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9장 떼돈 (94/100)

제9장 떼돈

"휴우......."

다행이었다.

피엘의 최신 정보에 의하면 그 치료의 왕발 님이 다행히도 거기에 있다가 저세상으로 안 가셨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어디로 가셨는지는 행방불명이다.

피엘의 말에 의하면 피오탄 마을 근처를 수색하면 금방 나온다고 하니 또 기다리는 수밖에.

그나저나 처음에는 나의 사랑스러운 협박이 조금 먹히는가 싶더니 시간이 지나니 이거 영 아니다.

다시 돈에 눈 먼 소수의 유저들이 들이대고 있다는 거다.

젠장, 역시 거액의 돈 앞에서는 이렇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효능이 없는 건가?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정말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 그러고 보니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치료의 왕발에 대한 새로운 정보다.

저번에 이야기했는데 그의 발길이 닿는 자, 어떤 병이라도 낫는다고 했는데 정확하게는 그의 발길이 닿으면서 나는 발 냄새가 치료의 핵심이란다.

발 냄새가 말이지.

흠흠.......

정말 알고 싶지도 않았던 진실이건만 피엘 자식이 친절하게도 설명해 주다 보니.......

그럼 발에 치료를 받는 것도 지금 열라 찜찜한데, 이제는 발 냄새를 맡아야 하는 거냐?

개인적으로 이런 정보가 들려올수록 그분을 만나기가 두렵다.

저기에서는 돈 때문에 개판이지, 왕발은 찾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찾고 나서가 더 두렵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치료 방법 같은 거?

아, 그나저나 난 이제 뭘 해야 한단 말인가!

저쪽이나 이쪽이나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나와 케찹이, 사렌이 블랙 페리안으로 변신해서 블랙 젠더를 깨우는 거나 유저들이 돈 받고 마을들을 없애서 절망감으로 블랙 젠더가 깨어나나 정말 최악이다.

뭐, 그래도 내가 블랙 페리안에게 당해 버려서 그나마 블랙 젠더에게 유일하게 상대가 가능한 플레이지 나이트가 끝나는 게 더 위험하니, 일단 치료의 왕발이 더 중요하기는 하다만 이놈의 왕발 님은 어디서 놀고 자빠져서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일단 유저들의 단속(?)에 집중하기에도 치료의 왕발이 걸리고 말이다.

아악! 알 수가 없다!!

이때 누구라도 내게 좋은 길로 안내를 해 줬으면.......

난 그런 마음과 함께 케찹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난 잘났어! 뿌앙!"

미친 소리나 하신다.

새삼스러울지 모르겠는데, 여전히 오늘도 더 미쳐 있구나.

그렇게 난 케찹이에게는 시선을 거두고 다음에는 마요 군에게.......

"이 자식, 내가 더 잘났어!"

마요네즈에게 고개를 돌렸지만 역시 얘도 볼일 없다.

오늘도 여전히 케찹이가 뭘 말하기만 하면 끼어들어서 방해한다.

추가로 사렌과 길쉬는 뭔가 알 수 없는 러브 모드, 버스틴은 이리엘 스토커 모드, 그나마 은애와 연희, 이리엘만은 나와 같이 근심이 가득하다.

다른 분들은 지금 뭔 일이 일어나듯 아예 관심 없고 말이다.

흑! 젠장, 진짜 제갈공명은 바라지도 않으니 제갈공명 코딱지라도 내게 주시지.

이건 너무해!!

"저희도 그 방법 그대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

그때였다.

제갈공명 코딱지라도 원할 정도로 애타던 나를 자극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뭐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할 분은 엔딘 님밖에 없다.

그나저나 그 방법을 쓰자니?!

뭔 방법?

"저쪽에서는 돈으로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돈으로 방어를 하는 것이지요."

"헉!"

잠시, 지금 엔딘의 말을 풀이하자면 이열치열?!

상대방이 사용한 방법을 그대로 사용한다?!

완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지금도 상당히 많은 유저들이 마을을 지켜 주고 있지만, 사실 부족한 편이다.

마을을 보호하는 사람들이 파괴하는 사람들보다는 많다.

하지만 마을을 파괴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나타날지도 모르고, 시간도 불특정하다.

그런데 방어하는 입장은 일일이 모든 마을을 다 주시해야 하고 시간도 알 수 없으니, 파괴하는 분들에 비해서 약 몇 배나 많은 인원이 있기는 하지만 심각하게 딸린다.

그렇지만 여기서 돈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많은 유저들을 방어 쪽으로 끌어당긴다면!

충분히 해 볼만하다.

"돈은?"

"......."

"돈님은 어디 있어?"

