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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블랙 젠더 (99/100)

제14장 블랙 젠더

"사, 사라졌어!"

"이, 이럴 수가!!"

"......."

큰 빛이 우리를 보듬어 준 이후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건 바로 사렌과 케찹이 몸 안에 있던 블랙 페리안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지금 그들은 완전 행복 모드다.

하지만 난?

"꾸물꾸물?"

아직 내 몸 안에서 그 녀석이 안 나가고 꾸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악! 왜 사렌과 케찹이는 치료가 됐는데, 난 치료가 안 되는 거야?!

"블랙 페리안이 아니니까요."

"헉?!"

그때 언제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루얀이 내게 한마디 건넸다.

블랙 페리안이 아니라니?!

그럼 지금 내 몸속에 있는 게 그게 아니면, 뭐 블랙 페리안 곱빼기니?

뭔가 내가 말하고도 좀 난해한 말이지만, 지금은 그만큼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블랙 페리안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

"......."

"그렇지만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생소한 기운."

"......."

루얀의 말이 이어질수록 난 더 뭔 말인지 모르겠다.

블랙 페리안보다 강력한 존재라니, 설마......?

"블랙 젠더는 아닙니다."

"......."

다행히 내가 생각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다.

아, 그러고 보니 방금 전 처음 느껴 보는 생소한 기운이라고 했지?

그럼 도대체 어떤 놈이 지금 내 몸속에서......?

파지짓!!

"......!!"

그 순간이었다.

갑작스럽게 내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뒤늦게 왕발의 효과가 나타나는 건가?! 내 몸 안에 있던 어떤 분이 드디어 빠져나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상당히 고통스러울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마음이 편하다.

치료의 왕발 님, 왠지 모르게 존경심이.......

어찌 됐든 그렇게 내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덤으로 내 앞에 하얀색의 안개 같은 게 모이기 시작했다.

"어?"

하지만 그걸 본 난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케찹이와 사렌에게는 저런 게 없었는데, 또 나한테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저런 특이한 현상이.......

"......!!"

그리고 잠시 후 난 내 눈을 의심할 풍경을 보게 되었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경악케 할 만한 장면이다.

그 모습이란 바로.......

"저, 저건 나?!"

내가 또 앞에 있는 것이다.

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내가 착용한 장비들까지도 똑같이 가지고 있는 존재가.......

한편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굳어 버린 나와는 달리 갑자기 나타난 또 다른 나는 갑자기 싱긋 웃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변신을 했다.

파지지짓!!

바로 플레이지 나이트로 말이다.

그것도 2차 힘까지 풀린 모습이다.

아악!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가 한 명 더 있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나의 힘까지 똑같이 다루다니!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더 이상 이어 가지 못하겠다.

왜냐하면 이제는 창까지 소환해서 공격할 준비를 하니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금 저분의 힘은 나름대로 약하다랄까?

아무래도 복사다 보니 실제로 모든 힘을 복사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테고, 치료의 왕발 님 덕택에 제대로 복사가 안 되고 튀어나왔을 확률이 농후하다.

어찌 됐든 지금 일단은 저놈을 없애야 한다.

절대로 아군은 아니라는 건 척 봐도 아니까 말이다.

파지짓!!

난 그런 생각과 동시에 봉인 해제를 해 버렸다.

물론 저쪽에서 한 봉인 해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힘으로 말이다.

그리고 봉인 해제를 하자마자 손에 쥐어진 소환된 창.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와 똑같은 모습을 가진 그놈을 향해 달려갔다.

뭐 나와 같은 모습이어서 거부감 이런 건 절대 없다. 저놈이 지금까지 나를 괴롭힌 걸 생각하면 마구 분노에 휩싸이니까 말이다.

파지지직!!

어느새 소환된 창에는 강력한 힘이 모여 있었고, 이대로 그냥 찔러 넣기만 해도 100% 승리를 장담할 때였다.

콰앙!!

"......!!"

