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대시
"어떤 의미에서 증폭 페리어보다 좋다는 의미를 알겠군요."
"후훗."
"이 힘이라면 충분히 플레이지 나이트를 없애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클레이제이먼 님과 같이 간다면 말이지요."
데리트는 자신만만했다.
자신들이 증폭 페리어를 포기하고 얻은 또 다른 전설의 히든 클래스.
어떻게 보면 자신의 마스터 말대로 자신에게는 증폭 페리어라는 직업보다 이게 훨씬 나을지도 몰랐다.
"우와!!"
메라는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실 플레이지 나이트라는 직업의 수호천사(?)로서, 한 번도 바깥세상을 본 적이 없기에 지금 바깥세상의 모든 게 신기한 건 당연한 것이다.
그나저나 아주 찌뿌드드해 죽겠다.
쇠사슬에 묶여서 잤더니 말이다.
아아, 내가 도대체 뭔 죄를 지었다고 나를 쇠사슬로 봉인을.......
흑, 정말 어제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
물론 플레이지 나이트로서 변신하면 그 엄청난 충격파로 쇠사슬은 사라지겠지만, 덤으로 여관도 사라지기에 그건 할 수 없었다는.......
"주인님! 저거 보세요!"
"아아."
그때 메라는 그 부드러운 손으로 나를 붙잡은 채 어디론가 끌고 갔다.
그리고 그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점집이었다.
하지만 메라에게는 그것도 신기한가 보다.
"어이, 아가씨. 점을 보지 않겠는가?"
그때 메라를 보고 점을 보지 않겠냐고 묻는 후드를 뒤집어쓴 채 앉아 있는 어느 한 남자.
근데 저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 봤다?
한편 메라는 그런 남자에게 약간 당황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저, 저요?!"
"그래, 무료로 해 주는 거야!"
"......."
그 순간 참으로 친절하게 메라에게 공짜로 해 주신다는 분.
물론 남자들이란 미녀들에게는 친절하니, 저런 현상은 이상한 게 아니다.
한데 뭐라 해야 할까? 저 어디서 많이 본 풍채라든가 목소리, 포스는 뭐냐?
"어이, 거기 남자는 가 줘."
"......."
그때 나보고는 가라는 그 점쟁이 아저씨.
저기, 미안하지만 제가 꺼지면 메라도 똑같이 사라질 건데요?
우리는 지금 자석 상태여서 말입니다.
한편 그런 그 남자의 조건에 메라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안 돼요. 주인님이 옆에 있으셔야 돼요."
"제길, 빌어먹을. 씹탱구!"
내 편을 들자 갑자기 친숙한(?) 욕을 하신다.
참 점쟁이 치고는 뭔가 진짜 구리다 못해 무지하게 구린 냄새가 나는 저분, 왠지 정체를 알 것 같은데?
"당신 옆의 케찹이라는 요정이 당신의 운명입니다!"
"......."
"그는 너무 아름답고, 우아하고, 멋진 존재. 당신과 딱 들어맞는 거죠."
"......."
메라는 말이 없었다.
저 사기꾼 같은 남자...... 아니 케찹이의 점술에 말이다.
난 곧바로 일어나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
퍽!
"아악!"
그러자 후드에 가려져 있던 마네킹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곳에는 케찹이가 당황한 채 있었다.
"뭐 하는 짓거리야?"
"......."
난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없고, 그냥 나를 보고 배시시 웃는 케찹이.
자기 딴에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생각에 저 짓거리 하는 것일 테다.
그렇지만 미안하게도 네놈에게는 웃는 얼굴에 침 뱉어 줄 의향이 아주 많아서 말이다.
그렇게 케찹이를 정리한 후 난 메라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메라, 미안. 약간 이상한 놈이어서."
"아뇨. 괜찮아요. 재미있는 분이시네요."
"......."
한데 메라는 그런 내 말에 오히려 무척이나 재밌어 한다.
그녀에게는 저런 케찹이의 미친 짓거리도 참으로 재밌어 보이는 건가?
좀 독특하네.
"메라 양, 저 솔직히 어때요?"
"......."
"완전 미치게 멋져 부리지?"
"......."
"사귀고 싶지?! 날 가지고 싶죠?! 들이대요."
"......."
메라는 저 미친 케찹이의 대시에 말이 없었다.
점술사로 변신해서 메라에게 집적거리던 케찹이.
하지만 너무나도 손쉽게 그 점술사는 나에게 들켜 버렸고, 그 이후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들이댔다.
