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케찹이는 요리사
난 지금 내 몸속에 있는 블랙 페리안을 제거하기 위해 치료의 왕발 님을 찾으려고 발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렇게 발악을 하면 할수록 더욱 찾기는 힘들어진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비워야 하건만 진짜 그게 불가능하다.
내 몸속에 이상한 놈이 들어와서 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을 비우고 싶어도 비울 수 없는 입장이다.
하아.......
"마파두부 님!!"
"어서 돌아와 주세요!!"
"마파두부 스승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제발!!"
"......?"
그 순간 마음이 심란하던 내게 뭔가 이상한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뭐? 마파두부? 스승님?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단지 한 가지는 알 것 같은데.......
"마파두부래. 큭!"
저기서 몇 사람이(?) 외치고 있는 존재의 이름이 마파두부라는 것이다.
마파두부 님하고 마파두부 스승님이라고 했으니 확실하다.
그런데 이름이 마파두부래!
나 참! 어떤 자식이 그런 어이없는 이름을 지었단 말인가?
정말 내가 생각해도 어이를 상실한 작명 센스다(자기가 할 말은 아님).
마파두부, 진짜 웃기다. 푸헤헤!
"말했을 텐데, 더 이상 요리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스승님!!"
"마파두부 님!!"
"다시 한 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마파두부 님이 요리계를 영영 떠나게 되면 요리계가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제발!"
"......."
그 순간 또다시 이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난 잠시 놀랐다.
마파두부라는 사람(?), 장난이 아닌가 보다.
이름은 정말 이상하지만 그가 요리계를 떠나면 요리계가 절망을 가질 정도라니,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리사인가?
"이미 내 손은 더럽혀졌다."
"마파두부 님!!"
"스승님!!"
그때 이미 자기 손은 더러워졌다면서 거절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마파두부 씨.
그런데 여기서 잠깐! 저 마파두부 씨 목소리, 어디선가 들어 본 목소리인데?
왠지 너무나도 익숙하다 못해 감동의 눈물을 선사해 줄 것 같은 익숙한 목소리다.
그리고 잠시 후 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 목소리는 마요네즈 목소리가 아닌가?!
왜 저기 마파두부라는 존재에게서 마요네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지?!
설마, 아닐 거다.
그래, 절대 아니야! 단지 목소리만 비슷할 뿐일 거야.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당장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장소에 절대 아닐 거라고 생각하던 그분이 계신다.
마파두부, 아니 마요네즈가.......
그러고 보니 마파두부라는 이름, 들어 본 적이 있다.
요리계의 전설, 마파두부!
마파두부, 요리계의 전설, 희망, 꿈이라고 불리는 존재였다.
그는 진정한 음식 실력만으로 요리계를 평정했다.
그의 요리를 한 번 먹으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꿈과 희망이 생긴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그는 한 번도 정체를 밝히지 않아 그가 누군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요리만으로도 그는 최강의 자리에 올라섰고, 심지어는 마파두부의 요리를 먹기 위해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처음에는 나도 농담인 줄 알았다.
고작 음식 때문에 전쟁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개소리로 치부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마파두부의 요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전쟁이 일어났다.
그리 큰 전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요리 때문에 전쟁이 날 정도였으니, 얼마나 마파두부의 요리가 궁극적이었는지 대충이나마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런 마파두부가 마요네즈였다니!
요정계의 케찹이 후계자 마요네즈가 그 감춰진 전설의 요리사 마파두부라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왜 관둔 거냐?!"
난 궁금했다.
왜 전설이라고 불릴 정도의 실력을 가진 마파두부, 지금은 마요네즈로 이름을 개편한(?) 그가 왜 요리계를 떠났는지.......
한편 이런 내 질문에 마요네즈는 자신의 두 손을 보더니 말했다.
"난 이 더러워진 손으로 요리를 할 자격이 없어."
"......?"
"케찹이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난 두 손에서 요리 도구를 버리고 피를 묻혀야 했어. 그런 내가 신성한 요리에 다시 손을 댈 수 있을 것 같아?"
"......."
한마디로 말해서 케찹이의 복수를 위해 요리계를 떠났고, 이제는 피로 더럽혀진 손으로 요리를 할 수 없단다.
왠지 모르게 뭔가 멋져 보이는 마요네즈, 진정한 요리사의 혼이 느껴진다.
그런데 마요네즈의 말을 들어 보면, 결론은 케찹이 때문이네?
케찹이에게 복수하려고 마요네즈는 요리계를 떠나게 된 것이고, 그 때문에 지금 요리계는 말아먹기 직전이라는 거다.