하지만 갑작스럽게 복사된 내 앞을 막아선 한 존재가 있었다.

요정이었다, 한 마리의 요정.

그렇지만 생전 처음 보는 요정이다.

일명 인간들 중 최고의 요정 박사(케찹이 덕택)라고 불리던 나도 처음 보는 존재다.

아니, 그뿐 아니라 지금 새롭게 등장한 저 요정의 힘이 상상을 초월했다.

"이 힘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솔직하게 인정하기는 싫지만, 지금 저 존재는 압도적으로 강하다.

도대체 저 존재는 누구지?

"블랙 젠더."

"......!!"

그때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에 잠기던 내 두통, 치통, 생리통......은 아니고 어찌 됐든 한 방에 의문을 루얀 님이 풀어 주었다.

하, 블랙 젠더 님이었군.

헉! 브, 블랙 젠더?!

그 신까지도 봉인시켜 버린 그 존재?!

아니, 도대체 언제 부활한 거야!!

보통 저런 엄청난 존재가 부활하기 전에는 뭔가 세계에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든가 해야 정상이거늘 저분은 소리 없이 부활했다.

그뿐 아니라 분명 내가 열심히 돈을 통해서 마을을 수호하고 있었건만 어느새.......

젠장, 치료의 왕발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아니, 그것보다.......

"요정?"

블랙 젠더의 정체가 요정이라니!!

이건 정말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때 꿈에서 전 플레이지 나이트와 어떤 요정이 싸우는 걸 본 적은 있다.

하지만 그때는 단순히 개꿈이라고 치부했는데...... 진짜로 요정이었다, 블랙 젠더는!

으악! 이건 도대체 뭐하자는 거냐!

처음에도 요정(케찹이)과 관련되더니, 마지막에도 요정이냐?!

내가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런데, 나 특종 잡았다.

그것도 완전 최고의 특종을 말이다.

내 힘으로 알아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알아냈다는 게 어디인 게냐?!

그리고 살짝 모든 이에게 특종을 가르쳐 준다면, 블랙 젠더는 요정들의 신이었던 것이다.

와, 이런 쇼크 오일(?) 같은 사실이 있나. 요정들의 근본이 된 존재가 블랙 젠더라니!

그리고 더욱 웃긴 건 사실 요정들은 엄청 착하다(케찹이, 마요네즈 빼고).

그런데 그런 착한 요정들의 신이 저 블랙 젠더라니, 이건 무슨 경우야?

"플레이지 나이트의 힘을 이어받은 존재여, 내 밑으로 들어오라."

"......."

그때 요정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블랙 젠더가 정말 우렁찬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어머나, 목소리가 너무 멋져요......가 아니라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하신다.

내가 왜 그 밑에 들어가야 하는 건데? 앙?

난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의를 묵묵히 창을 더 강하게 쥠으로써 거절했다.

물론 저분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나의 답변을 알 테고 말이다.

"역시, 플레이지 나이트의 힘을 가진 놈들은 죄다 멍청한 놈들뿐인가?"

"......."

빠직!

멍청한 놈이라니? 내가 그 말을 얼마나 싫어하는데! 저번 퀴즈 사건 이후 그 말은 여기서 금지된 말이거늘!!

"네놈도 알고 있을 터인데. 네놈의 힘으로는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걸."

"......."

푸욱!

그때 블랙 젠더의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서 내 심장에 내리꽂힌다. 너무나도 핵심을 폭폭 찔러서 진짜 말이 안 나올 정도이다.

물론 100% 진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희박하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던 힘을 넘어섰으니까.

분명 내가 알기로 플레이지 나이트와 블랙 젠더의 힘은 동일하다.

하지만 내가 지금 비교해 봤을 때, 블랙 젠더의 힘이 약간 더 강하다.

이건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인간의 몸으로는 100% 플레이지 나이트의 힘을 흡수하지 못해요, 주인님."

"......."

한편 이런 내 의문을 어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메라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넸다.

