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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데스 마을 (82/100)

제10장 데스 마을

역시나 피엘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시간 안에 그 이상한 마을을 찾아낸 걸 보면 말이다.

어찌 됐든 그렇게 피엘의 도움 덕택에 우리는 아주 손쉽게 데스 마을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착한 이후 난 혹시 잘못 온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무지막지하게 들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분명 데스 마을이라고 하기에 사람들 다 죽어 나가고 마을만 남아서 지어진 이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살아 있다.

물론 정상적인 느낌은 안 들지만 말이다.

다들 퀭한 얼굴에 아무런 의지도 없어 보이고, 그저 흐느적흐느적 걸어가는 특이한 사람들.

정말 보는 나까지도 괜히 기운이 쭉 빠졌다.

그런데 진짜 잘못 온 걸까, 아님 제대로 온 걸까?

아무래도 그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르겠지만, 왠지 저분들 표정이나 행동을 봐서는 솔직히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확인을 할 수 없으니, 난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나마 제일 양호한(?) 상태의 여자에게 물었다.

"저기요."

"......."

한편 이런 내 질문에 그녀는 퀭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고, 난 그 모습을 보자 온몸에 소름이 와르르 돋는 게 느껴졌다.

진짜 마음 같아서는 '됐습니다.'라고 한 뒤 재빨리 일행들에게 돌아가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는 것은 그러므로 난 애써 참으면서 물었다.

"저기 여기가 데스 마을이라는 곳이 맞나요?"

"그렇습니다."

"......."

물으니 친절하게(?) 답변을 해 주신다.

하지만 진짜 다시는 답변을 거부하고 싶을 정도의 호러 목소리다.

그나마 여기가 데스 마을이라는 것을 확인해서 낫지만, 기분이 영 이상한 느낌이다.

어찌 됐든 대답을 들었으니 난 감사의 인사를 한 뒤 재빨리 물러나려고 했다.

그런데.......

"......!"

나의 눈에 엄청난 광경이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그 장면이란 어떤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가 엄청나게 몸이 마른 채 쓰러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주 잠시 움찔거리는 게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증명했다.

"저, 저기 저 아이는?!"

난 다급하게 그녀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당황해서 가리키는 아이를 보더니 말했다.

"제 아이입니다."

"......."

"왜 그러십니까?"

"아, 아뇨. 아이 분이 뭔가 상태가......."

"그런가요?"

"......."

뭔가 이상하다!

진짜 이상해!

아이가 아파서 죽어 가는 듯한 모습인데 저 여자는 그저 '그런가요?' 한마디가 끝이었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목소리로 말이다.

이건 도대체 뭐야!

다들 이상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내가 생각하는 범위를 넘어서잖아!

아니 그것보다 일단 저 아이를 치료해야 한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물었다.

"제가 치료를 해도 되는 겁니까?!"

"하고 싶은 대로요."

역시 아무런 감정이 없는 목소리다.

진짜 부모가 맞는 거야?!

나는 무척 충격을 먹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저 남자 아이를 살려야 된다는 생각으로 곧바로 치료의 활을 소환했다.

사실 그녀에게 받은 이후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무기인데, 지금 이 기회에 아주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꼈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재빠르게 치료의 화살을 생성시켰고, 곧바로 그 꼬마 아이를 향해 발사했다(물론 활로 보이는 걸 자신의 자식에게 쏴도 그 여자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그와 함께 순간적으로 하얀색의 빛이 그 꼬마 아이를 감싸고, 추가로 그 이상한 여자까지 감쌌다.

너무나도 이상해서 은근슬쩍 그녀에게까지 회복 마법을 걸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잠시 후 엄청나게 충격적인 장면이 벌어졌다.

"아아악!!"

"......아아악!!"

"......!!"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는 그 여자와 꼬마 아이.

"무, 무슨 일이!!"

