을 다 말 해 버리면 나중에 곤란해질 수도 있겠지?’
장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사실대로 말할까 싶었지만 그 얘기가 밖으로 새나가면 다시 육군본부의 조사를 받게 될 수도 있었다.
진우가 어색하게 미소를 보였다.
“물론 S등급까지는 아니고······. A등급인데 좀 상급의 A등급이라는 거지.”
“아······.”
“그래도 말이야. 상급A등급이라고 해도 거의 S급이란 맞먹었다.”
진우의 말에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진우를 따라 블랙 게이트에 들어간 인원은 무려 1000명이었다. 그리고 문제의 던전은 그 1000명을 집어 삼킨 던전이었다.
세상에 발견된 A등급 던전이 적지 않고 그 중에 여전히 악명을 떨치는 던전도 많지만 한번에 1000명이나 되는 인원을 잡아먹은 던전은 손에 꼽혔다.
그건 다시 말해 공략하기 매우 어렵다는 의미였다.
당연하게도 A급 중에서도 상급일 거라는 진우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암튼 내가 거기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야. 그런데 날 못 믿어?”
“아, 아닙니다. 믿습니다.”
“그래. 다들 뭘 걱정하는지 알지만 내 말만 믿으면 여기 있는 모두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니 내 지시에 모두 따라와 주도록.”
“네. 알겠습니다.”
진우는 지휘장교들을 달랜 후 던전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디보자. B등급 개미굴이니까 방이 9개가 있을 텐데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지휘장교들에게 자신만 믿고 따라오라고 말은 했지만 그렇다고 직접 나서서 전부 쓸어버릴 수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간 곧바로 게이트 헌병대가 들이닥칠 게 뻔했다.
그렇다고 뒷짐을 지고 서 있자니 몸이 근질거렸다. 블랙게이트에서 버티는 동안에는 게이트라면 이가 갈렸는데 막상 한동안 조사만 받다 보니 다시 돌아온 게이트가 반가웠다.
또한 흑룡의 힘을 통해 스스로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도 해 보고 싶었다.
진우가 홀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유지태 중위가 불렀다.
“부부대장님.”
진우가 다시 몸을 돌렸다.
“왜?”
“그럼 지휘는 어떻게 합니까?”
“지휘? 병사들 지휘라면 안 중위하고 유 중위가 나눠서 해.”
“그렇게 해도 됩니까?”
“그래. 알아서 병력 나눠서 지휘해.”
“알겠습니다.”
유지태 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의 시선이 김슬기 대위에게 향했다.
“그리고 김 대위는 어디가지 말고 꼭 내 옆에 붙어 있어.”
“부부대장님 곁에 말입니까?”
“그래. 내 옆에서 주기적으로 버프를 걸어 줘.”
“아, 네! 알겠습니다.”
“참! 김 대위가 걸 수 있는 버프가 몇 개나 있지?”
“이동 속도 상승과 공격 속도 상승이 가능합니다.”
“다른 건?”
“방어력 상승은 사실 상승폭이 크지 않아서······.”
김슬기 대위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지만 주력으로 쓸 수 있는 공격 버프가 두 가지나 된다는 건 대단한 실력이었다.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김 대위가 걸 수 있는 모든 버프를 나에게 다 걸어줘. 유사시 내가 직접 뛰어 들어야 하니까. 내 말 무슨 뜻인지 이해했지?”
“그렇지만······.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김 대위. 걱정할 사람을 걱정 해. 여기서 나보다 강한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래?”
“그건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지. 여기 있는 여왕개미? 나 혼자서도 충분히 때려잡을 수 있어. 그러니 나만 믿어.”
솔직히 김슬기 대위는 진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웠다. 아무리 그래도 여긴 B등급 게이트 안이었다. 진우가 BS등급이라고는 하지만 혼자서 절대로 여왕개미를 잡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저 자신감에 가득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알겠습니다.”
김슬기 대위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유지태 중위가 모든 병력을 배치를 완료하고 난 후 진우에게 다가왔다.
“부부대장님. 병력 배치 완료했습니다.”
“좋아! 진입해.”
“넵!”
유지태 중위가 고개를 끄덕인 후 지휘장교로서 나섰다.
“자! 모두 병력 전방을 향해 플총 들어!”
플총은 플레이어 소총을 뜻하는 약어였다.
개미굴 입구에 선 병사들이 긴장한 얼굴로 플총을 들었다.
“플탄은 본 지휘장교의 명령이 있을 때 던지도록.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플탄은 플레이어 수류탄을 의미했다.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에 모든 각성병사들이 플레이어 수류탄을 두 개씩 받았는데 개미굴처럼 몬스터들이 떼로 덤벼드는 던전에서는 소총보다 수류탄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플레이어 수류탄의 작동 원리는 플레이어 소총과 비슷했다. 겉보기에 플라스틱 수류탄 같이 생겼지만 핀을 뽑고 던지기 직전에 꽉 움켜쥐면 그 순간 플레이어의 마나가 흡수된다.
그리고 수류탄을 던지면 수류탄 중앙의 폭발장치가 발동하면서 폭발이 이루어지는 방식이었다.
“다들 움직여!”
유지태 중위의 지시에 따라 25명의 병사들이 두 개조로 나뉘었다.
1조에 C등급 병사 3명과 D등급 병사 10명을 배치했다. 그 조의 지휘장교는 유지태 중위였다.
2조는 C등급 병사 2명과 D등급 병사 10명을 배치했고 지휘장교는 안유정 중위였다.
모든 배치를 마친 후 진우의 지시에 따라 천천히 앞으로 전진을 했다. 그렇게 얼마가지 않아
츠츠츠츠.
덩치가 소만한 거대한 변형개미를 발견했다.
유지태 중위가 다급히 소리쳤다.
“개미 발견! 모두 전방을 향해 사격 개시!”
“사격 개시!”
탕! 타당! 탕!
다가오는 변형개미를 향해 병사들이 사격을 실시했다.
마나를 두른 총알에 맞은 개미는 몸을 비틀었다. 한 방에 죽는 개미들은 없었지만 총알이 쌓이자 움직임을 멈춘 개미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1조 탄창 교환 2조와 교대!”
“넵!”
유지태 중위의 지휘에 맞춰 뒤에 빠져있던 2조가 앞으로 나섰다.
1조는 그대로 뒤로 빠져 탄창을 교환했다. 그 사이 2조는 다시 달려드는 개미들을 향해 총을 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2조 탄창교환! 1조 교대!”
유지태 중위와 안유정 중위는 평소 훈련한 대로 병력을 교대로 운용하며 개미들을 공략했다. 진우는 뒤에서 따라가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음······. 일단은 훈련했던 대로 유기적으로 잘 하고 있군.’
병력이 적어 걱정했지만 다행이도 교대하는 타이밍이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아직까지 변형 일개미들만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 강한 몬스터가 나온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다.
‘언제든 나설 준비를 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