하하하. 인간의 몸으로는 플레지이 나이트의 힘을 100% 흡수하지 못하다니, 좀 기분이 이상하군.

신의 힘인 만큼 인간의 몸으로는 완벽한 힘은 불가능하다?

왠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사기가 크게 떨어진다.

그렇지만 난 금세 고개를 젓는다. 여기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벌써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상당히 희박하지만 이길 확률도 있다.

아, 물론 내 몸에서 나온 희한한 녀석은 케찹이가 처리해 줄 테다.

저놈도 상당히 강하긴 해서 케찹이 힘으로 상대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케찹이에게 주입하면 가능할 거라고 본다.

"길쉬."

"네, 프레젠 님!"

"준비해 줘."

"그거요?!"

"어."

"알겠습니다."

내 준비라는 말에 길쉬가 무언가를 꺼낸다.

그리고 그건 술이었다.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도 아닌 세트 별로.......

일명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비한 술 세트다.

보통 술을 먹어도 힘이 엄청나게 강해지는 케찹이다. 하지만 최고급 술로 폭탄주를 만들어서 먹인다면, 상상 초월의 힘이 발생될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어찌 됐든 길쉬는 순식간에 최고급 술들로 폭탄주를 만들어 냈다.

물론 그냥은 아니고 초특급 울트라 양푼이 그릇에.

"어?!"

한편 케찹이는 길쉬의 그런 모습을 보고 얼굴이 활짝 맑아졌다.

지금 저분에게는 이 상황보다는 오직 술이 눈앞에 있다는 게 더 중요하다.

"케찹이."

"......?"

"선물이다."

"저 술?!"

"응, 그 대신 조건이 있어."

"마, 말만 해! 내가 지구 정복이라도 해 주겠어!!"

"......."

아니, 지구 정복은 됐고.

그런데 저 자식 술 때문에 지구 정복까지 한다니, 역시 위험한 놈이다.

"내 모습을 한 저 가짜 자식 좀 상대해라."

"계약 체결!"

그렇게 케찹이는 초특급 울트라 양푼이 그릇에 가득 찬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저거 농담 안 하고 도수로 따지면 장난 아닐 텐데, 저분은 좋다고 먹는다.

"지금 뭐하자는 거지?"

한편 케찹이가 술 먹는 장면을 본 블랙 젠더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내게 물었다.

글쎄, 나도 내가 뭐 하는지 모르겠다. 최종 결투를 앞에 놔두고 말이다.

술 주는 놈이나 술 먹는 놈이나 둘 다 맨 정신은 아닌 것 같다.

파지직!

파지직!

흠칫!

"......!"

"......!"

"......!"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폭발적인 힘이 솟아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이 얼마나 강하면 블랙 젠더조차 놀라는 모습이 보인다.

"변신 됐네?"

너무나도 웃긴 게 케찹이가 변신이 되어 버렸다.

방금 전 최고급 술로 만든 폭탄주를 마시더니, 말 그대로 변신을 한 것이다.

에, 예를 들어서 머리 색깔이 붉은색으로 변한 거랄까?

이건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술 먹고 강해지는 건 그렇다 쳐도 머리 색깔이 변하는 건 정말 신기하군.

참, 이게 아니라 이제 저 정도 힘이라면 지금 내 모습을 가진 저분은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는다.

한마디로 난 지금 저 블랙 젠더에게 총력을 기울이면 된다는 거다.

하지만...... 이길 수 있을까?

콰앙!

"빌어먹을!!"

몸도 작은 분이 한 번 공격을 하면 아찔하다.

간단하게 말해 방어를 해도 방어를 하는 것 같지가 않다. 너무나도 파괴력이 강해서 말이다.

그뿐 아니라 내가 공격하려면 번번이 실패다.

워낙 몸이 작고 재빠르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으악!! 이건 힘을 떠나서 체격 조건 때문에 너무나도 불리한 싸움이다.