움찔.

케찹이의 한마디에 난 그저 움찔거릴 수밖에 없었다.

작전 좋다.

그래, 만약에 실행만 된다면 완벽해!

하지만 문제는 케찹이 말대로 그게 실행이 약간 그렇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작전 실행 비용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모아 놓은 돈은 정말 땡전 몇 푼 있을 뿐이다.

그 작전을 실행할 수 있는 금액은.......

그리고 돈이 있다고 해도 억 단위로 푸는 그분을 무슨 수로 이기냐는 거냐?

"우리는 일단 '명예'라는 요소가 추가되기에 저쪽보다는 현저히 낮은 금액을 줘도 될 듯싶습니다."

그때 이런 내 생각을 알아주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엔딘 씨.

그러고 보니 그러네?

일단 착한 일이라는 옵션이 붙기에 저쪽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금액을 책정해도 올 것이라는 거다.

그럼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적당한 돈도 벌고 착한 일도 해서 이미지 급상승하고 완전 일석이조다.

한데 문제는.......

"그 현저히 낮은 금액님도 지급할 능력이......."

돈이 진짜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저쪽과 비교해서 적은 금액이어도 된다지만, 그 금액도 적은 금액도 아닌 데다 나에게 돈도 없다.

아, 물론 저번 사건만 아니었다면.......

찌릿.

"......."

그런 생각과 함께 난 케찹이를 째려봐 주었다.

저번 사건, 케찹이 로또 사건을 모두 기억하리라 본다.

나의 로또 번호를 지갑에서 훔쳐 내 자기가 상금 탄 사건이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 몇 백 억이라는 금액을 하루 만에 날린 케찹이의 만행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하루 만에 그 몇 백 억을 날려 먹는 게냐?

나 같으면 쓰고 싶어도 못 쓰겠다.

정말 충격적이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케찹이를 노려보았다.

"저놈이 저번에 로또만 건들지 않았어도......!!"

하지만 지난 일 가지고 계속 우려먹는 것도 아니고 하니 그저 잊어야 되겠지?

그런데 그런 나의 착한 마음 백구를 넘어서는 마음도 모른 채 순간적으로 나를 쓰러지게 만들 뻔한 케찹이의 발언이 들려왔다.

"솔직히 말해 그거 간수 못한 주인도 책임이 있는데, 왜 나한테만 그래!!"

그 로또를 간수 못한 나에게도 책임이 있단다.

아니, 이 자식이! 내가 언제 관수를 못했느냔 말이다.

지갑에 꽁꽁 넣어서 내 몸에 달고 다녔는데!

그 정도면 안전히 보관 모드지, 어딜 봐서 보관을 하지 못했단 말인가?

"난 그저 보이기에 주웠을(?) 뿐이야!!"

"컥!!"

"......."

그때 주웠을 뿐이라는 케찹이.

나, 나 심장이...... 심장이!

지갑에서 꺼내 놓고 뭐? 주웠어?!

언제부터 지갑에 손대서 빼돌리는 게 주운 거랑 일맥상통하게 되었느냐? 언제!

난 너무나도 뻔뻔하다 못해 빳빳한(?) 케찹이를 보고 다시 분노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이 바보! 가만히 있어!! 잘못했으면!"

그때 사렌이 당황하면서 케찹이에게 한마디 했다.

역시 사렌은 같은 핏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현명하다.

그래, 사렌 말대로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단다.

"내가 왜? 내가 가마니야?!"

"......."

"......."

하지만 그런 누나의 친절한 주의에도 개기는 케찹이.

자, 케찹아. 너의 바람 잘 알았다.

그리고 내가 최선을 다해 들어주마.

네가 바라는 대로 널 죽여 주지. 다시는 부활 안 되도록.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난 그걸 집어 들었다. 무수히 많은 요정들의 피가 묻었던 케찹이용 파리채를.

그렇게 잠시 케찹이를 정리한 후 난 다시 고민에 휩싸였다.

정말 지금 상황에서는 이 작전은 어딜 봐도 완벽한 작전이다.

시간도 들지 않고 거의 완벽에 가깝게 방어를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문제점은 돈이 없다는 것!

"단기간에 엄청난 돈을 끌어 모으는 방법은 없나?"

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단시간에 떼돈 벌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난 고개를 젓는다.

그냥 조금도 아니고 순간적으로 떼돈 버는 방법이 생각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아.......

젠장, 이때 어디선가 돈이라도 뚝 떨어지면 소원이 없겠다만.

툭!

"......."

난 갑자기 위에서 하락하는 무언가를 보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 떨어진 무언가 덕택이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지금 내가 미친 거냐?!

