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01. 귀환 (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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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왜?”
“시스템 꼼꼼히 안 봤죠?”
“······.”
“옆에 창을 보면 대화창이라고 하나 뜬 것이 있습니다. 블랙톡이라는 대화창 말이죠.”
“······있네.”
“네. 그거 누르면 단체 채팅창이 나옵니다.”
“그렇군.”
임백호도 확인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우리끼리 단체로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채팅도 할 수 있습니다.”
“야! 이런 것이 있었으면 진즉 말해 줬어야지.”
최대근 중사가 버럭 했다. 그러자 김철수 중사가 다시 잔소리를 쏟아냈다.
“최대근. 너 경고하는데 쓸데없이 글 남기지 마라. 진짜 짜증나니까.”
“싫은데, 나 혼자 있으면 엄청 심심할 뻔했잖아. 엄청 떠들어야지.”
“그래봐, 바로 차단할 테니까.”
“헐, 그런 것도 되냐?”
“다 되던데? 시스템 완전 좋아.”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진우가 피식 웃었다. 여느 때처럼 티격태격거리는 모습을 보니까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그 때였다.
갑자기 쿠쿠쿠쿵! 하며 지반이 흔들렸다.
“어어?”
“왜 이래?”
그때 최대근 중사가 한쪽을 가리켰다.
“대, 대장! 저기······.”
최대근 중사가 가리킨 곳을 보니 포탈이 생성되어 있었다.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던전을 나갈 수 있는 문이 열린 것이다.
“대장.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김철수 중사도 기뻐했다.
진우의 입 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자! 나가자! 세상 밖으로······.”
“넵!”
세 사람 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우는 그들을 보며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부족한 나를 따라 주느라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대장이 우리를 이끌어주지 않았다면 벌써 죽었을 겁니다.”
“자자. 우리 빨리 밖에 나가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합시다.”
“그래요, 대장! 대장은 할 만큼 했어요.”
“그래. 가자.”
그렇게 진우와 세 명의 흑룡인이 세상 밖으로 나갔다.
02.
포털을 통해 밖으로 나온 최대근 중사는 눈을 감으며 두팔을 벌린 채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쓰읍, 으음 스멜······. 이게 얼마 만에 맡아보는 바깥의 공기냐.”
“그러게 역시 바깥의 공기는 좀 다르네.”
다른 때 같았으면 핀잔을 줬을 김철수 중사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던전 안의 공기와는 좀 다른 것 같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 와, 시발. 너 뭐야!”
최대근 중사가 김철수 중사를 보며 화들짝 놀랐다. 김철수 중사도 고개를 돌려 최대근 중사를 봤다.
“와이씨. 놀래라. 너 뭐야! 너 얼굴이······.”
“김철수!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거든? 너 아스팔트에 얼굴을 갈았냐?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이 뭣같아졌다고!”
“응? 너희 둘 얼굴이 왜 그래?”
“행보관님!”
“행보관님 얼굴도······.”
“내 얼굴?”
임백호 상사도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뭔가 까칠까칠한 느낌이 전해졌다.
그 순간 뭔가를 느낀 임백호 상사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흑룡인이구나.”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흑룡인! 너희들도 상태창을 통해 봤잖아. 흑룡인이라고 말이야.”
“하지만 아까 던전 안에서는······.”
김철수 중사가 말을 하다가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가 임백호 상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던전 안에서만······.”
“그래. 아무래도 던전 안에서만 외모가 멀쩡한 모양이다.”
“이런······.”
김철수 중사가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고, 최대근 중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뭔 소리야?”
“멍청아. 던전을 벗어나면 지금의 모습으로 변한다는 말이야. 지금 이 모습이 우리 진짜 모습이라고.”
김철수 중사가 푸념하듯 말했다. 그러자 최대근 중사가 고이 모셔놓았던 작은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비췄다.
“헐······. 이게 내 모습이라고? 시발, 말도 안 돼. 내가 던전 밖에 나가면 숨도 쉬지 않고 여자를 만나고 다니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모습을 보며 김철수 중사가 혀를 찼다.
“쯧쯧쯧, 으구······.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그러는 너는! 지금 이 모습이 괜찮다고?”
“어쩌겠어. 죽다 살아났는데. 그러려니 해야지.”
“그럼 내 꿈은! 내 로망은!”
“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뒤늦게 세 사람의 실체를 확인한 진우도 살짝 충격을 받았다.
그러자 임백호 상사가 바로 나섰다.
“대장. 그런 소리 하지 마십시오. 대장이 우리를 살려주지 않았다면 이렇듯 바깥공기를 마실 수도 없었을 겁니다. 다들 안 그래?”
임백호 상사가 고개를 돌려 최대근 중사와 김철수 중사에게 눈치를 줬다. 다행이 김철수 중사는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그럼요. 괜찮습니다.”
반면 최대근 중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제기랄······.”
그런 최대근 중사를 무시하고 김철수 중사가 입을 열었다.
“대장. 신경쓰지 마요. 어차피 저희들은 신분을 숨기고 있어야 하는데 얼굴 형태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다.”
“야! 최대근! 너 진짜 계속 이럴래?”
“내가 뭘?”
“그렇게 그 얼굴이 싫으면 다시 뒈져버려.”
“시발. 그게 죽다 살아난 전우한테 할 소리냐?”
“그러니까 그만 징징거리라고. 대장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대장한테 짜증 낸 거 아니거든?”
어울리지 않게 입술을 삐죽거리던 최대근 중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말이야. 왜 아무도 없지?”
그 한 마디에 모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포털 밖으로 나왔을 때 진우는 당연히 게이트 헌병대가 나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확하게 말을 하면 며칠 전부터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여겼다.
