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02. 대위 이진우 (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엄마. 나 아직 군인이에요. 게이트에서 나왔다가 집에 몰래 간 거지 원래 절차 받지 않고 부대 벗어나면 탈영이라고요 엄마는 아들이 탈영 장교가 되어서 군사재판에 회부되는 걸 원해요?
“그건 아니지만······.”
박순영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엄마. 내 말 잘 들어요.
“그래.”
-내가 여기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당분간 집에 들어가기 힘들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나 보고 싶더라도 조금만 참아요.
“당분간? 당분간 언제? 설마 너 또 게이트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
-엄마! 나 어제 돌아왔어요. 1년 간 고생했는데 게이트에 들어가라고 하면 진짜 들이받을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런데 내가 들어갔던 던전에 일이 있어서 조사를 좀 길게 받아야 할 거 같아요.
“설마 뉴스에 나왔던 것처럼 네가 다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니?”
-설마 그러겠어요. 물론 내가 책임자니까 책임 질 것은 책임져야 하지만 그건 전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너무 걱정 하지 마세요. 그리고 사단장님도 절 도와주기로 했어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네. 그보다 엄마가 밥이나 반찬 많이 만들어 놨는데 이걸 어떻게 하나.”
박순영 여사는 잔뜩 차려진 반찬들을 보며 아쉬워했다.
-엄마. 그렇다고 못 만나는 것도 아닌데요. 가끔씩 부대로 음식 싸다주세요. 그러면 내가 받아먹을게요.
“그래? 그게 가능해?”
-가능하죠. 제가 못 나가면 병사들 시켜서 받아오면 되죠.
“그래, 알았어. 그렇게라도 엄마가 챙겨줄게.”
-아무튼 엄마. 말도 못하고 나와서 죄송해요.
“아니야. 그래도 네가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살아 돌아와서 얼마나 좋은지······. 흑!”
-진짜 엄마 또 운다. 엄마! 아빠 좀 바꿔줘요.
“아빠? 아빠는 왜? 아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그냥 바꿔 주세요. 아빠하고 사업적으로 얘기 할 게 있어서 그래요.
“그놈의 사업! 만날 나만 빼놓고······.”
-엄마아아······.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죠?
“알았어. 기다려 봐.”
박순영이 자신의 핸드폰을 이태경 회장에 쑥 내밀었다.
“받아요.”
이태경 회장은 냉큼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그래. 진우니.”
-네, 아빠. 옆에서 들으셨죠?
“들었다. 군부대 들어갔다고?”
-네.
“이 녀석아. 그랬으면 미리 말을 해 주지 그랬어.”
-죄송해요. 그보다 아빠.
“그래.”
-군부대에서 몇 개월째 돈이 안 들어왔다면서요?
“크흠······. 진상이가 그러디?
이태경 회장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했다. 죽다 살아난 아들에게 걱정을 들으니 마음이 불편해진 것이다.
-네. 괜찮으세요?
“괜찮다. 아버지가 좀 더······.”
-아버지 그럴 실 필요 없어요. 오늘 중으로 다 처리 될 거예요.
순간 이태경 회장의 눈이 번쩍 떠졌다.
“뭐라고? 정말?”
-네. 제가 사단장님께 부탁드렸더니 오늘 중으로 해결해 주신다고 하셨어요.
“아이고 다행이다. 다행이야. 역시 우리 장남 밖에 없구나.”
-대신에 아빠. 아니 아버지.
“그래.”
-저 블랙 게이트 들어갔을 때 벌이신 일들 있죠?
“벌인 일? 그, 글쎄다. 내가 뭘 했을까?”
-아버지······.
“으음 그게 말이야. 최 사장 그 양반이······.”
-아버지. 제가 최 사장님은 느낌이 좋지 않다고 했잖아요. 믿을 사람을 믿어야죠. 아예 상종도 하지 마세요.
“그래도 우리 회사 협력업체 사장인데 어떻게 그래.”
-아버지!
“알았다, 알았어! 돈 들어오면 제일 먼저 그 부분부터 정리 하마. 그럼 됐지?”
-아버지. 저 이번 일만 끝나면 제대할 거에요. 언제까지 군대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솔직히 게이트라면 지긋지긋해요. 그런데 제가 회사 일 때문에 제가 계속 군생활 해야 되겠어요?