왜 갑자기 헛것이?

난 내 앞에 진짜 하늘에서 툭 떨어진 돈 뭉치를 보고 마구 혼란스러워했다.

절대 이론상으로 절대로 불가능하다.

갑작스럽게 돈님이 진짜 떨어질 리는 없으니까.

한데 헛것이라고 보기에는 눈을 비비고 고개를 흔들고 삼바를 춰 봐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건 뭘까?

"주인, 선물이야."

"헉!"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

지금 안 놀라게 생겼냐??!

니가 지금 이런 미친 짓을 하는데?!

지금 내가 왜 이리 놀라는지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케찹이가 내게 돈을 줬다는 거(그러고 보니 맞은 지 얼마 됐다고 벌써 회복이 끝나다니. 요새 따라 케찹이의 회복력이 두렵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지금 하늘에서 떨어진 돈 뭉치의 주인은 케찹이라는 것이다.

케찹이가 저 많은 돈이 어디서 났는지도 무척이나 궁금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 사실보다 케찹이가 내게 돈을 줬다는 게 더 문제점(?)이다.

절대 자신에게 천문학적인 돈이 있어도 남에게 돈을 줄 놈이 아닌 케찹이.

그런 케찹이가 돈을 내놓다니!

이건 하늘이 두 쪽, 아니 100만 쪽이 쪼개져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왜, 부족해?"

"......."

"그럼 더 주지 뭐."

툭!

"......."

그때 부족하냐고 묻더니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는 내게 또 돈 다발을 던지는 그분.

헉! 도대체 이 돈은!

아니, 그리고 도대체 몸은 쥐꼬리만 한 게 어디서 물건은 이렇게 마구 솟아 나오는 거냐!!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니 케찹이가 돈을 주는 것도 미친 짓이지만, 이 많은 돈은 어디서 났는지 다시 궁금해진다.

설마 저번 로또 사건 때 몰래 빼돌린 거?

하지만 그때 분명 내가 뒷조사(혹시라도 빼돌렸을 확률을 대비해서)를 했지만 하나도 안 나왔다.

그런데 이 돈은 이 돈은?!

어디서 날아온 게냐?!

"......!"

그 순간 내 머리를 강타하는 한 가지 생각, 그 방법밖에 없다.

이렇게 순식간에 돈이 많아지는 방법은 정상적인 방법은 없다.

그리고 제일 케찹이스러운 방법은...... 은행 털기!!

아니, 은행 털기가 아니더라도 온갖 이상한 불법적인 일을 해서 이 어마어마한 금액을 끌어 모았을 확률 100%다!

악! 이 자식, 내가 한눈 판 사이에 언제 또 이런 대형 범죄를!

난 그런 생각이 들자, 당장 케찹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너 좀 건전하게 살 의도는 없는 게냐? 인생, 아니 요생이 왜 그래!!"

"......?"

한데 이놈은 나의 이런 윽박지름에 오히려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순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 네놈이 직접 순순히 인정할 리는 없었지.

내가 참 바보 같았다.

직접 사실을 들이대지 않는 이상 저놈이 인정할 리는 없을 텐데.

그래서 난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다.

"어떤 대형 범죄를 저질렀느냔 말이다!"

이제는 아예 직접 들이댄다.

한편 이런 나의 소리에 갑자기 케찹이는 깜짝 놀란다.

물론 깜짝 놀라는 이유는 개나 소나 다 알 거라고 믿는다. 아무래도 자신이 한 범죄를 내가 꿰뚫어 보고 있었으니까.

"주, 주인! 설마 내가 이 돈을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벌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때 케찹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질문을 했다.

당연히 예스다.

네놈이 설마 정당한 방법으로 그런 거액의 금액을 벌었다고는 난 절대 상상조차도 하고 싶지 않다.

"주인, 너무해! 흑."

"......."

그때 어울리지 않게 너무하다고 하면서 흐느끼는(?) 케찹이.

너무하기는? 네놈이 지금까지 한 일을 생각해 봐라, 지금 내가 너무한 건지 아님 당연한 건지.

"그래, 성민아. 무조건 케찹 님이 나쁜 짓을 했다는 보장은 없잖아."

"......."

하지만 아쉽게도 은애는 그런 케찹이의 흐느낌에. 낚이더니 내게 한마디했다.

아니, 은애뿐만 아니라.......

"그래요! 마스터를 무조건 의심하는 건 좀 그래요!"

"나도 저 자식이 싫기는 하지만, 무조건 의심은 그렇지."

"제 동생이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본성은 착해요!"

"......."

모두 파닥파닥 낚였다.