원래 군 조직이 던전 활동을 시작하면 게이트 헌병대가 모든 것들을 확인했다. 던전에서 나와 가장 먼저 만나는 것도 게이트 헌병대였다. 숨 돌릴 틈도 없이 피해규모는 얼마인지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구두보고를 해야 했다.
그런데 무려 1년이나 갇혀 있었던 게이트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야. 왜 아무도 없어?”
“우리가 나온 줄 모르나?”
김철수 중사와 최대근 중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임백호 상사도 주변을 확인 한 후 입을 열었다.
“대장. 이거 아무래도 뭔가 찝찝한데요.”
“흠······.”
“대장. 어떻게 하실 겁니까?”
최대근 중사가 성급히 물었다. 하지만 진우도 지금 상황에서는 딱히 뭐라 말을 해 주지 못했다.
가만히 상황을 보던 임백호 상사가 말했다.
“이건 제 생각인데 부대에 복귀하기 전에 일단 밖에 나가서 상황을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우가 놀란 눈으로 임백호를 봤다.
“지금 저 보고 탈영을 하라는 말입니까?”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 군부대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아까 대장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흑룡을 깨우는데 천 명의 희생이 필요했다고 말입니다. 과연 그 사실을 군이 몰랐겠습니까? 저는 그것부터 의심이 갑니다.”
진우가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임백호 상사의 말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부대에 복귀하면 천 명의 희생에 대한 추궁만 받을 것 같았다.
‘만약 이대로 천 명의 병사를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고 하면 그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겠지. 아마도 모든 죄를 나에게 뒤집어씌울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 전에 우리가 던전에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진우는 생각을 정리하고 대원들에게 말했다.
“행보관님 말이 맞습니다. 일단 저는 바로 군에 가지 않고, 집으로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러자 아무것도 모르는 최대근 중사가 잔뜩 부러운 얼굴로 말했다.
“와, 대장. 부럽다. 나도 집에 가고 싶은데······.”
그런 최대근 중사를 보며 김철수 중사가 혀를 찼다.
“야이, 멍청아. 대장이 부모님 얼굴 보려고 집에 가겠냐. 대장네 집이 보배그룹이잖아.”
“그래서 뭐?”
“보배그룹은 군부대하고 거래하잖아. 당연히 군 사정에 대해 빠삭하겠지.”
“아, 그런 거야?”
진우는 내심 뜨끔했다. 사실 사실 확인보다 부모님의 얼굴을 보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애써 아닌 것처럼 굴었다.
“김 중사 말처럼 집에 가서 확인을 해 볼 테니까 단체채팅방으로 마저 얘기를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좋습니다. 그럼 각자 흩어지도록, 이상.”
진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세 사람의 신형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렸다. 마치 그곳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진우는 사라진 그들을 바라봤다.
“그럼 나도 이제 움직여 볼까.”
진우가 주변을 쑥 훑어봤다. 사위가 깜깜해서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잡아 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 저 쪽으로 가면 되는 건가?”
진우는 감각의 따라서 바람처럼 몸을 날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 근처에 도착을 했다.
진우는 커다란 집 대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와, 어떻게 바로 찾아왔지. 이것도 흑룡의 힘인가?”
진우가 피식 웃고 벨을 누르려다가 손을 멈췄다.
“아니지, 아니야.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는데, 일단 확인부터 하자.”
진우가 훅 하고 담을 뛰어 넘었다. 멋들어지게 마당에 착지를 하려는데 아버지가 키우던 큰 사냥개 두 마리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라이.”
진우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필 담을 넘어도 개집 근처라니.
사실 진우를 개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장난을 치다 물릴 뻔 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개들 역시 진우를 좋아하지 않았다. 진우를 볼 때마다 크게 짖어댔다. 오죽했으면 어머니가 개짓는 소리로 진우가 왔다는 걸 알 정도였다.
역시나 두 개는 침입자를 발견하자마자 낮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으르르릉!”
“크르르릉!
이러다가 다 들킬 것 같아서 진우가 예전처럼 잔뜩 겁을 주었다.
“야, 짖지 마! 짖으면 너 진짜 된장 발라버린다.”
예전 같았다면 진우가 한 말을 무시하고 두 마리가 시끄러운 줄 모르고 짖어댔을 것이다. 그런데 두 마리 개가 진우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갑자기 끄으응 앓는 소리를 내고는 꼬리를 말았다.
“응? 뭐지. 야, 너희 어디 아프냐?”
진우는 신기한 듯 개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두 마리의 개는 잔뜩 겁을 먹은 듯 웅크러뜨렸다. 그리고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제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나 참. 별 일이 다 있네.”
진우는 개들을 무시하며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쪽에서 귀신 소리가 들려왔다.
“흐흐흐흑······.”
“무슨 소리지?”
진우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갔다. 그러다 그게 곡소리인 걸 알고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설마 나 없는 사이 누가 죽었나? 아빠? 엄마?”
진우가 다급히 울음소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정원과 연결된 쪽문을 잡아 뜯듯 열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텅 비다시피 한 안방에서는 엄마 박순영이 무언가를 끌어 안고 흐느끼고 있었다.
“엄마! 왜? 무슨 일인데······.”
진우가 소리쳤다. 그 소리에 박순영이 고개를 돌렸다.
놀랍게도 문 앞쪽에 큰 아들 진우가 서 있었다.
“내가 드디어 갈 때가 되었구나. 우라 아들 영혼도 다 보고 말이야. 아이고, 내 새끼. 어쩌려고 이렇게 일찍 죽었어. 진우야.”
“아니 내가 죽었어?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가지고 죽이고 난리야.”
진우가 크게 소리쳤다. 그 때 소란을 듣고 아버지 이태경과 동생 이진상이 후다닥 안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뭐야, 무슨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