저 블랙 젠더는 자그마한 몸에서 엄청난 파괴력과 스피드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난 몸이 크다 보니 여기저기 공격할 데가 넘쳐흐른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나한테는 저놈은 워낙 작다 보니, 공격하기도 난감 그 자체이다.

젠장! 케찹이는 붉은색 머리카락으로 변하더니 저기서 나의 복제품을 마구 몰아붙이는데, 난 뭐지?

콰앙!

퍼억!

블랙 젠더의 발길질 한 번에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우욱!

다행히 방어구가 튼튼하셔서 많은 타격은 오지 않았지만, 서서히 방어구도 찌그러지면서 방어구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

그나저나 평소에는 이 창이 너무나도 귀엽고 깜찍하더니, 오늘은 정말 아니구나.

창의 면적이 적다 보니 저런 작은 놈을 상대로는 정말 최악이다.

차라리 파리채같이 공격 면적이 넓은.......

"......!"

번쩍!

그때 난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래! 그거다!

차라리 이 창보다는 그게 더 낫겠다.

그뿐 아니라 그것만 들면 내가 요정 잡는 전투력은 급상승하니까 말이다.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그대로 창을 소환 해제했다.

물론 그 모습에 블랙 젠더는 의아한 듯 물었다.

"죽음을 선택했나?"

참으로 크나큰 착각을 하신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그건 아니고, 당신에게 딱 들어맞는 무기로 상대를 해 주기 위해서 말이다.

바로...... 파리채 등장!

퍼억!

"......!!"

나를 공격하던 블랙 젠더는 어느새 나타난 파리채에 직격 당해서 그대로 낙하했다.

처음으로 공격을 당했다. 그뿐 아니라 파리채로 맞았다는 게 무척 큰 충격으로 다가왔나 보다.

"네놈이! 감히 그런 것으로!!"

확실히 일반적인 물건에 맞는 것보다는 파리채에 맞아서 나가떨어지면 정신적인 쇼크가 오기는 올 것이다.

파아앗!

"억?!"

그런데 그 순간 난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왜냐고?

파리채가 블랙 젠더가 눈에 힘을 한 번 주니 그냥 사라진 것이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걸로 만들어진 거다 보니, 저분의 힘 자체에 녹아지는 듯싶다.

물론 첫 번째 공격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허용한 것이고 말이다.

이런 젠장!

콰앙!

"으윽!"

그때 파리채에게 맞은 상황이 무척이나 화가 났는지 그분은 인상을 마구 찌푸린 채 내게 다가와 그 작은 주먹으로 내려찍어서 나에게 바닥을 선사해 주었다.

체격 차이가 이런 빌어먹을 상황을 초래하다니!

결국 다시 창을 소환할 수밖에 없는가?

지금 저 블랙 젠더의 힘을 견딜 수 있는 무기라고는 소환된 창뿐으로 보이니까 말이다.

"아뵤!"

"......!"

"......!!"

바로 그 순간 내게 너무나도 반가운 소리가 들려오고, 블랙 젠더에게는 탐탁지 않은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건.......

"케찹이!!"

"......."

어느새 케찹이가 그분을 해치우고 블랙 젠더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장하다, 케찹아! 너의 술발은 전설적이야!

"지금 감히 내게 대적하는 건가, 하찮은 존재가?"

"닥쳐!"

"......."

"난 킹왕짱이야!"

"......."

"덤벼, 덤벼! 씹탱구탱이!"

"......."

한편 케찹이의 등장에 어처구니없어서 한마디 하는 블랙 젠더를 그는 마구 도발해 댔다.

저 자식 대단해, 블랙 젠더에게 닥치라니!

그뿐 아니라 욕까지 한다.

역시 너란 놈은 아무도 못 말린다.

"하찮은 존재."

그때 블랙 젠더의 한마디가 끝남과 동시에 케찹이의 머리 위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리고 그건.......

"번개?!"

번개였다.