아, 다들 이렇게 순진해서 이 험악한 인생을 어찌 살겠는가?

물론 케찹이 자식의 연기력이 엄청난 건 저번에 말했다시피 인정한다.

그래서 지금 일행들이 파닥파닥 낚인 게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난 절대 속지 않는다. 나만큼은!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말했다.

"그럼 그 돈을 어디서 모았는지 물어볼 수 있을까?"

그 돈의 출처를 물은 것이다.

한편 그런 내 질문에 케찹이는 아주 당당한 모습으로 나를 보고는 말했다.

"아주 깨끗하게 만든 돈이지."

"......."

아주 깨끗하게 만든 돈이란다.

흐음, 아주 깨끗하게 돈을 만들......?

난 잠시 케찹이의 말을 곱씹으면서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해서 할 말을 잊어버렸다.

저기, 뭔가 분명 저 말은 이상하다.

요새는 돈을...... 깨끗하게 만드는 시대?

아니, 그것보다 왜 네놈이 돈을 만드는 거지?

언제부터 케찹이가 돈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있었지?

"자, 봐! 내가 다 만들었지!!"

"......."

"......."

"......."

"......."

그 순간 케찹이는 모든 일행을 경악케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어디선가 마구 돈뭉치를 꺼내 든다. 정말 끝도 없이.

그리고 그걸 보면 자기가 다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아니, 그러고 보니 약간 뭔가 화폐가 이상하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당장 케찹이가 꺼낸 돈뭉치를 자세히 보았다.

그러고는 경악해서 외쳤다.

"이건 위조지폐?!"

상당한 실력이어서 정말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아주 자세히 보면 위조지폐다.

일반인은 절대 파악하지 못할 정교한 위조지폐(케찹이가 만들었다고 말 안 했으면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를 정도다).

"자, 자! 돈만 필요하면 다 나한테 말해. 정직하게(?) 돈을 만들어 주겠음."

"......."

한편 설상가상으로 정직하게(?) 돈을 만들어 주겠다는 케찹이.

역시나 다른 사람은 낚여도 나만은 낚이지 않는군.

"아악! 안 돼!!"

활활.

"그만 해! 그만 해!! 내 생명 줄이!"

"......."

"주인! 이건 너무하잖아!!"

난 이런 불법적인 방법이 아닌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서 이 작전을 실행시키겠다고 다짐하면서 위조지폐를 불에 넣어서 승천시키고 있다.

한편 자신이 만든 위조지폐가 훨훨 타오르는 걸 보고 밧줄에 묶인 채 절규하는 케찹이.

아니, 너무하기는 뭐가 너무한 게냐?!

위조지폐를 만든 네놈이 문제인 거지.

그나저나 이 자식, 도대체 얼마나 만들어 놓은 거냐?!

지금 계속해서 마요네즈가(케찹이가 불행한 일은 너무나도 열심히 함) 케찹이의 몸을 뒤져서 위조지폐를 꺼내는데, 끝이 안 보인다.

벌써 태워 버린 양만 해도 농담 안 하고 과일 상자로 10박스는 넘을 텐데, 진짜 끊임없이 위조지폐님들이 나오신다.

그런데 진짜 몸도 작은 놈이 어디서 나오는 게냐?!

이 물량이.......

"아아악!!"

"......?!"

그 순간 갑자기 비명이 들려오고, 난 그 비명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묶여 있던 케찹이가 절규를 하더니 기절을 해 버린 상태다.

어라? 좀 충격이 심했나? 기절까지 하다니.

아니, 기절하는 게 더 이상하다.

진짜 돈이면 몰라, 불법으로 만든 가짜 돈이면서 그 돈이 없어지니 기절하는 건 무슨 심보니?

"아싸리아!"

"......."

그때 케찹이가 기절하는 걸 보고 마요네즈가 무척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원수지간이라고 해도 그래도 곧 죽어도 미운 정이라는 게 있거늘 케찹이가 기절하니 경사 난 마요네즈.

농담 안 하고 저 행복한 얼굴은 마요네즈를 만나고 난 이후 처음이다.

그뿐 아니라 너무나도 해맑게 웃고 있다.

마치 갓난아이의 해맑은 웃음이랄까?

어떻게 상대방이 기절해서 웃고 있는 미소에서 그딴 게 가능한지는 내게 묻지 마라.

난 그저 보이는 대로 말하고 있을 뿐이니까.

"으음......."

"정신이 들어?"

난 그래도 기절까지 시킬 정도로 큰 충격을 준 게 살짝 미안해서(그래도 열심히 위조지폐는 그 과정에서 다 태웠다) 케찹이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꽤나 정신적 충격이 컸는지 이런 내 질문에도 한참을 멍 때리는 케찹이.