그 자식 정말 대단한 놈이다.
뭘 해도 이렇게 스케일이 큰 놈이라니!
"임마! 넌 요리계에 미안하지도 않냐?!"
"......?"
난 케찹이를 찾아가 케찹이 때문에 마요네즈가 요리계를 떠나서 요리계가 위기에 처한 것을 추궁했다.
하지만 우리의 케찹이 군은 너무나도 순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저 얼굴, 정말 가증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난 마요네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결론은 네놈 때문에 요리계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요네즈 자식, 생구라 까기는."
"생구라?"
"그 자식 나한테 졌어."
"뭘 져?"
"요리로."
"헉!"
케찹이는 내게 엄청나게 충격적인 소리를 던졌다.
뭐? 진짜 전설의 마파두부를 상대로 네가 이겼다고?!
요리라고 하면 마파두부가 최고인데, 네놈이 어떻게?
"며느리도 모르는 궁극의 방법이지."
"......."
그때 며느리도 모른다는 궁극의 방법(뭔가 구린내가 난다)이라고 말하는 케찹이.
어찌 됐든 그렇다면 마요네즈는 케찹이 따위한테 요리 대결에서 졌다는 사실에 너무 큰 자괴감에 빠져 요리계를 떠난 게 진실인 건가?
나라도 좀 충격적이겠다. 케찹이 따위와의 요리 대결에서 지다니.
그나저나 케찹이 요리라, 왠지 맛이 은근슬쩍 궁금해지는데(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하기도 하고)?
"야, 케찹."
"......?"
"마요네즈를 이긴 그 요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먹어 보자."
"원래 내 요리는 남자한테는 안 해 주는데?"
"죽고 할래, 살아서 할래?"
"당연히 주인을 위해서라면!!"
"......."
그때 나의 친절한 말투에 여자한테만 준다던 요리를 당장 해 주려는 케찹이.
정말 꼭 애정 표현(?)을 해야지만 알아들으니, 참으로 쑥스럽다.
"헉."
난 케찹이가 완성한 요리를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단지 단순한 수프였을 뿐이다. 그것도 야채 수프.
하지만 그 야채 수프에서는 빛이 흘러나온다.
물론 내 소리가 개소리로 치부될 거라는 건 나도 안다.
그렇지만 실제로 보면 진짜 요리에서 빛이 난다.
얼마나 엄청난 요리면!
"라이트 마법을 접시에 걸었어."
"......."
그 순간 케찹이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요리에서 빛이 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유, 접시에 라이트 마법을 걸어서.
하하하. 그, 그래. 음식이 얼마나 엄청나더라도 요리에서 빛이 날 리 없잖아?
괜히 감탄한 내가 무안해서 쪽팔릴 정도다.
어찌 됐든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일단 요리는 맛이다. 물론 외형도 중요하지만, 외형은 화려하고 맛은 개떡이면 진짜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일단 케찹이의 요리를 보자면 외형적인 요소는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다.
접시에 라이트 마법을 거는 기발한 방법으로 음식을 신비롭고 탐스럽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자, 그럼 일단 향부터 맡아 볼까?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수프의 향을 맡았다.
"헛!!"
잠시 후 난 너무나도 환상적인(?) 향에 기절할 뻔했다.
이건 뭐지?
여태껏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냄새다.
진짜 미묘하다 못해 신기한 냄새다.
물론 참고로 그렇게 나쁜 냄새는 아니지만, 좋은 냄새도 아니다.
"한번 먹으면 미쳐 버릴 거야."
"......."
"내 궁극의 요리를 먹다니 주인도 참 복 받은 거야."
"......."
그때 케찹이는 자신의 요리를 먹으려는 나에게 온갖 잘난 체를 해 댔다.
저기, 솔직하게 말해서 라이트 마법 걸린 부분까지만 봐서는 입맛이 당겼는데, 냄새를 맡으니 별로다?
이런 새로운 영역의 냄새는 정말 처음이거든.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난 숟가락을 이용해서 수프를 뜨기 시작했다.
전설의 요리사 마파두부를 이긴 그 요리다.
단지 냄새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추가로 냄새도 새로운 냄새인 만큼 예사롭지 않다.
그런 마음으로 난 한 숟가락을 떠먹었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주인, 어때? 미쳐 버리겠지?"
"......."
"뿅 갔군."
"......."
"역시 나의 요리는."
"......."
케찹이가 혼자서 계속 짖어(?) 대도 난 대답이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할 수 없었다.
왜냐고? 그 수프를 먹는 순간 난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으니까. 미친 세상을 말이다.
"이 자식!"