구름도 없는데 마른하늘에 번개가 떨어진 것이다.

참고로 그냥 번개도 아니다. 엄청난 힘이 담겨 있다.

하지만 믿는다. 저 정도쯤이야 케찹이가 막아 낼 거라고.......

"꺄악!"

"......."

근데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케찹이는 그대로 그 번개에 직격당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그 한 방에 그대로 가셨다.

악! 이게 뭐야? 오자마자 가다니!!

아니, 그러고 보니?

"머리 색깔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방금 전 술 먹고 빨간 머리로 변신했던 케찹이가 말이다.

그리고 난 깨달았다. 술발이 떨어진 거라고.

하필 이때 술발이 떨어지다니!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대로 나가떨어진 케찹이를 향해 달려갔다.

물론 그런 나를 지켜만 보고 있을 블랙 젠더가 아니다.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나서 길을 막더니 주먹을 내지른다.

하지만 난 순간적으로 모든 힘을 방어구에 집중한 채 그대로 돌격했다.

콰앙!!

그때 블랙 젠더의 공격과 더불어 내 방어의 힘이 충돌을 일으키면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그렇지만 다행히 몸이 날아가지는 않고 내상만 입었기에, 충분히 케찹이에게 당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케찹이를 주웠고(?), 곧바로 저 멀리 있는 길쉬를 향해 케찹이를 그대로 던져 버렸다.

물론 한마디 하는 건 잊지 않았다.

"술에 담가 버려!"

"......."

참으로 이 상황에 이런 요구를 해야 하는 게 우습다.

보통 이런 신에서는 뭔가 되게 멋진 게 왔다 갔다 해야 하거늘, 지금 나는 케찹이에게 술이나 먹여야 하는 상황이다.

진짜 웃기지도 않는다.

한편 그 모습에 블랙 젠더는 케찹이를 쫓아가려고 했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욕하고 도발한 케찹이를 먼저 없애 버리려는 생각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안 된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순식간에 블랙 젠더의 앞을 가로막았다.

물론 블랙 젠더는 이런 나를 무시했고, 그대로 주먹을 내지르면서 뚫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행운이었다.

나와 정면 대결을 하는 것!

다른 건 딸리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하게 딸린다. 스피드, 기술, 능력 등 모든 게.......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압도할 수 있다. 파괴력 말이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계속 피하기만 하다가 정면으로 쳐들어오는 그분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당연히 엄청난 힘을 집어넣은 채 말이다.

"......!!"

블랙 젠더는 그 모습에 아차 하는 얼굴을 지어 보인다.

아무래도 케찹이만 생각하다가 잊어버린 듯싶다. 플레이지 나이트의 대박 데미지를.......

콰앙!!

"......!!

그 순간 그분의 힘과 나의 힘이 충돌했다.

한데 내 쪽에는 전혀 문제없음이다.

그렇다는 말은.......

"이럴 수가!"

저쪽에서 밀렸다는 소리다.

그것도 쭉쭉.

뭐, 물론 내가 원하던 성과만큼은 아니다.

어디에 처박혔으면 장땡이지만, 그래도 일단 뒤로만 밀려나게 한 것만이 어딘가?

"부활이다!!"

"굿!"

그때 설상가상으로 케찹이가 어느새 술 먹고 다시 빨강 머리로 변신을 완료했다.

지금이 기회다.

"케찹이! 상대방 붙잡아 둬!!"

"오케바리!!"

그래, 케찹이가 저 자식을 붙잡아 두는 사이에 그것을 사용해야겠다. 궁극의 기술 스페이션 피니쉬를 말이다.

케찹이가 붙잡은 사이에 넣어 준다. 그렇다면 이긴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스페이션 피니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힘들어진다. 어떻게 해서든 성공해야 한다.

그렇게 난 정말 마지막 공격이라 생각하면서 준비를 하기 시작하는데.......

"......!!"

내가 너무 얕보았던 걸까, 아님 내가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걸까?

