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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동거? (83/100)

제11장 동거?

"......."

"......."

난 아주 심각했다.

분명 처음에 메라가 2차 봉인을 해제해 줄 때까지만 해도 난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이 엄청난 힘을 진짜 느끼는 것만으로도 멍 때리게 충분했으니까.

물론 처음에 메라가 한 말, 사흘 동안 같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신경도 안 썼다.

그저 사흘 동안 행복한 미소녀와의 밀회(?) 정도라고만 생각했을 뿐.

그런데 이건 진짜 심각하다. 완전히.

"꺅!!"

"자, 잠시 메, 메라, 이건......."

"어, 어서 사용하세요!"

"아악!!"

화장실도 제대로 못 이용하는 비극의 상황이다.

내가 방금 전 한 말이 무슨 말인지 궁금하실 테다.

사흘 같이 있는 게 그냥 같이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무조건 3미터 안에 있어야 했던 것이다.

즉 화장실 들어갈 때도 메라가 화장실 문 쪽에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난 절대로 안 그러고 싶었지만, 우리는 3미터 이상 떨어지면 다시 자석처럼 철썩 붙어 버렸다.

뭐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더욱 당황스러운 건 메라가 어느새 인간형 모습을 갖춰 버린 것이다.

뭔가 입체적인 모습이었던 메라가 완전히 인간이 되어 버리다니!

움직이고 느껴지고 모든 게 될 정도로 말이다.

물론 이것뿐만이 아니다. 은애에게 찍혀 버렸다. 여자관계 복잡하다고.

아니, 복잡한 게 아닌데, 난 정말 복잡 안 한데 은애가 보기에는 어느새 메라에게 작업 들어간 존재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연희 양도 나를 보고는 기운이 쭉 빠지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

아악! 이건 아닌데, 하필 그런 오해를.......

설상가상으로 또 메라와 이 상태가 되어 버렸으니 노골적으로 들이댄다고 하시는 은애 양.

물론 난 차근차근 설명했다.

메라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왜 이 상태인지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내 설명에 어이없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시는 은애 씨. 메라가 내 말을 거들어 줬음에도 불구하고 믿게 하기는 무리였다.

내가 생각해도 메라를 설명하면 개구라 같은데, 은애가 믿겠는가?

"나쁜 주인......!!"

"쓰레기 맨!"

"인간 말종!"

그때 나에게 추가로 저분들도(케찹이, 마요네즈, 버스틴) 매번 찾아와서 나를 귀찮게 한다(근데 내가 왜 나쁜지는 모르겠다).

아아! 어디 아군은...... 없단 말인가?!

덜커덕.

갑자기 문이 열렸다.

그리고 거기에 은애와 연희, 이리엘이 갑자기 들이닥쳤고, 난 그 모습에 흠칫했다.

또 은애가 무슨 오해로 나를 곤란하게 만들지 두려웠다고나 할까?

"들었어."

"저도요, 선배."

"주인님, 힘드시죠."

"......?!"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약간 퉁명했지만 화가 풀린 은애의 목소리와 나를 걱정해 주는 연희와 이리엘의 목소리.

왜 갑자기 이러는 거지?

설마?!

"루얀 님과 엔딘 님이 말씀해 주셨어."

"......!!"

루, 루얀! 엔딘!!

흑, 내 편은 있었어. 난 아직 죽지 않아!

"메라 씨, 오해해서 죄송해요."

"아뇨, 괜찮아요."

한편 은애는 메라에게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메라는 괜찮다고 한다.

아, 모든 게 잘 풀렸구나. 잘 풀렸어.

하지만 은애 양은 이대로 끝나면 좋은 걸 다시.......

"조심하는 게 좋아요."

"네?!"

"성민이는 늑대거든요."

"무, 무슨 소리야!"

나를 늑대로 몰아세웠다.

늑대라니! 나처럼 순수한 늑대 봤어?!

그런 늑대는 없다고!

그렇지만 이런 내 반발에 은애 양은 나를 시큰둥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말했다.

"저번 사건, 난 기억하거든."

"......."

"물론 직접은 안 했지만, 준비를 해 주면 보는 것도 알고 있지."

"무슨 말이에요?"

"언니, 그게 무슨?"

헉!

저번 사건이 나오고 말았다.

음란물 사건, 왼손이 세뇌 걸어서(?) 강제로 보게 한 그 사건이 말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 다른 여자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있어. 남자의 본능이랄까?"

"......."

다행히 은애는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은애에게는 나는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남자로 보이는 게 참 서글프기는 했다.

아니, 그런데 우리 삼자면담(?) 해 보자.

솔직히 그 과정에서 안 볼 사람 어디 있냐?

특히 남자 분들, 그런 게 차려지면 안 볼 사람 없잖아?!

우리 모두 솔직해지자고, 응?

물론 안 본다는 사람, 당신은 남자도 아닌 것이다(결론이 왜 그런데)!