그래도 잠시 후 제정신을 차릴 거라는 생각 하에 케찹이를 바라봐 주었다.

그런데.......

"난 누구지?!"

"......."

"......!!"

갑자기 개소리 해 대는 케찹이.

넌 누구라니! 넌 케찹이잖아, 임마!

그딴 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냐?!

난 너무나도 충격적인 케찹이의 한마디에 당황해서 속으로만 대답했고, 한편 케찹이는 나를 향해 너무나도 깨끗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절대 연기하는 눈빛이 아니다. 너무나도 깨끗한 눈빛.

케찹이를 만난 이후 처음 보는 눈빛이다.

"당신은 누구시죠?"

"......."

한편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내가 누군지 묻는 케찹이.

아악! 너 왜 그래, 임마!

왜 그렇게 내게 그런 이상한 질문을?!

설마!

그 순간 내 머리를 지나가는 지금 케찹이와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병(?), 그 이름은 기억상실증!

모든 기억이 사라져 버려서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저 자식은 나도 못 알아보고 자기가 누군 줄도 모른다. 그뿐 아니라 절대 맨 정신으로는 불가능한 순수한 눈빛.

정말 모든 걸 잊어버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니, 그것보다 도대체 왜 갑자기 뜬금없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거지?

머리에 큰 충격이라도 받지 않는 이상 기억상실증이 생길......!

"......."

바로 그때 난 케찹이가 머리에 큰 충격을 받은 걸 생각해 냈다.

방금 전 케찹이가 기절한 이유, 그건 바로 자신의 생명줄(?)이 불타올라서 엄청난 충격으로 기절을 해 버렸고, 그 기절 이후 지금 저 꼴이다.

한마디로 위조지폐가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이 기억상실증을 초래할 정도로 충격이었다는 것?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

"넌 내 꼬붕이었어!"

"......."

한편 그때 어느새 케찹이가 기억상실증을 걸렸다는 걸 알고 해맑게 웃으면서 온 마요네즈.

그리고 그는 이 기회를 틈타 케찹이 꼬붕 계획을 실행하려는 듯 보인다.

간단하게 기억 상실증이라는 걸 이용해서 전에 꼬붕이었다고 하면서 지금 꼬붕으로 전속시키려는 간악한 계획이다.

역시 저분은 케찹이가 기억상실증이 걸리든 기억상실증 곱빼기가 걸리든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편 마요네즈의 그런 주장에 케찹이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워한다.

아무래도 자신이 마요네즈의 꼬붕이었다는 내용이 기억이 안 나기 때문일 테지.

그나저나 이런 상황에서 기억상실증을 교묘하게 이용해 먹는 마요네즈, 역시 케찹이와 쌍박(?)을 이룰 만한 대악당 포스다.

"으아악!!"

"......?!"

"......?!"

그 순간 갑자기 케찹이가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설마! 이제 다시 기억을 되찾은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다시 저런 비명을.

"외, 외치고 있습니다!!"

"......?!"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존댓말을 하는 걸 봐서는 미쳐 있는(기억상실증 되어 있는 상태) 상태다.

그나저나 외치고 있다니? 뭘?

"지금 개구라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누가 저에게 외치고 있어요!!"

"......."

"악!!"

세상에 이런 일이!

기억상실증이 걸린 상황에서도 저런 자기 방어라니.

죽어도 마요네즈 밑으로 들어가기 싫은 케찹이의 절대 본능......인 것인가?

아니, 어떻게 보면 지금 쇼 하는 중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저 눈빛은 절대 연기가 아니라는 걸, 케찹이를 수년간 연구해 온 내가 보증할 수 있다.

"당신 뭐하는 겁니까!!"

"뭐, 뭐야?!"

"지금 감히 연약한 여자에게!!"

"야, 임마! 너 미쳤어?!"

"당신 정말 짐승이군요!"

"......!!"

"아니, 찌꺼기입니다!!"

그때 케찹이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모두에게 말하려고 가는 도중 길쉬가 오늘도 정규 행사(이리엘 옷 찢기)를 하는 걸 본 케찹이는 길쉬에게 소리쳤다.

물론 아직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길쉬로는 황당 그 자체다.

항상 자신을 묵묵히 응원(?)해 주던 케찹이가 이러니 더욱 충격이 큰 상태였다.

그런데 한 가지 웃긴 건 네가 길쉬한테 짐승이라는 말을 하는 게 너무 좀 그렇다.

몇 십 분 전만 해도 짐승의 표본이었던 분이 그런 말을 하시면.......