아, 정말 내가 저 자식의 주인이라는 게 너무나도 쪽팔렸다.
어찌 저리 지조가 없단 말인가!
은애가 있을 때는 은애에게 집적거리고, 연희가 있을 때는 연희한테, 이리엘이 있을 때는 이리엘한테.......
이제는 아예 메라까지 건드리고 있다.
하아, 그래도 다른 애들은 나름대로 지조가 있는데 말이야.
예를 들어 버스틴은 이리엘만 열심히 덮치려고...... 아니, 이건 아니고.
그래, 마요네즈는 사렌을 너무 좋아해서 길쉬를 언제든지 죽이...... 아니, 이것도 아니잖아!
케찹이나 버스틴이나 마요네즈나 그놈이 그놈이잖아!
아니, 오히려 케찹이가 착한 쪽일 수도?
뭔가 착잡하군.
"헤이, 진실을 말해 봐!"
"......."
"나 엄청 멋진 거 나 다 알거든?!"
"......."
"그러니 부담 없이."
그때 이제는 아예 돌았는지 정말 진짜 미친 소리 한다.
아아, 하루하루가 멀다 하고 저 미쳐 가는 영혼을 누가 좀 고쳐 주면 소원이 없겠다.
물론 무리인 거 알지만 말이다.
"머, 멋지세요."
"알아."
"......."
"풋."
"......."
그 순간 너무나도 들이대는 케찹이 때문에 예의상 메라가 거의 강제로 멋지다고 해 주니, 안다면서 썩소를 짓는 케찹이.
진짜 내가 다 쪽팔린다.
"야."
"왜?"
"뭔 목적인 게냐."
"......?"
"왜 따라오냐고."
난 궁금했다.
분명 오늘 나의 목적은 바깥세상을 구경하지 못한 메라를 구경시켜 주기 위해서지, 저딴 이상한 요정 데리고 다니는 목적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나의 질문에 케찹이는 당당하게 말했다.
"난 메라를 주인에게서 지키려고."
"......."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네가 왜 메라를 지키는데!
네놈이 더 위험인물인데 지키기는 뭘 지켜, 임마!
아니, 그리고 무엇보다 나한테 메라를 왜 지켜!!
"다 알고 있다고!"
"......?!"
"주인의 비.밀.을."
"헉!"
그때 케찹이의 입에서 경악스러운 말이 흘러나왔다.
나, 나의 비밀을 알고 있어?!
아니, 그럴 리 없다.
구라다. 나에게는 비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청렴결백한 청년인데?!
번쩍!
그런데 그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의 심장을 도려낼 것 같은 사실 한 가지.
잊히지 않는다, 그 사실이.
그것 때문에 내 이미지에 얼마나 타격을 입혔단 말인가?
심심하면 밥 먹듯이 나오는 그 사실, 성인물 관람 사건 말이다.
하지만 그건 은애만 아는 궁극 비밀 사건이다.
그런데 저 자식이 어떻게 알았지?
설마 은애가 케찹이에게 말했나?
아니, 그럴 리는 절대 없다. 은애 성격상 절대 그런 중요한(?) 비밀을 남에게 말하는 분이 아니다.
그럼 도대체 저 자식은 어떻게 그 비밀을 알았지?
"자, 내 입으로 밝히면 주인 곤란하지?"
"......."
"그럼 내가 메라 양과 잘되게 도와주는 게 좋을 거야. 케케케."
"......."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협박을 한다.
아악! 빌어먹을.
이 간악하다 못해 나쁜 자식,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가지고 나를 협박하려고 하다니!
하지만 그렇다고 그 협박에 응답할 내가 아니다.
비록 내가 메라에게는 완전 저질 인간으로 찍힐지 몰라도 네놈 따위랑 메라를 밀어 줄 바에는 그냥 저질 인간 하련다.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말했다.
"말을 하려면 해, 이 자식아!"
"......."
아주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그렇지만 그런 나의 강력 대응에 당황하는 케찹이.
어? 저 자식이 왜 당황하는 거지? 분명 저 자식이라면 내가 이렇게 밀어붙일 경우 진짜로 공개할 놈인데.
왜 저렇게......?
설마?
"아무것도 모르는 거 아니냐?!"
"어, 어떻게!"
"......."
내 예상이 들어맞았다.
저 자식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럼 도대체 뭘 믿고 내가 비밀이 있다는 걸 알고 협박을 한 거지?
그저 내게 비밀이 있다는 걸 느끼고 찍은 거냐?
뭐 이리 이런 방향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요정이 다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