물론 그걸 본 난 다급하게 그들에게 다가갔지만, 그녀와 그 꼬마 아이는 그대로 노란색 액체로 변해 버렸다.

지, 진짜 이게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힐을 사용하니 노란색의 액체가 되면서 죽어 버리다니!!

아니, 그것보다 순간적으로 난 아무런 죄 없는 사람을 죽여 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아무도 반응하지 않아!"

내가 그녀와 어린아이에게 힐을 사용해서 죽음이라는 이상한 결과를 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그 누구도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난 느꼈다.

왜 이곳이 데스 마을이라고 불리는지.......

"힐을 받으니 노란색의 액체로 변했다고 하셨습니까?"

"어."

난 당장 일행에게 다가가서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말했고, 한편 그 말을 들은 일행 중 엔딘이 다소 심각해진 얼굴로 묻자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엔딘은 내 이런 대답에 더욱 얼굴을 굳히더니 말했다.

"이 마을은 그 존재와 연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야?!"

그 존재라니?

여기는 전설의 히든 클래스 증폭 페리어가 봉인되어 있는 장소가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그 존재라니?

"......블랙 젠더."

"헉!"

그때 그런 나의 의문을 풀어 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엔딘이 아니라 루얀이었다.

그는 완전 살벌해진 얼굴로 말했다.

"블랙 젠더가 만들어 놓은 데스 크램입니다."

"데, 데스 크램?"

"아무런 감정이 없는 인간, 하지만 죽지는 않았죠. 그렇기에 죽은 존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존재. 그게 데스 크램입니다."

"......."

아주 뭔가 멍 때리는 이야기를 한다.

그, 그러니까 저들은 죽은 게 아니고 아무런 감정이 없는 존재(한마디로 인간)?

근데 왜 힐에는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죽지 않았으면서 말이야.

힐은 절대로 살아 있는 존재를 소멸시킬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는 건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다.

그런데 저렇게 소멸이 되어서 액체로 변해 버리다니!

그리고 무엇보다 저들을 만든 이유는 뭐지?

"프레젠 님 때문이죠."

"......?!"

그때 마치 내 이런 머릿속의 질문을 읽은 듯 말해 주는 루얀.

나 때문이라니?! 저들이 탄생된 거랑 나랑은 뭔 상관이 있지?

"플레이지 나이트를 죽이기 위해 탄생된 병기들이죠."

어머, 또 내 직업 나왔다. 이놈의 인기는.......

플레이지 나이트라는 직업, 정말 좋은 만큼 인기도 끝내 준다.

이렇게 여러 군데에서 사랑해 주니 말이다.

"플레이지 나이트......."

"냄새가......."

"죽여라!"

"죽......여!"

그때 때마침 절묘하게 나에게 한마디 하면서 다가오시는 마을 사람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눈치 못 깐 걸 봐서는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건데?

쳇! 그 기회에 이 자리를 떴으면 좋았을 텐데.

뭐 물론 떠 봤자 금세 돌아오기는 할 테다. 여기에 증폭 페리어가 있는 이상은 말이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플레이지 나이트로 변신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저, 저길 보세요! 프레젠 님!"

"......?!"

갑자기 길쉬의 외침이 들려왔다.

저길 보라니?

그때 난 내 눈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내게 달려오던 사람들이 곧바로 노란색의 액체로 산화되어 버리더니, 그 액체가 서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액체로 이루어진 뭔가 괴상망측한 괴물이 탄생했다.

저건 뭘까?

"지금까지의 적과는 차원이 다를 것입니다. 저 존재는 오직 플레이지 나이트만을 없애기 위해 탄생된 존재들이니까요."

헉! 나, 나만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

벌써 단어 표현부터가 장난 아니다.

다른 존재는 몰라도 나만 잡는다는 것은 아주 고약한 심보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별 걱정은 없다.

분명 저분은 강하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 플레이지 나이트라는 직업을 이기기에는 무리다.