"왜, 왜 그래?!"
그때 나는 위 부분을 부여잡은 채 케찹이를 향해 소리쳤다.
이놈의 자식이 나를 요리로 암살을......!
욱!
털썩.
그때 나의 위에 가해지는 2차 러쉬.
겨, 견딜 수가 없다.
블랙 페리안이 내 몸을 차지할 때보다 더 고통스럽다.
한마디로 진짜 완전히 뿅 가는 느낌?
그렇게 난 케찹이의 암살 요리에 굴복해 버린 채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선배!!"
"......."
"선배, 괜찮으세요?!"
흐릿.
난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멍한 와중에도 지금 들려오는 목소리는 대충 파악이 가능했다.
이렇게 아름답고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목소리는 정말 흔치 않거든.
그리고 덤으로 그런 목소리 중 나를 선배로 부르는 사람은 연희밖에 없다.
그나저나 나 아직 살아 있는 건가?
머리가 띵하고 속이 메슥거리기는 하지만, 연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걸로 봐서는 아직 살아 있는 듯싶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왜 이런 소리를......!
"케찹이 자식! 우욱!!"
"선배, 무리하시면 안 돼요!"
난 금세 누구 때문에 이 꼴이 됐는지 깨닫고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일어나려는 순간 위가 마구 아려 오더니 순간적으로 엄청스럽게 고통스러워서 다시 자빠졌고, 그런 나를 본 연희가 부축해 주었다.
아악!
이 자식! 도대체 어떤 독(?)을 사용했기에 나를 이 꼴로 만든 거지?
블랙 페리안까지 이겨 낸 내가 이렇게 금방 가 버린 걸로 봐서는 예사로운 독(?)을 사용한 게 아니다.
젠장, 내가 그놈의 음식을 순순히 먹은 것부터가 잘못이다.
은수저라도 담가 봤어야 하는데.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심하게 아파 오는 위를 붙잡았다.
윽! 진짜 아파 죽겠다.
무슨 이렇게 속이 아픈지 미쳐 버리겠다.
그나저나 역시 내 몸에 어떤 독이 들어간 것이냐?
어떤 독이기에 이런 강렬한 효과를!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연희를 향해 물으려고 했지만, 이미 연희가 그런 내 생각을 알았는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선배, 위염에다가 장염이 걸렸다고 의사 선생님이......."
"뭐?!"
"......."
그런데 전혀 내가 예상했던 답변이 아니다.
분명 어떤 독이 첨가되었다고 해야 하는 게 내가 원하던 답이다.
하지만 단순히(?) 위염과 장염뿐이란다.
한마디로 케찹이는 음식에 독이나 유해 물질을 안 뿌렸다는?
그런데 왜 내가 이렇게 변한 거지?
"......."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결론은 단순했다.
케찹이의 요리, 그게 지금 연희가 말한 병명인 위염과 장염을 발생시킨 이유라고 생각해 본다.
아니! 어떻게 요리를 먹고 단번에 이 꼴이 난단 말인가?!
이건 상상할 수도 없는 범위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케찹이가 독을 타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를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한 보복을 하고 싶지만, 이건 내가 거의 강제로 만들라고 해서 케찹이가 만들게 되었으니까.
그래도 이딴 요리를 엄청난 요리라고 말한 케찹이 잘못도 분명 있다.
그나저나.......
"연희야."
"네?"
"그런데 케찹이는?"
난 나를 이 꼴로 만든 케찹이를 찾기 위해 연희에게 물었다.
그러자 연희는 내게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엄청난 요리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하시면서 나가셨는데."
"헉!!"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벌렁거렸다.
지, 지금 내 귀가 잘못된 게 아니라면 분명 자신의 요리를 세상에 전파한다고?
즉 모든 사람을 요리로 죽이겠다는 게냐?!
아니,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엄청난 요리라니?
지금 내가 쓰러진 이유가 자기 요리 먹고 감동해서 쓰러졌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건가?
이런 미친!
그 순간 내 머리를 강타하는 한 가지 예언이 생각났다.
"노스트라다물어스(?) 아저씨가 예언한 세계 종말이!!"
"......."
난 소리쳤다.
아주 옛날 노스트라다물어스 아저씨가 설명한 세계 종말설.
하지만 그때 그 종말설은 구라라는 게 판정되었다.
그렇지만 수백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 예언이 일어나 버리는 거냐?!
케찹이 요리로 세계 종말이.......
아, 그런데 노스트라다물어스가 맞던가?
약간(?) 이름이 헷갈린다.
어찌 됐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초 비상사태다.