"성민아, 어떻게 된 거야?!"

"선배! 무슨 일이라도?!"

"제 동생 왜 저래요?!"

"마스터 미친 거예요?"

"주, 주인님, 케찹 님이 무서워요."

그때 케찹이의 이상 상태에 모두 놀라서 나에게 다급히 질문하는 일행들.

특히 이리엘의 한마디가 압권이다, 무섭다는 말.

얼마나 안 하던 짓을 해 대니, 이리엘이 거의 공포의 극을 느낀단 말인가?

어찌 됐든 이렇게 당황하면서 모두 공황 상태에 빠진 일행들을 향해 난 말했다.

"기억상실증......."

"......."

"......."

"......."

"마음이 편해지는군요."

케찹이의 한마디였다.

네놈이 진짜 마음이 편해지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 난 마음이 심하게 불편해진다.

케찹이 따위가(?) 독서를 즐기는 광경에 말이다.

물론 책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리고 그런 책 중에서 케찹이와도 아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장르가 있고 말이다.

야설, 일명 '야한 소설'이라고 후끈한 이야기를 글로 만들어 낸 소설이다.

그런 소설이라면 케찹이가 읽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건 뭐, 그런 거랑은 전혀 상관없는 책이다.

일단 책 제목부터 저질이거든.

'세상에서의 나의 가치.'

뭔가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 쪽하고는 정말 인연이 없어 보이는 제목이다.

그런 걸 지금 케찹이가 음미(?)하면서 읽고 있다.

이런 미친!

"프레젠 님, 제 동생을 살려(?) 주세요!!"

"사렌."

그때 사렌이 너무나도 슬퍼하면서 동생을 살려(?) 달라고 말했다.

케찹이가 이렇게 책을 읽는 모습 자체가 사렌이 보기에는 이미 죽을병에 걸린 요정일 뿐이었다.

그리고 추가로 사렌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저런 이상한 짓을 하는 케찹이는 내가 더 볼 수 없어서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

그런데 무슨 방법으로 머리에 충격을 받아 기억상실증을 걸린 케찹이를.......

"......."

그 순간 내 입으로 충격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그건 고대(?)부터 전해지는 확실한 민간요법(?)!

그 방법만 사용한다면 그 어떤 기억상실증에 걸린 분도 단숨에 돌아온다는 그 전설의 치료 방법.

그래! 그것만 사용한다면 지금 당장 케찹이의 저 기억상실증을 단숨에 치료하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그 물건은 이미 확보되어 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말이다.

"은애야!"

"에?!"

한편 난 곧바로 그 물건의 주인공에게 다가가 소리쳤고, 그 주인인 은애 양은 나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깜짝 놀랐다.

한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깜찍해서 나도 모르게 깨물...... 아니, 이게 아니라!

"그것 좀 빌려 줘!"

"그거?"

"응. 저번에 나를 정상인으로 되돌려 놓았던 프라이팬."

"......."

저번 블랙 페리안의 잠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리엘 효과에 맛 가 버린 나를 단숨에 되돌려 버린 은애 양의 프라이팬.

그걸 맞는 순간 난 황홀(?)했다.

한마디로 그때 이리엘 효과로 맛 가 있는 나를 단번에 치료(?)할 정도의 프라이팬이라면, 저런 케찹이 기억상실증은 금방 치료 가능할 것이다.

"너 설마......?"

한편 너무나도 해맑게 웃는 나를 보고 내 순수한(?) 의도를 알아차린 듯한 은애 양.

역시 은애 양 눈치 하나는 최고다.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작전을 하려고?!"

"마, 말도 안 되다니!"

"그럼 그게 말이 돼?"

"......."

"기억상실증 걸린 사람, 아니 요정에게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때려서 고치겠다니!"

"......."

갑자기 말이 되냐면서 황당해하면서 내게 묻는 은애.

왜 말이 안 되는데?!

그건 고대에서부터 내려온 지극히 정상적인 민간요법(?)인데, 뭐가 문제라는......?

"선배, 그건 좀......."

"주인님,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식한 티가 난다그려."

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순식간에 들끓는 주의의 반응, 특히 버스틴의 무식한 티가 난다는 소리는 너무 기분 더럽다 못해 충격적이다.

아니, 도대체 내가 어딜 봐서 무식한 티가 난다고?!

내 작전이 어디가 어때서!!

분명 다른 사람들이 이 광경을 봤다면 100% 감동을 금치 못했을 텐데.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겠지?

내 작전은 이루어질 수 없었나 보다.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가격해서 기억을 일으키는 방법 말이다.

정말 다들 모르고 있다.