이 사기적인 직업은 저들을 만든 블랙 젠더와 비등한 힘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내가 아직 미숙하다고는 하지만, 비등한 존재가 만들어 낸 괴물에게 당할 정도는 아니다(실제로 대충 힘을 재어 보아도 플레이지 나이트로 변신한 이후에 나타나는 폭발적인 힘보다 훨씬 못하다).

그러니 나의 승리다.

난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곧바로 플레이지 나이트로서의 변신을 시도했다.

파지지짓!!

역시나 개사기 직업이라는 걸 또다시 증명해 주는 엄청난 힘의 폭발이 일어났다.

그런데.......

"......?!"

그 힘의 폭발과 동시에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마구 커지고 있었다. 누가?

바로 내 앞에 있던 액체 괴물이 갑자기 크기가 두 배가 되어 버린 것이다.

마치 나의 변신에 반응하듯 말이다.

"데스 크램은 플레이지 나이트로 변신할 때 생기는 폭발적인 힘을 그대로 흡수하는 능력을 가진 병기입니다."

한편 그 순간 참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루얀 씨.

그런 건 좀 빨리 말해 달라고!

"저, 저 괴물을 그럼 원래대로 돌리는 방법은?!"

이게 급하다.

지금 내 힘을 흡수한 액체 괴물은 말 그대로 상상이 안 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다.

만약에 제대로 붙는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왜 루얀이 플레이지 나이트만 때려잡기(?) 위한 존재라고 표현했는지도 충분히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말이다.

한편 그런 내 질문에 루얀은 한마디 했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

"초보자인 상태로."

"......."

이런 제길!

그럼 다시 원래대로 초보자로 돌아가서 저 이상한 괴물을 상대해야 한다고?!

이 엄청난 힘을 놔두고?!

차라리 초보자에서 싸우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아서 난 다시 변신을 풀어 버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저쪽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아, 아름다워라.

......귀여워 죽겠어!

물론 실제로 나의 이런 잡소리를 믿을 분은 없겠지?

어찌 됐든 난 그나마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초보자의 단검을 꺼내 들었다.

옛날과는 비교되지 않게 사용 횟수가 줄어들었고 플레이지 나이트 전용 무기에 비해서는 약간 슬퍼진 무기였지만, 그래도 곧 죽어도 엄청난 무기였다.

보통 신급이나 전설급에 달하는 무기였으니까.

그나저나 지금 전투에서는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한 방 맞으면 바로 이 세상 하직할 것 같으니까.

요새 갑옷 때문에 약간의 공격은 무시하면서 더욱 공격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짓거리를 했다가는 그대로 떠나신다.

제길, 전체적인 전투 능력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응용 방법 자체도 거지됐다.

그러니 장기간으로 끌면 끌수록 나에게 불리했다(특히 방어구의 부재. 막상 처음에는 방어구 없이 살아서 몰랐는데 한 번 착용, 그것도 엄청 좋은 방어구를 착용한 이후여서 지금 방어구가 없는 게 최악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난 그 액체 괴물을 상대로 돌격했다.

그런데.......

파직.

파직.

"......!"

순식간에 다가가던 나의 발밑에서 무언가 올라오더니 그대로 다리를 묶어 버렸다.

뭔가 끈적끈적한 액체 같은 느낌이다.

퍼억!

"......악!"

"선배!"

"주인!!"

"성민아!"

그 순간 난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온 액체에 한 번 맞더니 일행들의 외침 소리와 어우러져 주르륵 날아갔다.

아무리 방어구가 없다고 하지만, 액체 한 방에 날아가면 어떡하자는 거냐!

아이고, 아파라.

젠장! 액체 한 방 맞고 중상 입다니, 이것도 참!

"차라리 변신한 상태로 싸우는 게 낫겠다."

내가 변신하면 분명 저쪽도 강해진다.

하지만 지금 상태보다는 승리할 확률이 훨씬 높아질 거라고는 확신한다.