물론 어떻게 음식에 독을 넣지 않는 이상 사람을 죽이냐고 말을 할 것이다.
나도 직접 겪어 보지 않았으면 웃기지도 않은 소리라고 치부했을 게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케찹이 요리는 가능했다.
독이나 유해 물질을 첨가하지 않고 단지 음식 맛으로 나를 이 꼴로 만들었다.
은애의 알 수 없는 핫요리에 단련되어 있는 나를 말이다.
그 말은 이 요리는 퍼지는 순간 인류 종말이 예상되는 요리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
"우욱!"
"선배! 아직 진정하셔야 돼요!"
"으윽."
그때 연희가 일어나려는 나를 다급히 부축하면서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솔직히 연희 말대로 진짜 안정을 취하고 싶다.
그만큼 위와 장이 막 벌렁거린다.
하지만 세계 종말을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진짜 이대로 가다가는 블랙 젠더에게 세상이 말리는 게 아니라 케찹이 요리에 세상이 말리겠다.
"찾아야 돼, 케찹이를!"
그렇게 난 연희의 부축을 받으면서 일어났다.
찾아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으세요?"
사렌은 거의 폐인이 다 돼서 연희의 부축을 받으면서 어기적어기적 나타나는 나를 보고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내 걱정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케찹이 어디 있는 줄 알아?!"
"케찹이요? 또 설마 사고 친 거예요?!"
"아니, 사고 예정 중."
"......."
그때 케찹이 이야기만 나오면 사고 친 줄 알고 당황해하는 사렌에게 난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아직 사고를 친 건 아니다. 예정 중이지.
그러니 뭐 아직은 안심해도 좋아.
"진짜 어디 갔지?!"
이 자식이 어디로 갔는지가 중요하다.
일단 케찹이는 절대 남자에게는 요리 안 해 줄 게 분명하다.
그러니 여자한테 갔을 게 분명하고.
그리고 여자들 중에서 일단 안면이 있는 여자들한테 갈 게 분명하다.
잠시! 그러고 보니.......
"은애와 이리엘은?!"
"저도 잘."
"......."
은애와 이리엘이 없다는 것이다.
케찹이도 없고, 은애와 이리엘도 없다?
그 말은 즉?
"첫 희생자(?)는 은애와 이리엘?!"
막아야 한다.
다른 존재도 아니고 은애와 이리엘이 독극물이 첨가된 요리보다 더 위험한 케찹이 요리를 먹게 된다면 큰일이다.
"에?"
"케찹 님이 전문 요리사였어요?"
"후후. 뭐, 전문보다 더 뛰어난 전설이지요."
"......."
"......."
놀라는 은애와 이리엘에게 더욱 뻔뻔하게 한마디 하는 케찹이.
보통 남이 칭찬하면 다른 존재 같았으면 조금 쑥스러워하는 게 정상이지만, 이 인간, 아니 이 요정은 오히려 더욱 자신의 가치를 드높인다.
한마디로 이리엘이 전문이라고 하자, 전설이라고 하는 이런 거?
"자, 완성되었습니다. 주인도 먹고 뿅 간 케찹이의 궁극 요리, 드라망통 뽀리뽀리 세피아투앙."
그 순간 케찹이는 저번 프레젠을 뿅 가게(?) 만든 그 야채 수프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 야채 수프를 본 은애와 이리엘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해 버렸다.
그 이유는 프레젠과 마찬가지로 접시에서 빛이 나고 있는 진풍경 때문이다.
그릇에 라이트 마법 걸린 게 참으로 다양한 효과를 내고 있었다.
"저기, 근데 성민이가 뿅 갔다고요?"
"주인님이 정말 이거 먹고 그렇게 좋아하신 거예요?"
은애와 이리엘은 프레젠이 먹고 뿅 갔다는 그 말이 신기했는지 케찹이에게 되물었다.
한편 그런 그녀들의 질문에 케찹이는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뿅 간 정도가 아니지. 너무 맛있어서 기절까지 했으니까."
"......."
"......!"
아주 대단한 착각을 하신다.
그리고 그런 케찹이의 한마디에 은애와 이리엘은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오는 실정이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으면 기절까지 한단 말인가?!
음식을 먹고 그게 너무 맛있어서(?) 기절을 하다니, 만화책에도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다.
그렇게 은애와 이리엘은 정말 완전히 기대에 부푼 채 케찹이 요리를 먹기 위해 숟가락을 들었다.
하지만.......
"스톱!"
"......?!"
"......?!"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그녀들은 멈칫거렸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케찹이 요리 먹고 뿅 가서 기절했다는 프레젠.
