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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치료의 왕발 (88/100)

제3장 치료의 왕발

"쿨럭."

내 입에서 다량의 검붉은색 피가 흘러나온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왜 심심하면 검붉은 피가 툭툭 튀어나오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횟수가 많아진다는 거다(씨앗은 제일 늦게 심어졌는데. 반응은 정말 죽인다).

참고로 그 이유라고 해 봤자 한 가지밖에 없고 말이다.

블랙 페리안의 발작.

아마도 지금 나오고 싶어서 발작 중인 그분이 나의 몸을 개판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 건 뻔한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아한 건 케찹이와 사렌은 잘 지낸다는 것이다.

물론 갑자기 고통이 한 번씩 오기는 하지만, 나처럼 항상 검붉은 피가 나오지도 않고 진짜 잦은 고통이 오는 것도 아니다.

나만 이상하게 반응이 자주 온다.

혹시 그분이 특별히 나만 백만돌이 씨앗을 심어 준 건가?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반응을 하나?

"상쇄 반응이 일어나서 그런 것 같습니다."

"루얀."

그때 피를 토하고 있는 나에게 루얀이 여전히 무감각한 어조로 말했다.

그나저나 상쇄 반응이라, 플레이지 나이트의 힘과 블랙 젠더의 힘을 말하는 건가?

"생각하신 그대로입니다. 둘의 힘은 절대 융합할 수 없는 힘, 그러니 그 힘이 서로 반발해서 지금의 현상이 일어나는 듯싶군요."

"......."

웃기지도 않는다.

싸우려면 다른 데서 싸우지, 왜 내 몸에 와서 지랄, 아니 난리 피우고 있는 거지?

이 연약한 몸에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왠지 루얀을 보니 궁금한 게 생겼다.

그리고 그건.......

"나는 안 죽임?"

"......."

나한테 검을 들이대지 않는 것이다.

케찹이와 사렌은 언제든지 베어 버릴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감시가 없다. 세 명 중에서 제일 심각한 나한테 말이다.

한편 이런 내 질문에 루얀은 여전히 그 포커페이스의 얼굴로 말했다.

"제가 죽이려고 해도 죽일 수 없는 존재인 것을 아니까요."

친절하게(?) 대답을 해 주신다.

아, 내 힘이 약간(?) 세다 보니 건들기가 난해하다는 거군.

그런데 그 말은 내 힘이 루얀 밑이었으면 언제든지 죽이려고 한다는 소리?

루얀은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유란 프레젠에게서 느껴지는 블랙 페리안의 힘이 너무나도 이상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강하다. 그뿐 아니라 약간 이질적인 힘까지 느껴진다.

단순히 블랙 페리안의 힘이라고 하기에는 말이다.

"착각이겠지."

루얀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 설마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단지 몸 안에 두 가지 상극의 힘이 있어서 그럴 뿐이다.

"어때?"

난 유일하게 이 빌어먹을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 즉, 다섯 번째 히든 클래스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만한 그분에게 가서 물었다(나뿐만 아니라 케찹이와 사렌도 포함이다).

하지만 그런 내 질문에 피엘은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완전 알 수가 없구려."

아악! 믿는 건 너밖에 없는데 네가 모른다니!!

이대로 난 가냘픈(?) 비운의 주인공처럼 피를 토하면서 죽어야 되는 거야?!

"차라리 그 치료의 왕발을 찾지 그래?"

"치료의 왕발?"

"어."

"......."

그때 피엘은 갑자기 치료의 왕발을 찾으라고 하신다.

저기, 질문이 하나 있는데 치료의 왕발은 뭐하시는 분이야?

듣는 순간 엽기의 세계를 갔다 온 기분이 들게 하는 이름인데?

그 순간 피엘은 마구 흥분하더니 빠른 속도로 내게 다다닥 말했다.

"너 치료의 왕발을 모르냐?!"

"......."

"어떻게 그 존재를 몰라!!"

"......."

"너 미쳤구나?"

"......."

아니, 그게 도대체 누군데!

그리고 나보고 미쳤다니? 오히려 그런 엽기와 연관되어 있는 이름을 알고 있는 네놈이 이상하다고 난 생각하는데 말이다.

치료의 왕발이라니, 이건 또 뭐야?

"그의 발이 닿는 순간, 그 어떤 질병과 상처도 사라진다."

"......."

"진짜 못 들어 봤냐?"

"나보고 웃으라는 거니?"

"......."

"그딴 개그는 사양하는데."

진짜 사양한다.

그 이해하기 어려운 개그, 이번에는 왕발 개그(?)냐?

뭐? 그의 발이 닿는 순간 질병과 상처가 다 사라져?

차라리 손이라면 몰라, 발이래.

그의 발이 닿는 순간 모든 게 치료된다고 한다.

자식, 나름대로 아이디어는 좋았다만 별로다.

치료의 왕발, 그냥 여기서 묻어 버리자. 응?

"진짜 이렇게 정보가 없는 놈은 처음이네! 이 정도일 줄은 진짜 몰랐다!!"

"......."

피엘은 오히려 내게 역성을 냈다.

후후, 역성을 내면 내가 속을까 봐?

웃기지도 않는다. 차라리 치료의 족발을 하지 그래?

"선배,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어요."

"......?"

"그러니 피엘 님 말이 사실이라는."

"......."

그 순간 갑자기 연희가 내게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한데 작은 목소리에 비해서는 완전 파격적인 내용이다.

피엘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 말은, 치료의 왕발이라는 분은 실제로 계신다?

도대체 치료의 왕발이라니!!

진짜 차라리 치료의 족발을 해라!!

이거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다 안 나온다.

그리고 더욱 나를 당황스럽게 하는 건 정말로 치료의 왕발이라는 사람은 진짜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심지어는 케찹이도 알고 있더라.

정말 치료의 왕발이라니!

피엘의 말에 따르면 그의 발에 닿는 자, 모든 치료가 된다더라.

진짜 그 어떤 질병도 말이다.

그런데 개인적이나마 그의 발에 치료를 받고 싶지는 않구려.

그나저나 아무리 치료의 왕발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병은...... 고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떤 질병이든 상처든 못 고친 적이 없다네!"

"......!"

그때 날 흥분시키는 피엘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 말이 사실이냐?! 지금까지 그 어떤 질병이든 상처든 다 고쳤다고?!

난 그 말에 순식간에 흥분 모드로 돌입했다.

그리고 당장 피엘에게 물었다.

"그분은 어디 계시니?"

"몰라, 알 수가 없어."

"......."

"워낙 방랑벽이 심하기로 유명하거든."

하지만 피엘은 모른다고 말했다.

그 말은 즉.......

"달라진 게 없잖아?!"

"......."

전설의 히든 클래스도 어디 있는지 모르고, 치료의 왕발은 어디서 놀고 있는지 모른다.

결론, 달라진 거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 전설의 히든 클래스님보다는 치료의 왕발 님을 찾는 게 훨씬 쉽다는 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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