블랙 젠더가 만들어 낸 괴물, 그런 괴물을 일반인(?)인 초보자로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것이다.

아무리 플레이지 나이트 전용 괴물이라지만 곧 죽어도 조율자 이상의 힘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초보자로 싸우는 건 아예 승률이 없다는 거다.

파지짓!

그런 생각과 함께 난 순식간에 힘을 개방했고, 역시 방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 불어났다.

뭐 참고로 저쪽도 변신하지만, 그건 이미 각오한 일이다.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곧바로 창을 소환해 냈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방을 향해 쇄도해 나갔다.

하지만 이런 내 반응에 그 이상한 액체 괴물은 초보자인 상태와는 달리 내 스피드에 반응하지 못했다.

즉 내 스피드를 잡아낼 수 없다는 거다.

역시 플레이지 나이트는 개사기 직업이라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됐다.

푸욱!

그런 생각과 함께 어느새 나의 창은 액체 괴물의 배 부분을 관통했다.

하지만 액체가 잠시 갈라진 뒤 그대로 복귀되는 액체 괴물의 몸.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놈의 몸에 창이 통과된 채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난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왜냐고? 이쯤은 나도 예상하고 있었거든.

물리 공격이 액체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건 지나가던 개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내가 알고도 이런 삽질을 했을까?

그건 바로 추가타 공격을 위해서지.

"아이스 스페어!"

빠드득!!

나의 스킬 명과 함께 창을 통해 전달되는 냉기.

이 창에서 만들어진 냉기에 닿은 존재는 그 어떤 존재라도 얼게 된다.

한데 창이 직접 몸 안을 관통한 상태에서 그 힘이 전달된다고 한다면?

완전 대박이다.

그리고 그걸 증명해 주듯이 급속 냉장(?) 들어가는 액체 군.

나이스!

난 너무나도 빨리 얼어 버리는 그 액체 군을 보고 속으로 나이스를 외쳤다.

이제 저 얼어 버린 얼음을 산산조각 부수기만 하면.......

뿌드득.

"......좋을 텐데 말이다."

희망 사항이 되어 버렸다.

그 이유를 굳이 알고 싶다면 얼어 버린 채로 그대로 움직이는 저분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해 액체 인간에서 얼음 인간으로 전직했다.

와!! 이렇게 멋진 분이 있을 줄이야.......

속성 자체를 막 무시하는 당신이 정말 감동스럽다.

잡소리는 그만 하고, 난 공격하기 위해 창을 휘두르려 했다. 한데 잠시 후였다.

"차, 창이......."

그대로 저 몸뚱이에 갇힌 채 얼어 버린 것이다.

으악! 젠장, 이게 무슨 케찹이가 케찹 발라먹는 상황이란 말이냐!

내 무기까지 봉쇄될 줄이야!

하지만 그런 잡생각을 할 사이 어서 무기를 회수해야 했다.

"파이어 블레젼!"

화르르!

그때 나의 스킬 명과 함께 순식간에 지옥의 불길이 창을 통해서 그 빌어먹을 액체 군 아니 냉동 군에게 전달됐고, 그 냉동 군은 그대로 화르르 불타 버렸다.

물론 죽지는 않았다. 다시 이번에는 다른 존재로 변신했을 뿐이다.

취이익.

어느새 자신이 있는 땅바닥을 무섭게 부식시키는 산성맨으로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데, 자기가 있는 자리만 부식하면 좋을 텐데 그 부식력이 모든 땅을 통해서 전달된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그냥 땅을 밟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녹아 버릴지도 모른다.

아악! 난 방어 기술이 없는데!

방어 기술의 지존이라고 하면 역시 길쉬인데!

지금은 저 멀리 있어서 호출해 봤자 이미 늦어 버릴 것 같고, 그렇다고 방어 기술이 없는 내가 무슨 수로......!