솔직히 이태경 회장은 보배그룹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큰 아들이 군 생활을 계속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회사는 장남인 진우가 물려받을 터. 회사를 위해서 그 정도 고생쯤은 해 줄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진우가 블랙 게이트에 들어가고 생사가 묘연해지면서 이태경 회장은 하루도 맘이 편할 날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제는 진우가 제대를 한다고 하면 막을 생각이 없었다.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당장은 어렵겠지만 나도 이제 너 군대에 있는 꼴 못 보겠어. 어디 불안해서 살겠니.”
이태경 회장이 안쓰러운 얼굴로 말하자 옆에 있던 박순영이 콧방귀를 꼈다.
“하이고! 이 양반이 언제부터 진우를 그리 챙겼다고.”
“어허. 이 사람아. 지금 통화 중이잖아.”
“그러니까 하는 말이잖아요. 그렇게 마음이 쓰이면 평소에 좀 챙겨요. 평소에!”
“크흠.”
갑자기 부부 싸움의 조짐이 보이자 진우가 빠르게 통화를 마쳤다.
-아무튼 아버지. 한동안은 못 들어가겠지만 별 일 없을 테니 너무 걱정 하지 마세요.
“오냐. 알았다. 그리고 고맙다.”
-네. 들어가세요.
전화가 끊긴 핸드폰을 보며 이태경 회장이 한 숨을 푹 내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진우가 먼저 알아서 해결해줘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남편의 속내를 읽은 것일까. 박순영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래서 그렇게 좋아요?”
“또 뭐가.”
“자식 팔아서 다시 회사를 살리니 좋냐 말이에요.”
“이 사람아. 무슨 얘기를 또 그렇게 해? 나라고 이러는 게 좋겠어? 하지만 어떻게 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지.”
“아무튼 진우 덕분에 한 숨 돌렸으니까 진우가 하라는 대로 해요.”
“알았어.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어.”
이태경 회장이 부엌을 나서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나다 최 실장.”
이태경 회장의 목소리가 한 결 밝아졌다.
5
통화를 마친 진우는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솔직히 진우는 이렇듯 가만히 있는 게 좀이 쑤셨다.
던전에 있을 때만 해도 밖에 나가는 게 소원이었다. 던전에서는 맘 편히 쉬지도 못했고 잠도 중간중간 쪼개서 자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던전 밖으로 나와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뭘 하고 시간을 보낼까?”
잠시 고민을 하던 진우가 뭔가를 떠올렸다.
“참.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지?”
진우는 다시 자세를 잡고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상태창 오픈.”
이름 : 이진우
등급 : S
칭호 : 흑룡의 둥지 최종 생존자[S], 흑룡의 선택을 받은 자[S]
[기본 스탯]
근력 : 117(+100) 체력 : 113(+100)
민첩 : 123(+100) 정신력 : 112(+100)
[스킬]
흑룡기[S]
기본 스탯 모두가 100이상이라는 사실에 감탄하던 것도 잠시.
“뭐야? 스킬들이 다 어디로 갔지?”
자신이 익혔던 스킬들이 스킬 목록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참. 흑룡기에 흡수가 되어서 다른 스킬로 변환이 되었다고 했지?”
은폐 및 엄폐(A) 스킬은 은신(S) 스킬로 진화했고 새로 흑룡의 전인(S)이 생기면서 인해 군대체질(A)이 사라졌다.
그렇게 스킬들을 확인하던 진우의 눈에 새로운 스킬 하나가 들어왔다.
“이건 또 뭐지? 관조(S)?”
진우는 그 스킬을 클릭해서 확인했다.
-관조(S)
흑룡의 심연을 들여다봅니다.
“흑룡의 심연을 들여다본다고? 뭐 이런 스킬이 다 있지?”
진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 뜻을 곱씹어봤지만 감이 오질 않았다.
그래서 군인 답게 직접 몸으로 부딪히기로 마음먹었다.
“관조.”
우우우웅-.
진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슴 쪽에서 묘한 울림이 느껴졌다. 그러다 그 울림이 전신으로 퍼졌다.
그때를 같이해 알람음이 울렸다.
띠링-!