그런 그를 보고 머리 아프다는 표정을 짓던 케찹이가 말했다.
"내 요리가 얼마나 맛있었으면 또 먹고 싶어 달려오다니. 그뿐 아니라 은애 양과 이리엘 양의 요리를 뺏어 먹을 작정으로 스톱을 시킨 것 같은데, 그런 저질 행동은 관둬."
"......."
한편 그런 케찹이의 미친 소리에 프레젠은 완전히 맛 간 표정을 지었고, 그런 그를 본 은애와 이리엘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으니까 같이 먹자."
"주인님 드세요. 저는 괜찮아요."
"......."
진짜로 먹고 싶어서 달려온 줄 아는 큰 착각을 한다.
물론 그 소리를 듣는 프레젠의 입장에서는 위와 장이 마구 요동치고 난리였다.
어찌 됐든 어서 제대로 알려 줘야 한다고 생각한 프레젠은 크게 외쳤다.
"그거 먹으면 죽어!!"
"......."
"......."
내 외침에 은애와 이리엘은 너무나도 놀라서 굳어 버렸다.
다행이다, 늦지 않아서.
그런데.......
"뭐, 주인 말이 맞아. 죽지, 완전히 맛있어서."
"......."
케찹이 자식은 아직도 지나친 상상을 하신다.
아니! 그 살인 요리는 말 그대로 먹으면 죽는 요리다.
맛있어서 죽거나 그런 의미 따위는 절대 담겨 있지 않다.
"개소리 작작하고! 은애야, 이리엘. 그거 먹는 순간 그대로 저 세상으로 가 버릴 거야."
"정말?!"
"정말요?!"
한편 그런 나의 추가 발언에 은애와 연희는 무척이나 놀랐고, 잠시 후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던 숟가락을 다급히 놓았다.
물론 그걸 본 케찹이는 억울한 듯 소리쳤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를!!"
"말도 안 되긴! 사실이다!!"
"그래! 주인, 이 천상의 맛을 다른 사람은 못 보고 자기 혼자만 느끼려고 하는 거지?! 지독한 주인."
"......."
완전 삽질 모드로 땅을 파신다.
그래, 저런 미친 상상을 하시는 분에게 내가 아무리 설명해 줘 봤자 이해 못한다.
그 말은 즉 간단하게 체험을 직접 해 주는 게 직방이라는 거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못 믿겠으면 처먹어 보시든가."
"......."
난 은애와 이리엘이 먹으려던 그 수프를 권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권함에 케찹이는 내가 구라를 깐 게 아니라는 게 서서히 느껴졌는지 안색이 창백해졌다.
자, 괜한 헛소리 작작하고 이제 인정하라고! 네놈의 요리는 미친 요리라는 걸.
"그럴 리 없어!"
"임마! 안 돼!!"
꿀꺽.
그때 케찹이가 내 말을 부정하면서 그대로 그 수프 한 접시를 그대로 삼켜 버렸다.
물론 난 그걸 말렸다.
아무리 케찹이에게 자기 요리를 한 번쯤은 먹여 주고 싶었다만, 이건 아니다.
저만큼 먹는 순간 이건 그대로 즉사가 가능한 양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그 모든 수프는 케찹이에게 흘려 들어갔고, 난 그저 이제는 그가 부디 살아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한데 이런 나의 바람은 너무나도 컸던 것일까?
잠시 후 케찹이는 쓰러졌다.
"우우욱!!"
"......."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위를 부여잡는다.
왔다. 오고 말았다.
그분이 오셨다.
나를 뿅 가게(좋은 의미 말고) 가시게 한 그분이.......
"어어억!!"
털썩.
"케찹 님?!"
"왜 저러는 거야?!"
그 순간 쓰러지는 케찹이를 본 이리엘과 은애는 당황했고, 난 그런 그녀들을 향해 씁쓸하게 한마디 할 뿐이었다.
"고인이 되어 버렸어."
"......."
"......."
끈질긴 자식, 정말 저토록 끈질긴 생명력은 처음 본다.
아니, 뭐 블랙 페리안에게 개기는 걸 봐서는 보통 생명력이 아닌 걸 알고는 있었지만.
어찌 됐든 케찹이는 그 한 접시를 먹고도 살았다.
난 단지 한 숟가락에 거의 저세상을 가 버린 그걸 한 접시나.......
물론 멀쩡하지는 않다. 그저 침을 줄줄 흘리고 누군가 보이지 않는 대상과 대화를 좀 나누고 갑자기 웃거나 뭐 이런 이상한 증세만 나타나고 있다.
요리를 그만큼 먹고 저런 미세한(?) 반응은 다행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