"주인님, 저 힘 자체를 압도할 만한 힘으로 소멸시켜 버리시면 상쇄시킬 수 있어요."

"메라!"

그 순간 그 어느 때보다(만난 적도 두 번밖에 없지만) 반가운 메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번 이후 왜 갑자기 연락 두절이 되었는지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답이 안 나와서 답답했는데, 드디어 메라 양이 등장한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물어보기가 좀 거시기(?)한 상황이다.

일단 저것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데, 메라는 저 공격 자체를 압도할 만한 힘으로 없애 버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이 힘으로 저 산성 액체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플레이지 나이트가 초 울트라 사기급 직업이기는 하지만, 액체를 소멸시킬 정도의 힘은......?

"2차 봉인을 해제해 드릴게요."

"2, 2차 봉인?!"

"네, 주인님."

바로 그때 메라는 나에게 믿을 수 없는 소리를 건넸다.

2차 봉인이라니? 그 말은 이 힘보다 더 강한 힘이 축적되어 있다는 거야?!

이 울트라 사기급 힘보다 더욱 강한?

그럼 난 뭐라고 불려야 하는 거야?

"하지만 이 직업 봉인 이후 단 하나의 조건이 있어요."

"조건?!"

"네, 저와 주인님이 사흘 동안 단 한시도 떨어질 수 없다는 거예요."

"그거야 뭐."

별로 대수롭지 않다.

저런 아리따운 미소녀와 사흘 동안 밀회라니(?), 꽤 괜찮은 조건이잖아?

난 그런 생각과 함께 말했다.

"봉인 해제해 줘."

"주인님, 조건은 괜찮으신가요?"

"아니, 별 상관은......."

그때 이상하게 별것도 아닌 조건 가지고 메라가 얼굴까지 붉히면서 당황했고, 난 그런 메라가 약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흘 정도 그냥 같이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뭐가 문제라는 건지.......

"알겠어요. 봉인을 해제하겠어요."

"고마워!"

바로 그 순간 다부진 목소리와 함께 메라는 눈을 감더니.......

파지짓!!

"......!!"

지금 내 힘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힘을 뿜어낸다.

서, 설마 지금 저 힘이 2차 봉인 해제를.......

파아앗!!

그리고 그런 내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몸에 스며드는 그 엄청난 힘.

잠시 후 내 몸속에 존재하는 힘을 느끼고는 나 자신도 너무 놀라서 믿어지지 않았다.

이게 과연 존재할 수 있는 힘이란 말인가?

진짜 이게 가질 수 있는 힘이라고?

그런 의문이 계속 들 정도다.

그뿐 아니라 어느새 금발의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길게 늘어졌고, 방어구는 좀 더 강력해 보이는 갑옷으로 개조(?)되셨다.

물론 공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창은 금빛으로 도배(?)가 되어 버렸고, 창끝 부분에는 뭔가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드는 문양이.......

푸시식.

그런데 내게 감탄할 시간을 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어느새 내가 있던 자리까지 부식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문제없다.

이 힘이라면 액체든 뭐든 모두 소멸시켜 버릴 테니까.

파지지지직!!

창을 조용히 한 번 내질렀다.

기술 따위는 필요 없었다. 단지 창이 움직일 때 사용하는 힘만 있다면.......

콰앙!!

그 순간 강력한 폭발과 함께 완전히 소멸되어 버리는 액체 군.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게 신조차도 압도해 버렸다는 블랙 젠더와 동등하게 싸운 플레이지 나이트의...... 진정한 힘?

―증폭 페리어로 전직하시겠습니까?

"......!"

그 순간 그 괴물이 사라짐과 동시에 내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설마 그 괴물이 증폭 페리어로 전직하는 것이었을 줄이야.......

아니, 그리고 무엇보다 이딴 질문을 하면 내가 무안하잖우?!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외쳤다.

"당연히!!"

―증폭 페리어로 전직을 완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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