-관조(S)를 시도했습니다.
-관조(S)가 상시 활성화됩니다.
-관조(S)를 통해 수련을 하다보면 흑룡기의 이해력과 활용도가 높아집니다. 흑룡기의 이해력이 높아지면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고, 활용도가 높아지면 다양한 형태로 흑룡기를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오오, 뭐야? 그러니까 이 관조라는 게 내공수련 같은 건가?”
진우가 씨익 웃었다.
솔직히 진우는 이 흑룡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원치 않게 얻긴 했지만 뭘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는 게 없었다.
그런데 던전 밖에서 수련 할 수 있다니.
편의성만 놓고 봤을 때 S등급 이상의 스킬임에 분명했다.
보통 내공수련이라고 하면 대부분 중국 쪽 플레이어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리고 그 스킬들을 통해 내공을 쌓으려면 던전에 들어가야 했다. 덕분에 어마어마한 위력에 비해 내공심법은 구시대적인 유물로 취급받고 있었다.
그런데 던전 밖에서도 수련이 가능한 내공심법이라니!
“이건 어떻게 하는 거지? 그냥 머릿속으로 흑룡을 떠올리면 되는 건가?”
진우는 그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흑룡의 형태를 그렸다.
검은 연기에 붉은 눈.
던전에서 마지막으로 싸웠던 그때를 떠올리면서 흑룡을 형상화시켰다.
그 순간 머릿속에 그렸던 흑룡이 움직이더니 갑자기 진우를 집어 삼켜 버렸다.
“우씨, 놀래라.”
깜짝 놀란 진우가 눈을 떴다. 순간 집중이 깨지며 주변이 훤해졌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진우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다시 자세를 잡았다.
“뭔가 되는 거 같으니까 다시 한 번 해보자.”
진우는 다시 같은 반법으로 흑룡을 형상화했다.
형상화 된 흑룡은 다시 진우를 집어 삼켰다. 하지만 진우는 두 번 놀라지 않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그렇게 흑룡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간 진우는 더욱 짙은 흑룡의 기운과 마주하게 됐다.
후아아앗!
진우를 본 흑룡의 기운이 사납게 울부짖더니 진우를 집어 삼키듯 휘감기 시작했다.
그 순간,
-관조에 들어갑니다. 흑룡의 심연과 접촉합니다.
ㄴ10초 이상 유지시 작은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ㄴ100초 이상 유지시 중간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ㄴ1000초 이상 유지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동기화가 진행중입니다. 0.1%, 0.5%, 10%······ 80%, 100%.
-현재 동기화율 100%를 유지중입니다.
-카운트에 들어갑니다. 1, 2, 3······ 10
-10초가 지났습니다. 작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100초가 지났습니다. 중간 성과를 얻었습니다.
6
진우가 관조에 빠져 있던 그 시각.
사단 헌병대 회의실에서는 사단장 김승철 소장을 비롯해 작전참모 이준식 대령, 헌병대장 최진석 중령, 김태식 소령, 각성대대장 엄경식 중령이 자리하고 있었다.
상석에 앉은 김승철 소장이 무겁게 가라앉은 가운데 그 옆에 이준식 대령이 살짝 언성을 높였다.
“사단장님. 정말 이러실 겁니까?”
김승철 소장이 고개를 돌려 이준식 대령을 봤다.
“오히려 내가 묻고 싶군. 자네야 말로 이런 식으로 나올 건가? 아무리 내가 힘없는 사단장이라지만 이렇게 중차대한 일을 어떻게 보고도 없이 자네 독단으로 처리하려 한단 말인가!”
이준식 대령이 짐짓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사단장님. 제가 어떻게 독단으로 처리를 합니까. 그저 절차대로 처리하려 했을 뿐입니다.”
“절차? 흥!”
김승철 소장은 대번에 콧방귀를 꼈다. 그러면서 무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방금 절차라고 했지? 좋아. 그럼 하나씩 따져 보자고. 자네 이진우 대위가 복귀했다는 보고는 언제 받았나?”
김승철 소장의 추궁에 이준식 대령이 움찔했다.
“출근길에 보고 받았습니다.”
“그럼 이진우 대위가 자네 출근할 때 딱 맞춰서 나타났다는 건가?”
“그,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