이게 얼마나 증명된 민간요법이거늘(절대 증명되지 않은 방법)!

하아, 그나저나 나의 작전이 캔슬된 이후 일행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아무리 봐도 기억상실증이라는 게 마음먹는다고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다들 처음이라 대처 방법을 모른다.

역시 나의 작전, 프라이팬으로 대갈통 갈기기가 최고이건만.

참고로 절대 프라이팬에 집착하는 건 저번 일 때문은 아니다.

응? 저번 일이 뭐냐고?

에, 그러니까 내가 저번에 야수가 돼서 이리엘을 덮칠 때 은애 프라이팬 맞고 머리에 산이 생겨난 사건을 모두 기억하리라 본다.

근데 그때 그 모습을 보고 케찹이는 마구 웃어 댔다.

아니, 무슨 머리에 그런 걸 주렁주렁 매달아(?) 놓느냐고!

위로는 못해 줄망정 나를 보고 즐겼다(?). 빌어먹을 자식!

그때 케찹이의 모습을 보면 아직도 분노가 끓어오르기 그지없다.

아, 요점은 이게 아니라 절대로 저번에 케찹이가 나를 보고 비웃었던 걸 그대로 되갚기 위해서 자꾸 프라이팬으로 대갈통을 갈기자고 요청하는 건 아니다.

내가 그렇게 옹졸한 놈도 아니고 이미 그 과거는 잊어버렸다(?).

그것 때문에 '너도 맞아서 나같이 되면 똑같이 웃어 주겠다!'라는 불순한 의도 따위는 절대 없다.

네버! 네버!

그저 케찹이의 기억을 돌려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다.

그나저나 프라이팬이 안 된다면, 그건 되겠지?

물론 이번에는 다들 100%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렇게 완벽한 해결법을 찾은 나에게!

사실 프라이팬으로 대갈통 갈기는 방법은 민간요법(전혀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 중에는 최고라고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하기에는 좀 고난이도의 민간요법이다.

그래서 난 준비했다. 그것보다 다들 수긍할 수 있는 방법을!!

그래서 난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자신 있게 말했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

"......."

"......."

"......."

하지만 이런 내 말에 모두 못 믿겠다는 듯 나를 묵묵히 쳐다보고 있다.

헉! 내가 그렇게 믿음이 없어 보이는 거야?!

물론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제시 방법을 한 번 내서 할 말은 없다만 그래도 그 한 번에 이렇게 신용도가 깎이다니.......

크윽!

그렇지만 분명 이 작전을 들으면 모두 다시 잃어버렸던 신용도도 되찾고 모두 감탄해서 울어 버릴지도(?).

그만큼 이번에는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기억상실증 고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프라이팬 대신 냄비를 사용하는 거야!"

"......."

"......."

"......."

"......."

이런 방법?

카!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도 감동적이다.

또 다른 민간요법(?)은 대가리에 냄비를 씌운 뒤 죽도록 손바닥으로 냄비를 갈기는 방법이다.

상대방의 모든 걸 차단한 뒤 정말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냄비를 갈기면, 그 냄비 안에 있던 머리는 큰 충격과 함께 기억이 부활한다는 시추에이션!

멋지다! 다들 수긍하고도 남을 환상적인 방법이다.

"지금 그걸 작전이라고 말하는 거야?"

"......."

그 순간 모두 감탄해서 눈물까지 흘릴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은애 양이 쌀쌀하게 한마디 하신다.

으응? 자, 작전이지.

그것도 완벽한 작전, 너무나도 멋진걸.

"휴우."

"......."

"......."

"완전 못 놀아 주겠어."

"역시 저 인간의 수준에는 케찹이밖에 없어."

"......."

갑자기 일행들이 나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이, 이럴 수가!!

모두 수긍이 안 된단 말인가? 이 멋진 작전이!

케찹이였다면, 케찹이였다면...... 너무나도 멋지다면서 눈물을 흘렸을 이런 작전이 그저 한심한 작전으로!

아악! 이 멋진 작전을 알아볼 수 있는 명장(?)은 케찹이밖에 없단 말인가?!

이런, 젠장!

그렇게 나의 대작전은 아무도 이해해 주지 못해서 기각이었다.

아, 천재는 고독하다고 했나?

역시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범위이다 보니, 슬프군.

"저기, 주인님."

"......?!"

그 순간 한숨을 내쉬던 내게 이리엘이 천천히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무언가를 부탁하기 전의 이리엘 모습이다.

이리엘이 워낙 소극적이다 보니 뭐 하나 부탁하려면 저렇게 움찔거리신다. 그것도 별것 아닌 부탁을 하면서 말이다.