밤이 왔다.

공포의 밤?!

아니 공포의 밤이라고 표현하기는 그렇고, 행복의 밤인가?

그렇지만 행복의 밤이라고 표현하기도 또 그런데....... 아악! 머리 아프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시간에 접속을 끊을 시간이다.

하지만 사흘 동안 난 접속을 끊을 수가 없다.

왜냐고? 메라와 붙어 있어야 하니까.

한마디로 게임에서 가수면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거다.

물론 강제 종료는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 같이 있어야 하는 날짜가 더욱 늘어난다는 아름다운 페널티가 있다는 건 모두 알아 두자.

아니, 그나저나.......

"......."

"......."

어색하군.

나와 메라는 한 침대 아니, 오해하지 말고!!

거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침대에 있는 거다!!

어찌 됐든 한 침대에 앉은 채 그냥 침묵 때리고 있다.

솔직하게 진짜 미치겠다.

이런 야심한 밤에 저런 미소녀와 함께 한 방에 있다는 것 자체가.......

물론 이상한 의미는 아니고 단지 뭐라고 해야 하나, 무척이나 떨리고 어찌할지를 모르겠다는 거다.

아, 이건 너무나도 가혹한 형벌(?)이다!

"주인님, 피곤하시면 주무세요."

"메라는?"

그때 괴로워하던 나를 향해 메라가 한마디 건넸고, 그 말에 메라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

"저도 잠이 너무 와서......."

"헉!"

"......."

같이 자겠다는 소리?!

아니, 이상하게 듣지 마라! 그저 단순하게 같이 자는 것뿐이다.

단순하게 한 침대에서, 단순하게 한 침대에서, 단순하게 한 침대에서, 단순하게 한 침대에서...... 잔다는 거잖아!!

남녀가 침대에서 자면?

그냥 자는 거지?!

그렇지, 그런 거다.

뭔 생각을 해대는 거야, 이 변태 자식아!!

지금 엄연히 같이 있는 건 2차 봉인 계약 조건 때문이다.

절대 이상한 관계로 있는 게 아니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절대 올바르지 못한 내 생각을 바로잡았다.

남녀가 친구처럼(?) 침대에서 같이 잘 수 있지 않는가?

그렇다. 그런 거다!

새근새근.

"......."

그때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잠들어 버린 메라.

그리고 그걸 본 난 살짝 미안해진다.

아니, 이렇게 순진한 소녀를 상대로 무슨 저질 상상을.......

난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케찹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 버렸구나.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메라를 침대 위에 잘 눕혀 주려고 했다.

그런데.......

덜커덕.

갑자기 이 늦은 시각에 아무런 노크도 없이 아주 열리는 나의 방문.

그와 함께 너무나도 익숙한 여자 세 명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뭐 하고 계셨어요?"

"헉!"

첫 타자로 은애가 메라의 자세를 바로잡아 주는 나를 보더니 무서운 한마디 하셨다.

물론 나야.......

"메라가 갑자기 잠이 들어서 제, 제대로 눕혀 줄려고...... 하하!"

최대한 진실을 말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말은 믿음이 안 가는 표정이다.

아, 저번 음란물 사건 덕택에 내가 쌓아 놓은 순결한(언제?) 이미지는 완전 박살났구나.

제길, 슬프다 못해 처참하다.

그나저나 갑자기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지?

헉! 설마?

"우리도 이 방에서 지내려고."

"......."

설마가 들어맞았다.

나와 같이 지내고 싶어서 지금 이 방에서 자고 간다는 것이다.

그 말은 한 방에서 궁극의 미소녀 네 명과 달콤한 취침?!

이건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수확인데?!

"이건 뭐야, 은애 양?"

"늑대 조심."

"......."

난 잠시 후 그녀들이 온 목적을 알았다.

내가 꿈꾸던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는 개뿔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들은 나를 감시하러 온 것이다.

메라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나를.......

물론 주도는 은애가 하고, 연희와 이리엘은 끌려왔을 확률이 99.9%라는 건 알겠지만.

그나저나 정말 이건.......

"너무하잖아!"

"늑대는 쇠사슬로도 모자라지."

"......."

그렇다. 은애가 나를 쇠사슬로 완전히 묶어 버린 거다.

손과 발이 완전히 밀봉되어 버렸다.

그나마 아프지 않게 조심스럽게 묶어 주기야 했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엄청 비참하다.

이게 뭐란 말인가!

잠을 이렇게 묶여서 자라고?!

아니 그리고 이 엄청나게 강해 보이는 쇠사슬은 어디서 공수를......?

"그 자식들이군."

어디서 해 왔는지 금세 알겠다.

다른 건 몰라도 나 방해하는 건 지상 최강의 단체 케찹 패밀리, 그들은 분명 은애를 꼬여서 이걸 건네주었을 것이다.

카, 안 봐도 아는 이 지혜, 너무나도 감동적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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