갑자기 블랙 젠더의 알 수 없는 힘이 내 몸을 결박해 버렸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힘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강제적인 결박은 상당히 힘이 들 텐데, 왜 힘 빠지게 나에게 이런 짓을.......

"설마!!"

그때 난 자신만만하게 블랙 젠더에게 향하는 케찹이를 바라보았다.

블랙 젠더는 케찹이가 위험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술 먹은 케찹이는 블랙 젠더도 위험하다고 생각할 만큼 위험인물 아니, 위험 요정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나와 케찹이의 합동 공격은 정말 위험하다는 걸 알고 케찹이를 먼저 없애 버리려는 것이다.

나를 무리하게 묶어서라도.......

"아뵤! 케찹이 킥!"

하지만 케찹이는 그것도 모르고 그대로 돌진했고, 잠시 후였다.

퍼억!

"으악!!"

"케찹이!!"

케찹이는 그대로 블랙 젠더에게 맞고 날아갔다.

아무리 술 먹은 케찹이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블랙 젠더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케찹이는 비명과 함께 그대로 나가떨어지고, 블랙 젠더는 또 그런 케찹이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날아가는 케찹이를 쫓아가는 것이다.

콰앙!

"......."

그러고는 그대로 내리찍어 버렸다.

젠장!

이대로 가면 케찹이가, 케찹이가!!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죽게 될 것이다.

아악! 제발 움직이라고!!

난 어떻게 해서든 이 힘을 풀어 버리고 케찹이를 살려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 힘 자체가 장난이 아니다.

도무지 이 힘만으로 풀기에는.......

도대체 이게 무슨 블랙 젠더와 동등한 힘을 가졌단 말인가?!

너무 밀리는데?

"주인님, 3차 봉인을 해제하시겠어요?"

"......!!"

블랙 젠더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힘을 원망하고 있을 때, 메라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3차 봉인 해제의 목소리였다.

3차?

1차, 2차와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난다.

그런데 만약에 3차 봉인까지 풀린다면 블랙 젠더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왜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말하는 거지?

메라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3차 봉인 해제 시 모든 직업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어떤 직업도 얻지 못하게 됩니다."

"......."

알 것 같다, 왜 이제야 저런 소리를 하는지.......

3차 봉인의 조건, 그건 지금까지 얻은 모든 직업을 잃어버린다.

그뿐 아니라 다시는 그 어떤 직업도 얻을 수 없다. 다시는.

2년간 초보자로 살면서 힘들게 얻은 히든 클래스, 너무나도 좋았다. 진짜 직업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런 히든 클래스가 영영 사라지고, 다시는.......

퍼억!!

"크악!!"

"......!!"

그 순간 케찹이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고, 난 어느새 피투성이가 된 케찹이를 보고 말았다.

고민 따위는 없었다. 지금까지 즐겁게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히든 클래스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케찹이 덕택이었으니까.

이거 참, 다시 초보자로 돌아가서 저 욕쟁이 요정과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게 좀 그렇지만, 어찌하겠는가?

할 수밖에.

"메라, 부탁해."

"주인님, 3차 봉인 해제를 시작하겠습니다."

"메라, 다시 만날 수는...... 있을까?"

"물론요. 다시 만날 수 있어요! 다시!"

"그동안 즐거웠어."

"저도요, 주인님.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메라의 시작하겠다는 말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주변은 금색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3차 봉인 해제의 힘을 알 수 있었다.

신의 힘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그게 가능하게 된다.

단지 의지만으로도 모든 것을 소멸시킬 수 있는 힘.......

주문도 필요 없었다.

행동도 필요 없었다.

그 어떤 힘도 필요 없었다.

단지 이 공간에서 필요한 건 나의 의지뿐.......

"말도 안 돼!! 이건...... 설마!!"

그때 블랙 젠더의 경악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더 이상 이 힘은 다룰 수 없겠지?

더 이상은.......

안녕,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 버린 히든 클래스.

플레이지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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