참으로 귀여운 서큐버스 양이라니까.

어찌 됐든 난 이미 이리엘의 저런 모습을 보고 무슨 말을 할지 파악했다.

아주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말해."

"그게......."

"괜찮아."

"항상 부탁만 드려서......."

"정말 괜찮아. 이리엘 부탁이면 전혀 상관없다니까."

"주, 주인님!"

내 한마디에 급격히 이리엘이 감동한다.

좀 내가 생각해도 닭살 멘트이기는 했지만 뭐, 이리엘이 저렇게 감동을 할까.

찌릿.

"......."

하지만 어디선가 누군가 나를 노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너무나도 익숙하다 못해서 눈물 날 것 같은 시선, 누군지는 말 안 해도 모두 알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덤으로 이때는 그저 딴청 피우는 게 건강에 최고로 좋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그 시선의 주인공과는 시선을 안 맞추려고 하면서 이리엘에게 말을 이어 갔다.

물론 이번에는 무척이나 조심하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부담 없이 말해."

"저기, 케찹 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같이 가 주셨으면......."

"......."

그때 이리엘은 내게 이상해진 케찹이와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같이 가 달라는 말을 꺼냈다.

케찹이는 바로 저 앞에서 아직도 독서 중인데 같이 가 달란다.

그 말은 즉 지금 케찹이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언제 덮칠까 봐 무섭다는 뜻?

충분히 이해한다.

케찹이 자식이 워낙 지금까지 쌓아 온 이미지가 안 좋을 뿐만 아니라 남자인 이상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

이리엘이라는 존재는 남자에게는 무적이니까.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 나도 이리엘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부글부글 끓는다. 피가 말이다.

한마디로 '덮치라면 덮치겠어요'라는 순수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남자의 본능인가 보다.

정말 이리엘 효과를 직접 체험하지 않은 자, 이해가 가능할 리 없다.

"무슨 일이시지요?"

한편 나와 이리엘이 다가오자, 미친(기억상실증) 케찹이가 나와 이리엘을 보더니 한마디 하고 그 말에 이리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케찹 님, 괜찮으세요?!"

빤히.

"......."

한데 자신을 향해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는 이리엘을 케찹이는 노골적으로 쳐다보고 있다.

물론 그 눈빛에 이리엘은 움찔거리면서 내 뒤에 순식간에 숨어 버린다.

그나저나 저 눈빛!

그리고 그 눈빛의 정체도 알고 있다.

남성들이 이리엘 효과에 이성을 잃었을 때 일어나는 눈빛이다.

한마디로 이미 이성은 사라져 버렸다는 거다.

그렇다면 남는 건?

"으앙!!"

"......!"

"꺅!"

한 마리의 야수 등장뿐!

하지만 이미 난 이런 상황을 예견했다.

저딴 야수쯤이야 준비가 끝난 이상 뭐가 두려우리라!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그대로 파리채를 꺼내 들고 맹렬하게 날아오는 케찹이를 향해 그대로 날아오르면서 내리찍었다.

"아악!"

"케찹아, 괜찮아?"

"괜찮아요?!"

"......."

케찹이의 기억상실증은 모두 회복됐다.

그리고 그 방법이란 확실하게 화끈한 충격요법이다!

역시 내가 생각한 대로 이 민간요법(?)은 절대적으로 완벽하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단지 뭐, 약간의(?) 후유증이 있기는 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강하게 내려찍었으면 저 모양이야?"

"......."

"진짜 야만적이야!"

"헉!"

그때 고작(?) 케찹이 전치 2주로밖에 만들지 않은 나에게 은애가 야만스럽다고 말했다.

야, 야만스럽다니!

고작 붕대를 온몸에 감고 2주 동안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밖에(?) 만들지 않았거늘, 야만적이라니!

아니, 그것보다 왜 항상 때리던 대로 때렸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심각한 부상을!

"아마도 기억상실증 때문에 충격을 완화시키지 못한 듯싶군요."

"엔딘."

그 순간 참으로 친절한 엔딘 씨는 이런 내 의문을 단숨에 풀어 주었다.

엔딘 님의 말에 의하면 평소에 케찹이는 맞을 때 엄청난 비법으로 나의 데미지를 완화시켜서 받아 낸다는 소리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억을 잃어버렸기에 그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그대로 직격으로 맞고 저 모양이 된 것이다.

흐음, 그나저나 온몸에 붕대를 두른 채 누워 있는 케찹이를 보니 살짝 미안해지기는 한다.

그렇지만 진짜 이리엘 효과는 저 정도 타격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도 누가 알아줬으면 하는데.......

흠, 슬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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